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가 침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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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KaHaL
작품등록일 :
2022.08.01 18:47
최근연재일 :
2023.06.2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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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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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화. “특별하진 않지만 확실한 방법이 있습니다.”

DUMMY

“아니, 아라야!”


최한성 실장은 용수철처럼 튕겨 일어나 윤아라에게 달려갔다.


“연습실에 있으라니까? 여긴 왜 왔어?!”


“내가 지금 가만히 있게 생겼어?! 거기 당신! 정윤지가 보낸 거지?! 맞지!!”


“아니야, 아라야. 아니라니까······.”


“그럼 오빠, 연락 온 걸 왜 나한테 숨겼어?!”


“그건······.”


최한성 실장은 답답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당신! 당신이 대답해봐요. 누가 보내서 왔어요? 정윤지? 아니면 투뻑?”


윤아라는 내게 뭐라 대답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쏘아붙이듯 말을 이었다.


“하긴,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당신들이 무슨 생각을 하든 간에 난 이번 콘서트 포기 못해! 아니, 다른 것도 전부 다!! 특히 투뻑 그 인간은 반드시 깜방에 집어넣을 거니까!!”


보아하니, 아무래도 최한성 실장은 우리가 누군지에 대해 귀띔조차 주지 않은 모양이다. 하긴, 보이스피싱이면 모를까, 실제 국정원 직원에게서 전화가 걸려 오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일단, 윤아라의 흥분이 가라앉기를 기다린 나는, 그녀의 오해를 먼저 풀어주기로 했다.


“조금 진정이 되셨습니까? 일단··· 윤아라 씨께서 오해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저희는 말씀하신 그 어느 쪽 사람과도 관련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당연히 저희가 말하는 것을 그대로 믿기는 힘드시겠죠. 최 실장님? 설명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최한성 실장은 난감한 표정으로 나와 윤아라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짧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그래, 아라야. 이분들 그쪽에서 온 사람들 아니야.”


“그럼 어디서 온 사람들인데?”


“그게······.”


아니, 이 양반이 또 오해 생기게 거기서 말을 끊네? 연예계 관계자라고 드라마식 갈등 조장이 몸에 배였나? 젠장.


나는 기묘하게 돌아갈 것만 같은 상황을 단칼에 끊어버리기로 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는 방법은 단도직입(單刀直入)이라 이거야.


“국정원입니다.”


“···네에??”


“저희가 국정원 소속인 것은 아니고요, 저희 신분을 보증해주실 분이 국정원밖에 없는 상황이라 그렇습니다.”


방금까지의 표독스러운 표정은 어디가고 삽시간에 당황한 토끼 같은 얼굴이 된 윤아라는 말을 더듬어가며 되물었다.


“저, 그··· 구, 국정원이라고요? 노, 농담이시죠? 아니, 국정원이 왜요? 저희한테 도대체 무슨 볼 일이 있으시다구······.”


“그··· 일단은 제 일행분들을 소개시켜드리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무척이나 눈치 빠르게 뒤에서 존재감을 죽이고 있던 루티파와 아이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 이분은 베다트 대륙의 아르마이트 공국 백작이시며, 벨라트 가문의 당주이신 루티파 벨라트 백작님이십니다. 그 옆에는 아르마이트 공국의 시무르그··· 기사인 아이나 에스테르 양이시고요.”


“············.”


윤아라- 아니, 아티스트 아라윤은 감정이 표정에 그대로 다 드러나는 타입이었나보다. 그녀는 현실에선 보기 드물게도 입을 쩍, 벌리고 놀란 감정을 그대로 다 드러내고 있었다. 뻐끔거리며 할 말을 찾던 그녀는 나와 루티파, 아이나를 빠르게 번갈아 쳐다보다 이내 최한성 실장에게 눈을 돌렸다.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그냥 연습실에 있으라니까···.”


“······아니, 오빠. 이··· 이게 무슨 일이야? 응?”


“나도 잘 몰라. 나도 방금 알았다.”


나는 얼빠진 표정의 두 사람을 쳐다보며 잠시 고민에 잠겼다. ‘평행인’에 관한 이야기를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이야기해도 좋을 것인가? 솔직히, 위험부담은 최소화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저 최한성 실장을 떼고 윤아라와만 따로 이야기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도-


최한성 실장이 윤아라라는 가수를 단지 소속 연예인으로서만 대우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가 진심으로 윤아라라는 한 인간을 아낄 줄 아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그녀를 위해서라도 쓸데없이 정보를 흘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나는 후자 쪽에 기대를 걸면서 말했다.


“저, 일단은 두 분 자리에 좀 앉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네.”



* * *



“···그러니까, 베다트와 지구가 ‘평행세계’ 같은 거란 소린가요? 요즘 유행하는 일종의 멀티버스 같은?”


“완전히 그런 개념은 아니지만··· 비슷합니다.”


나는 마구마구 설명해주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고 입을 닫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라윤 앞에서 씹덕 설명충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암.


윤아라는 자신과 똑닮은 루티파를 뭐라 설명할 수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루티파 역시, 그녀 나름대로는 티를 내지 않으려 하고 있었지만, 무언가 알 수 없는 감정이 뒤섞인 눈으로 윤아라를 마주 보았다.


“그··· 찾아오신 목적이, 이것 때문이었습니까?”


최한성 실장이 민망함이 서린 얼굴로 내게 물었다.


“‘목적’을 전부 말씀드릴 수는 없겠습니다만··· 예, 맞습니다.”


“평행세계의 동일 인물이라니··· 그것이 정말 가능한 이야기입니까? 그냥 외모만 조금··· 아니, 조금이 아니지만··· 예, 어쨌든 외모만 닮은 사람일 수도 있잖아요? 실제로 지구상에는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닮은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단 말입니다.”


“좀 진정하시죠. 당황스러우신 건 알겠지만··· 저는 베다인이 아니라 지구인 맞습니다. 지구의 70억 인구 중에는 별의별 우연이 다 있다는 것도 잘 알고요.”


나는 어깨를 으쓱, 들면서 말을 이었다.


“‘도플갱어’라든가, 뭐 그런 이야기가 왜 생겼겠습니까?”


“잠깐만요, 당신··· 지구인이라고요?”


그때 윤아라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끼어들었다.


“······왜요? 지구인처럼 안 보이시나요?”


“예. 당신이 제일 지구인 안 같아 보이는데요?”


그녀의 말에 아이나가 풉, 웃음을 터뜨리더니 얼굴을 가리고 끅끅, 웃기 시작했다.


“······그으··· 저도 지금 제 외모가 특이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구인 맞아요. 한국 사람이고, 주민등록증도 있습니다. 보여드릴까요?”


“한국인이라고요?? 더더욱 안 믿기는데요.”


윤아라만이 아니라 최한성 실장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아니, 이게 그렇게까지 못미더울 일인가? 나는 속으로 투덜대며 지갑에서 주민등록증을 꺼내 보여주었다.


“······.”


“마, 맞네요. 얼굴은 맞는 것 같은데······.”


민증을 보고 대강 납득한 것 같은 최한성 실장과는 다르게 윤아라는 민증의 사진과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계속 의심을 거두지 못했다. 나는 적당히 지갑을 갈무리하고 말했다.


“어쨌든, 제가 지구인이고 아니고는 크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정말로 ‘평행인’이 존재하느냐고 물으셨죠? 저희 일행 중에는 이미 ‘평행인’인 것이 증명된 사람과 만난 케이스가 존재합니다. 아니, 사실상 그분과 만나게 되어서 ‘평행인’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이렇게 윤아라 씨를 찾아온 것이라고 말하는 편이 맞겠죠.”


“증명···이라고요?”


“예.”


나는 며칠 전 알렉사가 미아와 함께 진행했던 방송의 뉴튜브 편집본을 폰으로 틀어서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여기 뉴튜버, 메이지렉시가 저희를 찾아왔거든요. 그녀 옆에 보이는 이 친구가 저희 일행이고, 베다인인 미아 아나람이란 친굽니다.”


“······당신들을 찾아왔다고요? 어떻게요?”


나는 흘깃, 루티파를 향해 눈을 돌렸다. 이 부분만큼은 내가 아니라 그녀가 설명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아서였다.


“미아와 메이지렉시- 알렉사라는 지구인 분께서는 서로 꿈을 통해서 의식을 공유했어요.”


“꿈이요?”


“지구인 분들께는 ‘마법’이란 개념이 생소할 뿐 아니라, 상상의 영역에 있다죠? 하지만 저희 베다트에서 ‘마도술’은 일상의 영역에 있는 기술이에요.”


“예에···.”


나 대신 설명을 시작한 루티파에게 시선을 튼 윤아라는 무언가 속에서 알쏭달쏭한 감정이 싹트는 모양인지, 말꼬리를 늘이며 흐렸다.


“그런 저희 베다인에게도 ‘꿈’을 통해서 기억이나 의식을 공유하는 것은 꽤 생소한 일이에요. 다시 말해 저희에게도 믿기 어려운 일이란 뜻이에요. 하지만··· 미아와 알렉사 사이에 이뤄진 교감은 단순히 우연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요.”


“······흐응.”


턱을 괴고 콧소리를 내면서 생각을 하던 윤아라는 검지로 탁자를 톡톡, 두드렸다.


“하지만 방금 말씀을 들어보니 저는 오히려 저랑은 아무 관계가 없는 것 같은데요? 만약 그··· 배, 백작님? 백작님과 제가 ‘평행인’이라면, 저희도 여기 이 두 분처럼 뭔가 특별한 경험이 존재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렇다고도 볼 수 있죠.”


“그렇다면···.”


“미아와 알렉사는 조금 특별한 케이습니다.”


“특별한 케이스?”


“예. 모든 ‘평행인’이 꿈을 통해서 기억과 의식을 공유하는 경험이 있어야만 한다는 건 아니라는 뜻이죠.”


지금 당장 윤아라와 최한성 실장이 있는 앞에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와 벨라그나의 케이스만 보아도 그렇다. 우리는 의식의 공유는커녕, 기억조차도 ‘강신’을 통해서 물리적으로 연결된 이후에나 공유할 수 있게 된 사이니까.


그런 이유로 나는 벨라그나와 내가 ‘평행인’일 거라는 생각조차도 해본 적이 없었다. 만약 미아의 건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모르지 않았을까?


그렇게 보자면-


미아의 경우가 특이한 케이스고, 내가 일반적인 케이스일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지.


“일단··· ‘평행인’에 관해서는 표본 자체가 많은 편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다시 말해서, ‘평행인’임을 알 수 있는 어떤 특별한 증거가 존재한다는 경우 자체가 오히려 희귀한 편이라고 보는 쪽이 맞을 겁니다.”


“···그럼 무슨 수로 확인하죠? 그 ‘평행인’이라는 거요.”


“어, 그러게요. 무슨 검사 같은 걸 해야 하는 겁니까? 마법의 MRI라든가.”


나는 흘깃 최한성 실장에게로 눈을 돌렸다. 이 양반이 농담을 하는 것 같진 않은데······.


“그런 건 아녜요. 특별하진 않지만 확실한 방법이 있습니다.”


“그게 뭐죠?”


“‘명상’이요.”


“예에? 명상??”


띠용, 하고 황당해하는 게 느껴진다. 아니, 그렇게만 말하면 설명이 부족하지 이 아가씨야.


“베다트에는 ‘아르타-벨람’이라는 기술이 있습니다. ‘소마’를 다스리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인데, 이 ‘아르타-벨람’에서 가르치는 방식의 특별한 ‘명상’법이 있어요.”


내가 서둘러 설명을 덧붙이자, 납득이 된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의말

가끔 있죠. 설명하고 싶은 마음을 주체 못하고 이것저것 다 쏟아내다가 따가운 눈총을 받는 일 말입니다. 

소개팅 자리에서 같이 본 영화의 감독과 감독의 전작, 감독이 주로 다루는 소재나 사상,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연락이 끊기거나 하는... 뭐 그런 식으로 말입니다.

....없으시다고요?? 

에이, 설마... 설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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