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해주는 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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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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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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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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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작령의 실종사건 (2)

DUMMY

쓰다 만 근육에 몸이 간질거려 검을 지팡이 삼아 기댔다.

운동을 하다 만 느낌.


아무튼, 강도들은 집에 누가 사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뭐랬더라, ‘오늘 확인했을 때까지는 혼자 있었어’였나? 집에 브리다가 혼자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슨 상자를 찾으러 왔다고 했어요.”


자경단장은 그 말에 생각나는 게 있는 듯, 강도들을 뒤집어가며 면면을 확인하다가 몸을 일으켜 세웠다.


“역시···.”

“뭔가 짚이는 게 있습니까?”

“이 자는 두 달 전쯤 마을에 들어온 외지인입니다. 갑자기 터전을 잃었다며 궂은일을 도맡아 하길래 주의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테인의 재산을 노린 것 같습니다.”

“재산?”


텅 비어있던 집이 떠올랐다.

촌사람이든 도시 사람이든 재산의 삼분의 일은 숨기는 게 규칙인가 보다.


“테인은 저보다 돈을 많이 모았습니다. 정착하고 남은 돈은 나중에 꼭 필요한 순간이 올 거라고 따로 숨겨뒀죠. 이놈들이 처음부터 알고 들어온 건지, 테인의 죽음 이후 알아챈 건지는 모르겠지만 브리다에게 또다시 비극이 닥칠뻔했군요.”


자경단장의 가죽장갑에 주름이 생기며 뿌드득- 소리가 났다.


“맞다, 집 안에 한 명 기절해있을 텐데 잡아가세요.”


나이가 어려 보이는 자경단원이 집을 확인하더니 마을에서 밧줄을 가져온다고 말하며 뛰어갔다.


“감사 인사가 늦었습니다. 만약 용병님들이 아니었다면 브리다에게 문제가 생겼을 겁니다. 아···, 사례는 꼭 하겠습니다. 오늘은 제 집에서 주무시죠. 여긴 저희가 정리하겠습니다.”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


피비린내는 아무리 맡아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사양 않고 짐을 챙기자 단원에게 감시를 지시한 단장이 따라오라 손짓했다.


‘단장은 어디서 자는 거지?’


헬슈타에서 복무했다더니, 단장의 집은 촌이라기엔 깔끔하고 고풍스러운 물건들이 많았다.

그 중에선 목조로 바닥을 만들고 위에 모피와 짚을 깔아둔 침대도 있었기에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감았다 뜨니 돌아온 아침.


“자경단장한테 가보자.”


사로잡은 강도가 무슨 말을 했을지 궁금했다.


작은 마을인 만큼 금방 마주친 자경단장은 근심이 가득해 보이는 표정으로 브리다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통성명을 안 했네.


“브리다! 이야기 들었어요?”

“그게···. 쉽게 풀리진 않을 모양입니다.”


브리다가 아닌 자경단장이 대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뭐가 잘 안 풀렸나 보네요.”

“어제 사로잡은 그놈과 이야기를 좀 해봤는데, 테인과 관련이 없었습니다. 아! 재산을 노린 건 맞습니다. 그런데, 그건 테인의··· 실종 이후 브리다와 제가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즉흥적으로 노린 거더군요.”

“그럼 사건이 해결되진 않은 거네요. 여전히 위험이 있고요.”


어제는 죽었다더니 오늘은 실종.

은근히 착하네.


“저 때문에 죽을 뻔하신 거잖아요. 이거, 약소하지만 받아주세요.”


브리다가 품에서 주머니를 꺼내더니, 은으로 된 동전 하나를 내밀었다.

이런 촌에서 1세미는 큰돈.


혹시나 니세리아가 거절하기 전에 동전을 받아 챙기고 브리다에게 말했다.


“선수금으로 받겠습니다. 정오까지 숲을 수색해보고, 나오는 게 없으면 추가금은 안 받겠습니다.”


브리다가 고맙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아, 그리고 마을 안으로 이사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마을은 그래도 자경단이 있으니까.”


니세리아가 브리다의 손을 꼬옥- 잡아주더니 빨리 출발하자고 재촉했다.


“용병···, 아니 해결사님들처럼 좋은 분들을 만나 다행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숲으로 향하는 등 뒤로 자경단장의 인사가 들렸다.


******


공터에서 시작되는 숲을 기점으로 흔적을 찾아 나갔으나, 해가 머리 꼭대기에 닿을 때까지 작은 핏자국밖에 발견하지 못했다.

브리다에게 소식을 전하고 조용히 마을을 떠났다.


한동안 귀에 울음소리가 머물렀다.


시간을 많이 소비한 탓에 헬슈타의 성곽에 도착한 건 늦은 오후였다.

미나스만큼은 아니지만, 꽤 규모 있는 도시.

성문을 통과하는 사람이 많았다.


출입 허가증을 발부받기 위한 질의에

‘영주님 좀 보려고요.’

라고 답할 수 없었기에 대충 환전이 목적이라고 답하며 플랑을 하나 꺼내 보여줬다.


“근데 영주님은 어떻게 만나지?”


명부를 작성한 후, 이제야 드는 고민.


“우선 좀 쉬면서 천천히 생각하고, 시길 상단 이름으로 알현 신청 넣자.”


보드라워 보이는 하얀 빵.

가격을 확인하자 역시 귀족의 음식다운 가격표가 달려있었다.


‘이번에 번 돈이면 몇 개 먹어도 될 것 같은데.’


보육원 아이들도 좋아할 텐데.


소개서를 가지고 내성으로 향하자 출입을 관리하는 행정관이 확인하고는 내일 다시 오라고 말했다.


“여관부터 잡을까?”

“오면서 하나 봐뒀어. 거기로 가보자.”


다시 마을로 나와 들어간 여관은 아직 한산했다.


‘무장경비가 왜 이렇게 많지?’


여관은 특이하게도 가운데 설치된 화로를 테이블이 둘러싸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숙박이신가요, 식사신가요?”


화로에 걸려있는 냄비에 무언가 가루를 넣고 있던 여성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방 하나랑 스튜 2인분 주세요.”

“하나로 되겠어요? 방이 좀 좁을 텐데.”

“괜찮아요. 침대는 깨끗하죠?”

“그럼요, 오늘 갈았어요.”


미나스보다 비쌌다. 방 하나에 2데나르라니.


몸을 가볍게 하고 내려와 테이블에 앉자 여관주인이 목제 그릇에 스튜를 담아주었다.


“특제양념을 넣어 맛있을 거예요. 저희 여관은 식사하러 오는 손님이 더 많다니까요.”

“기대되네요.”


여관주인의 자신감에 스튜를 한 입 먹어보니 은은하게 올라오는 매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와···. 자신할 만하네요. 비결이 뭐예요?”


걸쭉하여 마실 때 풍족한 질감을 주는 스튜는 그대로 목으로 넘겨도 짭짤했고, 건더기와 함께 몇 번 씹고 있자면 매콤한 맛이 퍼졌다.


“계속 먹어보면서 양념 좀 넣어주고 하는 거죠. 개인적인 만족감도 있어요.”


여관주인이 풍만한 체형을 흔들며 웃었다.


“제가 베르티오 영주님의 요리사로 일했던 적도 있거든요.”

“베르티오 영주님이라면···?”

“헬슈타를 다스리시는 분이죠. 외지인이시죠?”


니세리아의 입맛에도 맞았는지 금세 그릇을 비우고 다시 담고 있었다.


“베르티오 영주님은 어떤 분이죠?”


“음···. 고귀한 분들이 그렇듯 썩 자상하시지는 않지만, 나쁜 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은근히 아랫것들을 신경 써주시는 모습도 가끔 보이고요. 내성에서 일하는 동안 불안했던 적이 없었다고 하면 이해가 될까요?”


“요즘 같은 시기에 보기 드문 호인인가 보군요.”


여관주인도 딱히 할 일이 없는지 근처에 앉아 불을 쐬었다.

어제는 무슨 일이 있었다느니, 하는 말을 들어주다 보니 어느새 그릇이 비어있었다.


“아, 혹시 근처에 무기를 다루는 곳이 있나요?”


“음···. 무기는 내성에서만 다뤄요. 간단한 것도 괜찮다면, 나가서 왼쪽으로 가다가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주변에 언덕이 하나 보일 거예요. 그 언덕 위에 나이프를 파는 사람이 있어요.”


여관주인의 말에 니세리아가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나가자는 몸짓을 했다.


“지금 가시려고요? 되도록 해가 지기 전에 돌아오세요. 남편분이 듬직해서 괜찮을 것 같기는 한데···.”


여관주인의 눈길에 슬쩍 근육을 부풀렸다.

남편이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남자의 자존심은 본능이다.


“요즘 계속해서 실종자가 생기고 있거든요. 여기뿐만이 아니라 헬슈타 주변 마을들은 다 비슷하다고 하더라고요. 하도 많이 실종되니까 괴물이 돌아다닌다는 말도 나오고, 뭐 도망이라는 사람도 있고. 영주님께서 힘쓰고 계신 것 같기는 한데, 아직 범인이 안 잡혔어요.”


또, 실종자 이야기다.

여관주인의 걱정에 고맙다고 답하며 여관을 나섰다.


“실종자라···. 누가 촌도 아니고 도시 인근에서 미친 짓을 벌이는 거지?”

“한 명이 벌이는 게 아닐 수도 있지 뭐. 영주가 요즘 모습을 보이지 않는 거랑 관련이 있을까?”

“글쎄? 실종 사건이 무서워 숨어있는 영주? 별로 연관 없어 보이는데.”


이번에 조사해야 할 대상인 영주와 엮어보자 니세리아가 어깨를 으쓱였다.


설마 몬스터는 아니겠지, 범인이 자기한테 오면 어떻게 상대할 거라는 등 실없는 소리를 하며 알려준 길을 따라 걷자 곧 언덕 위에 덩그러니 있는 건물 한 채가 보였다.


“누구 있습니까?”


반쯤 열려있는 문을 열자 정면의 벽에는 몇 개의 짧은 나이프가 걸려있었고, 그 앞에는 접근을 막기 위함인지 허리 높이의 나무 벽이 설치되어 있었다.


내부는 반으로 나누어져 상점과 주거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듯했다.

주거공간에서 나온 소년은 많아 봐야 14살 정도로 밝은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떤 일로 오셨나요?”


빨간 곱슬머리를 만지며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안녕. 칼 좀 보러왔는데 너밖에 없니?”


니세리아의 입에 걸리는 미소.


“아빠는 물건 받으러 가셨어요. 평소에도 제가 거래해서 저한테 말씀하시면 돼요!”

“그래? 혹시 저기 걸려있는 무기들이 전부야?”


벽에 걸려있는 나이프들은 생활용으로 보였다.

블레이드의 길이가 한 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나이프 보러 오신 거 아닌가요?”

“사실 전투용 대거가 있을까 해서 왔거든.”


니세리아가 소년에게 보여준 대거의 날은 두 뼘 정도로 힐트 부분까지 더하면 어깨너비와 비슷했다.


“이거보다 길어도 되지만 비슷했으면 좋겠는데.”

“음···. 아빠가 따로 취급하는 게 있기는 해요. 근데 저한테는 건드리지 말라고 해서 오실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언제쯤 오시는데?”

“어두워지기 전에는 오실 거예요. 아빠가 요즘 밤은 돌아다니기 위험하다고 했거든요. 기다리실 거면 들어오세요.”


니세리아에게 기다리자고 말하며 소년을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 소년의 아버지를 기다리기에 집의 온기는 충분했다.


벽난로 앞에는 동물의 가죽과 모피가 두 겹으로 깔려있었고, 침대 곁에는 초 대신 등불이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다.


“이것 좀 드세요.”


소년은 잔 두 개를 가져오더니 포도주를 따라주었다.

봄 날씨가 그리 춥진 않았지만 불을 쬐며 몇 모금 홀짝이자 온기가 배를 타고 내려가는 듯했다.


“근데 용병이세요?”

“용병이 아니라 해결사야.”

“그게 뭔데요?”

“이것저것 부탁받은 걸 해결해주는 거지.”

“그게 용병 아니에요?”


우리는 무식하게 힘만 쓰는 용병과는 다르다며, 소년에게 몇 가지 일화를 늘어놓았다.


별거 아닌 일에도 감탄하는 소년의 순수한 반응에 흥이 나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근데 왜 이리 안 오셔?”


한참을 이야기하다 보니 잔이 비어있었다.


“어두워졌는데?”


문을 열어 밖을 확인한 니세리아가 소년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두워졌어요? 말없이 늦게까지 돌아다니신 적이 없는데···.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죠?”

“물건 받으러 갔다고 했지? 어디 가셨었는데?”


소년은 불안한지 안절부절못하며 서성거렸다.


“내성에 있는 대장간이요. 아빠가 거기서 일하시는데 오늘은 일이 없는 날이에요. 물건만 가지고 오신다고 했어요.”

“내성은 찾으러 가기도 곤란한데···”


헬슈타에 오자마자 사건이 들어올 것 같은 기분에 팔짱을 끼고 소년에게 생김새를 물어봤다.


“저처럼 빨간 곱슬머리고요···. 또, 또, 피부가 까매요. 덩치도 크시고요.”

“다른 곳이나 술집에 들렀을 수도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마. 우리가 한 번 찾아볼게.”


조금 더 구체적인 질문으로 인상착의를 얻은 후, 니세리아와 함께 집을 나섰다.


“먼저 내성으로 가서 문지기한테 물어보자.”


목적지를 정하고 걸음을 떼려는 순간 완만한 언덕에서 검은 형체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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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트라지그의 젊은 기사들 (3) 22.08.24 40 3 13쪽
24 트라지그의 젊은 기사들 (2) 22.08.23 49 3 13쪽
23 트라지그의 젊은 기사들 (1) 22.08.22 46 3 13쪽
22 펠리아의 행운 (4) 22.08.21 46 4 14쪽
21 펠리아의 행운 (3) 22.08.20 48 3 13쪽
20 펠리아의 행운 (2) 22.08.19 51 3 13쪽
19 펠리아의 행운 (1) 22.08.18 5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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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몬스터 토벌의 기현상 (2) 22.08.16 67 4 13쪽
16 몬스터 토벌의 기현상 (1) +1 22.08.15 67 6 12쪽
15 웨이션의 하찮은 도둑 (4) 22.08.14 81 6 12쪽
14 웨이션의 하찮은 도둑 (3) +2 22.08.13 79 7 13쪽
13 웨이션의 하찮은 도둑 (2) +2 22.08.12 101 6 13쪽
12 웨이션의 하찮은 도둑 (1) 22.08.11 116 7 13쪽
11 남작령의 실종사건 (8) 22.08.10 105 9 14쪽
10 남작령의 실종사건 (7) 22.08.09 107 9 14쪽
9 남작령의 실종사건 (6) 22.08.08 114 8 12쪽
8 남작령의 실종사건 (5) 22.08.07 134 7 12쪽
7 남작령의 실종사건 (4) 22.08.06 127 7 12쪽
6 남작령의 실종사건 (3) 22.08.05 145 8 12쪽
» 남작령의 실종사건 (2) 22.08.04 154 8 12쪽
4 남작령의 실종사건 (1) 22.08.03 189 9 13쪽
3 상단주의 의뢰 +2 22.08.02 248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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