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품의 방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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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힣하핳하
작품등록일 :
2022.07.22 02:55
최근연재일 :
2023.08.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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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3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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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보(1)

DUMMY

“밤공기는 차가운데”


졸졸졸


“왜 내 심장은 이렇게 뜨겁냐..”


은발이 달빛을 받아 뿜어낸 빛을 흑발이 잡아먹었다.


“이런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는데...”


이드라한테 매혹을 당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설레고 굳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


“라이트.”


내 손에서 밝은 빛이 머물렀다.


일렁..


“분명히 외모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디아나가 외모를 막 중요시하는 성격은 아닌 거 같던데...”


나는 물에 비친 내 모습을 쳐다보다가


내 어디서 매력을 느낀 거지?


나의 입을 가렸다.


사삭..


뭐지? 바람은 아닌데, 소동물?


“워이!”


푸사삭!


하얀색이 풀숲에서 튀어나왔다.


“아, 펜리르였구나?”

“우프.”


펜리르는 가까이 다가왔다.


“왜 왔어? 그냥 산책? 몇 시간 전에 한 번 하지 않았어?”

“우프.”


펜리르가 물가에 다가가서 물을 마셨다.


찹찹찹


“펜리르씨. 혹시 디아나가 내 어디를 좋아하는 지 알아?”

“우프.”


공기가 잠시 싸해졌다.


“직접 알아내라고? 그러면 그냥 물어볼게.”


꽈악!


펜리르가 일어나려 한 나의 옷을 강하게 당겼다.


“그르르르...”

“에휴.. 알겠어. 그러면 펜리르가 힌트만이라도 알려줘.”

“그르..”


사각..


펜리르가 작은 돌에 작은 그림을 그렸다.


( ? )


“모른다고?”

“우프.”


흐음... 디아나는 거의 항상 펜리르랑 같이 있었는데, 그 펜리르도 모른다..


“흐음.. 뭐 일단 이대로만 하면 되겠지.”


사부작


“뭐.. 그러면 잘 가, 펜리르.”

“우프!”


펜리르가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풀숲으로 들어갔다.


푸스슥


음.. 그래도 역시 궁금하긴 한데. 흐음.. 이드라한테 물어볼까?


“후우..”


아마도 이드라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떠올리면 생각이 전해지는 거겠지.


“이드라. 지금 자?”




하늘에서 떨어진 핑크색 물방울이 수면에 닿았고 동그랗게 퍼졌다.


스으윽


그렇게 생긴 원에서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스르륵!


검은 머리부터 어깨, 무릎, 발까지 얕은 수심을 뚫고 올라왔다.


“선호..!”


와락!


어..라? 왜 갑자기... 아니, 평소에서 껴안는 정도는 했었지?


“왜? 악몽이라도 꿨어?”


스스슥


이드라가 나의 가슴팍에 얼굴을 부볐다.


아니라는 거겠지? 아니면 생각을 떨쳐내기 위한 건가?


“힘들면 다시 들어가도 돼. 이렇게 되니까 불러낸 내가 뭔가 미안하네..”


꽈악..


힘이 약하긴 해도 온 힘을 다해서 껴안았다는 건 느껴진다.


스윽


나는 이드라의 검게 빛나는 머리칼에 손을 올렸다.


“우리 이드라가 갑자기 왜 그러실까?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꾸욱...


나의 옷에 힘이 더 들어갔다.


“그냥.. 악몽...”

“그래?”

“선호..! 나.. 안 버릴 거지..?”


음..? 갑자기 무슨 소리지?


“그야 당연하지? 애초에 떨어지고 싶어도 못 떨어진다고 하지 않았어?”

“그.. 그랬지. 그래.. 그러면 됐어.”


악몽을 심하게 꿨나 보네.


“괜찮아, 이드라. 내가 여기 있으니까 전부 괜찮아.”


잠시의 침묵이 이어지더니 이드라가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응..! 그렇네! 괜한 생각이였어!”


선호가 작게 미소 지었다.


“그러면 다행이네. 아, 그런데 이드라.”

“....어? 왜?”


졸졸졸


“이드라는 내 어디가 좋아?”


물소리가 순간 사라졌다.


“엥?”


밤하늘이 경계를 넓혔다.


“무.. 뭐야?”


덥석!


“어? 에?”


하필이면 멘탈이 약해졌을 때 갑자기 이러면 반응이 늦어..


밤하늘이 땅을 잡아먹었고,


“선호.”


별은 환하게 빛났다.


“어? 응?”


그 빛이 점점 밝아져 별의 빛이 강해진 것인지 별의 수가 많아진 것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스륵


잠깐만.. 여기 현실이 아닌 건가?


나의 몸이 이드라의 쪽으로 끌려갔다.


“어..? 왜? 응? 이드라..? 저기요?!”


화아악!


별이 밤하늘을 완전히 뒤덮어 주변엔 빛만이 맴돌았다.


그렇게 내가 눈을 감았을 때




이드라가 나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어?”


졸졸졸


“내가 전에 말했듯이 사랑하는데 이유는 필요 없어.”


등 뒤로 울퉁불퉁한 땅의 감촉이 느껴졌다. 나뭇잎이 가린 하늘은 별이 점이 되어 찍혀있었다.


눈을 감았을 때 뒤로 넘어진 것이다.


사박


“선호.”


이드라는 나에게 등을 돌린 채로 서 있었다.


“사실.. 우리가 영원히 귀속되어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야.”


이드라가 그대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귀속을 푸는 방법은 있고 귀속이 풀려도 능력은 여전히 쓸 수 있어.”


꾸욱..


“선호는.. 귀속을 풀고 나와 떨어져 지내고 싶어..?”


저게 무슨 소리지?


“원한다면 풀어줄게. 아무런 후환도 남지 않아. 결과적으로는 좋은 것만 남는 거지..”


스윽


나는 땅에서 일어나 이드라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좋은 것만 남을 리가 없잖아. 이드라랑 떨어지게 되는데 좋을 리가 없지.”

“하지만..!”

”능력을 잃어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너는 잃어버릴 수 없어.”



이드라는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이드라. 널 또다시 잃어버릴 순 없어. 이건 내 고집이야. 귀속은 풀 수 없어. 절대.”


졸졸졸


“....그렇구나. 그러면 난 가볼게..”

“어... 그래..”


....도대체 뭐지? 갑자기 왜..


일렁..


이드라의 신형이 흐려진 후 사라졌다.


“에휴.. 뭔지 모르겠다~ 그냥 여기서나 자자. 자고 일어나면 생각 정리되어있겠지.”


풀썩


선호는 왼쪽 팔을 머리의 아래에 받치고 눈을 감았다.

그렇게 현실로 돌아왔을 때


사삭!


나뭇잎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당신이..”


스릉


“배짱은 칭찬해주마. 마신숭배자.”


방금 막 달려온 것으로 보이는 부단장이 검을 어느 검은 형체를 향해 겨누었다.


“흠.. 일단 얼굴을 봐뒀으니 됐어요. 돌아갈게요.”


화르륵!


“감히.. 내가 서 있는 이곳에서 도망을 가겠다는 것이냐.”


검에 불의 씌워졌고 불은 팔까지 번졌다.


“음.. 도망은 아니지만, 지금 그 선택이 바르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선택이 틀렸다 해도 너를 보낼 수는 없다.”


스르륵


“엄마, 이제 가자.”

“네놈..! 놓칠까보냐!”


타타타탁!


얼음이 땅을 뒤덮고 벽을 세웠다.


“못 도망가. 스토커 씨.”


씨익


“역시.. 그 말 대로였어..! 당신이!”


푸화학!!


검은 형체의 뒤에서 새까만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쿠국..


달려 나가던 기사가 빠른 속도로 땅에 발을 박아넣어 속도를 줄였다.


“젠장할..”


스륵


검은 팔처럼 보인 두 갈래의 연기가 검은 형체의 목을 두르곤 같이 흩어졌다.


“다음에 또 봐요. 그때는 함께 말을 나눌 수 있다면 좋겠네요.”


연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결국 쟤는 뭐였던 거지?”

“그러게요.. 그나저나 깨어 계셨습니까?”


애초에 자질 않았으니까 당연하지.


“깨어 있은 지 꽤 됐어.”

“그런가요..”


그런데 저놈 어디 다른 곳에서 전투라도 있었나?


“그런데 너 손은 또 왜 그러냐?”

“아, 제 손 말입니까?”


부단장이 붕대로 감싼 자신의 손등을 보여주었다.


“감지 능력을 향상하려 수련을 하다가 돌에 찧어서 그렇습니다.”

“흠..”


아닌데.. 아무리 봐도 아니야. 이 부대는 회복과 방어를 중시하고 있어. 그런데 고작 돌에 찧었다고 붕대까지 감아야 했을까?


툭툭


선호가 일어나며 옷에 묻은 흙을 털었다.


가능성은 자해가 가장 커. 기사단장이랑 만난 뒤에는 붕대가 없었어. 그 사이에 저 정도로 다칠 정도의 전투는 내가 몰랐을 리가 없고. 그럼 직접 돌로 찧은 거다.


피식


뭐 자기가 하겠다는데 뭐 어때. 그래도 재미는 있었다.


“일단 저는 단장님께 보고드리고 오겠습니다.”

“뭐.. 그러면 가봐. 아, 그리고 우리 세공사가 자기는 괜찮대. 나는 천막에 있을 테니까 할 말 있으면 오고.”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그래, 잘 가라.”


파사삭


기사가 풀숲을 빠른 속도로 뚫으며 뛰어갔다.


“뭐.. 그러면 이런 일도 있고 하니 천막에서 자야겠다. 디아나는.. 지금쯤 자겠지?”


이걸 어찌한담.. 내가 들어가면 디아나가 분명히 깰 텐데..


저벅저벅


그러면 어디서 잘까.. 이드라랑 세공사가 있던 곳은 이미 만석이고.. 아, 거기가 있지?


타다다닥.. 펄럭!


“기사단장. 방 좀 빌리자.”

“넵!”


#


“짹짹!”


펄럭!


“선호! 여기 있었어?”

“정답~”


디아나가 작은 한숨을 쉬었다.


“어제는 왜 안 들어온 거야?”

“응? 그야.. 디아나가 깰까봐...”


또각! 또각!


“내가 몇 시간을 기다렸다고 생각하는 거야!”

“어.. 어?”


디아나가 침대에 앉아있는 나의 앞으로 다가왔다.


“아, 안녕하세에요.”


풀썩


“꿰엑..”


기사단장이 침대에서 이불과 함께 떨어졌다.


“어..? 기사단장님..? 어? 어라? 왜 여기.. 여기가 기사단장님의 천막이였나..? 근데 왜 선호가?”


후웅 후웅


디아나가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보다 괜찮으세요? 기사단장님?”


꿈틀..


이불이 들썩거렸다.


“존댓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지금 그런 말씀이..”


스륵


선호가 이불에서 벗어났다.


“괜찮을 거야. 그냥 어제 조금 같이 술을 마셨거든.”


찌지직!


어라..?


“뭐.라.고?”

“뭐라고요~ 단장니임..?”


디아나가 단검을 꺼냈고, 천막을 찢으며 나타난 부단장이 검집을 잡았다.


“술 냄새는 오러 써서 날렸냐..? 단장님아?!”

“선호가 술 준 거지..? 맞지?”


기사단장아. 우리 어떡하냐?


쿠구구구국!


천막이 디아나와 부단장의 마나와 오러에 흔들렸다.


이거 단단히 조진 거 같은데에!


타다다다닥!


“이리 와!!! 도망가지 말란 말이야!!”

“기사단장이 꼬리 말고 도망치는 게 말이나 됩니까!!”


휘릭!!


단검이 빠른 속도로 돌며 날았다.


“흐이익!!”

“거기 서!! 지금 술을 마시는 게 말이나 되냐고!”

“미안하다고!! 미안하다니까아!!!”

“애초에 미안할 짓을 하지 말던가!”


디아나가 다른 단검을 꺼냈다.


“미안할 짓을 해서 미안한 거지! 미안할 짓을 안 하면 미안할 이유가 없잖아!!”

“뭔 그딴 논리가 있어!!! 당장 거기서 기다려!!”


뿌득


디아나가 나뭇가지를 한 웅큼 꺾었다.


“중급 바람속성 부여!!”


이런 미친..


푸화아악!!


“이건 조금 심하잖아!!”


여러 개의 나뭇가지가 바람을 뿜어대며 돌진했다.


“아, 그런가?”


푸화하아악!!!


“아, 그런가? 가 아니잖아!!”


타타타탁!


허공에서 만들어진 얼음결정에 살이 붙어 크기를 키웠다.


“도와드리죠!”


부단장의 손에서 붉은 실이 빠져나와 나뭇가지의 앞에 붙어 화살촉과 같은 모양이 되었다.


“잠깐만..?!”


카캉!


“둘이서 합공은 너무 치사하잖아!!”

“그러게 누가 이 상황에 술을 먹으라고 했습니까?! 정말로 두 분 다 제정신이십니까!!”


타다다닥!!


“젠장할!! 기사단장! 여기서 흩어진다!!”

“옙!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좋겠네요!”

“동감이야! 무사히 만나자!”

“어딜 훈훈한 말을 나누고 있냐!! 그새 술정이라도 붙었나보네!! 앙?!”


푸화아악!!


나뭇가지가 더욱 속력을 냈다.


“으아아악!!! 대화로 풀면 안될까아아!!!”


작가의말

저는 인간이 자유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쪽인데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그리고 인간이 자유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면 인간을 알고리즘으로 이루어진 인공지능과 다르게 취급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냥 글 쓰다가 한 딴생각의 내용이에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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