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세계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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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2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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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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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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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잇는 자들(완)

시작합니다.




DUMMY

이실린 제국의 공휴일도 해가 떨어지면서 어느새 끝을 바라보고 있다.

그 끝이 아쉬운 지 저녁에도 거리는 시끌벅적하다.

그리고 그 시끄러운 거리의 술집에 스트라만, 수아 그리고 베스키아가 앉아있다.


“오늘이 끝나기 전에 마시자고!”


수아가 술잔을 힘차게 들어 올리며 말했다.


“너무 무리하지 마라. 내일부터 다시 일해야 하니까.”


그런 수아를 보며 스트라만이 조용히 말했다.


“그렇다고 이런 날을 그냥 보낼 순 없잖아. 이렇게 셋이 모일 기회가 앞으로 얼마나 있겠어. 안 그래?”


수아가 조용히 술잔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베스키아의 술잔에 부딪히며 말했다.


“그래. 아크메이지의 부관이 모두 모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베스키아도 수아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린도 함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지.”

“린은 우리와 함께 있는 것보다 그곳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하긴... 부러운 녀석.”


린과 스트라만의 대화에 베스키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베스키아 언니. 언니는 린이 누구랑 떠난 지 모르는 거야?”

“알고 있다. 루키우스와 에일 그리고 학교의 유망주인가 하는 녀석이랑 간 거잖아.”

“알면서도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여전이 어리둥절한 베스키아를 보고 수아가 한숨을 쉬었다.


“하아... 남자친구와 함께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세계로 간 거라고! 얼마나 낭만적이야.”


수아가 눈에 빛을 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내가 듣기론 여행이 아닌, 목적이 있어서 간 거라고 알고 있어. 게다가 둘이 간 것도 아니잖아.”

“넷이 하루 종일 붙어 다니겠냐고~ 됐고, 술이나 먹자!”


더 이상 베스키아와의 대화를 포기한 수아가 술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그런 수아를 보며 베스키아도 무표정하게 술을 따라 마셨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이번 부관들 중 정상은 없는 거 같다.”


둘을 조용히 지켜보던 스트라만이 입을 열었다.


“스트라만 아저씨야말로 제일 비정상이라고!”


쾅!

수아가 술잔을 테이블에 내려치고 스트라만을 노려봤다.


“내가?”

“사람이 인간미가 없잖아. 최근 1년간 한 일이라곤 먹고 자고 일하는 것밖에 안했지?”

“딱히, 취미가 없을 뿐이다.”


스트라만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그 태도 자체가 문제라니까. 어떤 사람이 1년 동안 자는 시간, 먹는 시간 빼고 일만 하냐고. 이번에 미아님이 아저씨 부관을 안 만들어줬으면 과로사 했을 거야.”

“난 미아님이 괴로워하지 않는다면 그걸로 됐다.”

“어휴, 저 미아님 빠돌이.”


스트라만의 말에 수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응. 너무 과보호야. 가끔은 떨어질 필요가 있겠어.”


베스키아도 수아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런 베스키아를 수아가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언니가 할 소리야? 아르만님 껌딱지가.”

“껌딱지라니... 난 그저 아르만님을 보좌할 뿐이라고.”

“그거나 그거나지.”

“크흠, 그나저나 부관들 중 린은 그래도 정상적이지 않아?”


괜히 찔린 베스키아가 헛기침을 하고 화제를 돌렸다.


“린은...”

“너무 완벽하지.”


베스키아의 말에 스트라만과 수아가 입을 모아 말했다.


“그게 왜?”

“난 그렇게 하루도 못살아. 내 생각엔 린이 제일 비정상적일 거야.”


베스키아의 물음에 수아가 질린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스트라만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술잔을 들이켰다.


“그런가... 언젠가 대화해 보고 싶네.”

“언니도 취향 참 한결같네.”


혼잣말을 하는 베스키아를 보고 수아가 말했다.


“무슨 소리야?”

“아르만님도 빈틈이 안보이잖아. 그런 사람들을 특히 좋아하는 거 같아.”

“그런...것 같기도 하고...”


베스키아가 몰랐던 사실을 알았다는 듯 눈이 커졌다.


“그런 아르만님이 지금쯤이면 허둥지둥하고 있겠지. 상상이 안 되는데?”

“그건 또 무슨 말인데?”


괜히 히죽거리는 수아를 보며 베스키아가 물었다.


“언니는 정말... 오늘 아르만님이 언니한테 뭐라고 안했어?”

“오늘은 무조건 너희랑 시간을 보내라고 했어. 난 괜찮다고 했지만, 따라오면 죽인다고 했다.”


베스키아가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하하하하! 어지간히 답답했나보네.”


시무룩한 베스키아를 보고 수아가 웃음을 터뜨렸다.


“응?”

“이렇게 아크메이지의 부관들이 모였잖아. 그럼 아크메이지들도 모였지 않겠어?”

“그렇지.”


수아의 말에 베스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미아님은 오늘 테온님이랑 데이트를 한다고 했어. 그럼 누가 남았을까?”

“아르만님과... 렐리아님...”

“그래! 우린 여기서 술 마시면서 응원이나 하면 되는 거라고.”


수아가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



그리고 비슷한 시각, 이실린 성 내부의 황제의 집무실.

늦은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렐리아는 그곳에서 일을 하는 대신 아르만과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너,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낮에 테온과의 싸움... 지금까지의 너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어.”

“그럼 뭐하나. 그럼에도 새파랗게 어린 녀석한테 져버렸는데.”


렐리아의 말에 아르만이 술을 들이키며 말했다.


“테온의 성장은 정말 놀라울 뿐이야. 특히, 그 마지막...”

“너도 봤구나. 마지막의 공격은 마치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 했다. 인간이 거기까지 도달할 수 있다니.”


아르만이 낮의 싸움을 회상하며 고개를 젖혔다.


“응. 이제 우리 이실린 제국도 한발자국 더 나아간 거야. 그동안은 우리가 이실린 제국의 정점을 맡고 있었다고 해도 마도장님과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지.”

“그래. 하지만, 미아에 이어 테온까지. 그 넘을 수 없던 벽을 넘어섰어.”


렐리아의 말에 아르만이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그 뿐만 아니야. 성장이 멈춰있던 스트라만과 수아까지. 단숨에 성장해 어느덧 우리의 밑까지 따라왔어. 몇 십년간 그대로였던 제국이 단 1년 만에 이렇게까지 바뀔 수 있다니...”

“꽤나 만족스러운 표정이네.”


옅게 미소 짓는 렐리아를 보고 아르만이 말했다.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

“그래. 제국을 생각하는 마음은 나도 너와 같으니까. 그 주역이 우리가 아닌 건 아쉽지만 그래도 이거면 충분하지.”

“맞아.”


말하는 아르만 너머로 뿌듯함과 쓸쓸함이 섞인 아련한 렐리아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순간 아르만은 가슴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더 이상 숨길수가 없었다.


“렐리아.”

“웬일이야? 날 이름으로 부르고.”

“...사별한지 얼마나 됐지?”


아르만이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


“갑자기? 음... 네가 감옥에 들어가고 얼마 뒤니까, 벌써 10년이 다 돼가네.”


아르만의 갑작스런 질문에 렐리아가 잠시 생각하다 답하며 술을 들이켰다.


“그 옆자리. 아직 비어있다면 내가 채워도 되겠나?”

“쿨럭, 뭐어?”


아르만의 깜짝 고백에 렐리아가 마시던 술을 뱉어냈다.


“너무 갑작스러웠나?”

“어. 너무. 너 진짜 서툴 구나.”

“이런 쪽으로는 경험이 없다.”


렐리아의 말에 아르만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음~ 덩치 큰 사람은 내 스타일이 아닌데.”


렐리아가 오랜만에 보는 어리숙한 아르만을 보고 장난스레 말했다.


“그런가...”


아르만은 애써 마음을 감추고 술을 들이켰다.

그리고 이어지는 렐리아의 말에 눈이 커졌다.


“뭐, 은퇴하고 나면 좀 쓸쓸할지도?”

“이거, 빨리 네가 황제의 자리에서 내려오길 바라야겠네.”

“그거 또 감옥에 들어갈 발언이라고.”


둘이 술잔을 부딪쳤다.

황제의 집무실의 불빛은 그렇게 오랫동안 꺼지지 않았다.


이렇게 이실린 제국에는 밝은 미래만이 가득할 것으로 보였다.



**



다음날 오후.

황제의 침상에서 렐리아가 눈을 비비고 일어났다.


“끄응... 어제 얼마나 먹은 거지... 이렇게까지 많이 먹은 건 오랜만이네.”


렐리아가 찌뿌둥한 몸을 일으켰다.

원래라면 이정도 숙취는 마나를 끌어올리면, 한 번에 날려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렐리아는 굳이 그러지 않았다.

인위적으로 숙취를 날려 보내면 그날의 즐거웠던 기억까지 날려버리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렐리아는 기분 좋은 숙취를 느끼며 물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하... 아직도 믿기지가 않네. 이렇게 좋은 일만 일어나도 되는 걸까?”


왜 항상 세상은 사람이 행복해 지는 것을 막는 걸까.

똑똑.

갑자기 들리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렐리아의 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무언가 불안감이 몰려왔다.


“드, 들어와.”


애써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며 렐리아가 입을 열었다.


끼익.

문이 열리자 와이즈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아... 왜 또.”


무언가 들어와선 안 될게 들어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익숙한 사람의 모습에 안도하는 렐리아였다.


“렐리아님.”


그리고 들려오는 평소에 듣지 못한 진지한 목소리에 사라졌던 불안감이 다시 한 번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왜 목소리는 깔고 그래?”

“카논이 말했던 그때가 온 거 같습니다.”


와이즈의 한마디에 렐리아는 상황을 순식간에 이해했다.


사악.

그리고 순간적으로 마나를 끌어올려, 지우고 싶지 않았던 어제의 술기운을 한 번에 지워버렸다.


“어디지?”


표정을 굳힌 렐리아가 물었다.


“북쪽입니다. 지금 아르만님이 모든 화속성 마도사들을 끌고 그쪽으로 향했습니다.”

‘아... 아르만...’


카논이 말했던 ‘그때’라는 것.


[나는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의 적은 더 강대해질 것이며, 너희는 이 또한 이겨내야 한다.]


이실린 제국을 멸망의 위기까지 몰아갔던 흑월.

그보다 더한 적이 왔다.

그리고 그 강대한 적을 아르만이 막으러 갔다.


여기서 생각을 멈추는 순간 아르만은 죽는다.


렐리아는 빠르게 채비하며 말했다.


“아르만 쪽만 보내고 끝은 아니지? 준비는?”

“테온님과 미아님에게도 전달했습니다. 풍속성의 마도사들에게도 사람을 시켜 모이라고 했으니, 폐하께서 준비가 되시면 바로 출발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출발하자. 또다시 겁 없이 이 땅에 머리를 들이미는 어리석은 자들에게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보여주도록 하지!”



**



시간을 조금 거슬러 같은 날 오전.

이실린 제국의 북쪽 국경.

소수의 화속성 마도사들이 국경 밖을 보고 있다.


“하아... 공휴일의 여운도 끝나지 않았는데 아침부터 보초라니.”

“그런 말 하지 마. 이런 평화에 감사해야지.”


두 명의 마도사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렇지 앞으로도 오늘처럼... 응?”


그러던 중 망원경처럼 생긴 마도구로 밖을 보고 있던 한 병사가 하던 말을 멈췄다.


“응? 왜, 무슨 일이야?”

“저, 저, 저기에...”

“왜 말을 더듬고 그래?”


옆의 병사가 망원경을 빼서 병사가 보고 있던 곳을 봤다.


그곳엔 백색의 로브와 갑옷을 입은 사람들이.

어림잡아도 천여 명은 돼 보이는 사람들이 무장을 한 채, 걸어오고 있었다.


“다, 당장 경적을 울려! 대기하고 있는 병사들 전부 불러 모아!”


우우웅!

그렇게 거대한 나팔소리가 맑은 하늘에 울려 퍼졌다.


평소 훈련이 잘 돼있는 덕분에 백 명에 가까운 병사들이 순식간에 진지를 구축하고 다가오는 백색의 사람들에게 무기를 겨눴다.


“지원이 올 때까지 절대로 이곳을 넘어서게 해선 안 된다! 앞의 사람들은 당장 걸음을 멈추고 무장을 해제해라! 너희는 이실린 제국의 국경에 닿았다!”


그중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이 마력을 끌어올려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그리고 들려오는 소리에 백색의 무리에서 두 명의 남녀가 걸어 나왔다.

한명은 긴 흑발의 흰 피부를 가진 여자였고, 다른 한명은 그와 상반되는 스킨헤드의 구릿빛 피부를 가진 남자였다.


“역시 밤에 몰래 오는 게 낫지 않았을까?”

“흥, 제까짓 것들이 모여 봤자지.”


남자의 물음에 여자가 코웃음을 말했다.


“당장 멈추고 목적을 말해라!”

“너희들이 죽는 이유는 하나야.”


소리치는 병사를 향해 여자가 말했다.


“무, 무슨!”

“우리가 가는 길을 막았으니까. 심판!”


여자의 손에서 엄청난 규모의 빛이 터져 나왔다.




끝입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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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를 잇는 자들(완) 22.10.13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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