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닭장 주인이냐 족제비냐
37. 닭장 주인이냐 족제비냐
사무실에 들어서자 팀장이 잠깐 보자고 했다. 아침부터 무슨 잔소릴 늘어놓으려고 부르나 싶어 기준의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기준이 자기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오자, 팀장이 올려다보며 “인상 풀어, 임마!” 하고 말했다.
“아침부터 왜요?”
“요즘 네놈 꼴을 하도 보기 힘들어서 불렀다.”
“요즘 바쁘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
“바빠도 그렇지. 코빼기는 비쳐야 하는 거 아니냐?”
“알았으니까 본론만 말씀하세요.”
“지은 씨 말을 들으니까, 며칠 전에 시 외곽에 있는 하나교 합숙소에 다녀왔다며?”
기준이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팀장이 지은을 불러 기준이에게 무슨 문제라도 있냐고 물었다. 지은은 그런 건 없다고 말하고, 며칠 전 기준이와 함께 시 외곽에 있는 하나교 합숙소에 다녀온 이야기를 전했다. 그러자 팀장이 우리 관할 구역에서 벌어진 사건도 아닌데 왜 관심을 가지는지 모르겠다며 투덜거렸다.
“그게 왜요? 뭐 잘못된 거라도 있나요?”
기준이 몸을 살짝 돌려 지은을 쏘아보았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는데 왜 멋대로 말했냐는 뜻이었다. 지은은 기준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 얼른 고개를 숙였다.
“자식아! 그런 일이 있었으면 나한테 이야기해야 할 거 아니냐?”
“팀장님한테 이야기하면 들어주기나 하나요. 쓸데없는 짓거리 한다고 욕이나 안 하면 다행이지요.”
“쓸데없는 짓거리라는 건 아네?”
“그게 어떻게 쓸데없는 짓거립니까.”
“거긴 우리 구역이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했잖아.”
“우리 구역이 아니어도 궁금한 게 있으면 가서 조사해야 맞는 거 아닌가요?”
“우리 구역에서 발생한 사건도 수두룩한데, 뭐하러 남의 구역 사건까지 조사해? 네가 남의 구역 사건까지 조사하고 다닐 만큼 한가한 놈이냐?”
팀장이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팀장님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 남의 구역 사건이니까 조사하지 말라고요?”
“그래! 당장 손 떼고 내가 시킨 일이나 해.”
“목격자까지 나타났는데, 저쪽에서는 아무 조사도 안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럼 우리라도 가서 조사해야 할 거 아닙니까?”
“목격자가 나타나다니, 목격자랑 이야기 나눠봤어?”
목격자가 나타났다는 말에 팀장 표정이 변했다. 목격자 이야기는 지은한테 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기준이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해서, 지은은 목격자 이야기는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이야기는 나눠봤는데, 사람이 좀 모자라 보여서 그게 좀 신경이 쓰입니다.”
“얼마나 모자라 보였는데?”
“말을 심하게 더듬고, 다른 사람과 시선을 잘 마주치지도 못하고요.”
“못 알아먹을 정도는 심하든?”
“그 정도는 아니고요.”
“그럼 말해봐. 그 사람이 뭐라고 했는지.”
“풀숲에 숨어서 봤다는데, 범인 얼굴은 보지 못하고 머리 모양만 본 것 같습니다.”
“머리 모양만 봤다고?”
“머리가 반짝반짝 빛났다고 하는데, 아마도 머리에 광택제를 바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게 전부야?”
“지금까지는요.”
“그것만 가지고 범인을 찾아낼 수 있겠어?”
“그것만 가지고는 어렵고, 좀 더 알아보는 중입니다.”
“그 정도 했으면 됐으니까, 그만 손 떼!”
팀장이 의자를 뒤로 적히지 삐걱! 하고 소리가 났다.
“여기서 어떻게 그만둡니까.”
그때 기준의 휴대전화로 전화가 걸려왔다. 기준이 죄송하다고 말하고 밖으로 나가며 전화를 받았다. 전화한 사람은 방금 팀장과 이야기한 사건의 담당 형사였다. 어제 사건이 발생한 담당경찰서로 전화를 걸어 사건을 맡은 형사가 누구냐고 물었다. 사건을 맡은 형사는 자리를 비우고 없었다. 기준은 들어오는 대로 전화 좀 달라 하라고는 끊었다. 하지만 종일 기다려도 담당 형사한테서는 아무 연락도 없었다. 담당 형사가 밖에 나가 사무실에 들어오지 않은 듯 보였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출근해 연락처를 보고 바로 전화한 게 분명했다.
“오늘 잠깐 얼굴을 봤으면 하는데요?”
“그쪽 사건도 아닌데, 왜 얼굴을 보려고 하죠?”
“물어볼 게 있어서 그러니, 바쁘더라도 시간을 좀 내주십시오.”
“그럼 지금 와요. 점심때는 약속이 있어서 나가봐야 하니까요.”
기준은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는 목소리를 듣고 담당 형사가 여자라는 걸 알았다. 피해자가 여학생이라서 여형사가 사건을 맡지 않았나 싶었다.
“저 좀 나갔다 올게요.”
기준이 다시 사무실로 들어와 책상 위에 놓인 차 열쇠를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 기준을 향해 팀장이 자기 말은 쥐뿔도 안 듣는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기준은 사건이 발생한 담당경찰서로 찾아가 자신과 통화한 여형사를 찾았다. 젊은 직원이 담당 형사가 과장과 이야기 중이니 휴게실에 가서 기다리라고 했다. 기준은 휴게실로 가서 담당 형사를 기다렸다. 의자에 앉아 이십 분을 기다려도 담당 형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좀 오래 걸린다고 생각하는 그때 젊은 여형사가 휴게실로 들어섰다. 기준보다 두세 살은 더 많아 보였다.
“오래 기다렸죠?”
“아닙니다.”
“과장님께 보고드릴 게 있어서 좀 늦었어요.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보자고 했죠?”
여형사가 의자를 끌어당겨 기준 맞은편에 앉았다.
“지난달 하나교 합숙소에서 벌어진 사건 담당자라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내가 그 사건 담당자예요.”
“그 사건이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왔습니다.”
“기준 씨라고 하셨죠? 그 사건이랑 기준 씨랑 무슨 연관이 있나요?”
“저와는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
“그런데 왜 그 사건에 관심을 보이죠?”
“생각보다 심각한 사건인데, 너무 조용하지 않나 싶어서요.”
여학생 신체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심각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방송과 언론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너무나 조용했다. 사건이 발생하고 한 달이 넘었는데, 취재에 열을 올리는 방송국은 한 곳도 없었다.
“심각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꼭 시끄러울 필요가 있을까요?”
“방송국 사람들이 드나들면 수사에 방해가 된다는 건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방송국이나 언론에서 이상할 정도로 전혀 관심이 없지 않습니까.”
“방송국 나름의 사정이 있으니까 그러겠죠. 그런다고 내가 방송국에 찾아가 왜 취재를 안 하고 조용히 있냐고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내 말이 틀렸나요?”
“죄송하지만,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내가 왜 기준 씨에게 사건 진행을 말해줘야 하죠? 사건이 발생한 장소도 그쪽 관할 구역과도 아무 관계도 없는 곳이잖아요. 모르겠네요! 관할 구역이 붙어 있어서 관심을 보인다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여형사는 그 어떤 것도 말해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피해 여학생 몸 상태는 좀 어떻습니까? 정신적으로 약간 문제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피해 여학생 몸 상태를 묻자 여형사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그게 말이죠.”
“여학생한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내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병원을 빠져나갔지 뭐요.”
“여학생이 아무 말도 안 하고 병원을 빠져나갔다는 거네요?”
“당시 여학생은 도저히 빠져나갈 몸 상태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도 빠져나갔다는 것 아닙니까?”
“그게 이상해요. 내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 않으니까요.”
“그럼 그 여학생이 어디로 갔을까요? 사라졌으면 사람을 풀어 찾았을 것 아닙니까?”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찾지 못했어요. 아마도 누군가 데리고 가지 않았나 싶어요. 그날 병원에서 어떤 젊은 여자를 만났는데, 그 여자가 데리고 간 것 같기도 하고요.”
“젊은 여자가 그 여학생을 어떻게 알고 데려가죠?”
“그 젊은 여자가 여학생한테 관심을 보였거든요. 그 젊은 여자가 누군가를 데리고 골목을 빠져나가는 장면을 봤다는 사람도 있고요.”
“그 젊은 여자를 찾아내면 되잖습니까?”
“이름도 모르고, 사는 곳도 모르고, 연락처도 모르는데, 어떻게 찾아요? 그쪽 같으면 찾을 수 있겠어요?”
“병원에서 이야기까지 나눴다면서, 이름도 안 물어봤어요?”
“이름을 물어볼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안 물어봤죠.”
여형사 답변이 기준의 귀에는 변명으로 들렸다. 자신이라면 분명히 상대의 이름부터 물어봤을 것이었다.
“목격자는 만나봤습니까?”
기준은 자신이 목격자를 만났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자신이 먼저 목격자를 만났다고 하면 여형사가 자존심이 상해 불쾌하게 여길 게 빤하기 때문이었다.
“목격자요? 그런 사람은 없었어요.”
“합숙소 근처에 마을이 있던데, 그곳 사람들과 이야기는 나눠봤습니까?”
“왜 안 했겠어요. 일일이 찾아다니며 물어봤지만, 사건 현장에 있었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요.”
여형사 말이 사실일지도 몰랐다. 기준이 만났던 목격자한테도 여형사가 찾아가 그날 현장에 있었냐고 물어봤을 테고, 여형사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목격자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못 봤다고 얼버무렸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다 마음이 변해 기준이 합숙소에 찾아간 날 목격자가 찾아와 자신이 목격한 장면을 이야기하고 가지 않았나 싶었다.
“그 사람들이 거짓말했을 수도 있잖아요?”
“거짓말했으니까 사람들을 전부 다 잡아다가 족쳐야 한다는 말은 아니겠지요?”
사람들이 범인 얼굴을 봤으면서 못 봤다고 우기더라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피해 여학생이 그날 받은 충격으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는데요?”
“헛소리를 지껄였어요. 물어본 말에 답변도 제대로 안 해줬고요.”
“범인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말해주지 않았겠군요?” “나도 궁금해서 몇 번을 물었지만, 좀체 입을 열지 않았어요. 입을 열지 않기로 작정한 아이 같았어요.”
“형사님은 범인이 어느 쪽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어느 쪽이라니요?”
여형사 두 눈이 갑자기 동그랗게 커졌다.
“하나교 쪽이냐 아니면 마을 사람들 쪽이냐, 둘 중 어느 쪽이냐고 묻는 겁니다.”
“마을 사람들 쪽이 가깝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는요?”
“당시 합숙소에는 또래 아이들만 있었고요. 아! 하나교 관계자분이 한 명 있었는데, 그분이 그런 짓을 저질렀을 것 같지는 않고요. 내가 마을 사람들 쪽이라고 말한 이유는 평소 하나교를 아니꼽게 본 사람이 그들을 내쫓으려고 그런 짓을 저질렀을 수도 있다는 거예요. 아니면 어린 학생들이 숲길로 드나드니까 호기심에 그런 짓을 저질렀을 수도 있고요.”
여형사가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닭장 속 닭 한 마리가 깃털만 남기고 사라졌다면 누가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요? 닭장 속 다른 닭이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요? 아니죠. 근처에 사는 족제비가 그랬겠죠. 평소 닭장 속에 닭들이 산다는 걸 알고 밤에 몰래 들어와 물고 갔겠죠. 비유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사건도 분명히 범인은 마을 사람 중 한 명일 가능성이 커요.”
“닭장 주인은 의심하지 않는다는 말이군요?”
“닭장 주인을 왜 의심해요?”
“닭장 주인이 꼭 한 명일 필요는 없잖아요. 세 명이나 네 명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중 한 명이 다른 사람 몰래 그런 짓을 저질렀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기준 씨는 범인이 하나교 쪽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는 거네요?”
“방금 하나교 관계자분이 한 명 있었다고 하셨는데, 그분은 만나보셨습니까?”
“통화만 하고 만나보지는 못했어요.”
“그럼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겠군요?”
“안 봤으니 당연히 모르죠.”
“사건 당일 현장에 있었으니까, 그 사람부터 조사해봐야 맞는 거 아닌가요?”
“방금 마을 사람 중 한 명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잖아요. 그럼 가능성이 큰 쪽부터 조사해야지, 가능성이 낮은 쪽부터 하는 게 맞을까요?”
“가능성이 낮다고 조사를 아예 안 하면 안 되죠. 그래서 말씀드린 겁니다.”
“마을 사람들 쪽을 조사해보고 안 나오면, 다음에 하나교 쪽을 조사해보는 게 순서일 거 같은데, 내 말이 틀렸나요?”
“그럼 이제 하나교 쪽을 조사할 차례겠군요? 마을 사람들을 조사해 아무것도 안 나왔으니, 이제 조사할 곳이 어디겠어요? 하나교 아닌가요?”
“하나교 관계자를 불러다 조사할 계획이 없는 건 아니에요.”
여형사 표정에서 계획만 있고 조사할 마음은 없다는 게 읽혔다. 조사할 마음이 있었다면 이미 하나교 관계자를 불러다 조사했을 것이었다.
“계획이 잡혀있으면 조만간 불러다 조사하겠군요?”
“그쪽에 전화해서 날짜를 잡아야겠지요. 아무 때나 불러다 조사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날 저도 함께 참석하면 안 될까요?”
“조사하는 자리에 기준 씨가 동석한다고요?”
“저는 하나교 관계자 모습만 보면 됩니다. 이야기는 들어볼 필요도 없고요.”
기준은 하나교 사무국장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것만 보면 되었다. 그 사람이 경찰서에 나와 무슨 말을 하는지는 관심이 없었다. 경찰 조사에서 거짓말만 늘어놓을 게 빤하기 때문이었다. 사무국장 생김새가 목격자가 말한 모습과 비슷하면 범인은 바로 그 사람이었다.
“하나교 관계자를 부르게 되면 연락드릴게요. 그때 와서 봐요.”
“정확히 언제쯤 부르실 계획인데요?”
“저도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시간을 봐서 적당한 날 잡아야 하지 않겠어요?”
여형사는 하나교 관계자를 급하게 불러다 조사할 마음이 없었다. 이번 사건은 이대로 덮고 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건 여형사 뜻이 아니고, 누군가 그렇게 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사건 수사에 제동을 건 사람은 누구일까. 방송과 언론마저 조용한 걸 보면 방송국과 언론사까지 영향력을 미칠 만큼 막강한 자가 분명했다.
“하나교 관계자 연락처는 아십니까?”
“알면 어쩌려고요?”
“제가 먼저 그 사람을 만나볼까 합니다.”
기준은 여형사가 못하면 자신이라도 가서 만나볼 생각이었다.
“이보세요, 기준 씨! 다른 사람 일에 관심을 가지는 건 좋은데, 양심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도대체 남의 밥그릇을 빼앗아서 어쩌겠다는 거예요?”
여형사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어떻게 남의 밥그릇을 빼앗는 겁니까?”
“내가 해야 할 일을 기준 씨가 하겠다고 했잖아요? 그게 남의 밥그릇을 빼앗는 게 아니고 뭐예요?”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수사가 너무 더디지 진행되지 않나 싶어서 말씀드린 겁니다.”
“수사를 더디게 진행되든 빨리빨리 진행되든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기준 씨는 이쯤에서 관심 끊고 그만 가보세요.”
여형사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결국, 기준은 빈손으로 경찰서를 나와야 했다. 여형사를 만나고 병원으로 가서 여학생을 만나보려고 했는데, 여학생마저 사람들 몰래 빠져나가고 없으니 갈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 어디로 가지?”
갑자기 더듬이를 잃은 개미가 된 기분이었다. 기준은 한숨을 쉬고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번 때 봤던 붉은 달이 그대로 하늘에 떠 있었다. 그는 붉은 달을 보며 천천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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