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이질감(異質感)
98. 이질감(異質感)
“거참! 믿기도 그렇고 안 믿기도 그렇고.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군.”
흑염소는 차 대장이 다른 세상에서 왔다는 어머니 부교주의 말을 놓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도 그렇고, 다른 세상에 살던 사람이 갑자기 이 세상으로 들어온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어머니 부교주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 말대로 차 대장이 다른 세상에서 왔다면, 그 다른 세상이란 어떤 곳일까.”
혼잣말하며 걷다 비서실 앞에 멈춰 섰다. 간밤에 린과 통화한 게 생각났다. 보고 싶다고 말한 건 진심이었다. 흑염소가 비서실 문을 열고 들어가 “비서실장, 어디 나갔나요?” 하고 물었다.
“아닙니다. 지금 안에 계십니다.”
젊은 여직원이 실장실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흑염소가 비서실장 방문 앞으로 가서 똑똑! 하고 두드렸다. 그러자 안에서 “들어와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바빠요?”
“아니에요. 그런데 이 시간에 무슨 일이죠?”
“어머니랑 잠깐 이야기 나누고 가던 길에 그쪽이 생각나서 들렸어요. 간밤에 했던 말도 생각이 나고요.”
흑염소가 의자에 앉아 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간밤에 무슨 말을 했는데요?”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그쪽이 더 잘 알잖아요.”
“밤에 술 마시고 전화하지 마요.”
“술 마시고 헛소리할까 봐요?”
“간밤에도 헛소리했잖아요.”
“그건 진심이에요. 정말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아직 술이 떨 깼나 봐요.”
린이 입을 벌리고 웃자, 흑염소가 “왜 내 말을 못 믿는지 모르겠군요.” 하고 볼멘소리를 냈다.
“헛소리 그만하고, 부교주님이랑 무슨 이야길 나눴는지 그거나 말해봐요.”
“별 이야기 안 했어요. 그냥 이것저것!”
“얼굴은 그렇게 안 보이는데요?”
“얼굴이 어떻게 보이는데요?”
“안 좋은 이야길 들은 얼굴이에요. 시무룩하잖아요.”
“내 얼굴이 시무룩하게 보인다고요?”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숨기지 말고 빨리해봐요.”
“실은 차 대장 이야길 나누고 왔어요.”
“차 대장이요? 그 사람은 왜요?”
차 대장이라는 말에 린이 눈을 크게 뜨고 호기심을 보였다.
“차 대장이라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거든요.”
“국장님은 그분 얼굴도 모르잖아요?”
“내가 하나교에 들어오기 전에 먼저 그만두고 나간 사람이니까요”
“그럼 누군지 알 필요가 없을 거 같은데요?”
“별동대에서 대장까지 했던 사람이잖아요. 그럼 관심을 가져야 맞는 거 아닌가요?”
“관심을 가져서 어쩌려고요?”
“어디에 사는지 알면 한번 만나보고 싶어요. 비서실장이 하늘궁전에 들어오기 전에 별동대에 있었잖아요?”
흑염소가 아는 게 있으면 숨기지 말고 말해보라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래서 그분이 어디에 사는지 알면 말해달라는 거네요?”
“어디에 사는지 모르나요?”
“몰라요. 저는 하늘궁전에 들어온 뒤로 그분과 통화한 적도 없어요. 별동대에 있을 때도 그분이 어디에 사는지 몰랐고요.”
“차 대장이 어디에 사는지 아는 사람이 한 명 정도는 있을 거 같은데요.”
“전혀 없지는 않겠죠. 하지만, 저는 그분이 어디에 사는지 정말 몰라요.”
“알만한 사람이 누구 없을까요?”
“이미 그만두고 떠난 사람을 왜 그렇게 만나려고 하는지 모르겠군요.”
“모른다고만 하지 말고 잘 생각해봐요. 별동대 대원 중에 아는 사람이 누군가 있을 거 아네요.”
그 말을 듣고 린은 민호를 떠올렸다. 민호는 별동대에 오래 있었으니까 차 대장이 어디에 사는지 알지도 몰랐다. 민호에게 별동대를 맡기고 떠난 걸 보면 두 사람은 분명히 자기가 아는 것보다 훨씬 가까운 사이였다.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 궁금하면 별동대 대장한테 물어보든가요.”
“민호라고 했죠? 새로 별동대장이 된 그자 이름이요.”
린이 “맞아요!” 하고 고개를 끄덕했다.
“그자를 언제 한번 만나봐야겠군요.”
“그 사람이라고 딱히 알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거야 만나서 이야길 들어보면 알겠죠.”
“부교주님이랑 그 이야기 나누고 왔나요? 다른 이야긴 나누지 않고요?”
“비서실장한테 하나 물어볼게요.”
“뭔데요?”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세요?”
“다른 세상이요? 그걸 왜 저한테 묻죠?”
“조금 전에 어머니랑 이야길 나누는데, 차 대장이 다른 세상에서 온 사람이라는 말을 하더군요. 그래서 비서실장한테 물어보는 거예요. 그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부교주님께서 직접 그렇게 말씀하셨다는 거네요? 차 대장님께서 다른 세상에서 왔다고요?”
린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비서실장도 안 믿어지죠?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차 대장이 다른 세상에서 온 사람이라고 굳게 믿지 뭐예요.”
흑염소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부교주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실 때는 다 이유 있으니까 하셨지, 괜히 하시지는 않았을 거 같은데요?”
“실은 말이죠.”
흑염소가 어머니 부교주한테 들은 이야길 린에게 전했다.
“차 대장 그분이 그렇게 말했다는 거잖아요? 다른 세상에서 왔다고요.”
“그래요. 자기는 다른 세상에서 온 사람이라고요.”
린은 항상 이곳 세상을 떠나 다른 세상으로 가는 걸 꿈꿨다. 미래와 이야기 나눌 때도 그런 말을 했었다. 어디로 갈 거냐는 미래의 물음에 린이 “다른 세상!”이라고 대답했다. 미래가 “다른 세상요? 다른 세상 어디요?” 하고 재차 묻자, 린이 “그건 나도 몰라. 하지만 나는 다른 세상으로 갈 거야.”라고 말했다. 린은 지금도 어딘가에 이곳과 다른 세상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긴가민가했는데, 이제 확실히 알았어요. 다른 세상이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을요.”
“차 대장 그 사람 말을 믿는다는 말이군요?”
“그분이 그렇게 말했다면 사실일 거예요. 그분은 절대로 없는 말을 지어서 할 사람이 아니니까요.”
린이 속으로 ‘내가 왜 다른 세상으로 가고 싶어 했을까.’ 하고 생각했다. 다른 세상으로 가고 싶어 할 때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닌가.
“무슨 생각을 그리도 골똘히 하세요?”
“아니에요. 그냥 딴생각을 잠깐 했어요.”
“얼굴 본 김에 하나 더 물을게요. 그분은 어떻게 되었어요?”
“그분이라니, 누굴 말하는 거죠?”
린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바라보았다.
“클럽에서 사라진 분 있잖아요. 다른 분은 근처 숙소에서 벌거벗은 채 깨어났고요.”
“아! 그 언니요. 아직 아무런 소식도 없어요.”
린이 입을 다물고 지난해 마지막 날 클럽에서 함께 술을 마시고 놀았던 언니를 떠올렸다. 그날 행방불명이 된 언니는 아직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살아 있다면 지금쯤 연락이 와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걸 보면 이미 죽은 목숨이 아닐까 싶었다.
“경찰서에서도 아무 말 없고요?”
“여태 실마리도 잡지 못한 걸 보면 찾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에요. 행방이 묘연하니까요.”
“그렇군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그럼 저는 그만 나가볼게요.”
“그래요. 저도 내 일을 해야 하니까요?”
흑염소가 손을 흔들고 비서실장 방에서 나갔다. 린은 흑염소가 서 있던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젖었다.
“그게 사실일까?”
차 대장이 다른 세상에서 왔다는 흑염소의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차 대장은 이곳 세상으로 오기 전에 다른 세상에서 무슨 일을 했을까. 사람 죽이는 기술이 탁월한 걸 보면 그쪽의 일을 했을 가능성이 컸다. 한마디로 말해 청부살인업자였다.
“다른 건 모르겠고, 다른 세상이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은 사실이야.”
어렴풋이 있을 거라고 생각만 했던 다른 세상이 이제 마음속에 실제로 있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실제로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니까 더욱더 그곳으로 가고 싶어졌다.
“내가 다른 세상으로 가고 싶어 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야. 그 이유가 뭘까. 나는 왜 항상 이곳 세상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세상으로 가고 싶어 했을까.”
린은 지금껏 사는 동안 이곳 세상이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할 곳이라는 느낌을 한 번도 못 느꼈다. 어렸을 때부터 다른 세상에서 살아야지 이곳 세상에서 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자기를 낳아준 부모도 이곳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에 있을 거라고 믿었다. 이곳 세상은 숨을 쉬어도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고, 어딜 가도 편안함이 좀체 안 느껴졌다. 자신이 살아야 할 세상과 다른 무언가가 느껴지는데, 그건 바로 이질감(異質感)이었다.
“나는 왜 이곳 세상에 이질감을 느끼는 걸까. 그건 내가 다른 세상에서 왔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다른 세상에서 왔다면 언제 왔을까? 어렸을 때? 어렸을 때 언제?”
다른 세상에서 이곳 세상으로 온 게 사실이라면, 그때는 자신이 아무것도 기억 못 하는 때였다. 아무것도 기억 못 하는 어느 날 이곳 세상으로 왔다.
“그렇다면 내가 갓난아이였을 때 이곳 세상으로 왔다는 말이 아닌가. 갓난아이가 어떻게 이곳 세상으로 왔을까.”
혼자서는 오지 못하고, 누군가와 함께 이곳 세상으로 왔을 것이었다.
“나를 이곳 세상으로 데려온 사람은 누굴까? 그 사람은 왜 나를 버리고 가버렸을까? 그랬으니까 보육원에서 자랐을 거 아닌가.”
보육원에서 자랐다는 건 아주 어렸을 때 누군가가 버리고 갔다는 뜻이었다.
“차 대장은 알지도 몰라.”
자신의 비밀을 풀어줄 사람은 다른 세상에서 온 차 대장밖에 없었다. 순간 카페에서 전도부장을 만나 함께 차를 타고 별동대로 가던 날이 생각났다. 그날 차 안에서 전도부장이 “막판에 차 대장이 린 씨를 뽑았어요. 예비 명단에 린 씨를 넣어야 한다고요.”라고 말했다. 예비 명단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린은 지금 이곳에 있지도 못했다. 차 대장이 자신을 뽑은 이유가 뭐냐고 묻자, 전도부장이 “그건 나도 잘 몰라요. 린 씨를 왜 뽑았는지는 차 대장만 알겠죠. 린 씨를 뽑은 당사자니까요.”라고 대답했다.
“차 대장이 나를 뽑았을 때는 분명히 이유가 있었을 거야. 그걸 알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분을 만나야 해.”
그때 인터폰에서 삐! 하는 소리가 들렸다. 수화기를 집어 “네, 교주님!” 하고 말하자, “잠깐 들어와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교주 방으로 들어갔다.
흑염소가 비서실장 방에서 나오자, 백경이가 “사무국장님을 여기서 만나네요?” 하고 말을 걸었다. 교주가 일이 있어 밖으로 나가면 백경이가 항상 뒤를 따랐다. 교주 혼자 밖에 나가 안 좋은 일이라도 당하면 안 되기 때문에 백경이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보디가드 임무를 수행했다. 오늘도 교주가 밖으로 나간다는 말을 듣고 미리 와서 기다렸다.
“왜요? 나한테 무슨 할 말이 있나요?”
“아니요. 한 건물에 있어도 얼굴 보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언제 얼굴을 보나 싶었거든요.”
“나한테 따로 하고 싶은 말은 없고요?”
“네! 따로 하고 싶은 말은 없어요.”
흑염소가 방향을 틀어 나가려다 “백경 씨, 지금 바쁘지 않죠?” 하고 물었다.
“바쁜 건 아닌데, 왜요?”
“그럼 내 방에 가서 잠깐 이야기 좀 나눌까요?”
백경이가 비서실 직원에게 “나 사무국장님 방에 있을 테니까, 교주님께서 찾으면 바로 연락 줘요.” 하고는 흑염소 뒤를 따랐다.
“교주님께서 어디 가시는 모양이죠?”
“그건 잘 모르겠어요. 어디 간다는 말씀은 안 하시니까요.”
흑염소가 문을 열고 들어가 “자리에 앉아요.” 하고 말했다.
“저를 보자고 한 이유가 뭐죠?”
백경이가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백경 씨가 별동대에 오래 있었으니까 누구보다 잘 알 거 같아서요.”
“누구를요? 별동대를요?”
“차 대장요.”
“그분은 왜요?”
“차 대장이 이미 일을 그만두고 별동대를 떠났다는 건 나도 잘 알아요.”
“그런데 왜 알려고 하죠?”
“알아야 할 이유가 있으니까요.”
“그 이유가 뭔데요?”
“차 대장이 하나교에 오래 있었잖아요. 그래서 하나교를 누구보다 잘 알지 않겠어요?”
“그러겠죠. 어느 한 곳에 일 년만 있어도 어떻게 돌아가는지 빠삭하니까요.”
“그런 사람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도록 풀어놔도 될까요?”
“국장님께서 무슨 말을 하시는지 잘 알겠는데, 설마 차 대장 그분을 잡아다가 가두자는 말은 아니겠죠?”
백경이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잡아다가 가둘 수는 없겠죠.”
“그럼 어떻게 하자는 말씀이죠?”
“일단 차 대장이 어디에 사는지부터 알아야겠어요. 어디에 사는지 알면 언제든 붙잡아 가둘 수 있잖아요.”
“차 대장이 어디에 사는지는 저도 잘 몰라요. 차 대장이 자기 사는 곳을 말해준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요.”
“다른 대원들도 모를까요?”
“내가 모르면 다른 대원들도 모를 거예요.”
“어떻게 아는 방법이 없을까요?”
“내가 밑에 애들한테 시켜서 찾아보라고 할게요. 그런데 쉽게 찾아낼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그 양반이 워낙 귀신같아서 말이죠.”
백경이가 왼쪽 다리를 살짝 들어 올려 앉은 자세를 바꿨다.
“귀신같다니, 그게 무슨 뜻이죠?”
“실은 내가 별동대에 있을 때, 차 대장을 좀 알아보려고 밖에 있는 애한테 전화를 걸어 따라붙으라고 시킨 적 있거든요.”
“밖에 있는 애는 누굴 말하죠?”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동생이에요. 별동대랑은 상관이 없는 애죠.”
“따라붙으라고 시켰다는 건 미행을 지시했다는 거잖아요?”
“죽여서 없앨 생각이었어요. 차 대장이 나를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나도 차 대장이 별로였고요.”
“그 이야긴 들었어요. 백경 씨가 왜 별동대를 뛰쳐나와 교주님 밑으로 들어왔는지를요. 한마디로 말해 별동대에서 밀려난 거잖아요, 백경 씨가. 아닌가요?”
“그런 셈이죠. 차 대장은 처음부터 나보다 민호를 더 좋아했으니까요.”
“결국, 민호 그자가 별동대 대장이 되었잖아요?”
백경이가 고개를 끄덕했다.
“차 대장은 민호에게 자기 자리를 물려주고 떠날 생각이었어요. 저는 그걸 눈치채고 차 대장을 없애려고 했던 거고요. 그것 말고는 내가 별동대 대장이 되는 방법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실패했다는 거네요?”
“미행하라고 시켰던 애가 죽은 채 발견되었어요. 누군가가 미행한다는 사실을 차 대장이 눈치채고 숨어 있다가 찌른 거죠.”
“찔러요?”
“차 대장이 사람 죽이는 기술이 뛰어나잖아요. 차 대장은 사람을 죽일 때 실수하는 법이 없어요. 송곳보다 더 뾰족한 철침 같은 걸 가지고 다니는데, 주변에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목표물이 보이면 그 자리에서 죽여버려요. 감쪽같이요. 그래서 킬러라는 별명이 붙었죠.”
“그래서 귀신같다고 말한 거군요?”
“그런 일을 당하고 나니까, 미행하라는 말을 더는 못하겠더군요. 다른 애들도 무서워서 못하겠다고 벌벌 떨고요. 그래서 하지 말라고 했죠. 그때 그 생각을 했죠. 별동대 대장이 못 될 바에야 차라리 사무국장 밑으로 들어가는 게 낫겠다고요. 아! 방금 말한 사무국장은 그쪽이 아니고요.”
백경이가 흑염소를 힐끗 쳐다보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나도 알아요. 교주님 말하는 거잖아요.”
“그때는 사무국장님이 그렇게 쉽게 교주님이 될 줄을 몰랐어요. 그래도 그분이 교주님 자리를 욕심내고 있다는 건 알았죠. 그래서 그분 밑으로 들어갔어요.”
“그분이 교주님이 되었으니까, 백경 씨 선택이 옳았군요?”
백경이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런가요?” 하고 말했다.
“저는 그만 일어나 볼게요. 교주님이 찾을지 모르니까요.”
“조금 전에 밑에 애들한테 시켜서 찾아본다고 했잖아요. 그 애들은 누굴 말하죠?”
“우성이요. 우성이한테 이야기하면 우성이가 알아서 할 거예요. 방금도 말했다시피 차 대장을 죽이는 건 자신이 없어요.”
백경이가 고개를 끄덕하고 흑염소 방에서 나갔다. 백경이가 밖으로 나가자 흑염소가 “저 인간에게 일을 맡겨도 괜찮을지 모르겠군요.” 하고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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