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최악의 컨셉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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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돌멩이
그림/삽화
애완돌멩이
작품등록일 :
2022.07.19 22:54
최근연재일 :
2022.08.11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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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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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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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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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사람을 잡아먹는 미궁(2)

DUMMY

우리는 서서히 생기가 돌기 시작한 미궁의 안을 달려나갔다.


옆에 있던 레인은 뛰어가면서도 열심히 설명을 이어나갔다.


“보스가 있는 층의 다음은 휴식 공간입니다. 내려가면 다시 보스와 싸우는 일은 피할 수 있겠으나. 추천해 드리지는 않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나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레인의 의견에 동의했다. 전부 맞는 말만 하는 그녀였다. 한 번쯤은 반박해주고도 싶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럴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바로 이해하셔서 다행이네요. 30층 이상부터는 아카데미 학생들 그리고 르판의 모험가들이 연합해서 원정을 진행할 정도로 강한 몬스터들이 있는 공간입니다.”


나도, 나도 설명할 거야.


“그래서 우리가 향하는 곳은 탈출구의 반대편인 다음 층 즉, 휴식 공간이지. 잘하면 미리 그쪽으로 탈출한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고, 그곳에서 구조를 기다릴 수도 있기 때문이지.”


“생각보다, 똑···”


“사람들과 힘을 합쳐서 탈출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모든 학생이 실력과는 무관하게 미궁 속으로 던져졌기 때문에. 그들을 호위하면서 탈출하는 것은 힘들어 보여. 그러니 최고의 판단은 미궁 밖 사람이 구해주러오, 크헥, 허억.”


달리면서 말하는 것은 너무나도 힘들었다. 나도 이번만큼은 욕심이 지나쳤다고 생각한다.


“···”


레인은 한심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까의 부상이··· 부, 부축해줘.”


“갑시다. 엘리쟈.”


“에? 짐은 도하를 버리고 가지 못하노라.”



엘리쟈의 말에 감동하면서도 나는 있는 힘껏 레인의 발목을 붙잡았다.


“갈 땐 가더라도 혼자 죽을 수는 없지.”


“아니, 이거 놓으세요.”


“죽어간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같이 가는 거다.”


“뭔 개소리입니까!”


쿠웅···


거대한 소리는 귀로만 들려오지 않았다. 미궁이 떨리는 진동을 통해 몸으로도 체감 가능했다. 그 크기가 얼마나 큰지는 직접 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뛰자!”


잠깐의 휴식을 하고 있던 우리는 거대한 발걸음 소리에 맞추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얼마나 남았어. 레인?”


“그 잘난 입으로 한 번 맞춰 보시죠.”


살짝 토라진 레인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잘 삐지는 친구인가?


“···힌트.”


“그딴 건 없고.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레인이 손끝으로 가리키는 곳에는 다음 층으로 향할 수 있는 미궁의 계단이 있었다. 저기까지만 가면 몬스터는 따라올 수 없다.


가끔 특별 객체가 존재한다고는 하지만···


‘지금 그거까지 생각할 여유는 없지.’


얼마 남지 않은 거리를 두고 살았다는 안도감이 들기 시작할 때였다.


쿠웅.


멀리서 날아온 바위가 그 입구를 막아버렸다.


‘씹···’


쿵쿵쿵.


“열어줘요. 아직 안에 사람이 있어요!”


내가 닫혀버린 다음 층의 입구를 두들기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뒤따라온 레인이 말했다.


“떨어지세요. 제가 길을 열겠습니다!”


레인은 바위를 바라보며 자신의 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걸리는 것을 보아하니 꽤 강한 마법을 사용하려는 것 같다.


그렇다면 엘리쟈와 내가 해야 할 역할은 하나였다. 저 멀리서 뛰어오는 머리 셋 달린 이족보행 동물의 발을 묶는 것.


‘미친. 이제는 사족보행이네.’


이족에서 사족으로 바뀐 만큼 추진력이 붙어 빠르게 더 빠르게 우리에게 뛰어들기 시작했다.


투우사가 휘두르는 망토를 보듯이 우리만 보면서 달려든다. 차이점이 있다면 지금 상황에서 투우사는 사망 확정이라는 것이겠지.


“엘리쟈!”


“짐은 준비되었노라!”


끄응··· 계속 이렇게 신앙을 써버리면 언제 갚을 수 있는 거지.


신님께서 따로 재촉하지는 않으시지만. 멀리서 무서운 눈웃음으로 지켜보고 계시는 것이 느껴진다.


"짐의 첫 번째 마법이여 이계에서 나와 모든 세상을 불로 물들여라! 헬 파이어!"


거대한 화염구가 머리 셋 달린 괴물을 덮친다.


콰아앙.


제대로 마법을 맞은 미궁의 보스는 거대한 세 개의 머리를 사용해서 마법을 튕겨내려고 했지만, 마법이 생각보다 강했는지 그대로 추진력을 잃고 그 자리에 고꾸라졌다.


‘엘리쟈가 이렇게나 강했나?’


조금 이상하다. 저번에 헬렌과 싸울 때만 해도 이 정도의 위력은 아니었는데.


점점 각성과 가까워지는 것인가. 과연 우리 신님이 인정할 만한 인재였다.


“하하하! 이계의 공주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노라!”


“역시 공주는 대단하군!”


“짐은 이계의 공주 엘리쟈 이니라!”


“그래 공주!”


“엘리쟈 이니라!”


“···엘리쟈 대단하군”


“하하하!”


엘리쟈를 칭찬하면서, 중심을 잃고 무너져 내린 보스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스스스.


거대한 중량이 쓰러지면서 생겨난 먼지 속에서 번쩍이는 안광이 희미하게 보였다.


나는 보아선 알 될 것을 본 것처럼 그것을 무시하고 바로 뒤돌아섰다. 그곳에는 레인이 길을 열어놓고 우리를 부르고 있었다.


“지, 짐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노라.”


마찬가지로 엘리쟈도 그것을 보았는지. 바로 뒤돌아섰다.


“뛰자, 엘리쟈!”


그녀의 손을 붙잡은 나는 미친 듯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뒤돌아볼 여유 따위는 없다. 바로 입구를 향해 다이빙.


“느아아악!”


“히익!”


콰아아아앙!


우리가 뛰어든 계단의 입구에서 무서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살벌하네···


계층의 보스는 화가 덜 풀렸는지. 몇 번 씩이나 부서지지 않는 입구를 때리며 화풀이를 하고 있었다.


‘고생 좀 하겠어··· 미안.’


화가 난 보스에게 애먹을 구조대를 응원하며, 계단을 내려가려고 했다.


“···”


“엘리쟈?”


“크흠. 코트로 그녀를 감싸서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옆에 있던 레인이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노려보고 있었다.


아까 엘리쟈를 껴안고 떨어지면서 몇 번이나 계단에 튀기며 굴렀다.


지금은 나나 엘리쟈나 아파서 일어서지 못하고 있는 건데··· 조금 엄격한 그녀였다.


코트로 감싸진 목 아래쪽에서 뜨거운 기류가 느껴진다.


“엘리쟈 슬슬 일어서자.”


“짐은 아직 아픔이 가지 않았노라.”


“나도 아파. 근데 가야 해.”


“···”


잠깐 말없이 있었던 엘리쟈는 코트 속에서 불쑥 일어섰다.


“짐은 부활했노라. 히히히!”


나는 아직. 너무 아프다. 등에 돌도 몇 개 박힌 거 같은데. 엘리쟈는 왜 멀쩡한 거지?



*



흐음···


레인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아까 있었던 일이었다.


계층 보스가 던진 돌로 막혀버린 입구를 마법으로 뚫으려 했던 순간이었다.


레인 자신과 함께한 학생들의 실력을 알았다. 기댈 수 없는 상황.


사실 레인에게 거대한 바위 하나를 부수는 데에는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달려드는 보스를 경계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 개의 마법을 한 번에 펼치려 했었다.


그러나 레인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일이 생겼다.


콰아앙.


‘보스를 넘어뜨렸어?’


물론 입학 초기에는 인족을 제외하면 C, D 클래스 학생 중에서도 인재가 넘쳐난다. 하지만 학생회장인 레인이 그것을 파악하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자신은 모든 반을 돌아다니며, 인재의 수를 파악하고 그들이 다른 아카데미로 편입하지 못할게 할 방법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다른 아카데미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많은 인재를 끌어모아야만 했다.


그러나 그 명단에 엘리쟈라는 이름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실은 정말 어딘가의 공주라도 되는 건가?’


레인은 조심스럽게 엘리쟈의 이름을 자신의 머릿속에 기억했다.


“4 아카데미의 학생만 전이 되었다는 것은 사실인가요?”


레인이 도하에게 되물었다. 하지만 그도 일이 틀어진 만큼 확신하지는 못했다.


“아마.”


끄응···


그것은 좋지 않은 사실이다.


4 아카데미 학생들이 모두 미궁으로 들어오게 되었다면, 모든 아카데미에서 지원에 나서는 것이 당연하겠다고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아카데미는 예전 같지 않았다.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서로 돕고 강해지는 그런 것은 다 옛날 일이다.


그저 우리 아카데미가 다른 아카데미에 비해서 얼마나 뛰어난지 그것이 중요할 뿐.


‘그들은 속이 더러우니까.’


겉으로는 다 같이 하하. 호호 웃으면서 즐거운 아카데미 생활을 하는 것처럼도 보이겠지만. 실상은 다르다.


서로 경쟁하고, 견제하고, 상대가 망하는 것을 원한다.


“이봐 레인.”


그들로서는 4아카데미가 망하는 것을 원할 수도 있겠지. 아니면 다시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약해지거나.


2아카데미는 올 거다. 그러나 구조에 얼마나 협조적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1과 3 아카데미는?


“레인.”


4 아카데미에는 인족이 적지 않은 편이기에. 3 아카데미에서 협조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아카데미를 견제하기 위해서 많은 인원을 투입 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1아카데미는 애초에 구할 생각이 있을까? 그냥 앉아서 대충 구하는 척만 할 가능성이 매우 컸다.


거기 학생회장은 천사 같은 미소 뒤편에 쓰레기 같은 본성을 숨기고 있으니까···


“무언가 생각에 빠진 것 같노라.”


레인은 천족 출신의 학생회장을 떠올리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모험가들은 돈에 움직일 테고.


‘정치 싸움에 죄 없는 학생들만 죽어 나가는 건가···’


“그만 생각해 임마!”


도하는 생각에 빠져서 불러도 아무 말도 없는 그녀의 머리를 내리쳤다.


“아악! 왜 때리시는 건가요.”


도하는 방금 도착한 휴식 공간 내의 상황을 손으로 가리켰다.


“끄윽···”


“너무 아파. 엄마···”


“흐으윽 엘림이, 엘림이 죽었어···”


“부상자야! 여기 좀 도와줘!”


거기서는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암울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수십 명의 학생이 그곳에 갇혀버린 채로. 체념하거나 자신들에게 생긴 일을 생각하며 울고 있었다.



*



침묵의 용사 세피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따로 서포터가 쫓아오지 않기 때문에 아이템이나 장구류는 직접 챙겨서 거대한 배낭을 멨다.


몸집을 훨씬 웃도는 배낭은 뒤에서 보면 배낭이 혼자 굴러가는 것처럼 보이리라.


자신의 마지막을 직감한다···


다른 용사들은 오지 않는다. 아무도 그녀를 돕지 않는다. 이유는 모르겠다. 생각할 필요도 없고,


자신이 받은 명령이 적힌 종이를 펼쳐보았다.


수색 명단.


···


길게 이어진 학생들의 이름을 확인하며. 그저 앞으로 걸어나갔다.


자신이 죽던, 상대가 죽던, 그저 할 일만 하면 될 뿐.


그녀는 멈추지 않는다. 모든 학생을 구하기 전까지.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연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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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도전! 히어로!(3) 22.08.03 34 0 11쪽
24 도전! 히어로!(2) 22.08.02 38 1 10쪽
23 도전! 히어로! 22.08.02 44 0 10쪽
22 미치광이와 환상을 부르는 마법사(8) +3 22.08.01 43 1 9쪽
21 미치광이와 환상을 부르는 마법사(7) +2 22.07.31 41 1 9쪽
20 미치광이와 환상을 부르는 마법사(6) +2 22.07.30 42 1 9쪽
19 미치광이와 환상을 부르는 마법사(5) 22.07.30 40 1 10쪽
18 미치광이와 환상을 부르는 마법사(4) +4 22.07.26 48 2 10쪽
17 미치광이와 환상을 부르는 마법사(3) +2 22.07.25 42 3 9쪽
16 미치광이와 환상을 부르는 마법사(2) +3 22.07.24 47 2 13쪽
15 미치광이와 환상을 부르는 마법사(1) +3 22.07.23 63 3 11쪽
14 사람을 잡아먹는 미궁(3) 22.07.22 46 2 11쪽
» 사람을 잡아먹는 미궁(2) +3 22.07.21 59 2 11쪽
12 사람을 잡아먹는 미궁 +2 22.07.20 62 4 10쪽
11 엘리쟈(4) 22.07.19 70 1 13쪽
10 엘리쟈(3) 22.07.19 65 2 10쪽
9 엘리쟈(2) +1 22.07.19 58 2 10쪽
8 엘리쟈(1) +1 22.07.19 64 0 10쪽
7 거짓말쟁이 소녀 +1 22.07.19 70 1 11쪽
6 이교도(2) 22.07.19 81 2 10쪽
5 이교도(1) +1 22.07.19 104 4 10쪽
4 우리 신에게 바치는 욕망 +3 22.07.19 126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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