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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맥스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5.03.3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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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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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23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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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8. 3년 전 中

DUMMY

"안녕하세요?"


"누구?"


그녀로서는 쉼터에서 그를 몇 번 보아서 얼굴을 알고 있다지만 언제나 동생걱정과 병원비 걱정에 다른 곳에 눈 돌릴 틈이 없던 그로서는 당연히 처음 보는 여성이었다. 훗날 그가 그녀를 납치하고도 못 알아보는 이유를 이 장면에서 알 수 있었다. 우도훈은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우울증에 스트레스가 겹쳐 밥도 잘 못먹고, 활동량도 적어 살은 없고 뼈만있는, 너무 왜소했다. 3년 후와 비교해 보았을 때 이렇게 잘 성장한 것이 대견스러울 정도였다.


"아저씨는 어디가 아파서 여기 있어요?"


골수 이식을 준비하는 중이라 그도 환자복을 입은 상태였다. 그 차림새는 그녀가 여기 입원하는 동안 계속 유지되었기 때문에 그녀는 그가 환자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동지라 생각해 말을 걸었던 것 같다.


"아니, 나는 안 아파. 여동생이 아파서 도와줄겸, 간호도 할겸해서 이거 입고 있엇어. 너는 어디가 아프니?"


"저도 딱히 어디가 아픈건 아니고요. 음, 그냥 사고 당했어요. 사고."


그녀는 뭐라고 대답할지 망설이다가 멎쩍은 웃음을 지으며 손목에 붕대가 감겨진 팔로 머리를 긁었다. 가까이서 보니 그는 상당히 미남이었다. 여중에 다니는 그녀로서 일하며 종종 남학생들과 잘생긴 사람들을 가끔식 본다지만 언제나 바쁜 그녀는 제대로 볼 기회도, 애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리 만무했다. 연애경험도 없는 그녀로서 이렇게 외모가 번듯한 남자와 이야기하는 것은 자살 기도 전에 마음이 차분해진 그녀로서도 긴장되었다. 대화를 건 것 자체도 살짝 후회하고 있는 도중에 그녀의 배가 눈치 없이 울었다.


"어, 아니. 이건 그러니깐."


평소 밥을 잘 먹지 않았던 그녀는 신선한 정진석 충격이 들어오니 기존에 있던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투명해진 모양이었다. 덕분에 뇌에서 영양소가 필요하다고 징징거릴 수 있었고, 그것이 우도훈에게까지 들렸다.

우도훈은 저도 모르게 실소를 터트렸다. 그로서는 오래간만에 지어지는 미소였다.


"배고파?"


"... 아마 그런 것 같아요."


창피하고 민망해서 섣불리 그녀는 인정하려하지 않았다. 그 모습이 귀여운지 우도훈이 자기 여동생 또래의 그녀에게 더더욱 다정하게 말했다.


"지하식당가서 밥이나 먹을까? 미안하지만 사주지는 못 하겠다."


"어,음. 그래요!"


그녀는 두껍지는 않지만 지갑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물체가 주머니에 있따는 것을 확인하고는 수락의 대답을 했다. 밥을 먹을 생각은 오늘 없어지만 어차피 오늘은 결행일. 마지막으로 갈땐 가더라도 기존에 먹지 못 했던 음식들을 배터지게 먹고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우도훈은 큰 키를 뽐내듯 자신감 있게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쪽으로 향했다. 허민정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지 그를 졸졸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밥을 먹기 위해 이동하는 곳은 지하 1층이었다. 상당히 큰 병원이라 입원하는 사람은 물론이와 진료를 받으러오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 지하 1층은 다양한 음식점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뭐 먹을래?"


그의 질문에 그녀는 우도훈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며 입만 뻥끗 거렸다. 그녀로서는 이 지하 1층 자체가 낯선 공간이었다. 병원에서 주는 밥은 버리기 일수이며, 설사 배가 고프다고 할지라도 비싼 돈을 주며 음식점에서 밥을 사먹을 그녀가 아니었다.


"저, 여기는 처음 오기도 하고. 뭘 먹어야 될지도 모르겠고. 아저씨는 뭐 먹고 싶어요?"


"글쎄. 나도 딱히 먹고 싶은 건 없는데. 그럼 일단 둘러볼까? 음식점이 다양하니깐 돌아다니다 보면 먹고 싶은게 있을거야."


허민정은 그를 계속 물끄러미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허민정은 오빠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아 아까부터 알바할 때 자주사용하던 아저씨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중이었다. 자신의 모자람에 상당히 부끄러운지 빨갛게 익은 얼굴을 두 손으로 번갈아가며 만지며 걸었다. 그에 비해 우도훈은 별 느낌이 없는지 주위 음식점들을 거닐며 가게 이름과 메뉴들을 하나하나 읊어주고 있었다.

결국 그들은 김천국밥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우도훈은 간단하게 돈까스 정식을 시켰고, 허민정은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다가 우동에 돈까스, 그리고 음료수까지 시켰다. 남자가 보아도 상당히 많아 보이는 양을 과감하게 시킨 그녀를 그는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동생분이 어디가 아프신데요?"


"혈액암. 백형병이라고 알지 모르겠네. 어려운 단언데."


"아, 네... 쿨럭."


"천천히 마셔."


그녀는 물을 마시다가 그의 대답에 저도 모르게 당황하여 헛기침을 내뱉었따. 모를 리가 없었다. 학교에서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을 배우는 시간에 선생님이 여담으로 해주었던 것이 백혈병이었다. 상당히 무서운 병이라고 지식으로는 접해본 그녀였으나 실제로 눈 앞의 가족에게 걸렸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그나저나 너무 많이 시킨거 아니야? 그리 많으 먹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냥, 어차피 마지막 날이라 남기더라도 먹고 싶었던 것들 먹으려구요. 우동 같이 드실레요? 많기는 많은데."


"남기면 먹을게. 하아, 마지막 날이라."


그녀의 말을 다른 사람들이 들었으면 당연히 오늘이 퇴원날이라고 인식했을 것이다. 그녀도 우도훈이 그렇게 생각하도록 정직하면서도 정직하지 않게 대답했다. 마지막이라 말하며 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만족스러워 했다. 죽기전에 이런 멋있는 사람이랑 대화도 나누고, 같이 밥도 먹고, 거기에다가 돈도 걱정 안하고 맘대로 밥을 먹는 것에 만족을 느꼈다. 그녀는 그에게 처음 말을 건 자신의 결단력에 감사했다.

음식은 빠르게 나왔다. 손님들이 평소 많은 곳이라 빠른 회전력이 단련이 되었는지 주문한지 얼마되지 않아 곧바로 그들의 주문번호가 알림을 울리며 현황표에 등장했다. 음식은 우도훈이 카운터에서 받아왔고, 앉아서 뻘줌하게 기다리던 그녀는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숟가락과 젓가락을 휴지에 고이 싸서 테이블에 배치했다.


"먹자."


"잘 먹겠습니다."


우동 국물과 함께 먹는 돈까스의 궁합은 정말로 예술이었다. 그녀는 오래간만에 느껴지는 행복한 쾌감에 정신없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우도훈은 먹는 것만 봐도 배불러서일까, 아니면 식욕이 없어서일까 그녀와 상반되게 깨작깨작 먹고 잇었다.


"나에게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이던데."


"음, 딱히 할 말이 있어서 그런건 아니었구요. 그냥 힘들어 보이시길래. 저도 좀 나름 힐들어서요. 원래 사람은 동류를 알아본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그냥 말 걸어봤아요. 아, 실례되는 말인가..."


"아니야 괜찮아."


그 이후로도 집요하게 자신에게 할 말이 있지 않냐고 묻는 그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하며 식사를 계속했다.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니 포만감이 몇 배로 상승하는 것 같았다. 그것은 그녀를 굉장히 짜릿하게 만들었고, 며칠동안 우울하게 있었던 그녀의 표정이 지속적으로 변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저씨는 안 먹어요?"


"아니야. 먹고 있어. 천천히 먹지 뭐 시간 많은데. 뭐 급한 일이라도 있어?"


"그건 아니지만... 아, 근데 이름이 뭐예요?"


"우도훈. 좀 이상한 이름인가?


그녀는 그의 말에 강하게 부정하기 위해 음식을 씹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녀는 음식을 먹고 있어 바로 대답하지는 못 했고, 전부다 꼭꼭 씹어 삼킨 다음에야 그의 말을 명확히 부정할 수 있었다.


"이름 멋지기만 아구만. 제 이름은 진짜 너무 흔해서 말해주기 민망하네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네..."


우도훈은 음식은 입에 손도 대지 않으며 그녀의 말만 계속 들어주고, 대답해주고, 대화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그녀는 아까 느낀 긴장감이 조금씩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편안한 분위기로 그에게 사소한 것부터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병원 밥이라던가, 병원에서의 생황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하다가 그녀가 좋아하는 책, 영화 등등 문화생활에 대해 주절주절 내뱉었다. 수다스러운 소녀가 된 그녀를 전혀 거리낌없이 받아들이던 우도훈은 무려 1시간 가량동안 그녀의 말을 듣고 대답해주었다.


"우왓. 우리 1시간 넘게 여기 있었어요. 저기 아줌마가 노려보고 있어요."


"신경쓰지마. 어차피 우리는 손님이지 여기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잖아. 어차피 우리 나가지 않아도 자리는 계속 비어."


"그, 그쵸? 하하. 저는 맨날 이런 가게에서 일만 해가지고 이렇게 손님으로 온 적이 없어서 이 상황이 조금 어색하네요."


"외식 자주 안해?"


"저희 집이 조금 가난해서 외식같은거는 꿈도 못 꾸ㄱ든요. 이렇게 입원한 것도 솔직히 돈 낭비나 다름없고..."


그녀는 자신의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셜명했다. 그리고 돈 때문에 느끼는 무력감과 자괴감, 비참한 감정을 호소하더니 급기야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이야기 하면서 대체 내가 왜 술술 이야기하는지, 이야기하는 도중에 왜 울먹거리는지 본인 스스로도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렇게 이야기하면 할수록 가슴속에 있던 조약돌들이 하나씩 걷어지고 있었다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혼자서 그렇게 20분 동안 더 주절거렸다. 자살과 부모와 친구, 그리고 할머니 치매소식을 제외하면 모든 것들을 이야기했다. 전부 들은 우도훈은 식사를 다 마친 그녀에게 물을 한 잔 따라주었다. 마시면서 천천히 이야기하라는 암묵적인 배려였다.


"속 시원해?"


"네? 아, 네. 그러고 보니깐 조금 개운해진 것 같기는 해요. 사실 이렇게 떠들 생각으로 아저씨한테 말 건게 아닌데."


"동지니깐? 그래서 편해서 말이 많아진게 아닐까?"


"동지요? 아아 그런가?"


"나도 너처럼 힘들어서 너가 어떤 느낌으로 있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 내 생각에 너는 마음속에 있는 앙금들을 누구에게 보여줄 수가 없었던 것 같아. 누군가 자신의 이 괴로움과 아픔을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없는거지. 그래서 처음 보는 나에게라도 말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아."


"..."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오늘 여러번 고개를 숙이는 것 같은데 그 중에서 가장 강하게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그치만 아프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압처럼 시원하게 느껴진 그녀였다.


"힘든 일이 있으면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주위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징징도 거려보고, 도와달라고 졸라도 봐. 너는 아직 16살이잖아. 어른인 척 할 필요없어. 그 어른인 척이, 네 나이답지 않은 성숙한 행동과 태도가 오히려 너를 더 힘들게 만들 거야."


"네."


"인간이란 혼자서 못사는 연약한 동물이라잖아. 나도 20살인데 동생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친구들한테 징징거리고 다닌다. 하하."


그녀가 고개를 들자 그의 이쁜 미소가 눈 앞에 보였고, 그것은 저도 모르게 빛나보였다. 그리고 갑자기 뭔가 두근거리더니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심장의 고동도 갑자기 급격하게 빨라진 그녀였다. 언제나 소설책에서 보았던 주인공 감정 묘사가 모두 자신에게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을 느낀 그녀는 그를 똑바로 쳐다볼 자신이 없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기 시작했다.


"저 이만 가볼게요."


여렵게 그녀는 말을 꺼냈다. 거의 내뱉듯이 말한 그녀의 말을 우도훈은 차분하게 대답해주었다.


"그래. 하고싶은 말 있으면 내일 또 오렴. 계산은 내가 했으니깐 그냥 가면 되."


"아까 더치페이 하자구..."


"장난이지. 자, 먼저 가. 만날 사람 있어가지고."


"네. 그럼 나중에 또 뵈요."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 빠르게 음식점을 나갔다. 만날 사람이 있다는 말이 자신을 배려하기 위한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그녀는 속는 척하며 밖으로 나가 병실로 향하기 위해 엘레베이터에 탑승했다. 그리고, 어느새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결행에 대한 생각이 사라지고 내일 또 볼 수 있을까 라는 짜릿한 상상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그들은 만날 수 없었다. 그녀가 강제로 퇴원조치가 되었기 때문이다.


작가의말

 정말 말년에 당직 덕분에 매일연재 하고 있기는 한데 내일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으 정신이 피폐해져 간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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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 우여지 上 15.03.28 314 2 8쪽
20 19. 3년 전 下 15.03.25 289 2 12쪽
» 18. 3년 전 中 15.03.23 334 3 13쪽
18 17. 3년 전 上 15.03.22 300 1 12쪽
17 16. 습격 下 15.03.21 387 1 11쪽
16 15. 습격 上 15.03.20 344 1 10쪽
15 14. 2번째 의식 15.03.19 214 2 14쪽
14 13. 외출 下 15.03.18 179 1 16쪽
13 12. 외출 上 15.03.16 295 1 11쪽
12 11. 김준태 下 15.03.16 319 2 10쪽
11 10. 김준태 中 15.03.16 310 3 9쪽
10 9. 김준태 上 15.03.16 335 2 11쪽
9 8. 청소 下 15.03.16 365 4 11쪽
8 7. 청소 上 15.03.16 355 2 17쪽
7 6. 칠칠재 [七七齋] 下 +2 15.03.16 351 2 13쪽
6 5. 칠칠재 [七七齋] 上 15.03.16 338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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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 영인사 15.03.16 268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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