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싸계 일탈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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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7.02 20:39
최근연재일 :
2022.07.0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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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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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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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노출 (2)

DUMMY

공중화장실 변기, 그 위에 쪼그려 앉아 한참을 훌쩍였어. 현자타임을 느낀 건 이게 뭐라고 못하는 걸까.도대체 뭐 대단한 일이라고 부끄러워 하는 걸까. 스스로도 한심해서 더욱 기운 차리지 못한 것 같아.하지만 언제까지고 기죽어 있을 순 없지.


"한정 캐릭터···"


그래, 내게는 뚜렷한 목표가 있고 그 길로 나아갈 이유가 있어.

그건 곧 나를 일으키는 힘이자, 다시금 바깥으로 향하게 하는 용기였지.


'(꿀꺽-)'


이번에는 돌핀팬츠만 입고 나갈 거야. 위에 치마는 덧대지 않을 거라고.


"어디서나 당당하게 걷기!"


그렇게 각오를 다진 후 칸막이 문을 열고 세면대 앞에 섰어.

훤하게 보이는 맨다리는 여전히 부끄럽지만 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해야만 해."


의식하지만 않으면 남들은 아무런 생각 안 하니까 가보자.

좋아, 고고고라며 자가 최면을 확실하게 걸었는데···


'(스윽-)'


반대편 남자 화장실로부터 사람이 나오는 걸 보았어.

그 순간 파직하고 매트릭스가 깨지더라고.


'(와다다닷!)'


곧장 얼굴을 붉히고 다시금 칸막이 안에 처박힌 나.

무리,무리,무리,무리···그 대사를 염불처럼 끊임없이 외웠어.


"흐아아앙!"


도대체 어떻게 해야만 남들 앞에서 맨다리를 보일 수 있는 거지?

애초에 부끄러움은 어디서 오는 거지?


"얼굴···얼굴이다ㅡ!"


반바지를 입어본 적이 없기에 낯선 경험에서 이질감을 느끼고, 이질감으로 인해 남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란 생각.이상하게 본다는 건 얼굴에 시선이 모이는 것. 즉, 얼굴을 가리면 전부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던가?


"이거야!"


화장실 칸막이 안에 처박힌 지 언 3시간째. 드디어 완벽한 방안을 찾아낸 거야.

그럼 이제 바깥으로 나가 얼굴을 가릴 무언가를 찾아야겠지.


"그전에 치마 좀 입고···"


일단은 화장실을 나와선 아파트 단지 안의 쓰레기 수거함을 살펴보았어.

가면 같은 게 버려져 있진 않을까란 생각이었지만, 생각은 생각이었지.


"···없네."


가면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버려진 상자만이 눈에 들어왔는데, 상자를 머리에 쓰고 다닐까? 라며 잠깐 혹할 뻔했지.상자를 쓰는 건 쓰는 건데, 시야는 어떻게 할 거야. 눈구멍을 뚫으려면 가위나 칼 따위가 필요해. 어디서 구하게?


"경비실···에 부탁할 붙임성이 있었으면 애초에 이 퀘스트를 어려워하지도 않았겠지."


이런저런 부가적인 조건이 붙어서 상자는 포기하기로 했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데 저만치에서 초등학교가 보이더라고.


"문구점이다!"


초등학교 앞에 있는 문구점. 이곳이라면 가면을 팔고 있지 않을까? 란 예감은 확실히 적중.모양은 다소 이상했어도 가면을 팔고 있긴 했어. 문제는 가격인데···


"오, 오천원···"


내 수중에 있는 돈은 국밥 한 그릇 사 먹을 배춧잎 한 장, 만원이 전부.

이 가면을 사게 되면 50%를 날리는 거야. 이래저래 본전도 못 찾는 격이라고.


"어쩌지···"


하지만 가면 없이 이 치마를 벗고 맨다리를 보여 줄 용기는 도무지 나지 않아.

지금은 피눈물이 흐를지언정 선택지가 없으니 따르는 수밖에 없겠지.


'(꿀꺽-)'


또 다른 문제가 있노라면, 가면을 사는 일이다.편의점에서 계산을 할 때도 죄인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고 도망치듯 빠져나오는데 문구점 주인을 어찌 부를까.


'(기웃기웃-)'


그렇게 앞에서 한참을 알짱거리며 물건을 훔쳐가려는 품새를 보이니 타앗.

누군가의 손이 내 어깨 위에 올라왔어. 곧장 소스라치듯 놀랐지.


"저기···"


"히이이이이이익!!!"


뒤를 돌아본 곳엔 문구점 주인으로 추정되는 아주머니가 서 계셨어.내가 소리를 지르자 당혹감이 묻어난 얼굴로 무언가 찾는 거 있냐고 친절하게도 질문해왔지.


"뭐 사려고요?"


"저기···그게···가, 가···"


"가?"


가까지는 외쳤는데, 면이라는 말이 왜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걸까.

가면 주세요. 가면이 필요해요. 생각하는 걸 이야기하라고, 이유미!


'(스윽-)'


응. 역시 말로 하는 건 불가능. 하지만 사지는 멀쩡하게 태어났기에 손가락으로 가면을 가리켰어.그러자 문구점 주인이 아~하며 고개를 끄덕였지.


"가면 사려고요?"


끄덕끄덕. 헤드뱅잉 하는 락커처럼 격렬하게 고개를 흔드는 나.

다소 당황한 듯 보였지만 문구점 주인은 오천 원이라며 친절하게 가격까지 안내해줬어.


"여,여···여기요."


고개를 푹 숙인 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돈을 건넸지.

성공적으로 가면을 건네받고 높은 산을 넘었단 성취감에 인근 벤치에 앉아 있었단다.


"좋아, 슬슬 해볼까."


해가 지기 전에 끝내고 돌아가서 맛있는 저녁밥을 먹자.

처음으로 지정했던 장소인 공원으로 향했어.


"여전히 사람이 있네."


이젠 가면도 썼고 부끄러울 게 없으니 치마 후크를 풀기만 하면 돼.

이 후크를 풀면 돌핀팬츠를 입은 내가 있으니 그걸 사진으로 남기면 되는거라고.


"후우···"


좋아, 가보자고 생각하며 허리춤에 손을 올렸는데 움찔.

아직 이성이 남아있던 탓일까? 치마를 벗는 게 영 쉽지만은 않았어.


"이 손을 놓으면 되는 건데···"


후크는 풀었고 손만 놓으면 되는 건데, 나는 왜 이 손을 놓지 못하는 걸까.

지킬과 하이드처럼 돈을 받으려는 나와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려는 내가 싸우는 건가?


"으으."


어이, 뭐 하는 거야! 빨리 손을 놓고 사진을 찍어.

이 순간을 온종일 기다려왔잖아.


"그, 그렇게 말해도 몸이 거부한다고!"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스스로도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자 고구마 500개.

보고 있던 신조차 답답했는지 내게 약간의 도움을 주었어. 그건···


'(쉬ㅡ이ㅡ잉!)'


갑작스럽게 불어닥치는 강풍. 나도 모르게 손을 놓아버리고, 치마는 저멀리.

나무 위에 올라가선 강제로 맨다리를 보이게 됐는데.


"···!!!"


이거 가면을 쓰고 있어도 엄청 부끄러워. 사진이고 나발이고 당장에 얼굴에 오른 열로 죽을 것만 같다고!


"치,치,치마!"


사진을 찍는 건 후순위로 미루고 일단은 치마를 회수하려고 했어.

그러나 나무 위에 올라가선 아무리 손을 뻗어봤자 닿을 리 없었지.


"음?"


가면을 쓴 여자가 나무 위를 바라보며 허우적거리자 시선을 끌었던 걸까.

주변을 돌아다니던 경비 아저씨가 내게 말을 걸어왔어.


"아가씨, 뭔 일 있어요?"


"···!"


치마가 나무 위로 올라가 버렸다 라고 설명해야 하는데, 이게 말이 나오지 않아서 손짓만 허우적.마치 수화하는 사람처럼 격렬하게도 움직였어.


"아, 저거?"


그러나 짬밥은 허투로 먹은 게 아니지, 경비 아저씨는 대충 알아듣고는 자기가 꺼내주겠다며 기다란 나무막대를 가져왔어.


'(스윽-)'


그렇게 한번에 캐치해서 내게 건네주는 거 있지? 감사하다며 90도로 고개를 끄덕이는 그 순간···


'(쉬이이잉──!)'


다시금 불어닥치는 강풍. 이번엔 뚝하고 가면을 이은 줄이 끊겨선 맨얼굴이 드러나고 만 거야.


"아,아,아아아···"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장소에서, 익숙지 않은 옷을 입고, 맨다리로, 얼굴을 공개해버린 나. 정말···정말 아무렇지 않은 건데 내 의지가 조금도 섞이지 않았단 사실이 자존감을 확 갉아먹어선 순식간에 마이너스로.


"흐아아아앙!!!"


사진이고 나발이고 곧장 뛰쳐 와선 내 방 베갯잇에 얼굴을 파묻었어.


"반응을 보아하니 하고 오긴 온 모양이군···"


인증샷은 없었지만, 한참을 질질 짜는 모습을 보곤 엄마는 후에 용돈을 주셨지.

돈 벌기 힘들단 말을 철저히 깨닫고 온 날이었단다.


작가의말

돈은 벌기는 어렵지만 쓰기는 쉽죠. 그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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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외 노출 (2) 22.07.04 70 0 8쪽
2 야외 노출 22.07.03 85 0 9쪽
1 프롤로그 22.07.02 8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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