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오늘까지만 탱커하겠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연재 주기
순딘이
작품등록일 :
2022.06.30 21:17
최근연재일 :
2022.07.25 16:53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873
추천수 :
14
글자수 :
83,559

작성
22.07.05 13:44
조회
137
추천
1
글자
11쪽

1화

DUMMY

"막기야. 이제 너밖에 없어. 제발 막아줘."


기수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상대 선수가 우리 골대를 향해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심호흡을 한 후에 드리블하는 선수를 향해 달려갔다.


'이래서 대회에 나가기 싫다고 한 건데. 중요한 순간에 또 내가 있네.'


농구 골대에 거의 다다랐을 때 상대편 선수가 레이업을 하기 위해 점프를 했다. 거리가 조금 있었지만 나도 점프를 해 팔을 있는 힘껏 공 쪽으로 뻗었다.


생각보다 멀었지만 오늘도 왠지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손에 농구공의 감촉이 느껴졌을 때 마지막 있는 힘을 짜내었다.


삐~~~.


종료 휘슬이 울려퍼졌지만 경기장에는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3초. 2초. 1초.'


정확히 3초가 지난 후에야 관중들의 함성이 코트를 뒤덮었다. 멀리서 기수가 달려오더니 내 손에 들려있던 농구공을 빼앗고는 반대편 농구 골대로 던지며 말했다.


"막기야. 네가 해냈어. 우리가 우승이라고."


순식간에 친구들이 몰려왔고 나는 공중으로 던져졌다. 체육관에는 내 이름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다막기. 다막기. 다막기."


그랬다. 내 이름은 다막기.


이름 때문인지는 몰라도 남들보다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가진 나는 어릴 적부터 운동에 관련한 대회라면 빠지지 않고 참가했다. 당연히 내 의지가 아닌 주위 사람들의 의지였지만.


거기다 성적은 매번 우승. 대회의 MVP는 항상 나였으니 축구, 야구, 배구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모든 동아리에서 나를 불렀다. 그럴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참여는 했지만 사실 운동이 싫다.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도 선생님이 나를 불러 말하곤 했다.


"막기는 대회에서 우승한 경력도 많고 운동 신경도 뛰어나니까 체육 쪽으로 가보면 어떨까?"


그럴 때마다 선생님께 단호하게 말씀드렸다.


"체육 쪽으로는 가지 않으려고요. 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해 놓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운동은 아니었다. 매일 같이 해야 하는 훈련으로 지치기도 했지만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매 순간 나를 괴롭혔다.


그래서 나는 정말로 운동이 싫다.


결승전이 끝나고 기수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어릴 적부터 친구인 기수는 이런 내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친구였다.


"아무튼 막기야. 너 진짜 잘했어. 고맙다. 우승시켜줘서."

"뭘 고마워?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니고. 반강제적으로 하는 건데."


기수는 그런 나를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아무튼. 넌 세계관 최강이라니까. 그나저나 이번에 새로운 게임 출시한다던데. 같이 할거지?"


게임이란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무슨 게임인데? 총으로 싸우는 거면 안 할 거야."

"당연히 아니지. RPG 게임인가 봐. 너 그런 거 좋아하잖아. 나 이번에 한 번 해보려고 하는데 같이 할래?"


나에게는 기수밖에 모르는 취미가 있다. 그건 바로 게임.


게임 중에서도 제일 재미있게 하는 장르는 RPG이다. 왜냐하면 그곳에서는 내가 새로운 존재로 태어날 수 있기 때문에.


"그럼 같이해볼까? 어차피 수시로 대학에 갈거라 부담은 없는데. 직업도 다양하지?"

"당연하지. 근데 어차피 너 힐러 할거잖아."


"몰라. 생각해보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벌써 다른 사람들에게 힐을 주고 있었다.


운동을 하다 보니 게임 세계에서까지 앞에서 막는 역활인 탱커나 공격을 해야하는 딜러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차분하게 뒤에서 힐을 주 우리 편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힐러가 나의 적성에 딱 맞았다.


"뭘 생각한다는 거야? 그럼 내가 그냥 힐러 한다."

"아니야. 무슨 소리야. 내가 힐러 할 거야. 내가 게임에서 힐러를 한 시간이 얼만데."


기수와 나는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데 앞에서 한 무리의 학생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 그냥 지나치려고 하는데 할머니의 목소리가 내 발목을 붙잡았다.


"이놈들아. 내가 그래도 나이가 너희들 할머니랑 비슷할 텐데. 버릇없게 모여서 뭐하는겨?"


고개를 돌려서 할머니 쪽을 바라보자 옆에서 기수가 말렸다.


"그냥 가자.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잖아. 그리고 잘못했다가는 학폭에 연루되."

"기수야. 넌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 빨리 끝내고 올게."


할머니께 성큼성큼 다가가며 소리쳤다.


"어떤 학교 놈들인지 구경이나 하자. 어떤 학교길래 학생들한테 예의도 안 알려준 거야?"


할머니를 둘러싸고 있던 다섯 명의 남학생이 나를 쳐다보았다. 남학생들은 주위에 있는 중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었다.


"아. 여기 주위에 있는 중학교 학생들이구나."

"근데 너 죽을래? 왜 자꾸 반말이야? 너 나 본 적 있어?"


끓어오르는 정의감을 아주 살짝만 잠재우며 말했다.


"지금 보고 있잖아. 나는 다막기다. 원래 정의의 용사들은 자기소개하고 악당들을 혼내주는 게 룰이라 알려주는 거야."


가까이 다가갈수록 중학생들의 어깨가 움츠러 들었다. 밖에서 만나면 기수도 무서울 때가 있다고 하던데. 이 아이들은 더 심하겠지.


"왜 우리가 악당이야? 너 내가 아는 형이 누군지 알아?"


말은 한 아이를 바라보았다. 세 보이고 싶었는지 머리는 노란색으로 염색이 되어있었다.


"그 형한테 물어볼래? 다막기를 아냐고? 물어봐서 모른다고 하면 그 형하고는 앞으로 놀지 마."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지만 아이들이 뒷걸음을 치는 바람에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빨리 가라. 안 그러면 쫓아간다."


달리려는 포즈를 취하자 아이들은 급하게 뛰어서 달아났다. 그 모습을 보고는 할머니께 고개를 돌렸다.


"할머니. 괜찮으세요?"

"괜찮아. 그나저나 학생 때문에 살았구먼. 요새 애들이 저렇게 무서워. 여기서 담배피우고 있길래 피지 말라고 했는데 그게 뭐 화가 나는 일이라고 다가와서 뭐라고 하는 건지."


나는 할머니가 떨어뜨린 봉지를 주워드리고는 집까지 모셔다드리기로 했다. 그 녀석들이 숨어있다가 할머니에게 해코지를 할 수도 있을 수도 있어서.


그래서 기수를 먼저 보낸 다음 할머니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할머니 집 앞에 왔을 때까지 그 녀석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나타났으면 이번에는 완전 혼내 줄려고 했는데.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할머니가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안에서 무엇인가 들고 나와 나에게 주었다.


"이거 내가 직접 만든 목걸이야. 차고 다녀."


할머니가 준 목걸이는 거북이 모양이었다.


"아니에요. 안주셔도 돼요. 그리고 저 학생이라 목걸이 차고 다니면 혼나요."


그래도 할머니는 목걸이를 내 손에 꼭 쥐여주셨다.


"이거 부적이라고 생각하고 들고 다녀. 고마워서 주는 거니까 받고."


간곡한 부탁에 거절할 수 없어 받은 후 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해 제일 먼저 부모님께 트로피 보여드리기. 엄마는 오빠가 왔는데도 게임만 하는 내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을 크게 소리쳐 불렀다.


"막자야. 다막자. 빨리 나와봐. 오빠 오늘 트로피 타왔어. 농구대회에서 우승했대. 나와서 축하 좀 해줘."


막자는 나오지 않고 방에서 대답했다.


"내가 탄 트로피도 아닌데 왜 내가 축하를 해줘?"


그러자 이번에는 아빠가 막자를 불렀다.


"너 지금 나와서 축하해주지 않으면 앞으로 한 달간은 용돈 없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온 막자는 나에게 다가오더니 손을 내밀었다.


"그래. 우리 막기 오빠가 잘 막았나 보네. 축하한다. 앞으로도 그렇게 잘 막아. 공도 막고 사람도 막고 미래도 막고."


막자의 손을 잡아주면서 나도 대답했다.


"나의 하나밖에 없는 동생 막자야. 네 이름이 막자인 이상 나와 다를 바가 없을 텐데."


막는 것에 특화된 우리 남매의 기 싸움은 저녁을 먹자는 엄마의 말 때문에 끝이 났다.


밥을 먹고 방으로 들어와 기수가 말한 게임이 생각이 나서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다른 직업들은 관심이 없어 힐러의 모습과 스킬에 관련된 부분만 보았다. 하이라이트 영상에는 힐러가 아군의 HP회복 뿐 아니라 부활 시켜주는 장면도 나왔다.


'가슴이 웅장해진다. 이래서 힐러를 할 수밖에 없다니까. 내일 가서 기수에게 다시 한번 말해야겠다. 힐러 한다고.'


어차피 말하지 않아도 분명 기수가 탱커를 할 테지만 그래도 한 번 더 말해놓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


지옥이 찾아왔다. 대회가 끝난 다음 날이면 항상 온몸이 아팠다. 오늘은 유독 고통이 더 심하게 느껴졌다.


학교에 가려고 가방을 챙기는데 책상에 올려져 있는 거북이 모양의 목걸이가 보였다.


'학교 가서 기수한테 자랑이나 해야겠다.'


주머니에 넣은 후 학교로 출발했다.


학교를 가다 보면 이상한 풍경이 펼쳐진다.


사람이 차보다 빠른 동네. 그게 바로 우리 동네이다. 학교가 많다 보니 어린이 보호구역도 많이 생겼다. 거기다 출근 시간이라 차가 많으니 사람보다 빠르게 달리는 차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슈웅'


뒤를 돌아보니 차 한 대가 무서운 속도를 내며 달리고 있었다. 다른 차들도 겁을 먹고 피해줄 정도로 비싼 스포츠카.


그리고 하필 속도를 줄일 생각이 없는 차가 지나갈 횡단보도에 아이 한 명이 길을 건너고 있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아이가 우선이야.'


가방을 벗어 던지고 아이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뒤에서 스포츠카와의 거리는 점점 좁혀져 마음이 불안했지만 아슬아슬하게 아이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제발 올해 운을 여기에 다 쓸 수 있게 도와주세요.'


횡단보도에 진입했을 때 스포츠카의 거리가 별로 차이 나지 않았다.


'내 이름 다막기야. 저정도 차는 충분히 막을 수 있잖아. 무조건 아이가 우선이야. 겁먹지 말자.'


다행히 스포츠카가 아이에게 도착하기 전에 등을 밀어 앞으로 보냈다.


"쿵."


그게 나의 마지막이었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매번 듣던 환호가 아닌 공포에 질린 목소리.


'진짜 죽는구나.'


눈앞의 시야가 흐려졌다. 그런데 왜 가족이나 친구보다 어제 만난 할머니가 주신 거북이 목걸이가 더 생각났을까?


생각할 틈도 없이 눈이 감기고 말았다.


***


눈을 떴을 때는 주변이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분명 차에 치였지만 몸은 다친 곳이 없이 깨끗했다.


"이세계에 온 걸 환영한다."


어둠 속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누구시죠?"

"이세계의 관리자 중 한 명이지."


이세계라. 정말 있었구나. 웹툰이나 웹소설 혹은 애니에서 보던 이세계에 내가 오다니.


"이건 튜토리얼 같은 건가요?"

"이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알려주고 또 기술이나 아이템도 주는 곳이다. 꼭 살아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크거든."


다짜고짜 자신 있게 외쳤다.


"힐러가 하고 싶습니다."

"이곳은 너의 신체 능력이 반영된다. 탱커를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못 들은 척 다시 한번 외쳤다.


"탱커 말고 힐러를 하겠습니다."


이렇게 이세계에서의 힐러 인생이 시작되고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오늘까지만 탱커하겠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2.08.01 5 0 -
17 16화 22.07.25 39 1 11쪽
16 15화 22.07.23 9 1 12쪽
15 14화 22.07.21 18 0 11쪽
14 13화 22.07.19 25 1 11쪽
13 12화 22.07.18 24 1 12쪽
12 11화 22.07.17 22 0 11쪽
11 10화 22.07.15 26 0 11쪽
10 9화 22.07.14 28 0 12쪽
9 8화 22.07.13 32 1 12쪽
8 7화 22.07.12 38 0 12쪽
7 6화 22.07.11 46 1 11쪽
6 5화 22.07.10 55 1 11쪽
5 4화 22.07.08 63 2 12쪽
4 3화 22.07.07 76 2 12쪽
3 2화 22.07.06 104 1 12쪽
» 1화 22.07.05 138 1 11쪽
1 프롤로그 22.07.01 131 1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