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몹이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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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8.10 14:03
최근연재일 :
2022.09.2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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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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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26. 데스나이트 서태상 (3)

DUMMY

적이 손전등을 우악스럽게 물어뜯으려는 찰나에 많은 일이 벌어졌다. 불길한 에너지가 모여드는 게 느껴졌다. 데스나이트의 검에 맺힌 기운. 락스미스들의 접근조차 막았던 쾌속의 검기가 발출되는 게 느껴졌다.


‘아까 것과 다르다.’


응축된 에너지의 양에 기함하는 것도 잠시, 재빨리 검기의 진행 방향을 막아선 뒤 대검의 검날을 들어 올렸다.


‘쾅.’


검날을 통해 차에 들이받히기라도 한 듯한 충격이 전해졌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온 검기가 대검째로 내 몸을 밀어붙였다. 업화의 인장에서 피어오른 불꽃을 검날 전체에 전해졌다.


“크윽.”


검날을 때린 검붉은 기운이 사방으로 갈래갈래 흩어졌다. 맹렬한 기세로 밀어내던 기운이 사라지자 버팀목이 없어진 몸이 그대로 앞으로 허물어졌다. 흘려냈는데도 이 정도의 타격이라니. 그때 등 뒤에서 앓는 소리가 들렸다.


“저, 적···.”


바닥에 널브러진 적과 손전등이 보였다. 갈라진 검기 중 일부가 적을 때린 모양이었다. 상태는 심각하지 않았지만 당장 움직이긴 무리일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럴 틈이 없지. 대검을 들어올려 그대로 손전등을 내리쳤다.


‘챙.’


하지만 어느새 다가온 데스나이트가 공격을 막아냈다.


「건드리지···마라.」


통증이 온몸을 감싼 중에도 손바닥까지 저릿한 감각이 파고들었다.

하필 그때 인장도 사그라지고 있었다. 나는 허겁지겁 키스킬을 사용했다.


【KEY-LOCK】

[스킬 : ‘****’ 를 발동합니다.]

[비밀번호가 필요합니다.]


급한 마음에 열쇠를 잡았지만, 업화의 인장은 당분간 사용할 수 없다. 그때 눈에 들어온 숫자가 있었다. 앞뒤 잴 것 없이 그 숫자를 외쳤다.


“1021.”


[이 비밀번호에는 준비된 능력이 없습니다. 비밀번호는 앞으로 2번 말할 수 있습니다.]


망할.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아니었군.


그런데 그때 데스나이트가 이상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뒷덜미가 잡힌 고양이처럼 동작을 멈춘 것이다. 눈빛은 보이지 않지만, 지금 상황을 굉장히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는 게 행동에서 엿보였다.


‘뭐지?’


「분리수거는 목요일에···으으.」


그렇게 된 건가. 생각해보면 힌트는 많았다. 신호기부터가 경비초소에 버려져 있던 손전등이었으니. 저 데스나이트는 아무래도 캐슬 아파트의 경비원 중의 한 명이었던 것 같다. 경비초소에 적혀 있던 동호수 102-1을 내가 읽는 바람에 미쳐 날뛰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봐요. 혹시 정신이 들어요?”

「···말라고.」

“네?”

「베란다에서 담배 좀 피우지 말라고!」


엄청난 기세로 발출한 그의 검기가 아파트 벽면에 적중했다. 7층의 한 베란다가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데스나이트의 바로 옆에 있던 나는 검기의 후폭풍만으로도 몸이 흔들렸다.


“뭐야, 무슨 일이야?”

“아파트 벽면이 박살 났어.”

“안 보여, 검으로 저런 거야?”


락스미스들의 아우성이 들려왔다. 직접 본 나도 믿어지지 않는다. 이걸 검으로 한 거야? 102동 702호! 베란다에서 담배 피우지 말라면 좀 들었어야지.


「개 짖는 소리 좀···안 나게 해라!」


데스나이트의 검기 발출, 폴른 립 피어싱이 902호 베란다를 꿰뚫었다. 낭만 있으셔 정말. 이미 집주인이 모두 떠난 아파트는 그렇게 몇 차례 경비원의 분노를 받아내며 너덜너덜해졌다. 그동안 숨죽인 채 내 차례가 돌아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그런데 단순히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하기엔 상태가 좀 이상했다. 단순히 트라우마와 분노 때문에 갑자기 저토록 강해지지는 않는다. 그러고 보니 데스나이트의 몸에 은은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녀석의 상태 창에서 관련지을 수 있는 스킬은 ‘불복종’ 뿐.


「허가 없이 외부인 주차 금지!」


지하 주차장 입구가 폭삭 무너져내렸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저건 내게도 해당하는 말인 것 같은데? 마침 데스나이트가 잠에서 깨어난 듯 머리를 젓더니 나를 노려봤다.


“저기, 우린 말로 하죠···.”


하지만 녀석은 당장 공격하지 않고 다시 이상행동을 보였다. 몸 주변을 감쌌던 검은 기운이 빠르게 가라앉았다.


「으···으윽.」


폭주의 대가로 몸에 부하가 걸린 건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으아아악.”


나는 듣기 싫은 기합 소리와 함께 있는 힘껏 검을 뿌렸다. 데스나이트는 힘이 빠진 상태에서도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 어차피 그를 직접 공격해 쓰러트릴 수 있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두고 간 게 있을 텐데?”


데스나이트는 정확히 세 발자국 물러났다. 그 정도 간격이면 막을 수 없지. 나는 몸을 돌려 손전등을 있는 힘껏 내리쳤다. 신호기로 전달되는 에너지가 완전히 차단된 건 데스나이트의 검이 내 목젖까지 들어왔을 때였다.


“누···구요?”


떨리는 목소리. 고개를 돌렸더니 데스나이트가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


“일단 이건 좀 치우시고.”


데스나이트의 칼날을 슬쩍 손으로 밀었다. 그 순간까지도 데스나이트가 갑자기 미쳐 날뛰진 않을까 두려웠다. 하지만 다행히 넋을 놓은 모습 그대로였다.


“자네 누구야.”


평재 형도 그렇고 그게 제일 궁금한가 보군. 하긴 인간으로 돌아갈 수 없을 줄 알았는데, 눈앞에서 마음대로 인간이 됐다 라이칸스로프가 됐다 하는 자를 봤으니. 하지만 설명할 시간이 없다. 밖에서는 여전히 락스미스와 게이트 몬스터가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으시죠?”


그러자 데스나이트의 몸이 떨리면서 뱀의 갑옷처럼 서로 부딪혀 소리를 냈다. 죽음의 기사가 우는 소리일까. 그는 곧 투구를 벗어 바닥에 떨어트렸다. 노인의 완고한 얼굴이 드러난다. 피로감이 잔뜩 묻어있지만, 눈가에는 퇴폐적인 분위기와 총기가 엇갈린다.


‘인간이 아니라는 증거군. 지금은.’


사람일 때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지만,그의 몸 전체를 사악한 기운이 그가 게이트 몬스터라는 걸 증명하고 있었다. 투구 아래 가려졌던 그의 입술이 달싹였다.


“서태상이라고 하네. 돌아가고 싶은지는 아직 모르겠어.”


그는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직접 듣고 판단해보고 싶네.”

“알겠습니다.


그때 총성이 들려왔다. 한 발도 아니고 연이어서. 총을 사용하는 락스미스가 있는 건가. 하지만 곧이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대리, 어디 있어?”


아, 이런. 못 말리겠다. 데스나이트에게 정신을 팔고 있다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평재 형이 초소 밖 상황을 전했다.


-고 부장이 팀원들을 데리고 왔어. 마침 락스미스들이 게이트 몬스터들을 밀어붙이는 상화이라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아.


피해가 만만찮았는데 그 많은 게이트 몬스터들을 밀어내고 있다니 긴급대응팀도 저력이 상당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곧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서두르자 형, 서영 씨를 불러줘.

-···대기하고 있었어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추진기를 켠 기계 고블린 한기가 아파트 북쪽 사면을 아슬아슬 넘어 날아왔다. 손에는 커다란 상자가 하나 들려 있었다. 상자가 경첩이 들썩이며 난리를 피우는 통에 가뜩이나 힘겨운 기계 고블린이 좌우로 위태롭게 흔들렸다. 예, 저도 반가워요 서영 씨.


“괜찮아요? 아주 작살이 나던데.”


이서영이 내려서자마자 울먹이며 물었다. 괜찮아요, 라고 말하고 싶은데 상처가 제법 컸다.


“어르신,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드릴 테니 여기 서영 씨와 함께 먼저 저희 기지로 가시죠.”

“하지만 앞뒤가 막혔네.”

“서영 씨가 안전하게 모실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네 어르신, 잠시 불편해도 참으세요.”


아니 깜빡이 좀 켜고···. 이서영은 별 설명도 없이 서태상을 한입에 삼켜버렸다. 그는 다행히 우리가 감히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는 못하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웠다면 이서영은 벌써···.


“서영 씨. 적, 잭, 흑도 데려가요. 적이 많이 다쳤어요.”


적이 낑낑대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서태상이 사라지자 경계심을 푼 것 같았다. 백이 그 뒤에 붙어서 열심히 치유 스킬을 사용하고 있었다.


“고생 많았다, 적, 백, 흑.”


피그미 늑대들은 연이은 싸움으로 모두 크고 작은 상처를 계속 입어야 했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상처가 다 아물 때까지 충분히 요양시켜야지. 흑이 뒤늦게 다가왔다. 그리곤 떠돌이별의 심장을 토해냈다. 저걸 주워오느라 늦었구나.


이서영이 승객들을 여럿 태우고 떠나간 직후 영업 2팀원들과 긴급대응팀이 들이닥쳤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다. 오, 팀원들은 각자 나름대로 대열을 짜서 사주경계를 하며 이동했다. 별 쓸모는 없는 행동이지만, 노력이 가상했다.


“안 대리, 괜찮아?”


백 차장이 물었다.


“네, 괜···으윽.”


젠장, 괜찮지 않았다. 서태상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냈을 때 이미 너무 강한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낸 터였다. 라이칸스로프로 돌아가서 요양하면 한결 회복이 빠를 것 같은데.


“얼른 여기에서 나가요.”


고 부장이 나를 부축하려 했으나 어느새 나타난 조강태가 앞을 막고섰다. 그는 온몸에 초록색 끈쩍한 진액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다들 분투했군.


“그건 뭡니까.”

이제야 존댓말을 써주네. 그런데 그렇게 심각한 눈으로 물어보는 게 뭐지?


아. 내 한 손에는 매끈한 투구가 들려 있었다. 서태상의 ‘불복종’ 스킬로 인해 깃든 기운이 채 가시지 않아 숨막히는 압박감을 자아내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데스나이트의 투구요.”

“뭐, 뭐요? 데스나이트는 그럼.”


데스나이트는 그럼 뭐? 그냥 그 양반 휴식 전에 탈모한 거지.

내가 상황을 설명하려는 찰나, 분신을 사용하던 락스미스가 경악한 듯 말했다.


“당신이 데스나이트를 해치웠군요?”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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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EP 27. 데스나이트 서태상 (4) 22.09.12 54 1 11쪽
» EP 26. 데스나이트 서태상 (3) 22.09.08 48 1 10쪽
25 EP 25. 데스나이트 서태상 (2) 22.09.07 4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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