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왕은 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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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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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4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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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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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영광

DUMMY

서민들이 이용하는 시끄러운 식당 거리. 그 틈을 잘 보면, 고급스러운 느낌의 식당이 하나 보였다.


서민도 타협하면 들릴 수 있는 적당히 비싼 곳이었다.


“가주님, 도련님을 데리고 왔습니다.”


집사 이찬이 도착한 걸 알렸다. 식당 룸에서 3명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뭐 하다 이제 온 거냐?”


화가 잔뜩 난 중년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그는 성령에게 눈을 부라리더니, 예고도 없이 멱살을 잡았다.


“네가 감히 나를 능멸해?”

“너는 누···”


누구인지 물으려는데, 입이 강제로 다물어졌다. 남자의 손바닥이 뺨을 거칠게 강타했다. 한 번으로는 부족했는지, 연속해서 뺨을 갈겼다.


남자는 애초부터 성령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길거리에서 볼법한 아마추어 발길질에 성령이 바닥을 굴렀다.


뺨이 따갑게 울렁거렸다.


어제까지 우주를 전율시키던 존재인데, 지금은 나약한 미물에게 폭행당하는 신세였다.


성령은 미물에게 신체적으로 억압당한다는 사실에 일종의 절망감을 느꼈다.


“크크큭..”

“정신이 나가버린 거냐?”


가주가 아들을 혐오했다. 그들은 정상적인 가족이 아니었다. 아시아는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권인데, 성령의 가족은 무언가 어그러져 있었다.


‘이리도 비참하다니..’


인간은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나약했다. 우주의 먼지 같은 존재였다.


강해져야 한다. 성령은 힘에 대한 끝없는 갈망을 느꼈다. 어느 때보다 강렬한 욕망이었다.


배신자에 대한 복수는 물론이거니, 과거의 찬란함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가주는 성령을 하찮게 내려다봤다.


“똑바로 살겠다고 두 손 모아 빌길래 전셋집도 구해줬더니. 하는 꼴을 보니 네놈은 계승은커녕 영원히 천민들 틈에서 허우적거릴 놈이다.”


아비가 아들을 인격적으로 비하했다. 입으로는 침을 튀기고, 다리로는 아들의 복부를 치욕스럽게 걷어찼다.


일이 커지기 시작하자, 룸에서 중년 여인이 한 명 걸어 나왔다.


“여보, 사람들이 보니까 적당히 때리고 안으로 들여보내요.”


그녀는 맞고 있는 아들이 아니라,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고 있었다.


이찬은 웃으면서 여인의 의견에 동의했다.


“맞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서 노여움을 푸시죠.”


그는 바닥에 쓰러진 성령을 낮추어 보았다. 아까의 사건에 앙심을 품은 건지, 얻어맞는 성령을 즐겁게 관람하고 있었다.


불쾌했다.


자르곤이 살던 마계는, 환경에 휘둘리는 자가 아닌, 원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세계였다.


때문에 무력한 것은 그의 취향과 거리가 멀었다. 성령은 가까이 있는 포크를 무기처럼 잡았다.


가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는 ‘네가 감히 내게 반항해?’라는 느낌으로 성령의 멱살을 잡았다.


폭력으로 권위를 세우려는 의도였다. 굴욕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성령은 이런 종류의 추잡한 싸움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리고, 익숙하지 않았기에 색다른 즐거움을 느꼈다.


성령의 포크가 가주의 다리를 찍었다. 그는 도전할 대상을 잘못 선택했다.


“아아악?!”


당황의 비명이 들린다. 가주는 아들이 공격할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다.


그에게 있어서 아들이라는 존재는. 스트레스 해소용 인형에 불과했다. 인형의 반란은 가주에게 깊은 충격을 주었다.


“다시는 공격하지 못하게 만들어주마.”


포크를 잡고 비틀었다. 상처난 곳을 비틀자, 가주는 아무런 소리도 뱉지 못했다.


살아보겠다고 주먹으로 성령의 얼굴을 때렸지만, 성령은 얼굴에 피멍이 들어도 약점을 놔줄 생각이 없었다.


턱이 돌아갔는데도 놔주기는커녕, 유치원생을 교육하는 느낌으로 나긋하게 훈육했다.


“고통이 두려운가? 이제 와서 멈추고 싶은 건가?”

“저, 정신이 나간 거냐!”


폭력을 일삼던 남자가 밑바닥을 보였다. 폭력을 쉽게 저지르던 자는, 아이러니하게도 폭력이 익숙하지 않았다.


포크에 찔린 다리에서 핏물이 흘러나왔다. 가주는 피를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는지, 집사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보고만 있지 말고!! 이 새끼 당장 막아!!”

“···네, 넵!”


이찬은 암담한 광경에 잠깐 사고가 정지한 상태였다. 그는 가주의 고함에 뒤늦게 움직였다.


집사가 체중으로 성령을 들이박았다. 성령은 이찬의 몸통 박치기에 무력하게 넘어졌다.


비릿한 피 냄새가 났다. 가주는 축축하게 젖은 아랫도리를 가리더니, 주변 사람에게 고함을 질렀다.


“당장 구급차 불러! 사람 죽는 꼴 보고 싶어?!”


중년 여인도 비명을 질렀다. 가게 관계자들은 갑작스러운 유혈 사태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즐거운 분위기의 행성이군.”


성령은 원주민들의 불협화음이 마음에 들었다. 또한, 호되게 당하고도 큰소리치는 가주가 우스웠다.


가주의 다급한 음성이 사람들의 불안을 자극하는 가운데, 성령은 홀로 만족스럽게 웃었다.


한쪽은 피와 비명을, 한쪽은 피멍이 든 얼굴로 기쁨을. 기묘한 조화였다.


한참 동안 웃고 있는데, 가주가 있던 룸에서 젊은 여자가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신발을 대충 구겨 신고는 직선으로 달려왔다.


‘···적인가?’


성령은 그녀가 누군지 몰랐다. 그런데, 이유 모를 편안함을 느꼈다.


여자가 성령 앞에 멈춰 섰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눈을 질끈 감고는 손을 내밀었다.


성령은 그녀의 손바닥을 가만히 응시했다. 무슨 의도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뭐 하는 거야, 빨리 잡아!”


여자는 마음이 급한지, 손을 강제로 잡아서 성령을 끌어당겼다.


엄청난 힘이 성령을 장난감처럼 질질 끌었다.


‘약해 보이는 외모는 위장이었나?’


지금까지 본 원주민 중 가장 강했다. 성령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그녀의 힘을 가늠했다.


‘신체가 밀도 있게 발달했고, 내재된 에너지가 적지 않다.’


놀라운 일이다. 다른 인간과 신체 구조는 비슷한데, 그릇의 크기만 거대하다는 말이니까.


‘인간은 객체 차가 심한 동물이군.’


같은 종족이라도 덩치 차이가 큰 경우는 비교적 흔한데, 그릇 크기가 다른 경우는 흔치 않았다.


여자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동했다. 조용한 골목길,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했는지, 곧장 성령의 어깨를 잡았다.


“어쩌려고 그런 거야.”


그녀는 어깨를 잡고 걱정 어린 한숨을 쉬었다.


“계승식은 벌써 포기한 거야? 그렇다고 아빠랑 싸울 필요는 없잖아.. 오빠, 힘들더라도 미래를 생각해야지.”


성령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미물 따위에게 기대할 수 있는 미래는 없었다.


"너는 누구냐?”

“ ··· ”


그녀는 성령의 물음이 황당했는지 대답이 없었다.


“정체를 밝혀라.”


성령은 대답할 때까지 같은 질문을 집요하게 반복했다.


“···참나.”


여자가 한숨을 쉬더니, 자신을 성수진이라고 소개했다. 성령의 친동생이자, 쓰레기 같은 부모 밑에서 서로를 감싸주는 관계였다.


‘나를 보는 눈이 쓸데없이 애틋하군.’


성수진은 주변을 살피더니, 품에서 작은 귀걸이를 꺼냈다.


“이탈리아에서 제작한 마법 아티팩트야. 누르면 발동되는 방어 마법이 내장되어있어.”


아티팩트는 유럽에서만 제작 가능한 물건이다. 아시아에서는 굉장히 비싼 가격으로 거래된다.


전 재산을 털어서 산 물건을 오빠에게 아무런 조건도 없이 선물한 거다.


“···계승 못해도 좋으니까, 다치지 말고 돌아와.”


미물은 성령을 걱정하고 있었다. 성령은 아티팩트 귀걸이를 손으로 받았다.


성령은 귀걸이에 담긴 마법을 다각적으로 관찰했다.


놀라운 물건이었다. 마법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마법사는 어디로 가면 볼 수 있지?”

“······무슨 컨셉을 잡은 거야?”

“대답해라.”

“···아시아에서는 보기 힘들어, 유럽에 가면 많지만.”


성령은 지금이 정보를 구할 절호의 기회라는 걸 깨달았다.


“어디로 가면 전쟁을 경험할 수 있지? 대륙의 주요 종족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귀족이 가진 혜택은 무엇이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무엇이지?···”


성수진은 쏟아지는 질문에 입술을 찡그렸다. 재밌게도 찡그린 표정과 달리, 대답은 착실하게 해주었다.


답변을 들은 성령은 만족했다.


“물건은 잘 쓰겠다.”


미물에게 감사를 표했다.


강자에게 친절한 자는 흔했지만, 약자에게 친절한 자는 흔치 않다. 이용할 생각이라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좋을 거다.


“오빠 이상해.”





* * *





성령은 성수진과 헤어졌다.


성수진과 헤어지고 나서, 도심의 인간들을 구경했다.


어두컴컴한 시간이라 인간이 드문드문 보였다.


인간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이유는, 그들이 우주에서 손꼽힐 정도로 특이한 종족이라서다.


인간은 실제로 지구에서 가장 번성한 종족으로, 대륙의 반은 인간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학자들은 인간이 번성한 것을 신기하게 여겼다. 다른 지성체 보다 번식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신체마저 연약했기 때문이다.


태생적인 강함만 놓고 보면, 인간은 수인족에게 상대도 안 되는 나약한 몸을 타고났다.


수명 역시 보잘것없다. 아메리카의 국민들은 ‘마더’가 살아있는 한 영원한 삶을 누릴 수 있는데, 인간은 100년도 채우지 못하고 죽어 버린다.


진작에 멸종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종족이다.


- 인간이 번성한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신체 능력은 약하지만, 그것을 보완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는 인간으로 이루어진 국가다.


약해빠진 인간이 국가를 건설하고, 또한 국가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아시아가 ‘과거의 업’을 계승하기 때문이다.


‘계승’은 역사적 위인이나 자연 현상을 품을 수 있는 힘을 부르는 말이다.


아시아는 수천 년 역사를 간직한 땅이라, 계승 가능한 힘은 무궁무진했다.


정복왕 칸, 충무공 무아, 세계적인 대지진 등.


위대한 과거가 현재까지 이어졌다.


안타깝게도, 계승이라는 힘에는 커다란 제약이 있었다.


계승을 완벽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계승한 것과 비슷한 수준의 증명이 필요했다.


예를 들어, 최강 검객의 힘이 필요하다면, 계승자 역시 실제로 최강 검객이 되어야 한다.


모순으로 보이겠지만, 모순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서 말한다. 계승에 성공한 인간은 무언가가 본질적으로 달라진다고.


계승은 까다롭지만, 그 과실은 혀가 녹아내릴 만큼 달콤했다. 마계 출신 성령에게도 계승은 흥미로웠다.


‘내일이 계승식인가.’


성령은 몇 시간 뒤에 있을 계승식에 참석하기로 결심했다. 그것만이 강함을 되찾는 길이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해가 뜨는 게 보였다. 태양이 하루의 시작을 알렸다.


계승식은 아시아의 엘리트들이 모이는 자리였다. 성령은 엘리트와 거리가 멀었지만, 귀족 신분을 이용해서 참가자 자격을 얻은 상태였다.


계승식을 앞뒀지만, 성령에게는 어떠한 두려움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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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성령 대령님 +3 22.08.23 566 33 12쪽
20 야망과 세력 +3 22.08.22 575 25 11쪽
19 자연의 계승자 22.08.21 579 22 10쪽
18 성무르의 진정한 힘 +3 22.08.20 627 25 11쪽
17 집단을 자살시키는 자 +1 22.08.19 636 23 12쪽
16 계승자 범죄자 +1 22.08.18 685 22 12쪽
15 왕의 무게감 22.08.17 723 31 12쪽
14 아시아의 새로운 귀족 +2 22.08.16 723 26 11쪽
13 가문의 진실 22.08.15 733 31 11쪽
12 성령의 약혼녀 +1 22.08.14 760 27 10쪽
11 빗살 판을 계승하다 +1 22.08.13 797 30 11쪽
10 특별 자치 사무소 22.08.12 786 34 10쪽
9 가문으로 귀환하다 22.08.11 816 37 12쪽
8 계승자 성령 +1 22.08.10 836 41 11쪽
7 독보적인 존재 22.08.10 877 35 13쪽
6 지랄맞은 시험 +1 22.08.09 958 28 10쪽
5 가장 특별한 존재 +3 22.08.08 986 36 13쪽
4 계승식의 실체 22.08.07 1,030 33 12쪽
3 아시아 계승식 22.08.06 1,089 35 14쪽
» 과거의 영광 +2 22.08.05 1,303 33 11쪽
1 배신당하다 +7 22.08.05 1,992 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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