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수많은 방송국 러브콜을 거절한 김석진의 선택은 개인방송?]
[연예인 최초 개인방송 진출!]
[방송시작 5분만에 1등 BJ등극!]
[뉴튜브로 채널을 개설한 김석진 노래,요리,게임방송까지?]
[Show Time슈즈 광고모델 더걸스로 확정]
ㄴ 이번엔 또 왜 저러는데 그냥 텔레비젼에 나오지 굳이 찾아가게 만드냐
ㄴ 윗분 찾아가긴 할껀가봄? 큭큭
ㄴ 요리 영상도 의외로 퀄리티 있음
ㄴ 역시 연예인 버프 장난 아니네 시작한지 5분만에 1등했다고? 1등하면 뭐 상금이라도 주나?
ㄴ 근데 Show Time은 광고를 굳이 왜 함? 거기는 얼짱들이 광고모델 아니였나?
ㄴ 기사 끝까지 안 읽냐! 옷 말고 Show Time 슈즈 광고라 잖아
***
"해주세요 해봐"
JTP사옥 석진을 내려보며 팔짱을 끼고 회의실에서 뻣뻣한 자세로 더걸스의 소이가 말하자 멤버들은 물론 매니저까지 그녀를 말렸다.
"제발 가만히 좀 있어 소이야"
"괜히 나대지 말고 숨만 쉬라구"
웃는 얼굴로 입을 꾹 다문 채 복화술을 시전하는 더걸스의 멤버들이 소이의 입을 틀어막고 방실방실 웃었다.
"큭큭 옌 여전하네, 그럼 부장님 시작 하시죠,"
예전과 변함이 없는 소이를 보자, 석진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같이 온 송지헌 홍보팀 부장에게 바톤을 넘겼다.
"광고 컨셉은 우리 Show time 스튜디오와 같이 만들 예정이구요. 더걸스분들은 한강에서 런닝하는 컨셉으로 진행 하게 될껍니다. 우리 스튜디오 애니메이터들이 여러분의 모습을 똑같은 캐릭터를 만들어 오버랩 시킬예정입니다. 혹시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송지헌 부장은 가져온 만화를 보여주며 전체적인 광고 구도를 설명하자 구석에 포박되어 꿈틀거리던 소이가 또 한번 손을 들었다.
"부장님!! 혹시 다리 10cm정도만 늘려서 그려주실 수 있어요?"
"죄송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여러분들이 런닝 하는 장면을 그대로 오버랩 할 예정이기 떄문에 신체조건 역시 똑같이 그릴 수 밖에 없습니다.
송부장의 설명에 주변에서 키득키득 소리가 들렸는데 유독 석진의 웃음 소리가 컸던 탓에 옆에서 소이가 째려봤다.
"더 궁금 하신점이 없으시다면 바로 시작 하도록 할까요?"
"네!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오랜만에 JTP 대표실로 이동했다.
"형 고마워 더걸스 스케줄 비워줬다며요?"
"고마우면 우리 애들 이쁘게 잘 찍어주면 된다."
무덤덤하게 말하는 것을 보니 뭔가 평소답지 않았다.
"광고야 당연히 이쁘게 잘나오죠~ 근데 무슨 고민있어요?"
친근하게 박준택의 어깨를 주무르며 묻자 불쌍한 표정으로 석진을 바라보곤 한숨을 쉬고 다시 엎드렸다.
"거참 궁금하게 안 알려주면 나 안가!!"
쇼파에 드러눕자 눈치를 살짝 보더니 조심스럽게 본론을 꺼냈다.
"내가 몇 년 전부터 열심히 키운 친구가 있는데 데뷔곡이 도저히 생각이 안나 간만에 네가 실력 발휘 좀 해주면 안될까??"
알고 지낸지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항상 아랫사람 부리듯 막대하지 않고 정중하게 부탁하는 이 형은 석진의 롤모델 이었다.
"겨우 그런 얘기로 뜸을 들여요! 다음부터는 그냥 시켜요 형이랑 나랑 그거밖에 안돼?"
"으흑 석진압!!"
어지간히 감동한 모양인지 끌어 안고는 볼에 뽀뽀 세례를 해댔다.
"웩! 뭐하는 거야!!"
"해줄꺼지? 해줄꺼지??"
"알았어요~ 할께요. 그럼 애들 상태부터 좀 볼까요?"
JTP데뷔조 연습실에서 4인조 그룹이 춤 연습을 하고 있었다.
'어? 수진이네?'
-짝짝짝!
박준택 대표는 박수를 치며 연습생들을 한 곳으로 모이도록 하게 하고 길게 끌거없이 순서대로 노래를 부르게 시켰다. 총 4명의 여성그룹 순서가 돌아 수진 차례가 되자 오랜만에 김석진 작곡가로 돌아갔다.
"수진씨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고음 부분에서 음정이 불안해보였던 수진, 다가가 그녀의 복부와 목에 손을 대자 모두가 놀랬지만 박준택이 손을 올려 모두를 제지했다.
"다시 불러 보세요"
-그대는 너무 달라요오....
내가 본 어느 눈빛보다↗ 날 기대하게 해
과도한 긴장 탓에 그녀의 호흡이 많이 흐트러지는 수진,
원인은 실력의 문제가 아닌 심리적인 부담이었다.
"그냥 바로 녹음실로 가죠"
"응? 이대로 가도 괜찮겠어?"
어안이 벙벙한 박준택이 물었지만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대표님 혹시 회사에 청심환 있어요?"
"어? 있지, 줄까?"
"네"
오랜만에 도착한 작업실 문을 열었다. 이젠 석진의 개인 작업실이 쇼타임에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작업실은 최아현 프로듀서의 방이였다.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최PD님"
"그러게요 오랜만이네요."
간만에 보는 인사에도 여전히 최이서 프로듀서는 석진을 떨떠름하게 쳐다봤다.
'정말 그렇게 내가 싫은가..?'
"다들 녹음실로 들어가세요. 바로 녹음 합시다."
작업실 오자마자 파일이 있을리가 없었을 텐데 바로 녹음실로 밀어 넣는 석진을 보며 박준택이 물었다.
"뭘 녹음하게??"
"뭐긴요 타이틀곡이죠"
"그게 어딨는데?"
박준택의 물음에 손가락으로 모니터를 가리켰다.
"메일에 저장 해 놓은 곡 있어요"
"야.. 아무리 그래도 쟤들 데뷔곡인데 오늘 목소리듣고 이미 만든 곡으로 타이틀 곡을 결정하는 건 아니지 않냐..?"
"다른 사람은 모르겠는데 수진씨는 예전에 개인적으로 곡 주기로 약속했던 적 있어요. 저 원래 할일 안 미루잖아요? 하하"
이메일에서 수진의 그룹 미쓰비의 나쁜 여자 좋은 여자를 다운 받아 악보를 만들어 박준택에게 보여주었다.
"어때요?"
10분간 말 없이 흥얼거리던 박준택, 미쓰비는 제발 이 곡을 타이틀 곡으로 해주기만을 두손모아 기도했다.
"후우.. 진짜 넌 매번 날 놀라게 하는구나.."
장난스럽게 윙크를 하는 석진이 미쓰비 멤버들에게 손짓했다.
"들으셨죠? 자! 다들 집중 합시다. "
"네!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나 힘차게 말했던 것과는 다르게 JTP의 명물 데뷔조 울리기 전통은 미쓰비 멤버들도 피해 갈 수 없었다.
"하기 싫어요? 대충 할까요?"
"아닙니다! 정신 차리겠습니다!!"
"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주세요. 계속 아마추어처럼 굴꺼에요?"
과정은 힘들테지만 결과 하나만큼은 보장된 디렉터이기에 이제 석진의 디렉방식에 대해 그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한다.
그 모습은 젊은 날 박준택보다 정중하면서 더 집요하게 완벽함을 추구했다.
***
"일어나!"
"신어!"
"뛰어!"
"지금부터 쇼타임이야! 레츠 고오!!"
스포츠 브라에 레깅스를 입고 더걸스의 멤버 한 명씩 카메라에 들어오며 집에서 뛰쳐나갔다.
멤버 별 아침부터 석양이 지는 시간까지 순서대로 한강을 향해 런닝 하는 씬을 풀샷으로 담아내며 멋진 그림이 찍혔다.
그리고 뒷따라 달리는 이쁘고,잘생기고 앳된 학생들의 모습이 카메라 안으로 들어왔다.
"대표님 잘 나오기는 했는데 이렇게 인원이 많을필요가 있을까요? "
"그림 잘 나왔으면 됐죠~ 아 그리고 이걸로 엑스트라 출연했던 연습생 친구들 다같이 회식해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촬영을 마치고 벤에서 쉬는 더걸스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고마워요. 모두가 잘해준 덕분에 촬영이 금방 끝날 수 있었어요"
"아닙니다 PD님 아니..대표님! 저희가 더 감사하죠 하하"
"맞아요! 촬영 환경도 잘 배려해주셨고 무엇보다 카메라에 정말 이쁘게 찍혀서 기분이 좋아요"
모두가 훈훈하게 덕담을 주고 받는 와중에 소이는 석진에게 시선도 주지 않았다. 오전 회의 때 웃었던 걸 아직 마음에 품고 있는 모양이다.
"소이도 고생 많았어~"
"야야 뭐하냐아~"
정말 하기 싫다는 얼굴의 소이, 갑자기 가방에서 검은 봉지 하나를 꺼냈다.
"이거"
'어? 이거는...'
"와....얘봐라? 과자 종류도 그대로네? 돈도 잘 벌면서 치사하게 이럴꺼야?"
"나보다 훨씬 돈도 많이 버는 놈이..."
궁시렁대자 또 한번 선희가 옆구리를 찔렀다.
"아왜에!"
"에휴.. 하여간 눈치는 빨라가지고...."
"뭐가!"
"곡 나왔어 더걸스꺼"
갑작스럽게 꺼낸 곡 얘기에 더 걸스 멤버들이 화들짝 놀라며 환영했다.
"아이 대표님 거기 서 계시지 마시고 들어오세요 어서요!"
"아..아니 괜찮습.."
벤 밖에서 대화 하던 석진을 급하게 안으로 납치(?) 한 더걸스 멤버들,
하는 수 없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더걸스 이번 타이틀 곡을 재생시켰다.
"제가 가이드 보컬만 했으니 여성키로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I want nobody nobody but you I want nobody nobody but you 난 다른 사람은 싫어 니가 아니면 싫어 I want nobody nobody nobody nobody
흥겨운 인트로와 귀에 쏙쏙 박히는 가사 덕분인지 멤버들의 표정이 환해졌다.
-Back to the days when we were So young and wild and free 모든게 너무나 꿈만 같았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데 왜 자꾸 나를 밀어내려 해
마지막 랩파트까지 멋있게 마무리 되자 더걸스의 멤버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특히 소이가 유독 기뻐하는 모습에 조금 놀랬다.
"제목은 아무도입니다. 여러분들이 잘 소화 해내실거라 믿겠습니다. 아쉽게도 이번 녹음은 박준택 대표님이 디렉팅 하실겁니다."
멤버들의 표정에서 묘한 기쁨이 보였지만 외면해주었다. 허나 소이만큼은 단호하게 말했다.
"안돼 시작했으면 네가 끝까지 책임져"
갑작스러운 폭탄발언, 멤버들 모두가 서둘러 그녀의 입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나버린 후였다.
"왜? 박준택 대표님이 나보다 더 잘하시잖아?"
"누가 그래? 대표님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네가 해!"
"후회해도 모른다?"
"예전에 대표님이 가수는 노래만 생각하면 된다고 했어 특히 앨범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임해야 한다고"
성격이 거칠어서 그렇지 누구보다 자기 직업에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는 녀석을 보니 괜히 뿌듯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물론 남은 더걸스의 멤버들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였지만 말이다.
"수민아 억지 부리면 안돼! 대표님이 얼마나 바쁘신분인데!"
"그래 그래 대표님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런 결정을 하셨을꺼야!"
급하게 만류하는 멤버들을 향해 소이가 호통 치자 순식간에 분위기는 차가워졌다.
"다들 정신 안 차릴래? 우리가 아마추어냐고! 고작 PD가 무서워서 미완성의 앨범으로 컴백할 셈이야?"
"그..그게.."
확실히 일리가 있었기에 더걸스 멤버들은 더 이상 반박하지 못하고 석진에게 정중히 부탁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였지만, 이번에도 소이를 봐서 더 걸스에게 특별히 기회를 주기로했다.
"얼마전 미쓰비 녹음 소식 들으셨죠? 저 아직 그대론데 괜찮겠어요?"
괜찮을리가 없다. 오히려 그 소문을 가장 먼저 접한 사람들이 바로 더걸스였으니까 하지만,
-네..괜찮습니다.
"그럼 오랜만에 목 좀 풀어두세요. 저도 이제 본격적으로 다시 복귀 시작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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