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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돌멩이
그림/삽화
애완돌멩이
작품등록일 :
2022.07.19 22:54
최근연재일 :
2022.08.11 05:16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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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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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3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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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미치광이와 환상을 부르는 마법사(5)

DUMMY

깊은 동굴 속 어둠에 몸을 맡기고 웅크려 숨어있던 학생들에게 작은 빛이 스며들었다.


동굴 입구에서 들어오고 있는 별빛.


그러나 미궁에는 별이 없다. 인공적인 하늘은 항상 단색의 빛만을 품었을 뿐. 특별한 일은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것은 좋은 일이던 나쁜 일이든 간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


“모두 움직일 수 있겠어? 가야 해.”


그러나 말을 꺼낸 청년을 제외하면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짧았지만 강렬했던 미궁에서의 공포와 절망감으로 물든 기억은, 그들 마음속 깊이 뿌리내렸고 대부분은 그것을 뿌리치지 못했다.


지금 나가봐야 또 누군가가 다치거나 죽을 뿐이었다. 적어도 안에 숨어있던 학생들은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했다.


학생들은 자신하던 실력은 압도적인 무력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기억이 떠오른 학생들은 다시 한번 공포감에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저 자신의 무릎을 끌어안고 누군가 찾아와 도와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서워···”


“나가고 싶지 않아.”


“가야 해!”


그 중 유일하게 몬스터와 맞설 힘을 가진 붉은 머리칼을 세워 올린 건장한 청년은 어떻게 해서든 학생들을 인솔해야만 했다.


“마, 마르비스 우리는 무리야. 도움을 불러와 줘.”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다시 돌아올 때까지 아무 일이 안 생긴다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확실하게 구조가 올 거라는 근거도 없다.


마지막 희망이라도 잡아보려는 심정으로 지금이라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모두 죽을 것이다. 그러나 마르비스는 그들을 설득할만한 입담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실력이라면 자신이 없는 편은 아니지만, 누군가를 이끄는 건 자신의 재능이 아니었다.


“망할, 왜 움직이지 않는 거야. 마지막 기회라고!”


아무리 성을 내고 벽이건 바닥이건 치면서 화를 내봤자. 한 번 꺾여버린 그들은 마르비스의 시선을 외면하며 무릎을 껴안고 바닥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그들을 위로라도 해주듯이 작은 별들이 그곳을 찾아왔다. 그 작은 반짝임에 그들은 잠깐 고개를 들어서 쳐다보았다.


“···?”


“별?”


작은 별들은 학생들의 주변을 맴돌면서 어두운 동굴의 안쪽을 밝혀주었다. 마치 따라오라는 것처럼 안내해주는 신비한 일에 누구나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뭐야, 이게.”


미궁에서의 달콤한 일들은 함정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별들은 기분 나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좋은 징조만이 가득했다.


마르비스도 손바닥으로 별들을 담아 올려 보았다.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지만. 누군가의 의도가 전해진다. 그는 다시 한 번 조용하고 무거운 목소리로 학생들에게 말했다.


“가자.”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학생들은 천천히 일어서 동굴 밖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별의 안내를 받아 입구를 향해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점점 밝은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입구에 다다랐을 때. 미궁의 하늘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아름다운 하늘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가야 할 곳을 알려주는 하늘의 이정표. 한없이 떨어지는 작은 별들. 얼마 전에 아카데미에서 보았던 하늘이 떠올랐다.


대마법사 샤를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마법.


환상을 부르는 마법사.


그 사람이 지금 미궁 안에 있다. 희망을 찾은 학생들은 별들을 따라 걸어 나서기 시작했다.



*



“뭐, 뭔가요?”


“짐은 이계의 공주이니라.”


품 안에 별들을 가득 지닌 엘리쟈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허···”


레인도 이번만큼은 그 사실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미궁 하늘을 작은 별들이 빼곡하게 메우고 있었다.


‘정말 공주였습니까?’


레인은 처음 이계의 공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상상 속에 빠진 불쌍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동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지만, 자신이 틀렸다. 모든 것은 사실이었고 그녀는 아무런 거짓말도 하지 않았다.


“말도 안 돼.”


“무슨 마법이야···”


사람들은 모두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공주와 그 옆에 서 있는 미치광이 남자뿐이었다.


“자··· 그럼 길을 터주어야지.”


잠시 생각에 빠져있던 레인은 서도하의 말에 깜짝 정신이 들었다. 지금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많이 지쳤을 이들을 위해서라도 길을 내주어야 했다. 몬스터를 한곳에 모아야 한다는 말이다.


“에밀리. 준비해주세요.”


“어, 어!”


그녀도 잠깐 환상에 몸을 맡겨 정신을 가다듬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레인은 그를 흔들어 깨웠다.


공주가 별들로 사람들을 안내할 때. 레인과 에밀리는 주변의 몬스터를 유인해야 했다.


꽤 힘든 싸움이 될 거라고 예상하고 얼굴을 굳힌 채로 전장으로 향했지만. 다행히도 일을 쉽게 해결할 방법이 생기게 되었다.


콰아앙!


멀리서 난 폭발음과 함께 다량의 스컬나이트 뼈가 날아와 사람들의 머리를 덮쳤다.


뭐, 뭐야 이건?


“에밀리!!”


멀리서 그들이 걸어왔다. 온몸을 갑옷으로 무장한 대검은 들고 있는 소녀, 그리고 세 명의 마족.


“이자벨!”


이자벨 이라고 불린 그녀는 오자마자 에밀리를 끌어안았다.


“보고 싶었어. 에밀리.”


먼저 뛰어든 이자벨을 뒤로 두 명의 마족이 걸어왔다.


“에밀리 무사해서 다행이군.”


“다행이야. 정말.”


“바르바자 씨, 미노 씨!”


지나치게 활기찬 여성, 거한의 남성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묵묵한 남성.


걸어오는 그들의 얼굴을 전부 알고 있는 레인은 도하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팔마 입니다. 알고 계십니까?”


레인은 도하에게 물어보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한 명에게 고정되어 입만 딱딱거리고 있을 뿐.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조금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것이 딱 보아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왜, 왜 그러시는 건가요?”


“이단···”


레인은 핏발선 눈으로 용사를 쳐다보는 그를 잠시 내두기로 한다.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그곳에서는 에밀리가 재회의 기쁨을 드러내며 아직 만나지 못한 다른 팔마들의 안부를 묻고 있었다.


“다른 분들은요?”


“우리를 제외하고는 아직 찾지 못했다.”


“···”


바르바자의 말에는 거짓이 스며들어 있었다. 동료 중 한 명의 죽음을 지금 에밀리에게 전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그것을 전하는 바르바자를 이자벨이 식은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는 말을 번복할 생각은 없는 듯 조용히 눈을 감고 침묵했다.


“그런가요··· 괜찮아요! 그 사람들이라면 살아있을 거니까요.”


“여러분 재회의 기쁨을 알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제 말을 들어주시겠어요?”


“엑, 레인이잖아.”


학생회장의 얼굴을 본 이자벨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사람 얼굴을 보고 그런 표정을 지으면 안 되지요? 이자벨?”


레인은 눈썹을 꿈틀 이며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 하하.”


이자벨은 다른 곳을 바라보며 노려보는 레인의 시선을 흘렸다. 마침 그곳에는 핏발 선 눈으로 용사를 바라보며 외치고 있는 도하가 있었다.


“이단이야! 이단! 용서할 수 없어. 당장 회개해야 해. 우리 신에게 자비를 부탁드려야 한다고!”


침묵의 용사를 손가락질하며. 그녀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있는 도하가 소리쳤다.


하지만 용사는 별 개의치 않고 일관적으로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뭐야, 저건?”


“그는···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드려야 할지.”


레인은 팔마들의 협력을 구하고 정보교환을 하기 위해서 지금까지의 일들을 하나하나 풀어냈다. 수상하지만 이상하게 강한 두 명과의 만남. 45층을 거점으로 학생들을 구해낸 일들.


“흠··· 그럼 하늘의 저것도 저들이 한 일이란 말인가?”


계속해서 별이 떨어지고 있는 반짝이는 하늘을 가리키며 바르바자가 레인에게 물어보았다.


레인은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강해 보이지 않지만, 한 번쯤 실력을 확인해 보고 싶긴 하군. 시간이 된다면 붙어보고 싶어.”


레인은 한쪽 눈썹을 꿈틀이며 바르바자에게 지금 그런 말을 할 상황이 아니라고 전하고 싶었지만, 그만두기로 한다. 그들은 자신 혼자서는 통제하기 힘든 조직이었기 때문이다.


팔마. 온순하고 착한 에밀리를 제외하고는, 전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을 한 그들이었기에 사고를 칠 때마다 선도부와 함께 그들을 통제해야만 했다.


레인이 입학식 때 힘들어하며, 제발 사고 치지 말아 달라고 한 이유는 그들의 뒤처리를 하는 것만으로도 바쁘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주의해야 할 대상이 한 명 더 늘어난 거 같지만.


레인은 용사 주변에서 열심히 이단을 외치는 남성을 바라보며 이마를 덮었다. 여기서 돌아간다면 최소로 잡아도 팔마들과 비슷한 수준의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


“바르바자. 그만둬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니까.”


그를 제지한 건 레인이 아닌 이자벨 이었다. 평소와는 다른 그녀의 태도에 수상함을 느낀 건 레인과 에밀리였다. 가까이에서 봐 왔기에 그녀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할 수가 없었다.


평소라면 오히려 지금 당장 붙어보라면서 판을 마련해주었을 텐데. 그랬던 이자벨이 지금은 냉정한 목소리로 바르바자를 말리고 있었다.


“미안하군. 잠시 흥분했다.”


레인은 그들이 숨기는 것이 있다는 것을 금방 알아챘다. 빠르게 열을 식히고 차분해진 바르바자, 평소보다 웃음기가 줄어든 이자벨, 말수가 적긴 했지만, 지금은 말이 아예 사라져버린 미노.


미궁을 돌아다니다가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숨기고 있는 이상 그것에 대해서 깊게 물어볼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도와주실 건가요?”


바르바자는 고개를 저으며 계속해서 별을 올리고 있는 엘리쟈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도움을 주기보다는 받아야 하는 처지인 것 같군.”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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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도전! 히어로!(2) 22.08.02 38 1 10쪽
23 도전! 히어로! 22.08.02 44 0 10쪽
22 미치광이와 환상을 부르는 마법사(8) +3 22.08.01 43 1 9쪽
21 미치광이와 환상을 부르는 마법사(7) +2 22.07.31 41 1 9쪽
20 미치광이와 환상을 부르는 마법사(6) +2 22.07.30 42 1 9쪽
» 미치광이와 환상을 부르는 마법사(5) 22.07.30 40 1 10쪽
18 미치광이와 환상을 부르는 마법사(4) +4 22.07.26 48 2 10쪽
17 미치광이와 환상을 부르는 마법사(3) +2 22.07.25 42 3 9쪽
16 미치광이와 환상을 부르는 마법사(2) +3 22.07.24 47 2 13쪽
15 미치광이와 환상을 부르는 마법사(1) +3 22.07.23 63 3 11쪽
14 사람을 잡아먹는 미궁(3) 22.07.22 46 2 11쪽
13 사람을 잡아먹는 미궁(2) +3 22.07.21 58 2 11쪽
12 사람을 잡아먹는 미궁 +2 22.07.20 62 4 10쪽
11 엘리쟈(4) 22.07.19 70 1 13쪽
10 엘리쟈(3) 22.07.19 65 2 10쪽
9 엘리쟈(2) +1 22.07.19 58 2 10쪽
8 엘리쟈(1) +1 22.07.19 64 0 10쪽
7 거짓말쟁이 소녀 +1 22.07.19 70 1 11쪽
6 이교도(2) 22.07.19 81 2 10쪽
5 이교도(1) +1 22.07.19 104 4 10쪽
4 우리 신에게 바치는 욕망 +3 22.07.19 126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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