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더 사가 - 1부 별의 조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거물현
작품등록일 :
2022.07.21 18:13
최근연재일 :
2023.03.31 18:30
연재수 :
112 회
조회수 :
3,838
추천수 :
64
글자수 :
411,114

작성
22.10.14 18:30
조회
32
추천
1
글자
9쪽

58화

DUMMY

고개를 갸우뚱하는 뒤렉과 함께 마을에 들어섰다. 거리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뒤렉을 보고 놀라거나 험한 표정을 지었다. 뒤렉은 크게 개의치 않았지만 애런은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다들 왜 저러지? 이 마을 사람들은 드워프를 싫어하나? 그런데 나를 보는 것도 좋아 보이지 않아.’ 뒤를 돌아보니 지나친 사람들이 모두 애런과 뒤렉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마을 중앙에 있는 광장에 이르기까지 점점 늘어난 마을 사람들은 결국 애런과 뒤렉을 둥글게 에워쌌다. 두 사람은 더 이상 앞으로 갈 수가 없었다.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지만 길을 좀 열어주시겠어요?”


사람들은 애런의 말을 무시한 채 험상궂은 얼굴로 두 사람을 노려봤다. 건장한 남자들은 물론이고 여자든 노인이든 금방이라도 두 사람에게 달려들 것 같았다.


“저희는 급한 일이 있어 빨리 가야···.”


뒤렉이 애런의 허리춤에 손을 얹어 말을 끊었다.


“가만있어 보시우. 아무래도 이 사람들 늑대 가죽이 탐이 나서 이러는 것 같소.”


뒤렉이 피어금니를 빼들고 소리쳤다.


“당장 물러서지 않으면 크게 다쳐도 책임지지 않을 거요!”


“무기도 없는 사람들을, 게다가 아이들까지 그 도끼로 해하실 건가요!”


사람들 뒤에서 낭랑한 여자 목소리가 울렸다. 뒤렉보다 키가 작거나 같은 아이들이 사람들 틈에서 앞으로 나왔다. 마을 입구에서 공을 찬 아이가 도끼 앞에 서자 뒤렉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허, 이거 참 어쩌면 좋겠소?”


“무슨 오해가 있는 것 아닐까요?”


애런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데 사람들 무리가 벌어지면서 두 명의 여자가 걸어 나왔다. 한 명은 백발에 주름이 가득한 노파였고 다른 한 명은 애런보다 몇살 많아 보이는 젊은 여자였다,


은색 머리칼 주위를 연한 자주색 꽃으로 장식한 젊은 여자는 긴 소매에 허벅지가 드러나게 옆이 길게 트인 회색 드레스를 입었는데 목에서부터 길게 늘어져 손목과 발목에 연결된 붉은색 띠에는 알 수 없는 문자들이 금실로 수놓여있었다.


노파가 뒤렉과 애런을 번갈아 보다가 뒤렉이 메고 있는 늑대 가죽을 가리켰다.


“왜 안개 늑대를 죽이고 가죽을 벗겼느냐?”


“숲에서 야영할 때 우리를 습격했던 놈이우. 그보다 도대체 왜 이러는지부터 말해야 하는 거 아니우?”


“뻔한 거짓말을 하는군요. 갑자기 습격당하는 상황에서 저렇게 가죽이 온전하게 손을 쓴다고요? 처음부터 늑대 가죽 때문에 숲으로 들어간 것이겠죠.”


은발 여자가 곧바로 쏘아붙였다.


“그건 제···.”


애런이 입을 열려는데 노파가 손짓을 하자 마을 사람들이 손을 뻗으며 몰려들었다. 애런과 뒤렉은 차마 무기를 쓸 수 없어 손과 몸으로 밀쳐댔지만 수적으로 열세였다. 둘이 맨손이라도 작정을 하고 싸우면 길을 틀 수 있었지만 어린아이들까지 악착같이 매달리니 제대로 저항할 수가 없었다. 결국 무기와 짐을 모두 빼앗기고 몸을 묶이고 말았다.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우리는 오늘 중으로 페렐리움에 가야 해요. 늑대 가죽이 필요하면 가지시고 저희를 풀어주시죠.”


“무슨 말이우, 난 절대로 가죽을 포기 못하오. 당신도 그 가죽이 있어야 보탬이 될 거 아니요.”


뒤렉이 고집을 부렸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은발 여자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당신들에게 합당한 벌을 내릴 겁니다. 이자들을 성소에 가두세요.”


애런과 뒤렉은 마을 장정들에게 이끌려 붉은 지붕의 건물로 들어갔다. 햇볕이 드는 높은 창 아래 제단에 나무를 깎아 만든 커다란 늑대 형상이 놓여있었다. 뒷다리를 붙이고 앞발을 세워 앉아 고개를 젖혀 울부짖는 모습이었다.


애런과 뒤렉은 깜짝 놀라 서로를 바라봤다. ‘투박하게 깎은 방법이나 늑대의 머리 부분이 아자니가 준 반지랑 똑같잖아!’ 장정들은 늑대 조각상이 놓인 제단 아래에 철창이 있는 방으로 둘을 밀어 넣고 문을 잠갔다. 뒤렉과 애런이 사람들을 부르며 몸으로 철창을 쾅쾅 들이 받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야잇! 고블린 똥물을 목젖까지 들이부어도 시원치 않을 놈들아! 당장 풀어주지 못해!”


뒤렉은 고래고래 욕을 하다 지쳤는지 씩씩대며 애런을 보았다.


“내 여기서 나가기만 하면 이 마을 놈들을 죄다 잡아다 똥꾸멍에서 핏물을 분수처럼 뿜을 때까지 볼기를 쳐줄 거요.”


뒤렉은 묶인 두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눈썹을 찡그렸다. 그러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자 어깨를 축 늘이고 벽에 기대앉았다. ‘페렐리움에 거의 다 와서 이게 무슨 일이람. 내일 있을 경매 전까지 도착해야 하는데. 아까 보니 다들 그 은발 여자의 지시를 따르는 것 같은데 어떻게든 그 여자에게 오해를 풀어야 해.’


쇠창살이 있는 작은 창으로 낮게 들어온 붉은 햇빛이 벽에 기대앉은 애런을 비추다 점점 가늘어졌다. ‘지금쯤 와스프랑 아자니가 페렐리움에 도착했을 텐데 아무 이유도 모른 채 여기 갇혀 있다니.’ 입가에 거품이 일도록 마을 사람들 욕을 해대던 뒤렉은 아까부터 먹는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술꾼들 사이에서 들었는데 감자로 빚은 베릴라는 여기 것을 최고로 친다 더우. 그 한 모금을 못 마시다니 이게 말이 되우! 먼저 왔을 때 마셔둘 걸 왜 그때는 생각이 안 났는지. 에휴.”


“감자 농사로 유명하고 그런 특산품도 있다면 여느 시골마을이나 다름없는 것 같은데 왜 이런 이상한 짓을 할까요?”


“이게 다 늑대 가죽 때문 아니겠소. 농사만 짓는 사람들이 한 번에 큰돈을 만질 수 있게 됐으니 눈이 뒤집힐 수밖에.”


뒤렉이 입을 비쭉 내밀었다.


“낮에 그 여자는 우리가 안개 늑대를 죽인 것을 더 나쁘게 보는 것 같았어요.”


“자기들끼리만 쥐고 있는 것에 손을 댔으니까 그런 게요. 왜 안개늑대 가죽이 구하기 힘들고 값이 나가는지 내 이제 알겠소.”


“그 여자가 이 마을에 지도자 같은데 오해를 풀어주면 해결되지 않을까요.”


“옆에 있던 할망구가 진짜일 거요. 심술이 가득한 얼굴로 우릴 잡으라고 손짓하는 것을 봤소.”


창문으로 내려오는 달빛 위로 여러 그림자가 지나갔다. 덜그럭 소리 뒤로 문이 끼이익 열렸다. 창을 든 두 명의 청년이 들어와 양옆에 선 뒤 은발머리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에게서 시원하면서도 아련한 향기가 은은하게 풍겼다.


‘다행이다. 기회가 왔어. 최대한 자극하지 말고 차분하게 말해야 해.’ 애런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마른침을 삼켰다.


“야잇! 호랑말코 같은 못된 년아. 당장 이 몸을 풀어주지 못해!”


뒤렉이 후다닥 여자를 향해 철창에 달려들자 청년들이 창의 끝마구리로 찔러 밀쳤다.


“괜찮으십니까? 나자리아 님.”


은발머리 여자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청년들이 옆으로 물러나자 아랫입술을 굳게 물고 애런과 뒤렉을 보았다. ‘분위기가 더 나빠지기 전에 설명을 해야 돼.’ 애런이 창살 앞으로 나왔다.


“아가씨, 일단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이제 벌받을 시간이 됐습니다.”


“아까부터 계속 벌을 주네 마네 하는데 우리가 왜 벌을 받아야 하는데? 그 벌이라는 건 또 뭔데?”


애런은 뒤렉이 씩씩대며 계속 여자를 자극하는 것이 불안해서 무릎으로 뒤렉의 등을 툭툭 치고 고개를 저었다.


“알아서 좋을 건 없지만 그래도 궁금하잖우.”


뒤렉이 가만있어 보라는 눈짓을 했다. 여자의 청회색 눈동자가 서늘하게 뒤렉을 쏘아 보았다.


“당신들이 우리 형제들에게 한 것과 똑같이 해줄 겁니다.”


“형제? 무슨 형제? 가만 지금 안개 늑대를 형제라고 하는 거여? 그럼 우리 껍질을 벗기겠다고?”


“네, 산 채로.”


나자리아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또박또박 말했다. 놀란 애런과 뒤렉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


“아니, 늑대 가죽이 값이 좀 나간다고 해도 그렇지, 그거 한 마리 손댔다고 사람 가죽을 벗겨? 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신의 전령이자 수호자인 그들과 우리는 서로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안개 늑대를 죽이는 건 우리 마을 사람을 죽이는 것과 같은 겁니다!”


나자리아가 뒤렉을 매섭게 쏘아붙였다. 뒤렉도 지지 않고 씩씩거리며 나자리아를 노려봤다.


“말씀이 지나치네요. 아무리 안개 늑대가 당신들한테 신성하다고 해도 사람 목숨을 늑대하고 같이 보다니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엘더 사가 - 1부 별의 조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안내 (9월까지) 23.03.31 7 0 -
공지 각 회마다 삽화를 넣을 예정입니다 23.03.12 12 0 -
112 112화 23.03.31 8 0 9쪽
111 111화 23.03.27 12 0 8쪽
110 110화 23.03.24 15 0 9쪽
109 109화 23.03.20 14 0 9쪽
108 108화 23.03.17 14 0 8쪽
107 107화 23.03.13 14 0 9쪽
106 106화 23.03.10 13 0 8쪽
105 105화 23.03.06 13 0 9쪽
104 104화 23.03.03 13 0 8쪽
103 103화 23.02.27 14 0 8쪽
102 102화 23.02.24 13 0 8쪽
101 101화 23.02.20 15 0 8쪽
100 100화 23.02.17 15 0 9쪽
99 99화 23.02.13 15 0 8쪽
98 98화 23.02.09 19 0 8쪽
97 97화 23.02.06 21 0 8쪽
96 96화 23.02.03 21 0 8쪽
95 95화 23.01.30 20 0 9쪽
94 94화 23.01.27 22 0 8쪽
93 93화 23.01.23 24 0 9쪽
92 92화 23.01.20 22 0 9쪽
91 91화 23.01.16 25 0 8쪽
90 90화 23.01.13 28 0 9쪽
89 89화 23.01.09 28 0 7쪽
88 88화 23.01.06 27 0 10쪽
87 87화 23.01.02 36 0 8쪽
86 86화 22.12.30 35 0 8쪽
85 85화 22.12.26 33 0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