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화
결승 무대 홍보영상에서 봤던 그 가슴 떨리는 인트로를 들은 관중들은 하나같이 깜짝 놀랄수 밖에 없었다.
-I won't suffer, be broken, get tired, or wasted
난 고통받지도, 무너지지도, 무언가에 지치지도, 약해지지도 않을거야
Surrender to nothing, I'll give up what I
(쓸데없이 날 옭아매는)별것 아닌 것 따위야 그만둔 다음, 내가 시작했던 것을 포기하며
천천히 무대위로 모습을 들어내는 석진을 보며 준비된 곡이 아닌 라이브임을 증명하자,
-이걸 라이브로 부른다고?
-장난하지마 진짜 이건 너무... 완벽하잖아!!
물론 석진의 음원을 불렀어도 호응은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곳에 주인공은 마이크를 잡은 석진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Started and stop this, from end to beginning
이 모든 것을 멈추겠어. 끝에서부터 다시 시작 하는 셈이지
A new day is coming, and I am finally free !!!
새로운 날이 오고있어, 비로소 난 자유가 돼
"저 미친새끼가 우리 친구라니.. 허참.."
"진짜 가수 안됐으면 어쩔뻔했냐?"
'thirty seconds to mars'에 빙의라도 한것처럼 무대위에 서있는 남자,
그의 세계는 지금 이곳에 멈춰있는 듯 모두를 몰입시켰다.
-와...씨 소름봐 노래 잘 부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진성 롹커잖아?
-어떡하지.. 나 눈물 날려고해!!
무대 뒤 스크린에서는 지금까지 이 결승에 진출하기 위해 사투를 펼쳤던 선수들의 경기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갔다.
그리고 최종까지 살아남은 두 선수 중 마주작에게 바치는 장송곡이 클라이막스에 다달았다.
-Run away, run away, I'll attack
날 떠나, 안 그럼 내가 네 삶에 다시 침범하게 될거야
Run away, run away, go chase yourself
얼른 날 떠나, 썩 꺼져버리란 말이야
Run away, run away, now I'll attack I'll attack, I'll aa-WHOOOAAAAAAAAA~
날 떠나지 않으면 네 삶이 다시 힘들어 질꺼야, 힘들어질거라고
찢어질듯한 고음과 동시에 지금 석진이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모든 관중들이 느낄 수 있을만큼의 날것 그대로의 전율 그 자체였다.
'조금만 더 쥐어짜서..!'
-Run away, I'll attack, I'll attack,I'll aa-WHOOOAAAAAAAAA
날 떠나지 않으면 네 삶이 다시 힘들어 질꺼야, 힘들어질거라고
Your promises (promises, promises)
네가 했던 약속들은...
충격적인 노래가 끝이 나자마자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듯,
관중부터 스탭까지 이 순간만큼은 세상이 멈춰버린것처럼 고요했다.
"크흠! 반갑습니다. 가수 김석진입니다."
-꺄아아아악!!!!!
-최고야! 진짜 와줘서 고마워!!!
-형!! 믿고 있었다구!!
"감사합니다. 주최측에서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셔서 덕분에 저도 꿈만 같은 무대에 올라올 수 있게 되었네요. 첫 번째 곡은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thirty seconds to mars'의 어택이라는 곡이었구요. 이번에는 제 정규앨범 'Revolution(혁명)'을 들려드리겠습니다."
결승전 무대에 섭외가 오자마자 번뜩 떠오른 아이디어 덕분에 기존에 준비했던 타이틀곡을 전면 수정해서 만들어진 'Revolution',
발표하기 이보다 더 적합한 장소는 없다고 생각했다.
-어릴적 내겐 특별한 꿈이 있었지
누군가에게 특별해지기 위해
자신에게 감동하기 위해
그 어느 노래보다 인간 김석진의 스토리,
-노력이라는 순수한 힘은
세월이라는 이름앞에 오염되어버렸지
지금 내게는 혁명이 필요해!
눈 앞에 이상보다 현실을 쫓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작은 메세지.
세상 어떤 생물보다 자유로워야할 인간이지만,
인간이기에 스스로가 만든 작은 새장속에 갇혀있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변화, 그러나 결과는 '혁명'처럼 인생을 바꿀수도 있다.
-사치야 지금 네가 하는 생각
잔치야 우리가 원하는 결말
가치야 도전해본자만의 환희
WOO-WHE-OH WOO-WHE-OH WOO-WHE-OH!!
멜로디부터 가사까지 성장 만화 주인공을 연상케해 마치 결승전을 위해 만든 노래처럼 절묘하게 김택영 선수와 매칭되어 보였다.
"저 새끼 지금까지 노래부르고 싶은 걸 어떻게 참았대?"
"그러게 저렇게 방방 뛰면서 노는 거 오랜만에 보네"
진심으로 행복해 하는 표정의 석진을 바라보는 두 친구처럼 관중들도 마찬가지의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하아.. 중독 될것같은 이 기분 오랜만이야'
그 누구보다 무대위가 행복한 사람,
그곳이 예능이 되었건,
그곳이 다큐가 되었건,
지금의 모습이 저 남자의 삶이었다.
***
무대를 끝마친 석진의 예상대로 결과는 김택영의 3:0 완승!
전생과 변함없이 3월 3일에 일어난 김택영의 뜻깊은 '3.3혁명'을 기념하는 날이 되었다.
"와.. 진짜 김택영 미쳤다.. 드디어 프로토스에 시대가 오는 건가..?"
"같은 팀에 임요헌이 있다더니 전략가로써도 훌륭하네 그치않냐? 석진아?"
둘의 대화에도 흐뭇한 얼굴로 김택영 선수를 바라보는 석진, 곧이어 우승자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우선 저를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MDC 히어로즈 감독 코치진분들께 이 영광을 돌리고 싶구요. 아..그리고 막내의 시합을 위해 매일 밤낮으로 도움을 주신 우리 히어로즈 선배님들에게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김택영! 김택영! 김택영! 김택영!
환호하는 팬들의 응원에 평소 자신의 감정을 잘 들어내지 않는 그에게서 닭똥같은 눈물이 떨어졌다.
-울지마! 울지마! 울지마!
"크흠!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결승전을 준비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주셨던 이 앞에 앉아계신 김석진님에게 이 영광을 돌리도록 하겠습니다!"
뜬금없이 결승전 소감에 오프닝을 맡았던 가수에 이름이 호명되자, 스포트라이트가 제일 앞에 앉은 석진과 두 친구에게로 집중되었다.
"그게 무슨 소리죠? 설마 오프닝 때문에..?"
"아뇨 오늘 여러분들이 보셨던 전략은 가수 김석진님의 개인방송에서 참고한 전략입니다. 몇가지 살을 더 붙이기는 했지만 이 전략의 원조인 분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거 놀라운데요? 그럼 설마 공업 커세어에서 다크로 이어지는 전략을..."
"맞습니다."
순식간에 프로도 인정하는 수준급의 유저로 평가받게 된 석진,
김철만 캐스터의 손짓으로 결국 무대위까지 올라오게 되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아..그러니까 그게..."
***
예상했던것보다 스타리그 결승전의 여파는 상당했다.
우승자가 인정한 전략가이자,
스타리그 역대 최고의 오프닝으로 손꼽을 공연,
예정에 없던 정규 앨범 발표까지,
[공부1등,가수1등,방송1등 이제는 게임까지!? 그의 욕심은 어디까지!?]
[이번 EVER2스타리그 결승전 이후 10대 청소년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케이블 음악방송까지 올킬!]
[소속가수 블랙엔젤을 뛰어넘는 팬층을 가진 기획사 대표가 있다?]
*
[대표와 순위 경쟁해야하는 인피니티 멤버들, 그 심경을 인터뷰 해보았다!]
Q - 소속사 대표와 상의 된 일입니까?
A - 예.. 말씀해주시기는 했지만 설마 저희가 질거라고는...
Q - 수상 후 대표와 따로 나눈 이야기라도 있을까요?
A - '미안하게 됐다. 다음 앨범은 더 신경써줄께'였습니다. ㅠㅠ
Q - 대표가 소속 가수를 밀어내고 1위를 차지한 사건에 대해 팬들의 반응이 미지근하던데 이유라도?
A - 그럴일은 없지만 팬들이 대표님에게 허튼 마음을 먹었다가는 아마 곡 자체를 안 주실껄요? (야 이도민! 내가 언제 그랬어!)
Q - 대표님이 보시는 가운데 인터뷰를 하고 있는 심정은?
A - 대표님 나빠요!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습니까!! (너 이 자식 이리와!!)
ㄴ저게 1등 빼앗긴 가수의 표정이냐? ㅋㅋㅋ
ㄴ아주 대표 놀리는 맛에 인터뷰 하고있네 ㅋㅋㅋㅋ
ㄴ평소에는 사이좋게 놀더니 음원 홍보만큼은 독보적이시네 ㅡㅡ
ㄴ그것도 능력이지 래더 2500점의 연예인이 우리나라에 있겠어?
ㄴ그래 섭외도 수준이 되니까 했던거지
ㄴ와.. 근데 어째 6인조 그룹이 솔로가수 한 명을 못 이기냐..?
ㄴ괜히 시비 걸지마 우리 오빠들 3주동안 1위 했으니까 예의상 물러나 준것뿐이야 너네는 사회생활도 모르냐?
ㄴ사회생활치고는 조금 아니 압도적으로 발리긴했지 ㅋㅋㅋ
ㄴ역시 스타빠들의 화력이란..ㅎㄷㄷ
방송계와 연예계에서 생겨버린 불문율,
Show time 가수가 노래 나올때는 활동을 자제하라,
특히 대표가 직접 활동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Show time 성수기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
컴백 무대를 너무 거창하게 알려서 그런지 이후 스케줄은 분단위로 흘러갈만큼 빡빡하게 조여놓은 한호준 매니저,
"너 연기 좀 하냐?"
"갑자기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에요?"
머리를 긁적이는 매니저가 명함하나를 던지며 대답했다.
"그.. 배우 배두남씨 연락처야"
"그걸 왜 저한테 주는데요?"
"왜겠냐? 섭외 연락이지, 지금 이 근처라는데 미팅 한번 해볼래?"
연기라 함은 석진의 특기분야는 아니었지만, 한번쯤은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이기도 했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통화를 걸었다.
"안녕하십니까 김석진입니다. 대충 이야기는 전해 들었습니다만 혹시 근처시면 이곳으로 오실수..."
"예 그렇지 않아도 로비에 있는데 바로 올라가겠습니다."
'뭐지? 이렇게 빨리?'
아직 연기경력이 전무한 석진에게 배두남같은 배우가 직접 기다린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질 않는 일,
'기껏해봐야 캐스팅 하청업체 직원정도나 만날줄 알았는데..'
"안녕하세요 대표님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 뵙게 되어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하하 무슨 일이시죠??"
망설이는 그녀가 핸드백에서 시나리오를 꺼내 석진 앞에 내밀었다.
"사실은 이번에 저도 하고 싶은 작품이 있습니다만.. 감독님께서 대표님을 꼭 좀 섭외 할 수 없겠냐고 하셔서요.."
기껏 해봐야 미니시리즈 까메오정도로 예상했던 석진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녀가 꺼낸 건 영화 대본이었다.
"드라마 까메오가 아니고, 영화에 출연을 해달라구요??"
배두남이 생각해도 억지스럽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애꿎은 커피잔만 계속 홀짝인다.
"제 뭘 보고 같이 하자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네요.."
"저도 그거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감독님이 대표님을 섭외만 가능하다면 캐스팅 확정해 주겠다고 선언을 하셔서요.."
"거참.. 특이한 분이네요 감독이 누군데요?"
그녀가 시나리오 제일 상단을 가르키는 곳에 적혀진 그는..
[제목 괴물들 감독 봉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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