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화
소닉 뮤직 본사에서 박준택과 함께 'Maybe' 노래의 계약서작성을 마친 석진,
-띠리리
"예 이사님 무슨 일 있어요?"
"대표님 드디어 저 수아씨와 결혼합니다."
"정말이요? 축하합니다. 이사님"
둘이 잘 만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만난지 1년도 되지 않아서 결혼 소식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그게 아무래도 이번 주 내로 결혼식을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평소 답지 않게 망설이며 말을 하는 진현모 이사가 의아했는데,
"이번 주요? 그렇게 갑자기 하신다구요?"
"예.. 부끄럽지만 수아씨가 임신을 해서 말이죠 혹시 대표님 미국에서 언제 쯤 돌아 오실 수 있으십니까?"
미국에 있는 게 단순히 바캉스가 아닌 비지니스임을 잘 알기에 평소보다 더 조심스럽게 묻는 진현모,
"걱정 마세요. 그렇지않아도 오늘 안에 바로 들어갈 생각이였습니다.
아!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데 신혼 여행지 어디 갈지만 미리 상의하고 제게 알려주세요."
"신혼 여행지요? 아..알겠습니다. 그럼 한국 들어오시면 연락 주십시오."
"예 이사님 축하드립니다~"
전화를 끊고나자 박준택이 물었다.
"이사님 결혼하신데?"
"예 죄송하지만 쇼타임 레이블은 형이 좀 도와주셔야할것 같아요."
"맨입으로?"
'그럼 그렇지,'
"뭘 원하십니까요?"
"결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나중에 내 축가나 불러줘"
"잉? 고작?"
"짜식이 고작이라니, 이래 봬도 엄청난 후보들을 제치고 말하는거라고~"
생각보다 간단한 부탁에 오케이 싸인을 한 뒤,
"알았어요. 그럼 전 이만 한국 들어가볼게요."
***
한국 행 비행기를 타고 오는 와중에도 Show time 엔터테이먼트는 별도의 회의가 진행되고있었다.
"미국이요?? 저.. 꼭 가보고 싶습니다.."
조심스럽게 손을 드는 한예슬 비서가 주변의 눈치를 보자 JTP에서 파견 나온 최아현 프로듀서도 같이 손을 들었다.
"아현 선배 괜찮겠어요? 박준택 대표님 안 계셔서 JTP도 많이 바쁠텐데.."
"그래서 가는거야 가서 꿀 좀 빨다 올란다. 그리고 여기에서 내가 가장 그쪽 사정 잘 알껄?"
"그래도.."
미국과 직접 컨택하며 박준택의 서포트를 해왔던 그녀가 확실히 이번 미국 레이블 설립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였다.
"그럼 결정 됐네 한비서와 최PD가 현지가서 레이블 만들고 인원 충원하고 난 뒤에 복귀, 체류 비용은 전부 Show Time 엔터테이먼트에서 책임 질테고 앞으로 JTP에서 해외 진출시에 Show Time 레이블에 우선적으로 계약 하는 걸로 끝 맞지?"
진현모 이사가 상황을 정리하자 고개를 젓는 최아현 프로듀서가 단호하게 말했다.
"JTP가 해외 진출시에 Show Time 레이블에 우선적으로 계약 하는 게 아니고 Show Time 레이블이 우선적으로 받아 줘야 하는 겁니다."
"그게 차이가 있는 건가요?"
"물론이죠 가수마다 또는 곡의 장르마다 어울리는 레이블들이 미국에 널렸습니다. 그 중 가장 아티스트에게 맞는 레이블과 계약하는 것이 통상적이죠, JTP가수가 미국 진출 시 다른 레이블과 계약이 불가 할 경우에 Show Time 레이블에서 해당 가수를 우선적으로 받아줘야 하는 사항입니다."
한국의 엔터테이먼트 회사와 확연히 다른 비지니스 방식에 진현모이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계약 내용을 수정 한 후 회의가 끝이났다.
"선배 고마워요 가서 무슨 일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휴가를 써서라도 날아갈게요"
해맑게 웃는 이 남자 생각해보면 매번 이랬다.
최아현 프로듀서에게 항상 갈굼만 받아 온 권태웅, 다른 사람들은 본인을 질려하며 떠나갔겠지만 이 남자 만큼은 단 한번도 자신을 외면 한 적 없었다. 사실 그가 회사를 떠난다고 했을 때 엄청 말리고 싶었지만 하찮은 자존심과 빌어먹을 체면 때문에 그를 잡지 못했다.
'아니 잡았더라도 태웅이는 떠났을지도..'
"한잔 할래?"
처음 권해보는 술자리임에도 권태웅은 단 1초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좋아요"
같이 회사 다니면서 단 한번도 개인적으로 만남을 가져 본 적 없었던 두 사람,
"나 좀 마신다?"
***
[신랑 진현모 신부 강수아]
강남에 진서 호텔에 가장 거대한 웨딩홀에 다양한 하객들이 모여 있었다.
"많다 많아 이걸 언제 다 받냐..이거 알바비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그보다 돈 받는 사람들 언제 오는 거야? 이러다 우리가 진짜 다 하게 생겼어!"
김상수와 강민창이 하객 예식장에서 받은 식사권을 세며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야 너도 좀 거들어!"
묵묵히 대사를 외우고있는 석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신랑 진현..진형모군과 신부 강슈아양의.. 아씨 이름 되게 어렵게들 지었네 쉽게 좀 짓지!"
"너 지금 우리 큰 아빠 디스하냐?"
사회자 멘트를 달달 읽고 있는 석진을 보며 놀리는 민창이를 깔끔하게 무시하고 시험을 코 앞에 둔 수능생 처럼 계속 같은 구간을 읽어나갔다.
"신랑..진형.현모.. 신부 강수아..."
"됐다 됐어 그냥 읽어 건방지게 외우려고 들지 말고"
"쟤는 똑똑하진 않은 것 같은데 어떻게 공부를 잘했던거지?"
결혼식 시작 30분 전이 되자 하객들이 하나 둘씩 들어 오기 시작했고 신랑측과 신부측에 돈봉투 받아 주는 지인들이 오자 우리는 마음 편히 예식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게 왜 사회를 본다고 나대서 사서 고생을 하냐?"
"놔둬 이번 한번 해봤으니 다음에 우리 할때도 해주겠지 큭큭"
가운데 손가락을 뻗고 사회자 테이블로 이동한 석진이 깊게 한숨을 쉬곤 진행을 시작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지금부터 신랑 진 현 모 군과 신부 강 수 아 양의 성스러운 예식을 거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에식장에 모인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자 실수 없이 진행 한 것에 우쭐대지않고 다시 집중했다.
"그럼 본격적인 예식에 앞서서 사회자 소개를 시작하겠습니다. 두 사람과의 특별한 인연으로 이 자리에 서게 된 저는 현재 Show Time 온라인몰 , 슈즈 , 스튜디오 , 엔터테이먼트 , 미디어의 대표이자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작곡가 겸 가수로 방송국 예능 PD들 사이 에서는 시청률의 귀재라 불리며 몇몇 예능 프로그램을 빛냈습니다. 저에 대해 궁금 하신 점이 있으시다면 정강이팍 도사 24회,25회,26회를 시청해 주시면 알기 쉬우실 겁니다. 참고로 정강이팍 도사에서 유일하게 3회 게스트라는 점 다시 한번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구요. 마지막으로 제 이름은 김석진입니다. 이제 제게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쳐주셔도 좋습니다."
-하하하 짝짝짝!! 대표님 최고에요!!
어느새 긴장감을 날려버리고 평소의 모습대로 주절주절 개소리를 시작하자 하객들 역시 즐거워 하고있었다.
"자 신랑 진형모..아니 현모군 입장!...."
*
길었던 결혼식이 끝이 나고 집에서 녹초가 되어버린 석진,
'아오... 죽것네.. 좀 쉬자'
"잘하던데? 내 결혼식에도 부탁한다?"
상수가 지나가는 말로 던진 말이지만 석진은 이번기회를 통해 자신이 사회보는 것에 재능이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절대.. 다신 사회 안 볼꺼야.. "
"그나저나 누나가 그러던데 네가 신혼 집 마련해줬다면서?"
"뭐래 내가 돈이 어딨어 진 이사님이 마련했겠지.."
얼렁뚱땅 시선을 회피하는 석진을 유심히 지켜보는 민창이가 전화기를 들었다.
"어 누나 집이 어디라고? 뭐? 성북동? 150평? 50억!!??"
"구라치지마 50억은 아니야 24억이지!!"
전화기를 뒤집어 배경화면만 떠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강민창, 이내 예상치 못한 액수에 동공이 확장되었다.
"24억이라고!!!??!??"
'다른 놈도 아니고 강민창 유도심문에 걸려들다니.. 내 불찰이다!'
"우와 우리 대표님 클라쓰가 보통이 아니라예!!"
"하모하모예 이래뵈도 Show Time 온라인몰 , 슈즈 , 스튜디오 , 엔터테이먼트 , 미디어의 대표이자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작곡가 겸 가수로 방송국 예능 PD들 사이 에서는 시청률의 귀재라 불리며 몇몇 예능 프로그램을 빛낸 위인 아입니꼬?"
노골적으로 비아냥 대는 이 둘을 피하려고 할 때 현관벨이 울렸다.
-띵동 띵동
"왔나 보다 일어 난 김에 얼른 가봐"
"누구세요?"
"저희예요!!"
현관문에서 반갑게 손을 흔드는 두 여자, 바로 황희연과 이채원이었다.
평소에 더블데이트를 자주 한다더니 어느새 둘은 친해진 모양인지 사이가 좋아보였다.
-철컥!
또 이 두 커플들이 얼마나 염장을 지를지 벌써부터 짜증이 나기 시작했기에 조용히 작업실로 내려갔다.
***
"어머 이걸 대표님이 전부 짰다구요?"
보기 쉽게 한 장에 요약해서 정리한 신혼 여행 계획표에 강수아는 물론 진현모 이사 역시 굉장히 놀라 있었다.
"처음에 하와이나 가서 휴양이나 즐기다 올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수아씨와 제가 만난 기간이 짧다보니 제대로 된 데이트 한번 못해 봤잖습니까 대표님에게 그런 부분을 얘기하니 이렇게 일정표를 만들어 주시더라구요"
일본 현지인 조차 몰랐던 최단 루트로 관광지를 가는 순서부터 붐비는 시간 그리고 맛집이면 맛집 관광지면 관광지!
'도대체 이 사람 정체가 뭐야?'
심지어 지친 몸을 풀어줄 이색적인 료칸까지 노천탕을 즐기며 저녁으로 가이세키 요리를 먹었다.
"저...아무래도 여행 중독이 될 것만 같아요. 지금 너무 행복해요"
신혼여행으로 무엇하나 불편함 없었던 퍼펙트 플랜이였다.
"저도 살면서 이렇게 여행이 즐거운 건지 처음 알게 되었네요. 늦었지만 앞으로도 우리 자주 놀러 다닙시다."
중독 중에 가장 건전하면서 삶의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중독은 '여행 중독'이 아닐까? 중독이라는 표현이 전혀 강하지 않을 만큼 여행이 주는 매력은 한번 빠져 본 사람들만 알 수 있는 특별함이 있었다.
"행복하게 삽시다. 여보"
"잘 부탁해요 여보"
마치 석진의 부모님 김주원과 한수연처럼 이 부부도 꽤나 잉꼬 부부가 될 확률이 높아보였다.
***
대한민국 대표 게임채널 MDC GAME 스타 프로리그 작가 회의실은 고민에 빠졌다.
"다들 EVER2 스타리그 결승전 뭐 아이디어 없어?"
"아이디어라고 할게 있을까요? 어차피 결승전이 메인이벤트인데,"
"이번 스폰서가 지원을 빵빵하게 해줄수 있다는데 외국 가수나 초빙해볼까요?"
펜을 굴리는 천수진 팀장,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그런거 말고 국내에서 진행하는 이벤트니까 국내 유명 가수나 MC를 섭외해야 의미가 있지, 이름도 모르는 외국 가수 데려와봤자 무슨 홍보가 되겠어?"
틀린 말은 아니다. 스타크래프트를 보러 오는 관중들 대부분의 연령대는 10~20대 사이일텐데, 30대들이 알만한 외국 가수를 데려와봤자 돈지랄밖에 안될테니,
"저...혹시.. 이 사람은 어떠세요?"
막내 작가 오민주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노트북을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예전 정강이팍 도사에 출연해 화제가 되었던 석진의 개인방송 화면이 나오고있었다.
"그래봤자 연예인이지! 이 사람 래더가 몇 인데?"
그러나 오민주 작가 입에선 의외의 대답이 들렸다.
"2300이요."
"2...2300?? 연예인이? 어뷰징아니야?"
"전부 개인방송에서 찍은거래요."
"오... 점수가 딱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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