만가서점 영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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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06.2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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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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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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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화

DUMMY

맹주전을 나온 남궁위와 제갈약란, 구창은 넓은 공터로 향했다.

그곳에는 제갈약란이 맹도들을 시켜 준비한 의식용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구창은 마련된 제단에 서서 불진을 흔들었다.

그러자 그를 중심으로 거대한 기운이 몰려들었다.

한참 동안 주문을 외우던 그는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진인, 찾으셨습니까?”

“그렇소. 놈이 제 기운을 숨기고자 수작을 부린 것 같으나 어림도 없는 소리지.”

“과연 모산파의 장문인. 진작에 진인을 찾을 걸 그랬습니다.”

“이건 내가 대단해서 알아낸 것이 아니오.”

“예?”

“이상하게도 놈의 기운이 약해져 술법이 흐트러져 있더구려. 해서 찾아낼 수 있었소.”

“그것만 해도 어딥니까? 개방은 찾지도 못했는데요.”


남궁위의 표정이 밝아졌다.

내심 미심쩍어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구창이 뛰어났던 것인지 금방 놈의 위치를 알아냈다.

남궁위는 암혼에게 천상육천의 주인들과 무인들을 데려오라고 지시했다.


“진인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내가 돕는 것은 만규성. 그자를 잡을 때까지만이오.”

“예?”

“만규성이야 본문의 원수이니 무료로 해 준 것이지만 앞으로 내 술법을 쓰고 싶다면 금자 천 냥은 가지고 와야 할 것이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모산파를 상인 집단으로 만들고 있다며 비난받는 사람답게 구창은 거금을 들여야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찌 되든 좋았다.

만규성만 찾아내면 더 이상 그에게 볼 일은 없으니 말이다.

시간이 흐르고 천상육천의 주인과 척마단 등 무림맹의 무인들이 나타났다.


“놈은 분명 여기 개봉에 있소. 내가 직접 개봉을 돌아다니며 놈을 찾아낼 것이니 갑시다.”

“잠깐만요. 진인, 제가 의심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자부터 확인해 주세요.”

“호, 그게 누구요?”

“개봉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노인인데 아무래도 그자가 수상합니다.”

“약란, 천공금패를 가지고 있던 노인을 말하는 것이오?”

“예. 이명걸 단주가 알아낸 바에 따르면 그의 정체는 상우촌 촌장 만주상이라고 해요. 그런데 이상하죠? 그는 그때 불에 타 죽었는데 말이에요.”


예전 그들이 패산을 유인하기 위해 상우촌이 있던 산에 올랐을 때 예상치 못한 마교도의 습격으로 마을 사람들이 죽었었다.

그때 잔심마옹는 사람들을 한곳에 가두고는 불에 태워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다.

다행히도 마인들을 막아낸 후 무의시랑은 사람들의 장례를 치러줬다.

그가 직접 묻은 사람들 중에는 만주상이 분명히 있었다.

제갈약란의 뛰어난 머리는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해 냈다.


“죽은 사람이 멀쩡히 살아서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것도 천공금패를 가지고?”

“해서 그 노인이 놈이라는 말이오?”

“예. 또한 열두 번째 천공금패는 사실 무의시랑이 가지고 있던 것이지 않습니까?”

“참, 그랬지. 내가 그것을 잊고 있었군.”


상우촌 생존자라는 말에 당황에 오래전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이미 죽어 생존자들조차 뿔뿔이 흩어진 그들에게 천공금패를 주지 못했고 그것은 무의시랑의 손에 들어갔었다.

그랬던 열두 번째 금패가 나타났다면 그가 무의시랑에게 받았다는 말이다.


“내가 속았던 것이군.”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놈들이 낌새를 느끼고 도망치기 전에 얼른 잡아들여야 해요.”

“알았소. 자, 그럼 까마귀를 잡으러 가 봅시다.”

“맹주님,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잠시 후면 그동안 앓던 이를 뽑을 수 있을 것이다.

이명걸의 척마단이 앞장서고 천상육천의 주인들이 당당한 걸음으로 만가 서점에 도착했다.

그는 문을 부수며 소리쳤다.


“무림맹의 이름으로 천하를 어지럽히는 악적들의 수괴를 잡으러 왔으니 순순히 목을 내밀어라!”

“또 너야? 이게 한동안 잠잠하더니 죽고 싶어졌나.”

“놈. 이번엔 네 마음대로 안 될 것이다.”

“뭐?”

“됐네. 이 대주. 비키게.”


허름한 서점 안으로 천상육천의 주인들이 직접 나섰다.

그들이 등장하자 이명걸에게 열을 올리고 있던 응천구가 떨리는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남궁위의 몸에서 숨 막히는 살기가 나와 서점을 가득 채웠다.

만가 서점의 세 점원들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어 그의 앞을 막았다.

순간 싸늘한 긴장감이 그들 사이에 흘렀다.


***


“아저씨 그만 따라오라니까요.”


소하상단의 대문 앞.

선혜성은 그를 쫓아 기어코 이곳까지 온 사내를 노려보며 말했다.


“아저씨가 아니고 무성입니다. 나이 차이도 그리 나는 것 같지 않은데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길 가던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세요. 어떻게 그 얼굴에 약관이에요?”

“계속 그러시면 상처받습니다. 은인.”


무성은 선혜성이 복면을 벗은 뒤로 비슷한 나이라며 그를 친근하게 대했다.

말로는 은인이라 부르지만 행동은 동네 동생 대하듯이 했다.

선혜성은 차마 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 수 없어 화를 삭일 뿐이었다.


“제 이름도 알려 드렸으니 가 보세요. 전 이곳에 볼 일이 있어서.”

“역시 그랬군요. 우연히도 제가 가려고 했던 곳이 이곳입니다.”

“예?”

“예. 사부님께서 이곳에 가면 적어도 먹고 살 길은 내어줄 거라고 하셨거든요.”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었다.

어쩐지 왜 이렇게 끝까지 따라오나 했는데 그냥 목적지가 같았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되니 선혜성은 허탈한 심정이 들었다.


“그럼 말을 하시지. 전 이상한 사람인 줄 알았잖아요.”

“하하, 제가 사파이긴 하나 인신매매 같은 것은 안 합니다.”

“그거야 후선방 방도라면 당연한 일이겠죠.”

“예? 은인, 저희 후선방을 아십니까?”

“됐어요. 그건 중요한 것은 아니고 일단 상단에 들어가자고요.”


아무리 시간이 흘렀다고 해도 사흑련의 무인들이 인신매매 같은 저급한 일을 할 리가 없다.

그들은 마도연합을 등에 업고 설치던 사파에게 밀려났음에도 당당히 자존심을 지켰던 사람들이다.

처지가 곤궁해졌다고 해도 옳은 길을 가고 있었을 것이다.

선혜성은 피식 웃으며 상단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마침 안에서 나오던 막성혜와 마주쳤다.


“아니, 소형제.”

“형님, 오랜만이에요.”

“반가워. 근데 오다가 강도라도 만난 것인가?”

“예?”

“옷이 왜 그래?”


무성을 구할 때 얼굴을 가릴 것이 없어 급하게 만들다 보니 옷을 잘랐다.

때문에 지금 선혜성의 몰골은 보기 민망한 수준이었다.


“상단에 오는 길에 척마단에게 당하고 있던 사람을 구하려다가 이렇게 됐네요.”

“그래? 어떤 불쌍한 자가 그 망할 놈들에게 걸렸단 말인가?”

“헤헤, 접니다. 어르신.”

“깜짝이야. 대협은 누구시오?”

“말씀 낮추십쇼. 이래 봬도 약관입니다.”

“정말이오?”


막성혜 또한 얼굴과 맞지 않은 무성의 나이에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무성은 그저 해맑게 웃으며 서신을 하나 꺼냈다.


“어르신께서는 이곳 상단에서 일하시는 분이신가 봅니다? 저는 후선방의 무성이라고 합니다. 이건 제 사부님께서 써 주신 소개장입니다.”

“후···선방이라고 하셨소?”

“예. 비록 망하긴 했지만요.”

“허, 허허. 설마 후선방이 아직도 명맥을 잇고 있었을 줄이야. 이거 우리가 너무 무심했소.”


무성이 후선방 출신이라고 하자 그를 대라는 막성혜의 태도가 돌변했다.

그는 무성의 사부에 대한 것부터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등 많은 것을 물어보다 상단의 하인을 시켜 어딘가로 보냈다.

선혜성은 그들의 대화를 끊을 수 없어 초조하게 보고 있었다.

그러자 막성혜가 물었다.


“참, 귀한 손님 때문에 소형제를 잊고 있었네. 그래, 무슨 일이오? 꽤나 급해 보이는데.”

“어르신께서 피를 토하셨어요. 해서 우 의원님이란 분을 모셔가기 위해 급히 온 거예요.”

“혀, 형님이······ 아니, 어르신이 피를 토했단 말이오. 이런!”


막성혜는 허둥거리더니 황급히 상단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그는 한 중년인을 이끌고 나타났다.


“소형제, 우 의원님. 어서 갑시다.”

“막 행수, 잠깐만 기다려 봐. 먼저 할 일이 있어.”

“우 의원님 급합니다.”

“잠깐이면 돼. 이보게.”

“예? 저요.”

“그래. 자네 잠깐 팔을 줘 보게?”

“왜 그러시는지······.”

“의원이 팔을 달라는 게 뭔 뜻이겠나? 병이 있는 것 같으니 확인해 보려는 것이지.”


우의원은 선혜성의 팔을 낚아채더니 조용히 눈을 감고 맥을 짚었다.

선혜성은 병이란 말에 긴장해 침만 삼키고 있었다.

우 의원이 눈을 뜨고 그는 선혜성에게 말했다.


“요즘 갑자기 온몸에서 고통이 느껴졌었지?”

“예. 어떻게 아셨어요?”

“그리고 갑자기 힘이 넘쳐났을 것이고.”

“예.”

“몸도 가벼워졌겠지. 마치 날아갈 것 같고 힘을 주체하지 못했을 거야.”

“맞아요.”


선혜성은 너무나 용한 우 의원의 말에 눈이 크게 떠졌다.

영웅록에서 돌아온 후로 심각한 고통에 시달리다가 어느 순간부터 괜찮아지더니 힘을 조절하지 못하게 되었다.

젓가락을 쥐려고 하면 부러졌고 문을 열려고 밀면 뜯겨져 나갔다.

그동안 갑자기 샘솟는 힘 때문에 얼마나 조심하고 노력했는지 모른다.

우 의원은 침을 꺼내더니 순식간에 삼백육십 개의 혈에 찔렀다.


“쯧쯧. 확실히 그분의 몸 상태가 안 좋으신가 보군.”

“많이 심각합니까?”

“이 녀석이야 내가 침을 놔 근육과 내기를 다스려 줬으니 괜찮아지겠지만 그분의 상태는 짐작할 수 없네.”

“그럼 서둘러야겠군요. 의원님, 업히십쇼.”

“잠깐만 이 사람아. 꽂은 침은 뽑아야지.”


우 의원은 천천히 선혜성의 몸에 꽂힌 침을 뽑았다.

그러자 선혜성은 상쾌한 기분과 함께 무엇인가 몸에 변화가 일어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선혜성의 치료가 끝나고 그들은 서둘러 만가 서점으로 향했다.

그런데 서점에 가는 도중 이상한 말이 들려왔다.


“아까 척마단주 이명걸 아니었어?”

“어, 맞아. 아주 살벌한 기세로 달려가던데?”

“그뿐만이 아니라 맹주님도 있었어. 난 천상육천의 주인들은 처음 봤잖아.”

“다들 어딜 그렇게 달려가는 걸까?”

“무슨 서점에 간다고 하는 것 같았는데 모르겠네.”


세 명의 무인이 길을 걸으며 수군거렸다.

맹주를 비롯한 무림맹의 무인들이 어딘가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말을 듣자 갑자기 선혜성은 불길함을 느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심장을 옥죄어 왔다.

막성혜와 우 의원 또한 무언가를 느꼈는지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의원님, 설마?”

“진정하게. 무림맹의 시선은 강소에 가 있을 거야. 해서 그분도 안심하고 개봉에 남을 수 있었던 것 아닌가.”

“혹시 모르는 일이잖습니까? 전 그분의 호위로 남은 것이니 만일에 대비해야 합니다.”

“누가 뭐랬나? 다만 흥분은 일을 그르치는 법이니 조심하란 말이지. 아무튼 조금 더 서두르세”

“예. 소형제. 조금 속도를 올리겠네.”

“예. 괜찮아요. 어서 가요.”


막성혜는 경공을 펼치며 나아갔다.

선혜성 또한 척마단 부대주와 싸울 때의 감각을 살려 내공을 운용해 달렸다.

그러자 다행히도 내공은 그의 부름에 응답해 힘을 주었다.

그들은 텅 빈 거리를 달려 만가 서점으로 향했다.

그렇게 서점 앞.

거리를 비웠던 사람들이 이곳에 몰려 있었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서점 앞을 막고 있었다.

그들은 사람들을 헤치며 나아갔다.

그런데.


“역시 네놈이었구나. 만규성.”


그곳에 무림맹주 남궁위가 만 노인에게 검을 겨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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