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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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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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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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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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화 그들의 최후 (3)

DUMMY

극악무도한 팔라딘 중 핀리와 린다 남매는 뒷소문이 비교적 깨끗한 편이다.

쾰른의 백성에게 함부로 행패를 부린 적이 없으며.

핀리도 제이드와 비슷하게 여왕의 명령에 불복하고, 노예 검투사로 생활까지 하다가 실력을 인정받아 팔라딘이 된 케이스다.


“회의 때 이야기하지 않았나? 여기엔 내 복수도 포함되어 있다고.”


제이드는 저들의 죽음이 곧 자신의 복수라고 암시했다.

이것은 아론이 직접 했었던 말로, 이번 습격은 제이드의 복수를 도와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때 참고 기다렸다면 얼마나 통쾌했을까.’


확실히 아론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으나.

이전과 달라진 티모시와 결전에서, 제이드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동시에 아쉬움을 느꼈다.


“티모시를 직접 죽였잖아. 곧 있으면 여왕도 죽을 텐데, 그걸로도 만족할 수 없다는 거야?”


한편 디아나는 그가 왜 이리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제이드도 그녀가 받아들일 거라 생각지 않았다.

자신에 비하면 그럴듯한 원한관계가 없는 축복받은 인간이니까.


“저 남매가 내 복수에 아무 연관도 없을까?”

“조사해보면 다 나오겠지.”


디아나가 눈살을 찡그리며 또박또박 반박해왔지만, 제이드는 그녀를 조용히 타일렀다.


“조사받고 나서 연관이 있다는 결론이 나면. 그때는 내 마음대로 복수할 수 있고?”

“그건....”


가능할 리가 없다.

만에 하나 사형이 뜬다고 하더라도 제이드에게 직접 복수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아직 여왕은 죽지 않았을 거야. 이것들과 나머지를 전부 죽이고 나면.’


잘만하면 여왕도 직접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저 먼 곳을 바라보는 것 같은 흐릿한 눈동자. 디아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너, 지금 정상이 아니야.”

“아니, 난 정상이다.”


제이드가 디아나의 말을 부정하고, 이런 다짐을 한 계기를 떠올린다.


‘아그네스의 꼴을 못 봐서 그런 거겠지.’


제이드가 상황을 설명하면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해주겠지만, 끝내 허락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굳이 귀찮음을 감수하면 대화를 해야 할까.

확 짜증이 난 그는 괜히 시간 낭비를 하기 싫었다.


‘방해물은 치워야지.’


제이드와 디아나의 말다툼이 끝나고 전투가 시작되려 할 때.

상처투성이의 한 남성이 그 사이에 끼어들었다.


“분위기 왜 이래, 둘이 싸웠어?”


옷도 주워입었는지 비교적 괜찮은 모습으로 라이언이 등장한다.

가볍게 말을 내뱉었으나, 제이드를 노려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따 제대로 화해하고. 일단 그 검부터 내려놓자.”


딱히 위협하진 않았지만 한 발짝 앞으로 나서는 라이언의 외견은, 웬만한 이들이라면 두려워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그의 앞이라면 웬만한 분노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게 분명했지만.


“싫습니다.”


현재 분노 조절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제이드는 제정신이 아닌 게 틀림없다.


‘계열이 비슷한 건가.’


라이언은 칠흑같이 어두운 검이 내뿜는 불쾌한 기운을 보며 자신이 착각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도 어림짐작했을 뿐 정확한 진단은 클로에한테 맡겨봐야 할 것이다.


“라이언도 절 방해하는 겁니까?”

“...얘, 왜 이래?”


라이언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입가에 대고 디아나에게 속삭이는데.

디아나라고 알 턱이 없었다.


“저도 몰라요.”


쌀쌀맞은 태도로 툴툴대는 것을 보면 둘이 싸운 것은 확실했지만.

굳이 되묻는 대신 라이언은 제이드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딱히 정신지배를 당한 것 같지 않은데.’


의식이 또렷한 걸 보니 감정을 잠식당한 것쯤으로 여겨지는데.


‘이쪽이 더 까다롭운데.’


정신지배 쪽은 의식이 없으니 때려눕히기도 쉽다.

기절시킨 후에는 기억하지 못해서 거리낄 것도 없었다.


‘후회하기 전에 정신 차리면 좋겠는데.’


그에 비해 감정에 동조하여 스스로 실행하는 잠식은 기억도 생생하게 남는다.

가볍게 흑역사 추가에서 끝날 수도 있지만.

까딱하면 씻을 수 없는 죄책감에 시달릴 수 있었다.


“이걸 냅두고 떠날 순 없지.”


어차피 이 작전은 성공이나 마찬가지다.

팔라딘 대부분이 괴멸되었고, 남은 건 티모시 장군과 코린느 여왕 뿐.

라이언은 제이드가 티모시를 쓰러뜨린 것을 몰랐지만, 베드로가 알아서 처리해줄 것이라 믿었다.


“제이드. 고작 그게 네 오리진은 아니지?”


라이언이 삿대질하며 그의 검을 가리키며 지적한다.

그가 많이 지친 상태인 것은 분명했다.

자칫 망신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라이언은 두 팔을 펴며 당당하게 소리쳤다.


“그런 걸 보여주려고 한 거야? 너무 실망스러운데.”


불길한 기운이 주위를 맴돌지만, 라이언은 하나도 위협적으로 느끼지 않았다.


“라이언, 티모시도 그렇게 큰소리 내다가 혼쭐이 났습니다.”


제이드의 손에서 먹구름이 뿜어져 나와 왼팔에 검은 방패가 나타나고.

전과 다른 칠흑의 검투사가 등장한다.


‘...티모시를 이겼다고?’


라이언은 두 귀를 의심했다.

어디서 한판 한 것까지는 눈에 보였는데, 상대가 티모시 장군이였을 줄은 몰랐다.

그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애써 무시하며 호기롭게 외쳤다.


“...이제 좀 볼만한데?”


기세 좋게 외치지만 라이언의 속마음은 조금 불안했다.

현재 잔재하는 기력으로도 귀여운 후배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아직도 기력이 저리 남아있다니.’


라이언 못지않게 제이드도 격전을 펼쳤을 텐데 여유가 넘쳤고.

주체못하는지 제이드의 기운이 울컥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지겠는데?’


라이언이 기력을 억지로 끌어올려 전투준비를 마쳤을 때 제이드가 역으로 도발을 해왔다.


“그 정도로 되겠습니까?”


방패를 앞세울 것도 없는지 정직한 자세로 뛰어갔고.

라이언도 돌에 쌓여 두꺼워진 두 팔을 앞세우며 충돌했다.

서로 한 치의 물러섬이 없는 백중지세로 유지된다.


“...말한 것치고는 대단치 않군.”


괄약근까지 힘을 준 라이언의 얼굴이 터질 것 같이 보였지만, 그의 목소리만큼은 고저 없이 무척 여유로웠다.

제이드는 굳이 라이언과 말싸움을 하지 않았다.


“크흡...!”


뒷발에 힘을 주며 검은 연기를 힘차게 발산할 뿐이었다.

살짝 물러서며 운영으로 결투를 풀어갈 수도 있지만.

라이언은 이 힘 싸움이 승리의 열쇠인 양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었다.


“운동 좀 하셔야겠습니다.”


제이드도 발목이 끊어질 거 같은 고통을 참으며 그의 속을 긁어보았지만.

라이언은 힘겨운 싸움 중에도 미소를 띠는 여유를 보였다.


“...등 뒤를 조심해야지.”


어느새 기척을 숨기고 다가온 핀리가 오금을 후려친다.

주변에 대기 중이던 디아나는 항시 경계를 늦추지 않았지만.


‘적과 손을 잡을 줄이야...!’


예상치 못한 기습에 정통으로 당하며 무릎이 꺾이고 만다.

이내 라이언은 그대로 짓누르며 바닥에 몸을 누운 제이드를 향해 주먹을 내지른다.


“힘은 이용하는 거야. 거기에 휘둘려서야 되겠어?”


그가 노리는 부분은 검을 쥔 제이드의 오른쪽 손목.

쾅!!!!

라이언의 단단한 돌주먹에 적중 당한 손목은.

한눈에 봐도 더는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바스러져 있었다.


“일단 그 검부터 놓고 이야기하자고.”


제이드는 라이언이 엉망이 된 오른손을 확인하는, 그 방심하는 시간을 놓치지 않았고.

순식간에 휘두른 검이 라이언의 휑한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간다.

마구잡이로 이어지는 반격에 핀리와 라이언은 뒤로 멀찍이 물러났다.


“...저게 가능한 건가?”


핀리가 놀랄 정도로 제이드의 상태는 참으로 기괴했다.

손목이 아작난 것이 틀림없는 심각한 상처임에도 그는 검을 놓지 않았다

뭉개진 손으로 비스듬하게 들어 올리자, 그 끝이 이리저리 흔들거리는 것이 보였다.


‘저 모습은...’

‘고유기술을 까먹고 있었군.’


둘은 동시에 제이드가 익혔던 어셔 가문의 기술이 떠올리면서 난색을 표했다.

검을 놓치지 않는 기술 착검.

이 상황에서는 최악의 걸림돌이었다.


“그냥 좀 놓지. 꼭 험한 꼴을 보여야겠어?”


그럼에도 라이언은 여유를 잃지 않는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제이드가 분전하며 버티는 것처럼 보이지만.


“디아나. 지원 부탁해.”

“네, 바로 갈 테니. 준비해 두세요.”


자존심 내려놓고 지원을 부탁하면 그만이고.

제이드는 모르겠지만, 디아나와 라이언의 능력 궁합은 매우 좋은 편이었다.

땅이 꿈틀거리더니 지면이 갈라지고 라이언을 덥석 집어삼킨다.


“...?”


긴장하고 있던 제이드는 그 상황에 당황하는데.

쿠구구구구-.

이윽고 땅울림이 생기며 라이언이 지면을 뚫고 나왔다.


“이 저릿한 느낌, 오랜만이야. 정말 편하다니까.”


덩치는 작아졌지만, 짜리몽땅하고 동글동글했던 골렘과 다르게.

기존보다 살짝 큰 키와 확연히 길어진 두 팔다리가 훨씬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빨리 끝네세요.”


디아나의 감각이 들어간 탓일까.

바위 골렘이라기보다는 거신병이라는 표현이 좀 더 어울릴 듯싶었다.

쿵. 쿵.

제법 멀리 떨어져 있었건만, 거신병은 단걸음에 제이드 앞까지 도달해 버린다.


‘미친...!’


처음 안갯속에서 봤을 때의 바윗덩이보다 빠른 움직임.

제이드는 당시에 느꼈던 무력감을 떨쳐내면서 검을 치켜세운다.


“그만 포기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목이 아플 정도의 위치에 있는 머리를 올려다보고 있을 때.

코앞까지 다가온 라이언의 목소리가 웅웅거리며 퍼진다.

오른팔을 위로 올리며 주먹을 내리칠 준비를 마친다.


‘저걸 어떻게 막아?’


두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공기를 찢는 굉음을 울리며 주먹이 내려온다.

제이드의 손목을 뭉개버린 돌주먹이 한츰 업그레이드되어 이번엔 몸을 다질 태세로 덮쳐온다.


“제이드, 정신 똑바로 차려. 자칫하면 죽는다.”


목숨이 경각에 달하자 제이드는 쾰른에 대한 증오심 따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오로지 살기 위해 검을 놓아버리고 회색의 방패를 위로 세운다.

제이드의 몸 전체를 감쌀 둥글고 거대한 라운드 실드가 나타나고.

콰아아아아아앙!!!!!


“커헉!”


짓눌러진 방패의 중앙이 움푹 패이며 찌그러진다.

원형으로 충격이 퍼져나가 바닥이 균열이 생기며 내려앉았고.

피어오르는 먼지 속에서 제이드는 얌전히 누워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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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99화 활동 재개 (2) 22.11.15 104 0 11쪽
99 98화 활동 재개 (1) 22.11.14 13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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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95화 낭중지추 (2) 22.11.09 103 0 11쪽
95 94화 낭중지추 (1) 22.11.08 10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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