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시아 대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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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racksian
그림/삽화
수염난 아저씨
작품등록일 :
2022.06.28 17:48
최근연재일 :
2024.01.15 00:00
연재수 :
2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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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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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88. 리매치(2)

DUMMY

"크으읏!!"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바람부터가 달랐다.

마치 뜨거운 달군 막대기를 코앞에 가져다 댄 것처럼,

자기가 곧 이곳을 베일 것이라는 느낌이 오디나(Odina)를 강하게 지배했다.


쉬이잇-


그 순간은 영원한 듯하였으나,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렇게 자신에게로 쇄도하고 있는 검에 매료당한 듯 멍하니 서서

도살당하는 양처럼 검신(劍神), 연(聯)의 검이 그녀의 피부에 닿으려는 걸 허용하려는 그 순간-


"오디나!! 뭐하냐!!"


한의 절박한 외침이 호수를 가득 메웠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깊은 꿈에서 깬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헛-


까아앙-


날카롭고도 청아한 금속음이 드넓은 얼음 호수 가운데 울려 퍼졌다.


"...이것도 막다니- 운도 좋구나-"


오디나가 정신을 차려보니, 검날과 그녀의 창날을 사이에 두고, 검신이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분명 이번 일격으로 그녀를 양단해버리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찰나와도 같은 그 순간, 인식하지도 못했을 그 사이에 본능적으로 창 자루를 짧게 든 채, 몸을 틀어 방어할 줄이야.


“글쎄, 이걸 과연 그냥 운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그렇기엔 내가 넘은 사선이 너무 많아서 말이야!”


끼기긱-


정신을 퍼뜩 차린 오디나가 기세를 한껏 끌어올리며 검신의 검을 밀어냈다.


"회심의 일격이었을 텐데, 막아버려서 어쩌나?"


“큭, 네 놈을 죽일 방법이 이것 한 가지인줄 아느냐-?”


오디나의 여유로운 웃음에 검신, 연이 어이가 없다는 듯 맞서 웃었다.


“오디나-!! 그대로 붙잡고 있어라!!”


저 멀리서 한이 외쳤다. 그는 온 몸에 검은 기운을 두른 채, 호수를 빙 돌아 그들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쯧...지금 협공은 좋지 않은데.’


분명 지금 상황은 검신에게 좋지 않았다. 그녀의 말대로 지금 그는 오디나를 끝장낼 생각으로 상당한 예기를 끌어 모아 공격을 감행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떻게든 그 공격을 막아냈고, 지금 검신은 하나의 공격패를 잃어버린 상황.


본래대로라면 그녀를 떼 내고 거리를 벌려 다시 공격기회를 찾아야했지만, 오디나가 끈질기게 달라붙고 있어 그것마저 여의치 않았다.


츠측- 츠츠측-


얼음과 눈이 뒤섞인 바닥에 그들의 발이 분주히 움직였다. 검신이 계속해서 발을 바꾸면서 그녀에게서 떨어지려 했으나, 그녀 역시 그에 맞춰 보폭을 유지하면서 그가 거리를 벌리지 못하도록 했다.


‘이 녀석이 다시 검무(劍舞)를 시작해서 검풍을 날리도록 해서는 안 돼! 한이 올 때까지 무조건 잡아둔다!!’


그렇게 치열한 보법(步法)싸움이 벌어지고 있을 때였다.


쿠구구구-


한편 그녀의 창날을 빗겨 맞고 궤도를 튼 검신의 예기로 인해 베어진 폭포 상단에 있던 얼음들이 얼음 호수 위로 사정없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서 이는 거대한 물안개를 등에 업고 한이 검신을 향해 폭발적으로 쇄도하고 있었다.


“흑견수(黑堅手)-!!”


그에게서 뻗어 나온 검은 기운이 거대한 마수의 앞발 모양으로 형상화 되었고, 그것은 사정없이 검신에게로 뻗어나갔다.


그리고 그 일순간- 검신과 오디나 모두 한의 흑견수에 시선을 돌리는 순간-


“흣-”


이 떄 검신이 검을 든 팔을 자신 쪽으로 접었다.


“으읏-?!”


무기를 맞대고 팽팽한 대치상황을 이루고 있던 차에 갑자기 검신 쪽으로 힘이 몰리자 오디나는 순간 균형을 잃었고-


빡-


“크윽?!”


몸을 돌려 회전력을 가한 검신의 팔꿈치가 그녀의 턱에 강타했다. 그리고 그녀가 주춤한 사이 단숨에 그곳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턱-


“으윽!!”


“어딜 빠져나가려고!!”


충격이 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연하고도 강력한 허리근육을 이용해 그 충격을 버텨낸 오디나가 검신의 팔을 와락 잡았다. 죽어도 못 놓겠다는 듯 꽉 잡은 팔은 검신도 바로 뺄 수 있을 만큼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카칵-


게다가 오디나가 짧게 잡은 창자루로 검까지 제압하여 그 팔을 검으로 베어낼 수도 없는 상황-


“오디나!! 빠져나와라!!”


이제 그들과 지척에 다다른 한이 소리쳤다. 이대로라면 그녀도 그의 공격에 휩쓸릴 터-


“괜찮아!! 그대로 뚫어버려!!”


“치잇-!! 동귀어진이라도 할 생각이냐!!”


“무슨 소리야?! 죽는 건 너뿐이지!!”


콰득-


그리고 그녀가 물고 있던 뭔가를 씹었다. 그러더니 그녀의 몸이 순식간에 무언가 단단한 물질로 변하기 시작했다.


“젠장, 경화제인가-!!*”


*경화제: 몸을 단단하게 변화시키는 효능을 가진 약초, 약물을 통칭하는 말. 약초의 종류와 조합방법에 따라 경화속도, 시간, 강도의 차이가 난다. 하지만 신체에 직접적인 변화를 주는 만큼 부작용도 심하게 오는 것이 단점.


“너랑 한 번 붙어보니, 너를 잡으려면 그 움직임부터 봉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 그래서 여러 개 준비했지!!”


“크윽-!! 이런-”


그렇게 한의 흑견수가 그대로 오디나와 검신을 덮치려고 할 찰나-


“슬래쉬(Slash)!!”


촤앗-


그들의 전투를 지켜보던 테오가 측면에서 전력으로 달려들어 한의 흑견수를 튕겨냈다. 측면에서 공격을 받은 한의 흑견수는 상당부분이 날아갔다.


“크으- 이 자식이-”


그 자리에서 한 바퀴 뒤로 돌아 자세를 잡은 한이 그를 가로막은 테오에게 적개심을 드러내자-


“실피- 너의 숨결로 저 자의 발걸음을 막아줘!!”


릴리가 소환한 바람의 정령이 조각난 얼음호수의 파편을 실어 한에게로 날려 보냈다. 그러자 크고 작은 수많은 얼음 파편들이 한을 덮쳤고-


카캉- 카카캉-


“치잇- 귀찮게-”


한이 그렇게 사정없이 날려 오는 얼음파편들을 검으로 쳐내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오디나가 검신을 붙든 채로 경화제를 먹었다고 하지만 그가 빠져 나오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을 터-


그 사이 자신이 검신에게 추가타를 넣지 않으면 저 자를 잡을 기회를 다시 좀처럼 잡기 쉽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젠장- 이런 애송이들을 상대로 별로 쓰고 싶진 않았지만-”


사악-


순간 한의 눈이 붉게, 아니 검게 물들었다.


움찔-


“에엑- 설마 아저씨!! 애들 상대로 그걸 쓰려고?!”


“피해라!! 저건 너희들에게 너무 위험해!!”


그걸 본 검신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저건 그가 검국(劍國)에서 있었을 시절에 숱하게 보았던 것.


자신의 자아를 살의(殺意)에 완벽히 맡겨버려, 공격하나하나를 살의의 극에 다다른 절기로 만들어버리는 야차(夜叉)들의 끔찍한 극의-


살의에 점철된, 살인에 중독된 야차들이 자신의 생명력을 갉아내어 펼치는 저주스러운 무공이기도 한 저것은 위력만큼은 확실히 보장된 기술이었다.


츄와아아악-!!


호수 가장자리에 그에게서 솟아나온 검고도 짙은 살기가 마치 기둥처럼 솟아올랐다. 그리고 마주치기만 해도 온 몸이 얼어버릴 것 같은 짙은 살의가 한의 온 몸을 뒤덮었고-


온 몸에서 그 같은 소름끼치는 기운을 드러내고 있는 그가 고개를 돌리더니, 그의 앞을 막고 서 있는 테오와 릴리를 바라보았다.


“이런...아저씨...저 상태면 위험한데-”


온 몸이 경화된 채로 검신의 움직임을 막고 있는 오디나가 중얼거렸다.


“젠장, 이거-놔라!!”


“크윽-이거 시간 안 되면 풀리지도 않는다고-!!”


“흑월무쌍참(黑月武雙斬)-!!”


그렇게 검신과 오디나가 아웅다웅하고 있는 사이, 한이 검을 크게 휘둘렀다.


츄콰콰콰!!!


마치 먹을 잔뜩 머금은 붓으로 허공에 일 획을 그린 것 마냥 집채만한 거대한 검기가 테오와 릴리를 덮쳤다. 현실에 있을 것 같지 않은 그 비현실적인 기운은 마치 그들을 한 입에 삼켜버릴 거대한 해일(海溢)과 같았다.


“꺄악!!”


검기에 서린 거대한 살의에 릴리가 본능적으로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사람의 범주를 벗어난 초월자가 자신의 온 몸을 살의로 뒤덮은 채 휘두른 검은 대기를 찢었고, 그것을 막는 모든 존재들을 소멸시키며 다가왔다.


“크으윽-!!”


그 앞을 가로막고 있던 테오가 신음을 흘렸다. 너무나도 압도적인 힘 앞에 그 역시 절망감을 느꼈고, 거대한 살의 앞에 검을 들은 팔은 덜덜 떨렸다.


검신은 나설 수 없었다. 아니, 지금 나서더라도 늦었다.


테오가 해결해야만 했다.


“테오!! 내가 가르친 것을 기억해라!! 지금의 너라면 할 수 있어!!”


그 순간 검신이 외쳤다.


그리고 테오가 떨리는 눈빛으로 검신을 바라보았다.


순간 테오의 뇌리에 한 줄기 말이 스쳤다. 그것은 검신에게서, 그리고 창공의 여기사, 레아에게서 수련을 하며 숱하게 들었던 말.


스윽-


“릴리 내 뒤로 와.”


테오가 다시 검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앞에선 살의로 뒤덮인 거대한 검기의 파도가 오고 있었지만, 그를 맞이하고 있는 테오의 표정은 침착하기 그지없었다.


‘검을 잡은 자의 길은 단순한 무력(武力)의 길이 아니니-’


테오의 검에 기가 서렸다. 그리고 그것은 이내 실의 형태를 잡아가더니 순식간에 검을 엮었고-


검을 잡은 자는 자신의 길을 만들어 내는 자,

그 걷는 길 의심 한 점 없으면

능히 다음 길을 만들어 낼 수 있으리니-


“엠프레스(Empress)왕국 제 3검술-”


치잉-


테오의 검 끝이 눈부시게 빛났다. 마치 짙은 어둠을 뚫고 비치는 한 줄기 별빛처럼-


“큿- 쓸데없는 발악이야!!- 저 상태의 아저씨의 공격은 나도 막기 힘든데, 저런 애들이 어떻게 막겠어?!”


경화제를 써 입만 간신히 움직일 수 있는 오디나가 소리쳤다(주변이 거대한 검기 때문에 소리가 거의 묻히다시피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테오는 자신을 향해 돌진해오는 거대한 검기폭풍을 맞아 용기어린 한 발자국을 내딛었다. 그리고 검신이 그에게 가르친, 그리고 창공의 여기사 레아와 수도 없이 휘두른 그 검술을 떠올리며 검을 휘둘렀다.


그 움직임은 아주 단순하지만, 그가 배운 모든 정수를 담아 보내는 일격-


“블레이드 스트림(Blade Stream)-!!”


촤아악-!!


그렇게 테오의 검과 한이 내보낸 한 쌍의 거대한 검기가 부딪혔고-


콰콰쾅!!


두 사람의 검과 기파(氣波)가 격돌하면서 격심한 파동이 일었다. 극심한 바람과 공기의 심한 파동 때문에 주변 나무들에 쌓인 눈들이 여기저기 흩뿌리고 있었다.


스스스스...


흩뿌려진 눈보라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 서 있던 것은-


“과연...내가 헛 가르치지는 않았다니까.”


검신이 씨익 웃었다.


“후우... 후우...”


그 눈보라 안에서 테오와 릴리가 서 있었다.

어디 하나 다치지 않은 채로, 그들은 굳건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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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시간 수정 안내 23.10.31 20 0 -
287 Ep. 88 적인가, 아군인가(4) 24.01.15 14 0 16쪽
286 Ep. 87 적인가, 아군인가(3) 24.01.11 9 0 18쪽
285 Ep. 86 적인가, 아군인가(2) 24.01.08 13 0 14쪽
284 Ep. 85 적인가, 아군인가 24.01.02 14 0 20쪽
283 Ep. 84 문 앞에서의 전투(3) 23.12.31 15 0 22쪽
282 Ep. 83 문 앞에서의 전투(2) 23.12.29 15 0 13쪽
281 Ep. 82 문 앞에서의 전투 23.12.27 17 1 15쪽
280 Ep. 81 폭풍전야(4) 23.12.25 14 0 15쪽
279 Ep. 80 폭풍전야(3) 23.12.20 19 0 12쪽
278 Ep. 79 폭풍전야(2) 23.12.19 19 0 16쪽
277 Ep. 78. 폭풍전야 23.12.13 23 0 17쪽
276 Ep. 77. 아버지 혹은 적(2) 23.12.12 21 0 13쪽
275 Ep. 76. 아버지 혹은 적 23.12.11 23 0 16쪽
274 Ep. 75. 잠들었던 자, 깨어나다(2) 23.12.09 22 0 14쪽
273 Ep. 74. 잠들었던 자, 깨어나다 23.12.08 21 0 14쪽
272 Ep. 73. 작별인사 23.12.07 21 0 11쪽
271 Ep. 72. 괴생명체들과의 전투-화이트&바이스 편(5) 23.12.06 21 0 15쪽
270 Ep. 71. 괴생명체들과의 전투-화이트&바이스 편(4) 23.12.05 19 0 16쪽
269 Ep. 70. 괴생명체들과의 전투-화이트&바이스 편(3) 23.12.04 19 0 14쪽
268 Ep. 69. 괴생명체들과의 전투-화이트&바이스 편(2) 23.12.01 20 0 15쪽
267 Ep. 68. 괴생명체들과의 전투-화이트&바이스 편 23.11.29 19 0 15쪽
266 Ep. 67. 괴생명체들과의 전투-테오도르&마리아 편(6) 23.11.23 22 0 23쪽
265 Ep. 66. 괴생명체들과의 전투-테오도르&마리아 편(5) 23.11.20 21 0 13쪽
264 Ep. 65. 괴생명체들과의 전투-테오도르&마리아 편(4) 23.11.20 22 0 18쪽
263 Ep. 64. 괴생명체들과의 전투-테오도르&마리아 편(3) 23.11.16 21 0 19쪽
262 Ep. 63. 괴생명체들과의 전투-테오도르&마리아 편(2) 23.11.13 21 0 16쪽
261 Ep. 62. 괴생명체들과의 전투-테오도르&마리아 편 23.11.09 23 0 12쪽
260 Ep. 61. 기묘한 만남(2) 23.11.07 2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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