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말에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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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자아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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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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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2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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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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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바깥, 변해버린 세상(1)

DUMMY

나는 종말에 투자했다

16화 / 바깥, 변해버린 세상(1)




보스 몬스터를 처리한 뒤, 우리는 상가로 돌아왔다.


어느덧 해가 완전히 사라지고 완연한 밤이 내렸다.


“이제는 불을 켜도 돼요, 고블린 무리는 와해했으니까요.”


밤마다 등장했던 흡혈박쥐들도 지하 기계실에서 한 번에 쓸어버렸고.

사실 뭐가 오든 이제는 막아낼 자신도 있었기에 구태여 ‘안전지대’도 켜지 않았다.


실로 오랜만에 밝은 밤이 왔다.


그런데 문제는, 몇몇 주민들이 우리에게 접근해오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아마도 우리가 강하다는 걸 인지하고, 보호받고 싶기 때문일 테지만······.


“하······ 바보 같은 짓인데.”


고블린과 흡혈박쥐가 사라졌다고 한들 늑대개미는 여전히 도사리고 있었다.

더군다나 한바탕 벌어진 전투의 피 냄새를 맡고 잔뜩 흥분해 있을 테고.


이럴 줄 알고 내가 고블린 추장을 잡은 직후, 함부로 나오지 말라고 소리쳤는데도······.


꺅──!


아파트 곳곳에서 비명이 산발적으로 울리기 시작했다.


“또 어디서, 누가 당하나 봅니다.”

“······우리가 나가서 도와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남자 둘의 말에,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안 됩니다. 이럴까 봐 아까 밖으로 함부로 나오지 말라고, 제가 경고도 했잖아요.”


고블린들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모두를 도와줄 수는 없었다.


“아니 그래도······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데······.”


섣부른 영웅 심리는 위험하다.


나는 단호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


“전에 개미가 뿜는 독 못 봤습니까? 그건 조심해도 당할 가능성이 커요.”


내가 한 번 선보였던 최상급 질병 회복 물약을 떠올릴 게 분명하기에, 난 이들의 의견에 쐐기를 박기로 했다.


“그리고 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건, 엄밀히 따지면 우리가 아니라, 저겠죠.”

“······.”

“안 그렇습니까? 정 걱정이시면 여러분끼리 나가시면 됩니다.”

“······그만 투정 부리겠습니다.”


큼, 헛기침하며 돌아서는 남자들.


이처럼 애초에 자기들끼리는 나설 용기는 없었다. 내가 가주길 바랄 뿐이지.


나 역시도 저들 모두를 구하고 싶다. 왜 안 그렇겠는가? 21세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인류애를 학습하며 자란 만큼, 내 이성은 내가 가진 힘을 베풀라고 외치고 있다.


하지만 냉철해져야 한다.


세상은 바뀌었고, 앞으로 더 극단적으로 달라질 거다.


“최수아.”

“······네?”


최수아도 표현은 안 했으나, 창밖을 내다보며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찝찝하겠지.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생각이 계속 들겠지.


“너만 생각해. 그게 제일 우선이야.”

“······알아요.”

“그다음은 너희 가족들을 생각하고. 네가 괜찮아야지 가족도 구하는 거니까.”

“할아버지랑 할머니······ 살아 계실까요?”


나는 섣불리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했다.


“성균관대역이라고 했지? 수원역 위쪽.”

“네, 맞아요.”

“내일 날이 밝으면 그쪽으로 가자.”


나는 그리 말하며 ‘2차 리워드 상품’을 배송받을 수 있는 위치를 확인했다.

눈앞에 지도가 떠오르며 역, 학교, 마트 등에 ‘배송 가능’ 마크가 찍혀 있었다.


이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는 건데.


마침 성균관대역에서 조금 떨어진 창고형 마트, T마트도 수령 가능한 위치로 떴다.


여기라면, 성균관대역을 들렀다가 갈 수 있겠네.


- ‘2차 리워드 상품’의 배송 위치가 정해졌습니다.

* 장소 : 군포시 T마트 물품 보관함 20번

* 남은 시간 : 70시간 31분 11초 후

* 주의! 2주 내로 수령 하지 않을 시, 리워드 상품이 사라집니다!


고개를 돌리자 사뭇 밝아진 최수아의 얼굴이 보였다.


당장이라도 조부모님에게 달려가고 싶었겠지만, 내가 없이는 힘들 거라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에게 도와달라고 칭얼거리지 않았으니, 많은 면에서 저 남자들보다 훨씬 낫다.

기특하고 어른스러운 걸 넘어서······ 단단하게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체육복도 피투성이라서 왠지 험악하게 보이기도 하고.


그때, 최수아가 문득 내게 한 걸음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이 말을 아직 못했던 것 같은데······ 고마워요. 정말로요.”


고개를 한번 숙인 뒤, 작게 미소 짓는 그녀.


“아저씨가 그때 제 앞에 나타난 게······ 엄청난 행운 같아요.”


그래, 고마워하는 게 맞긴 맞는데, 진지하게 말하니까 쑥스럽네.


“상부상조지. 나도 네 덕을 봤으니까. 네 활 솜씨 아니었으면 나도 죽었을지도 몰라.”

“저는 이미 아저씨가 한 번 살려줬으니까요. 갚을게요, 목숨값.”


이 녀석, 사뭇 진지했지만 방금 그 말은 왠지 웃음이 나온다.

살짝 놀려볼까?


“뭐, 목숨값? 느와르 영화 같은 데서 많이 나오던데, 혹시······ 너 조직 생활 같은 거 했냐? 왠지 너무 잘 싸우더라.”

“······.”

“······농담한 건데.”


차라리 눈을 흘기지, 왜 무표정으로 뚫어지게 쳐다보냐고.


약간 어색해지려고 할 때, 박지훈이 다가왔다.


“형님! 1층에 그 황소개구리 부자가 왔는데요?”

“······황소, 뭐?”

“아, 그 있지 않습니까. 아파트 대통령 코스프레 하시는 분.”


아, 주민대표.


“무슨 소리인가 했네. 네 멋대로 부르면 내가 어떻게 알아듣냐?”

“사실 개새끼 부자가 왔다고 하려다가, 그러면 형님한테 예의가 없는 것 같아서 순화했죠. 헤헤.”


이 자식도 확실히 정상이 아니네.


그래서 마음에 든다.


“까불지 말고, 내 무기나 잠깐 맡고 있어.”


내가 아밍 소드와 타지 실드를 내밀자, 녀석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헉! 제가 이제 형님의 보좌관인 겁니까?”

“······제발, 방금 말했잖아. 까불지 좀 말라고.”

“아, 넵!”


1층으로 내려가자,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주민대표뿐이 아니었다.

주민대표와 함께 몰려온 약 십여 명의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전부 나름의 무기를 들고 있었기에 언뜻 봐서는 위협적인 분위기였으나······.


“······큼, 아까는 제가 대단하신 분인 걸 몰라뵈었습니다.”


당연하게도 내게 굽히고 들어왔다.

주민대표, 박찬혁이 굽신거리는 걸 보면서 나는 터져 나오는 한숨을 간신히 참았다.


이런 인간들이 또 아부는 노골적이지.

내가 다 부끄럽네.


“글쎄요, 대단하진 않아요. 그쪽이 전에 말했던 것처럼 그냥 운이 좋았던 거죠.”

“허허, 저희가 다 보지 않았습니까? 그 괴물 대장 놈이랑 싸울 때, 여차하면 저도 제 아들놈이랑 달려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인간,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아주.


“어쨌든, 덕분에 우리 아파트가 안전해지지 않았습니까? 허허! 앞으로 잘해봅시다! 저희, 여기 11명의 장정도 함께 힘쓰겠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계속 여기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숟가락을 얹을 속셈인 모양.

자신의 입지를 뒤흔드는 내 존재 자체가 불만족이었겠지만, 내 활약상을 보자 본능적으로 달라붙고 싶어졌을 거다.


솔직히 역겹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오해할까 봐 미리 말씀드리는데, 저는 날 밝으면 떠날 겁니다.”

“······응? 뭐, 뭐요?”

“피차 얼굴 볼 일 없을 텐데 말 길게 하지 말죠.”


그러자 주민대표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아니, 갑자기 어디로 간다는 겁니까?”

“어디든요. 적어도 아파트에 남진 않을 겁니다.”


주민대표는 내 말에 기가 막힌다는 듯이 이마를 감싸 쥐었다.


“허, 참나! 당신이 지금 대단한 걸 해냈다는 건 아는데, 밖에는 뭐가 있을 줄 알고 또 나간다는 겁니까? 그냥 여기서 사람들이나 지켜─”

“이 안에서는 또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요?”


나는 참다 못해서 그의 말을 끊고 들어갔다.


“큼······.”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질 겁니다.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면, 이런 순간에만 앞에 나서지 말고······ 몬스터들과 싸울 때도 앞장서세요.”

“내가 그래도 이 사람들을 다 구해─”

“아니요.”


나는 한 발자국 다가가, 주민대표의 바로 앞에 섰다.


“이제 슬슬 사람들도 깨달았을 겁니다. 당신이, 여기서······.”


나를 올려다보는 주민대표.

꿀꺽, 그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가장 쓸모없다는 걸.”


툭, 손으로 주민대표의 어깨를 살짝 밀자 뒷걸음질을 치던 주민대표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큭! 이게 무슨 짓이야!”

“기억하세요.”


바닥에 주저앉은 그를 바라보며 나는 마저 말을 이었다.


“배가 가라앉을 땐, 쓸모없는 물건부터 먼저 바다로 던집니다.”


나는 그 말을 끝으로 등 돌려 계단을 올라갔고.

밖에서 구시렁거리던 그들은 다시 주민 센터로 돌아갔다.


* * * * *


“죄송하지만, 솔직히 아파트 밖으로 나가는 건 좀 그렇네요.”


최수아와 박지훈을 제외한, 나를 도왔던 4명의 남자 모두가 아파트에 남기로 했다.


“저도······ 아무리 그래도 집에 있는 게 훨씬 안전할 것 같아서요.”


거기에는 막 2레벨이 되었던 오정호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 차례 용감하게 건물 밖으로 나섰던 이들이었으나, 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가는 건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함께 싸워줘서 고마웠습니다.”


솔직히, 나도 딱히 이들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따라온다고 했으면 오히려 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쳇, 이 아저씨들 감이 없네.”


박지훈이 내 뒤에서 작게 구시렁거렸다.


이 녀석은 대번에 나를 따라오겠다고 했다.


박지훈의 부모님은 사업 때문에 연중 절반은 필리핀에 계시기에 형이랑 둘이 살고 있는데, 형도 꽤 먼 거리로 출퇴근하기 때문에 당장은 찾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항상 까불거리는 녀석이지만, 가족 이야기가 나올 때면 낯빛이 살짝 어두워지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잘 삭히고 있는 걸 볼 때······ 쓸모 있는 녀석이 확실하다.


그렇게 예정된 12시간이 지났고, 다음 날 오전 8시.


- H 아파트 단지 지역의 튜토리얼이 종료되었습니다!

* 출입구가 개방되어 외부로 나갈 수 있습니다.


“다 챙겼지?”


나는 기능성의 암녹색 야전상의를 걸치고는, 최수아와 박지훈을 돌아보며 물었다.

두 사람 모두 나처럼 활동성이 좋은 의상으로 갈아입고, 큼직한 배낭을 메고 있었다.


나 역시도 배낭을 둘러멨다.

이 안에는 3개의 아공간 주머니가 있었기에 보기보다 두어 배는 많은 물건이 들어있었다.


심지어 고블린 스켈레톤 4마리도 작은 가방을 메게 했다.

그 안에는 내가 본래 준비해뒀던 식량과 상가의 지하 식자재마트에서 긁어온 비상식량으로 가득했다.


이 정도면 적어도 몇 주는······ 어쩌면 몇 달까지도 버티겠지.


“형님, 저 깃발은 안 들고 가도 됩니까?”


박지훈이 상가의 테라스에 있는 ‘평화의 깃발’을 가리키며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저걸 어떻게 들고 다녀. 뽑아내는 것도 힘들걸.”


평화의 깃발은 이동이 가능한 오브젝트였으나, 지금 수 미터에 달하는 철봉을 들고 다니는 건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자, 이제 출발하자고.”


아파트 단지 사람들은 떠나는 우리를 마중하지도, 잘 가라는 말도 건네지 않았다.

오히려 눈을 흘기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다수였다. 이는 비단 주민대표의 선동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내가 그에게 경고한 대로, 위기에 적응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입만 산 머저리를 신뢰하지 않을 테지.

그저, 자신들을 돕지 않고 떠나는 나를······ 이기적인 놈이라고 욕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왠지 우리를 욕하는 것 같은데요.”

“뭐, 무슨 상관이야. 이제 다시는 안 볼 사람들인데.”


이제 중요한 건 평판 따위가 아닌, 힘이다. 압도적인 힘.


아파트 정문에는 차량이 이리저리 얽혀 있었다.

앞서 보았던 대로, 튜토리얼 지역이 폐쇄된 지도 모르고 나가려다가 사고가 난 것이다.

이제는 그곳을 통과할 수 있었다.


그렇게 정문 밖으로 나가는 순간, 우리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으니······.


- 종말 속 당신의 여정은 지금부터입니다. 운명을 찾아가십시오!


“음, 운명이라니······ 뭔가 낭만적인데 무슨 뜻일까요, 형님?”

“글쎄다.”


얼핏 들으면 은유적인 표현 같지만, 의외로 직설적인 지시문이었다.


운명의 제단.


세계 곳곳에 생성되었을 그 오브젝트를 찾는다면, 특별한 힘인 ‘기프트(Gift)’를 얻을 수 있으며, 그걸 얻으면 생존 가능성이 대폭 증가하게 된다.

다만, 그에 부합하는 대가를 치러야만 하겠지.


하지만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


이미 기프트인 ‘네크로맨서’를 얻었다.

그것도 아무런 대가나 조건도 없이, 그저 정식서비스에 ‘펀딩’했다는 이유만으로.

새삼스럽지만,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엄청나게 사긴데······.

그러면 2차, 3차 리워드 상품에서는 대체 얼마나 대단한 게 나올지 궁금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주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다들 조심해.”


우리 앞에 펼쳐진 도심은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가장 먼저, 박살 난 버스정류장과 가로수를 들이받은 채 전소한 마을버스가 보였다.


“헉! 와 씨, 저거 저도 타고 다니던 버스였는데······.”


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상가들······ 하나 같이 난장판이 되어 있었고 인기척은 전혀 없다.

약 이십여 분을 걸었으나, 우리는 시체를 제외한, 단 한 명의 사람조차 마주치지 못했다.


그리고 학교, 상가 단지, 원룸 단지 등 몇몇 지역은 반투명한 막으로 막혀 있었다.


“형님, 저 벽 같은 건 대체 뭐죠?”


박지훈의 물음에 대답한 건 최수아였다.


“튜토리얼 지역 같은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아 말대로 아직 튜토리얼이 끝나지 않은 곳인 것 같네.”


아직 다른 지역은 여전히 튜토리얼이 진행 중이었다.


이는 우리가 누구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안도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단 한 순간도 성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종말 온라인>에서 목숨을 부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남들 보다 앞서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또 얼마나 걸었을까, 근처 공원에서 성장에 도움이 될만한 요소를 발견했으니······.


“아저씨, 저거 보이세요? 저 자판기, 뭔가 특이해요.”


눈이 좋은 최수아가 공원의 벤치 사이에 놓인 형형색색의 자판기를 발견했다.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해보니, 확실히 독특한 생김새였다.

마치 고대의 석판을 깎아서 만든 모양새라고 해야 할까?

돌로 이루어진 외관에 알아볼 수 없는 문자들이 음각되어 있지만, 현대식 디지털 스크린이 달려있었다.


“형님, 이거 진짜 이상한데요? 대체 뭘 파는 걸까요?”


이 요상한 오브젝트의 이름은 ‘기묘한 자판기’였다.

<종말 온라인>에서는 능력치를 올리는 알약을 판매하던, 일종의 캐시 상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거 왠지 롯데월드에서 봤던 것 같은데요.”


헛소리를 지껄이기 시작한 박지훈을 힐난하듯 바라보던 최수아가, 은근슬쩍 내게 다가와 속삭였다.


“이게 뭔지, 아저씨는 아시는 거죠?”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판기 위로 손을 대었다.


[오브젝트 정보]

- 이름 : 기묘한 자판기

- 정보 : 신체 강화 알약을 구매할 수 있다.

* 현재 보유 중인 RD : 1,370


이 자판기에서 알약을 뽑아 삼키면, 신체 능력이 강화된다.

가격은 한 알에 100 RD. 게임 시절과 똑같다.


문제가 있다면······.


[STR : 17] [DEX : 17] [CON : 16]


몇 개가 빠져나간 상태라는 거다.


‘기묘한 자판기’의 초기 수량은 능력치 별로 20개다.

이게 전부 소진되면 리필이 되지 않는 초반부 한정 이벤트인 셈이다.

그런데, 그런 자판기의 수량이 4개 정도 줄어있다는 건······.


나는 순간, 가슴 한쪽이 싸해짐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형님, 왜 그러세요?”


박지훈은 그저 의아해했고.

최수아는 말없이 화살을 꺼내어 시위를 걸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었다.


초반부, 레드 다이아몬드를 얻는 방법은 단 두 가지다.


첫째, 나처럼 ‘스타터 팩’을 까서 얻는 방법.

이는 나 말고 또 다른 투자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지만, 이건 두 번째 조건에 비하면 가능성이 극히 낮다.


그리고 둘째는 PK 보상으로 얻는 것······.


즉, 살인이다.


<종말 온라인>에서는 ‘튜토리얼 한정’으로 플레이어나 NPC를 죽일 때마다 무려 100RD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그토록 막대한 현질 재화를 주는 만큼 튜토리얼에서 행할 수 있는 PK의 수는 한정되어 있었다.


업적 <튜토리얼 이탈자>.


튜토리얼 내에서 10명의 NPC나 플레이어를 살해하면, <튜토리얼 이탈자>라는 업적 달성과 동시에 해당 튜토리얼 지역에서 추방된다.


그리고 이쪽이 가능성이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튜토리얼 클리어 속도는, 전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즉, 우리보다 빨리 근처에서 튜토리얼을 클리어했을 가능성은 정말로 극히 낮다.


그리고 기묘한 자판기에서 사라진 알약은 딱 10개고.


즉, 10명이 목숨값이라고 하면······ 계산이 맞는다.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나는 다시금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근처에 살인자가 있다.


그것도 적어도 10명 이상을 죽인, 연쇄 살인마가······.


작가의말

세상이 멸망하면 신나서 날 뛸 사람들이 있겠죠?


+) 08/21 짤막 공지

레드 다이아몬드 계산 오류로 1,100 -> 1,370으로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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