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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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고도파
작품등록일 :
2022.07.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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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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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DUMMY

44화.




유은영 대표는 감찬이 이야기한 인수 합병 제안에 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그 뒤로 <그녀와 댄싱> 촬영 일정이 진행되는 동안 유 대표가 일절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감찬도 더는 의향을 물어볼 수가 없었다.



<라이언픽쳐스>에서는 대표인 이태근 감독이 오랜만에 신작 영화를 감독한다고 발표했다.


남자 주인공으로 톱스타 ‘정기준’, 여자 주인공으로 무명 신인 ‘홍정화’의 조합은 화젯거리에 목마른 연예뉴스 기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정화가 인터넷에서 <악마의 스토킹>의 씬스틸러로 이슈가 된 이후에 톱스타의 상대역으로 발탁된 것을 가지고 소설 같은 기사들이 생산되었다.


신데렐라 스토리로 포장된 기사들은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정화는 소속사를 정하지 않았다.


정화는 <라이언픽쳐스>와 <이상한 여자> 출연 계약을 맺으며, 영화의 제작 일정과 영화에 관련된 언론 노출에 대해서 라이언의 관리를 받기로 했다.

지난번 <악마의 스토킹> 홍보 활동 때처럼 라이언의 마케팅팀에서 정화의 관리 업무를 맡기로 했다.


그다음 활동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장이 없었지만, 정화는 당분간 <이상한 여자> 외에 다른 활동은 염두에 두지 않는 듯했다.


정화의 출연 계약은 톱스타에 준하는 상당히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물론 계약 조건 중에는 베드 씬과 누드 촬영에 대한 합의가 상세하게 명시되어 있었다.

<라이언픽쳐스>의 김원호 차장은 지난번 <악마···> 때 정화의 촬영 거부 해프닝을 의식했을 것이다.



정화의 <이상한 여자> 출연 보도가 나올 즈음에 독립영화 <일요일의 연인>이 개봉했다.


저예산 영화라 제대로 된 홍보 활동이 거의 없었음에도, 정화의 출연이 화제가 되면서 개봉 첫 주말에 5만 명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극장 개봉 실적이 호조를 보이자 2차 미디어인 케이블 TV와 IPTV, VOD(주문형 비디오)에도 좋은 조건으로 팔려서, 이유진 감독은 싱글벙글했다.


* * * * *


<그녀와 댄싱> 촬영은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었다.


진율의 부상으로 누락된 촬영분은 최대한 뒤로 돌리고, 마지막 클라이맥스인 댄스 경연대회 시퀀스에 돌입했다.


경연대회 과정에서 벌어지는 미도와 루미, 진율 사이의 갈등은 주로 대기실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먼저 별도의 스튜디오에서 찍었다.


그리고 지방의 축구 경기장을 빌려서 경연대회 공연 장면을 찍었다.


스토리상으로는 다소 뻔한 장면이었지만 볼거리로서는 영화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기 때문에, 나성진 감독은 경연대회가 최대한 스펙터클하게 보이도록 신경을 썼다.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여러 댄스팀을 섭외하고, 관객으로 수백 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했다.

물론 수백 명 수준의 엑스트라로는 관중석을 채우는 데 턱도 없어서,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해야 했다.


스타디움에서의 촬영은 전부 춤추는 장면이었기 때문에 루미와 정화는 연기자인지 댄서인지 헷갈릴 정도로 춤만 추었다.


깁스를 풀고 합류한 진율은 여전히 댄스 장면에서 대역을 쓰고 싶지 않아 했지만, 나성진 감독과 송미란 본부장이 극구 말렸다.


스타디움 촬영만 꼬박 일주일이 소요되었고, 5일간의 추가 촬영도 마치면서 마침내 <그녀와 댄싱>의 촬영은 끝을 보게 되었다.


* * * * *


대형 뷔페식당을 빌려 쫑파티가 열렸다.


촬영에 참여했던 인원들이 대부분 모여 그동안의 고생담을 나누며 술과 음식을 즐겼다.


영화는 아직 편집과 컴퓨터 그래픽, 오디오 작업 등 많은 과정을 남겨두고 있었지만, 촬영에 참여했던 배우와 대역, 스태프들은 이제 뿔뿔이 흩어지면 다시 만날 기약이 없었다.


상견례 행사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쫑파티라니, 감찬은 감회가 새로웠다.

조연들, 대역팀, 말단 스태프까지 모두 참석해서 상견례와 비하면 참석 인원이 두 배 이상 많았다.


투자사인 <대양시네마>의 한무식 상무는 참석을 못 해 미안하다며 돈을 보내왔고, <MBS 프로덕션>의 모상수 차장은 잠깐 들러서 인사만 하고는 돌아갔다.


채미도 역시 파티 시작할 때 들러 눈도장만 찍고는 스케쥴이 있다며 바로 가버렸다.



“정화 언니가 안 보이네요?”


루미가 감찬에게 물었다.


“아, 정화 씨는 인터뷰가 있다고···. 조금 늦을 거랬어요.”


감찬이 대답했다.


“정화 씨가 주연 배우들보다 더 바쁜 것 같아. 하하하.”


루미 옆에 앉은 진율이 말했다.


“<라이언픽쳐스>가 업계 3위지만 대표가 영화감독이어서 그런지 일하는 거 보면 굉장히 적극적이에요. 아직 촬영 시작도 안 했는데 영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이 장난 아녜요.”


송미란 본부장이 말했다.


“<대양시네마>나 <필름박스>와 달리 라이언은 재벌 그룹의 계열사가 아니니까, 스스로 생존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한 것 같아요.”


나 감독이 말했다.


“아무래도 회사 오너가 직접 감독하는 작품이니까, 직원들은 적극적으로 뛸 수밖에 없죠. 그 영화 개봉하면 정화도 쉽게 캐스팅할 수 없는 배우가 될지 몰라요.”


유 대표가 말했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했는데, 정화 씨가 결정을 안 해주니 답답하네요.”


송 본부장이 감찬에게 서운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른 기획사 간 것도 아니잖아요. 아직 기회가 있어요.”


유 대표가 대신 대답해 주었다.


잠시 테이블의 화제는 영화 업계 ‘빅3’ <대양시네마>, <필름박스>, <라이언픽쳐스>의 제작 예정작품들에 관한 정보가 오갔다.


“우리 영화는 언제 개봉 예정이에요?”


진율이 물었다.


“대양에서 내년 1월에 개봉할 영화가 마땅한 게 없다고···. 그때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마 1차 편집 끝나서 기술 시사를 하면 확정되겠죠.”


유 대표가 대답했다.

테이블의 사람들이 모두 나 감독을 쳐다보았다.


“감독님, 우리 영화 500만 넘길 수 있을까요?”


진율이 나 감독에게 희망 섞인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되면 정말 좋겠다!”


루미가 손바닥을 부딪치며 맞장구를 쳤다.


500만 관객을 넘기면 주연 배우들에게 인센티브가 약속되어 있었지만 사실 기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숫자가 부담스러웠는지 나 감독이 사레가 들려 콜록거렸다.


“그, 그거야 개봉해봐야 알죠···.”


나 감독의 자신 없는 대답에 유 대표가 감찬을 보고 물었다.


“감찬 씨, 그 알고리즘 분석은 어때?”


“일단 예고편을 까봐야 알겠죠.”


감찬이 빙그레 웃었다.



정화가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주연 배우들도 돌아가고 비어있는 테이블이 더 많았다.


“대표님, 늦어서 미안해요.”


정화가 유 대표에게 사과했다.


“괜찮아···. 스케쥴 때문에 늦은 건데 뭐···.”


유 대표가 쿨하게 대답했다.


정화는 음식이 세팅된 테이블에 가더니 커피만 한 잔 가져왔다.


“저녁 먹었어요?”


감찬이 물었다.


“이게 저녁이에요.”


정화가 커피를 가리키며 말했다.


“다이어트 시작했구나?”


유 대표가 말했다.

정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다이어트.”


새 영화는 누드 씬이 있어서 정화는 몸을 만들어야 했다.


“당분간은 술도 못 먹어요.”


정화가 커피를 마시며 투덜거렸다.


“촬영은 언제부터 들어가는데?”


유 대표가 물었다.


“다음 달에 스튜디오에서 세트 촬영을 하고, 11월부터 2월까지 해외 로케를 간대요.”


“꽤 빡세네. 촬영 시작하면 얼굴 보기 힘들겠군.”


유 대표가 말하자 정화가 감찬을 흘낏 보았다.


* * * * *


쫑파티가 끝나고, 유 대표는 밤늦은 시간이라며 감찬에게 정화를 집까지 바래다주라고 했다.


택시 안에서 정화가 감찬에게 물었다.


“대표님은 사업을 확장할 생각이 없는 거예요?”


“모르겠어요. 전에 술 먹으면서 얘기한 뒤로는 도통 말씀이 없어서···.”


“언니는 영화 제작만 하고 싶은 걸지도 몰라요.”


“그럴까요?”


“전에 그런 말 한 적이 있어요. 자기는 힘들게 촬영을 끝내고 러시 필름을 볼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요.”


“······”


“언니는 판권 거래니 매니지먼트니···. 사업을 벌였다가 정작 영화 만드는 것에서는 멀어지는 게 싫을지도 몰라요.”


“정화 씨 말이 일리가 있네요.”


감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가 사업 확장을 싫어하면 감찬 씨는 어떻게 할 거예요?”


“지금은 <가자미 게임>의 펀딩을 뛰어야죠. 그리고 <그녀와 댄싱> 흥행을 지켜봐야 하고요.”


감찬이 웃으며 덧붙였다.


“유 대표님이 저한테도 수익 지분을 나눠주기로 했으니까 흥행 성적이 아주 중요해요.”


“그다음에는···요?”


정화가 감찬을 쳐다보았다.


“그다음은 아직···. 물론 나중에는 저도 독립해서 사업을 할 거예요.”


“그렇군요···”


정화는 고개를 돌려 창밖의 밤거리를 바라보았다.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감찬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이상한 여자> 출연하는 거 괜찮아요?”


정화가 감찬을 돌아보았다.


“무슨 뜻이에요?”


정화가 감찬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되물었다.

감찬은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망설이며 잠시 우물쭈물했다.


“그게··· 그러니까, 벗어야 하는 영화인데··· 괜찮냐고요.”


정화가 피식- 웃었다.


“당연히 괜찮지 않죠. 엄청 스트레스받고 있어요. 지금도 잠들 때마다 걱정해요.”


“그런데 하는 거예요?”


감찬이 물었다.


“물론 해야죠! 늘 원하던 큰 영화의 주연 자리를 따낸 건데요.”


“······”


감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들은 여배우 벗는 영화 좋아하잖아요.”


“그거야··· 나하고 상관없는 여자가 벗는 거니까···”


감찬은 자신이 무언가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나 다를까 정화의 얼굴에 짓궂은 표정이 떠올랐다.


“그럼 나는 감찬 씨하고 상관있는 여자인가요? 카메라 앞에서 벗는 거 신경 쓰여요?”


감찬이 살짝 말문이 막혔다.


“그게··· 아무래도···”


“지난번 오디션에서 벗었을 때 무슨 생각 했어요?”


정화가 물었다.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농담으로 받을 수가 없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말리고 싶었는데···. 톱배우 2명과 겨루는 상황에서 뭐랄까 승부를 거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봤죠.”


정화가 감찬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 눈빛이 어딘지 낯이 익었다.

지난번 정화가 키스할 때 보여준 그 눈빛이었다.


“감찬 씨한테 나는 뭐예요? 그냥 아는 여자?”


“······”


감찬이 머뭇거렸지만, 정화는 끈기 있게 대답을 기다렸다.


“당연히 그냥 아는 여자라고는 할 수 없겠죠.”


감찬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정화가 말했다.


“나한테는 순수하게 ‘친구’ 먹는 남자는 없어요. 셋 중 하나죠. ‘애인’이 있고, 그 밑에 ‘비즈니스 관계’가 있고, 제일 아래에 그냥 ‘아는 남자’가 있고···.”


예전에 정화에게서 한번 들었던 말이다.


“그냥 아는 사이가 아니면···, ‘비즈니스 관계’와 ‘애인’··· 둘 중에 뭐예요?”


이 순간에는 감찬의 뇌가 인공지능 <이시스>보다 연산 속도가 빠른 것 같았다.

형언할 수 없는 많은 생각이 정신없는 속도로 돌아갔다.


겨우 생각을 멈추고 감찬이 말했다.


“비즈니스 관계는 아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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