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품의 방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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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힣하핳하
작품등록일 :
2022.07.22 02:55
최근연재일 :
2023.08.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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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96,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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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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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점균

DUMMY

\ 주르륵..


선호의 배를 관통한 노란 가지가 잠시 붉은색으로 덮였다가 다시 노란색으로 덮였다.


“선호!”


선호가 위험해. 이번에도 나는..


“이쪽은 아든! 부대에서 동서쪽 100미터! 마신의 기운을 뿌리는 몬스터 출현! 병력을 요구한다!”


=알겠습니다. 5분 내로 도착할 예정. 그때까지 버터주십쇼.=


카앙!


빠르게 쏘아진 노란 가시가 양손검에 부딪쳤다.


아니, 지금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야. 내가 가능한 거. 그거에 대한 것으로 머릿속을 채워야 해.


적을 섬멸해야 해.


순간 나의 손에 들린 활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처음은 약했지만, 서서히 강해졌다.


“어..라?”


쿠구구국...


빨리 마력을 넣어야 하는데..


쩌적!


얼음에 간 금에서 금색의 빛이 흘러나왔다.


쩌저적..!


금이 더욱 많아졌고 깊어졌다.


=조금은 도와줄게. 일단 저 꼬맹이 신의 사도 앞에서 기운을 너무 흘릴 수는 없어서, 미안.=


이건.. 셀레네님의...


“감사합니다.”


이 활. 마력 전도율이 높아지다 못해 손실률이 0%에 다다랐어. 이 정도라면.. 적어도 1시간은 난사해도 괜찮아.


사르륵


디아나의 은발에 금색의 별이 하나둘 떠올랐다.


지금이라면 뭐든지 될 거 같아.


기리릭


보석으로 된 화살이 활시위에 걸렸다.


#


자신이 기사단장의 것임을 알리는 금빛의 장식이 새겨진 양손검이 노란 촉수이자 가지를 쳐내었다.


캉!


이 녀석.. 지금 성장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하고 우직한 공격이었어.


파삭!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움직임에 변칙성이 추가된다.


카각..!


이대로면 손가락 몇 개는 소모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빠득..


“감히.. 마신의 기운을 품은 몬스터 따위가..!”


캉!


“감히!”


캉!


“나를”


캉!


“우롱하느냐!!”


카가각!!


노란 가지가 잘려 나갔고 입자로 흩어졌다.


“단장님! 불을 보십쇼!”


나의 눈에 아른거리는 나의 몸을 구성하는 불꽃. 그 불꽃이 지금 약간 흔들렸다.


“후우...”


불꽃이 안정되지 않았어.


파삭!


노란 가지가 땅에 박혔다.


“지금부터는 진심으..”


종이 울렸다.


이 강대한 신의 기운은..!!


돌린 시선에 담긴 것은 휘날리는 찬란한 은발과 금빛의 활.


쿠구구구!!


이 압력.. 첫 번째 사도?!


멈칫..


그 자리에 있는 모든 것의 움직임이 정지했다.



운명이 움직이는 느낌.



저항해야만 한다!


화르륵!!


지금 여기서 밀려버린다면 헬리오스 신의 위상이 추락해버린다. 절대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돼!


나의 몸이 강렬한 불로 뒤덮였다. 그 불은 주변에 열기를 더하려 했지만 멀리서 다가오는 한기에 그 열을 빼앗겼다.


크윽..!


후우우웅..!


디아나 님의 손에 들린 활에서 푸르고도 하얀 기운이 넘쳐흘렀다.


꿈틀!


근육을 움직여라! 어떻게 해서든 저항해라!


“끄으으...!”


얇은 맨손에서 이어진 기운은 활을 거쳐 화살로 들어갔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소멸시켜주마..!”


방어를..!


푸화하학!!


활이 쏘아낸 화살에서 냉기가 뿜어져 나오며 매우 빠르게 가속했고 나의 화염을 덮어버릴 정도로 강한 열기가 주변을 덮었다.


이건.. 한 번 죽어버릴지도!


쉬이익!!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날아간 화살이 나를 향했다.


방어를 최대로!


-삐이이-


화살은 나를 스쳐 노란 군체를 향했다.


어라?

나를 노린 것이 아니었나?


나는 이명이 들리는 와중에도 안도했다. 목숨이 닳지 않은 것에 다행이라 생각하며.



콰가가가각!!!


#



마지막 기억은.. 내 배가 뚫렸고 그거 때문에 얼음을 조종해서 가지를 분쇄하려 했지. 그때 이드라가 내 몸을 노란 가지가 붙은 구멍의 가장자리만 제외하고 이동시켰어.


타닥..


그렇게 과다출혈로 정신을 잃었는데.. 여기는 어디지?


“...호. 일어...어?”


이명이 아직 안 사라진 건가? 말이 잘 안 들려.. 시야도 좁고, 머리가 어지럽다.


“선... ..냥 ...있어.”


갑자기 그림자가 져왔다.


디아나..?


“안..녕...”


꾸욱...


고개를 들려 한 나의 이마를 손가락이 지그시 눌렀다.


“가만.. 누....라니까?”


사각사각


이명이 줄어들었다. 시야도 넓어졌어.


스윽


내가 고개를 돌리자 연두색의 과일을 반으로 쪼갠 디아나가 나를 바라보았다.


“이거 먹여줄 테니까 가만히 누워있어. 괜히 일어나서 상처 더 벌어지게 하지 말고. 정말로 힘들게 했으니까.”


디아나가 반으로 쪼갠 과일을 한 손으로 들며 의자를 당겨 앉았다.


“그러면 자,”


스걱


나무로 된 숟가락이 과일의 단면을 파내자 생긴 구멍에 과즙이 차올랐다.


“아~”

“아~?”


스륵


작게 파내어진 과실이 나의 입으로 흘러들어왔다.


아작아작..


음.. 사과인가?


“잠깐만, 닦아줄게.”




디아나가 검지로 턱선을 따라 흐르던 과즙을 닦아내었다.


“선호. 이번엔 정말로 위험했어..”

“음?”


스윽


디아나가 고개를 숙인 채로 나의 입에 나무숟가락을 집어넣었다.


“도대체 갑옷은 왜 안 입었어... 이 바보야.”


과일을 파는 디아나의 손이 약하게 떨렸다.


“그게.. 일단 가두면 끝이겠지 싶어서 전부 다 안개로 변화시켰는데... 미안.”

“제발...”

“미안해.”


나는 약한 경련을 일으키는 손을 뻗어 디아나의 손에 올렸다.


“정말로 심했다고... 뼈도 끊겼었고 내장도 튀어나왔어.. 죽는 줄 알았다고!!”


고개를 든 디아나의 입술은 약간 떨렸다.


“디아나.”

“어,,?”

“이리 와서 나 좀 안아줄래?”


디아나가 반쪽짜리 열매를 쟁반 위에 올려놓았다.


“안 돼.. 그러다가 상처가 깊어지기라도 하면...”

“괜찮아, 디아나. 괜찮아.”


디아나가 머뭇거리며 조금씩 다가왔다.


“딱 한 번만. 약하게 해도 괜찮으니까.”

“....알겠어. 딱 한 번만.”


사락


디아나가 허리를 숙이자 약간의 금빛이 느껴지는 은발이 흘러내렸다.

나는 그에 화답하듯 팔을 크지만 느리게 벌렸다.


스윽


디아나의 팔이 나의 등을 감쌌고 나의 팔은 디아나의 등을 감쌌다.


그렇게 서로의 귀와 입이 가까워졌을 때 나는 말했다.


“괜찮아 디아나. 디아나 탓이 아니야.”

“.....”


나를 안아주는 힘이 조금 강해졌다.


스륵


디아나가 팔을 풀자 나 또한 풀어 디아나를 놔주었다.


“당연하지!”


그렇게 보인 디아나의 표정은


“설마 내가 그런 생각을 했을 리가 없잖아~”


약간은 맑아 보였다.



그렇게 디아나는 과일의 껍질이 쭈글쭈글해지고 자신의 손이 과즙으로 적셔질 정도로 나에게 과실을 먹여주었다.


“진짜 내가 있어서 다행이었다니까? 내가 아니었으면 선호 지금까지 말도 못 하고 있었어~”

“그래~ 그래~”

“정말로~!”

“그래, 알아.”


펄럭


“저기.. 괜찮으세요 형?”


푸른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이 천막의 안으로 들어왔다.


“어, 괜찮다마다. 우리 디아나가 직접 치료도 해줬는데~”

“그러엄~”


뒤적뒤적


“저기 도움이 될 만한 거 갖고 왔는데..”

“응?”




“회복력을 올려주는 아티팩트에요.”


소년이 급조한 듯한 1cm 정도 두께의 팔찌를 내밀었다.


“형은 회복력이 엄청 좋아 보이셔서, 이것도 같이 차시면 더 좋을 거예요.”

“그러냐?”

“음.. 마력은 내가 계속 넣어주면 될 거고.. 주의사항은?”


디아나가 팔찌를 건네받았다.


“이게 회복력이 높아지는 만큼 열량 소모가 심해질 거라서 영양을 잘 섭취해주셔야 해요.”


음.. 생각해보니까 나 밥 안 먹어도 괜찮나? 공복은 신체적 피해로 인정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


“그게 끝이에요. 뭐.. 그냥 조심히만 다뤄주세요. 부러지거나 하면 큰일이니까.”

“알겠어. 선호도 잘 들었지?”


디아나가 나의 오른 손목에 팔찌를 끼워주며 나를 바라보았다.


“어? 뭐.. 밥 잘 먹고 조심해라 아니야?”

“뭐.. 그렇죠..?”


펄럭


“선호...”


소년이 슬슬 나가려 하고 있을 때 천막이 열리며 검은 드레스와 검은 머리칼을 가진 소녀가 들어왔다.


“아, 안녕하세요. 이드라 님.”

“아, 이드라?”


다만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눈 밑으로 생긴 깊은 다크서클과 붉게 충혈된 눈, 그리고 거친 숨소리?


“다행이다.. 정말로...”


스르륵


검은 머리카락이 휘날리며 떨어졌다.


풀썩


“저.. 저기 이드라 님?”


자신의 어깨에 가벼운 무게를 짊어진 소년이 땀을 뻘뻘 흘리며 이드라를 불렀다.


“아하하.. 졸린가 보네. 내 동의 없이 능력을 쓴 반동일 거야.”

“그.. 그래서... 이드라 님은 어떻게 해야..”


이드라와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려 한 소년이 어정쩡한 자세로 이드라를 받치고 있었다.


“네가 방까지 옮겨줘. 나도 상태가 지금 이렇고 디아나도 나랑 있어야 하니까.”


소년의 머리칼이 약간 흔들렸다.


“아무리 그래도..! 차라리 침대를 여기로 옮기는 게 더..!”

“그러면 공간이 너무 좁아지잖아.”

“공간을 확장시켜주는 아티팩트로!”

“굳이 그럴 필요 없어. 이드라도 그냥 자기를 옮겨주는 걸 원할 거야.”


소년이 옆으로 쓰러지려 한 이드라를 한 팔으로 지탱했다.


“애초에 저 힘도 그렇게 안 세요!”

“이드라 엄청 가벼워. 그냥 조금 큰 베게를 드는 정도?”


순간 이드라가 거친 숨을 내쉬었다.


“빨리 옮겨줘야지 이드라한테도 더 좋을 거야.”


소년의 머리카락이 어째선지 더욱 크게 휘날렸다.


“....알겠어요. 빨리 완쾌하시길 바랄게요..”

“그래~ 이드라 잘 옮겨주고.”

“네..”


소년이 이드라를 마치 아기를 들 듯이 안자 이드라의 몸이 조금 줄어들어 소년과 비슷한 나이대의 소녀가 되었다.


“또 변하셨네..”

“으으... 라스..”


펄럭


천막으로 햇빛이 잠시 들어왔다가 닫혔다.


흠...? 방금 뭐였지? 디아나가.. 줄어들었어?


“자, 아~”

“아~”


#


“얘들아.. 큰일났다.”

“앙? 왜요 단장님?”


밥을 먹던 옅은 금발의 기사가 고개를 들었다.


“사도가 있어.”

“옝? 님이 사도잖아요.”

“앞에 단장이 빠지지 않았니?”

“뭐 어때요.”


기사단장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내가 아니야. 우리 교단도 아니다.”


툭..


익은 당근이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어.. 어.. 어... 어디요!”

“선호 님”

“선호 님이요?!”

“바로 옆에 계시는 분.”


기사가 잠시 고민을 했다.


“디아나 님이요?!”

“어.”

“며.. 몇 번째..”

“첫 번째.”


쿠당탕?


“그.. 그런 분께서 왜 여기...!”

“에휴.. 난들 알겠냐?”

“그..럼 부단장님은..”

“나도 몰라 이놈아.”


에휴


“일단 실수 안 하도록 조심하자. 잘못하면 종교전쟁으로 번진다.”

“옙. 전달해둘게요.”

“사도라는 얘기는 하지 말고. 알았지?”

“옙.”


기사단장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러면 가봐.”

“네? 저 아직 다 안 먹었는데요?”

“가보라면 가봐 이놈아.”

“....압삽한 뺀질이.”

“야, 이놈아! 너 방금 뭐라 했어!”


옅은 금발의 기사는 천막을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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