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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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고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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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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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DUMMY

26화.




“으아- 피곤해.”


나성진 감독이 크게 기지개를 켰다.


연출부 사무실로 쓰고 있는 오피스텔에 유은영 대표와 감찬이 들렀다.


“감독님, 잠은 좀 주무세요?”


유 대표가 물었다.


“요즘은 하루에 두세 시간 밖에 못 자요.”


나 감독이 퀭한 눈을 비비며 말했다.


“아직 촬영도 안 들어갔는데 벌써 그렇게 강행군해서 몸이 견디겠어요?”


“촬영 들어가면 오히려 나을 것 같아요. 밤새워서 콘티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것만 끝나면···”


“콘티 작업을 낮에 하시죠.”


감찬이 말했다.


“낮에는 미팅이 많아요. 여러 파트 감독들하고 진행 상황 점검 때문에···.”


나 감독은 촬영 콘티가 마무리 단계라고 하면서도 계속 고치고 있는 듯했다.


“이것 좀 보세요.”


나 감독이 벽에 설치된 TV를 켜고 컴퓨터 화면을 띄웠다.


화면에는 어느 학교의 교정을 찍은 사진이 떠 있었다.

나 감독은 사진을 넘기며 설명했다.


“안양에 있는 예술고등학교인데, 무용 연습실도 있고, 소극장도 있어요. 어때요?”


나 감독은 <그녀와 댄싱> 주요 배경이 될 후보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사진은 로케이션 매니저와 조감독이 답사해서 보낸 것이었다.


“괜찮은 것 같은데요. 교정도 나름 분위기 있고···”


유 대표가 말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학교라서 방학 때만 빌릴 수 있대요. 그것도 방학 초기 10일 정도만···”


나 감독이 말했다.

유 대표가 조금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기간이 너무 짧은 거 아녜요?”


“야외 씬이랑, 창문이 보여야 하는 씬만 먼저 집중적으로 찍고, 실내 장면은 다 못 찍으면 나중에 세트를 만들어서 찍으면 될 것 같아요.”


나 감독이 덧붙여 말했다.


“오히려 문제는 방학 시작할 때 무조건 촬영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러면 준비할 시간이 한 달 반 정도밖에 안 된다는 거예요.”


“한 달 반이면 괜찮지 않아요?”


감찬이 물었다.


“다른 건 괜찮은데, 주연 배우랑 음악이 문제야. 아직 채미도 배우 말고는 주연이 안 정해져서 대본 리딩 연습도 못 들어가고 있잖아.”


유 대표가 대답했다.


유 대표의 말대로 아직 ‘여주인공 B’와 ‘남주인공 C’를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두 주인공은 잘 생기고, 연기가 되면서도 춤도 잘 추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있었는데, 예상외로 이러한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배우를 찾기 어려웠다.


오피스텔의 한쪽 벽에는 10회차 넘게 진행한 오디션에서 선발한 배우들의 프로필 사진이 수십 장 붙어 있었다.


대부분 조연으로는 쓸만했지만 감찬이 보기에도 마음이 강하게 움직이는 그런 인상적인 배우는 없었다.


“그냥 마스크와 연기만 보고, 춤은 대역을 쓰면 안 될까요?”


감찬이 물어보았다.

나 감독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하면 카메라 워킹에 제약이 많이 생기고 컷도 잘게 나누어야 해. 채미도 배우는 춤추는 장면이 딱 한 번 나오니까 그렇게 가도 되는데, 나머지 두 명은 춤 장면이 많아서 관객들이 보기에 답답할 거야.”


나 감독의 설명에 유 대표가 한마디 덧붙였다.


“클라이맥스의 난이도 높은 춤은 대역을 써도 되는데, 그래도 연결되는 춤 동작을 배우가 소화해 낼 수 있어야 해.”


“어렵군요···”


감찬이 중얼거렸다.


“다음 오디션은 언제죠?”


나 감독이 유 대표에게 물었다.


“내일이에요. 장소는 지난번과 같은 <휴먼파워> 사무실이고요.”


* * * * *


<휴먼파워>는 넓은 방 하나를 비워서 오디션장으로 사용했다.


한쪽 구석에 책상과 의자를 몇 개 붙여놓고 나성진 감독, 유은영 대표, 감찬 그리고 성시운 대표가 심사를 위해 앉아 있었다.


아침부터 시작한 오디션은 6시간째 이어졌다.


“이제 몇 명 남았죠?”


유 대표가 오디션 참가자들의 프로필 자료를 뒤적이며 물었다.


“오늘은 5명만 더 보시면 끝입니다.”


오디션의 참가자들은 초청과 응모 케이스로 나뉘었다.


초청 케이스는 인지도가 있는 현역 배우들을 초청해서 배역에 맞을지 테스트해 보는 경우인데, 주로 성시운 대표가 섭외했다.


응모 케이스는 매니지먼트 회사와 대학로 극단, 대학교 연극영화과 등에 공고를 보내서 무명의 배우나 지망생들을 모집한 경우였다.

이들 중에 서류, 특히 사진 심사를 통과한 사람들이 오디션에 나왔다.


오늘은 주로 응모 케이스를 면접하는 자리였다.


“다음, 들여 보내세요.”


성 대표가 진행 요원에게 지시했다.


다음 참가자는 정화였다.


정화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사무실 가운데 바닥에 표시된 마크를 밟고 섰다.


마킹된 자리 주변에는 화면 테스트를 위한 카메라와 조명기기가 세팅되어 있었다.

심사위원석 맞은 편에 설치된 커다란 TV에 정화의 모습이 비쳤다.


“안녕하세요. 홍정화입니다.”


정화가 긴장된 목소리로 인사를 하면서도 심사석에 앉은 감찬과 눈이 마주치자 살짝 웃어 보였다.


TV 화면에 비친 정화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던 나 감독이 프로필을 살펴보면서 물었다.


“아이돌 출신이신가 봐요?”


“네, 어릴 때 <메이퀸>이라는 그룹의 멤버로 활동했습니다.”


정화가 대답했다.


나 감독은 <메이퀸>을 잘 모르는 듯했다.


“그룹에서도 주로 퍼포먼스 담당이었기 때문에 춤 연기는 자신 있습니다.”


정화가 자신의 장점을 어필했다.


“그럼 춤을 잠깐 보여주실 수 있으세요?”


나 감독이 요청했다.


“네!”


정화가 자신 있게 대답하며 춤을 추기 위한 준비 포즈를 잡았다.


이윽고 음악이 들리지 않는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정화가 춤을 췄다.


정화는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허리와 팔을 절묘하게 꺾어 보이며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춤을 시연해 보였다.


“네. 잘 봤습니다. 그럼, 연기도 보여주세요.”


“네.”


정화는 잠시 거친 호흡을 가다듬더니 감정을 잡고 대사를 읊기 시작했다.


오디션 참가자에게는 몇 개의 장면을 발췌한 대본이 미리 전달되었다.

참가자는 그중에 2개 장면의 연기를 시연해 보이면 되었다.


리액션을 받아 줄 상대가 없는데도 정화는 진지하게 감정을 표출시키며 연기를 해 보였다.


나 감독이 정화의 연기하는 모습을 TV 화면으로 지켜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정화가 연기를 끝내자 성 대표가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결과는 따로 통지해 드릴게요.”


“오디션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화가 꾸벅 인사하고 사무실을 나갔다.


“어때요?”


유 대표가 마음이 쓰이는지 최대한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나 감독에게 물었다.


“춤이 되고, 연기도 나쁘지 않아요. 다만 얼굴이 좀 약해서···”


나 감독의 말을 듣고 감찬은 고개를 갸웃했다.


정화가 연예계에서 평범한 얼굴로 평가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감찬의 기준으로는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레벨의 미인이었기 때문에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주인공 댄스팀의 동료 역할을 시켜보면 어떨까 싶기는 해요.”


나 감독이 말했다.


유 대표와 성 대표가 고개를 끄덕이며 오디션 참가자 리스트에 무언가 적었다.


이후에는 남자 배우가 2명, 여자 배우가 1명 나왔지만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이제 2명만 더 보면 끝나겠네···”


온종일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고만고만한 배우들의 고만고만한 연기를 지켜보는 것은 생각보다 고역이었다.


감찬은 지루하기도 했지만, 허리도 뻐근해서 오디션이 얼른 끝나기를 바랐다.


진행 요원의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리더니 한 소녀가 들어왔다.


늘어져 있던 나 감독과 유 대표가 긴장한 듯 허리를 세웠다.

감찬도 소녀를 바라보았다.


목덜미가 드러나는 짧은 헤어스타일에 청순한 마스크를 가진 소녀였다.


소녀는 쭈뼛거리며 들어오더니 주춤주춤 어디에 서야 하는지 망설이는 것 같았다.


“저기 가운데 바닥에 X 표시 위에 서세요.”


문가에 서 있던 진행 요원이 알려주자 소녀는 마킹 위에 섰다.


TV 화면에 비친 소녀의 눈동자가 크고 맑았다.


소녀의 몸매는 가냘팠지만 아름다운 곡선을 가지고 있었다.


감찬은 소녀를 보면서, 다들 정화의 미모가 평범하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된 느낌이었다.

소녀는 마치 인형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았다.


나 감독이 눈을 빛내며 TV와 실물을 번갈아 보면서 물었다.


“오디션이 처음인가 보네요?”


“배우 오디션은 처음이에요. 전에는 아이돌 그룹 연습생을 했어요.”


소녀는 21살로 대형 기획사에서 연습생을 5년 정도 했다고 한다.

데뷔 조에 선발되지 못해서 진로를 고민하는 중이라고 했다.

연기는 기획사의 연습생 프로그램으로 트레이닝 했다고 한다.


감찬은 저렇게 예쁜 여자아이가 데뷔 조에 탈락했다는 것이 의아했다.


“왜 데뷔를 못 한 거예요?”


나 감독이 무례하게 들릴 수도 있는 질문을 던졌다.

소녀가 부끄러워하면서도 또박또박 대답했다.


“평가 때마다 노래와 춤이 조금씩 모자란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래도 연기 연습 때는 선생님 칭찬을 자주 받아서 배우를 해 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럼, 먼저 춤 좀 볼 수 있을까요?”


나 감독의 요청에 소녀가 잠시 몸을 풀더니 춤을 췄다.


아이돌 그룹들이 흔히 추는 힙합 댄스였다.


댄스에 막 눈인 감찬으로서는 정화와 비교해서 잘 추는 건지 구분이 잘 안 되었다.

소속사에서 별로 평가가 좋지 못하다고 했는데, 나쁘지 않은 움직임으로 보였다.


“연기도 보여주세요.”


소녀는 정화가 했던 것과 같은 장면을 연기해 보였다.


경험이 없는 탓인지 정화처럼 능수능란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못했지만, 미숙함을 상쇄하는 빛나는 아우라가 있었다.


소녀가 오디션을 마치고 퇴장하자 유 대표가 나 감독에게 물었다.


“나 감독님, 어때요? 저 아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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