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술사는 평범하게 살고 싶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해니밍
작품등록일 :
2022.08.11 01:06
최근연재일 :
2022.09.07 16:43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5,557
추천수 :
203
글자수 :
158,185

작성
22.08.15 16:28
조회
206
추천
7
글자
12쪽

정의 심판: 불사조, 불 (3)

DUMMY

인간은 가진 것에 금방 익숙해지고, 그 익숙함에 쉽게 방심한다. 유진은 이 힘이 자신에게 방심의 길로 들게 할까 두려워졌다.


자신이 위험할 때 마다 카드가 도와준다면, 그것에 익숙해져 위험을 무릅 쓰고 무엇이 되었든 그 위험으로 몸을 던질 것 같았다.


하지만 유진은 방금 일은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자위했다.


유진은 자신의 기숙사에 돌아오자 마자 씻지도 못한 채 소파에서 잠들었다. 그가 잠에서 깨어난 때는 이미 해가 저물고 완전한 어둠이 자리 할 때였다. 유진은 인기척을 느끼며 슬며시 몸을 일으켰다.


“언제 들어 왔어요.”


오랜만에 보는 것만 같은 이안이 어느샌가 기숙사에 들어와 있었다. 들어온지도 모르고 자버렸네.


“방금. 피곤했나 보네 소파에서 잠에 빠져 누가 들어온지도 모르고 말이야.”

“네 좀 피곤해서.”


이안는 종이에 뭔가를 끄적이며 열중 하고 있었다. 일이 많은 모양이었다. 서류를 잔뜩 가지고 들어온 거 보면.


유진은 무거운 몸을 일으키고 싶었으나 쇳덩이 가 짓누르는 느낌에 운동 부족을 절실히 느끼는 중이었다.


세상에, 그거 한번 뛰었다고 이런다니 진짜 저질 체력이다. 운동을 슬슬 시작 해야 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도서관에 불이 났었다.”


유진은 그 자리에 굳었다. 그래 이안도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했다. 아카데미 도서관에 불이라니, 전무후무한 일이 틀림 없을 것이다.


“아 불이 났었나요? 심각 했겠네요.”


“그래. 심각했었지.”


유진은 태연하게 몸을 일으켜 욕실로 향하며 대답했다. 빨리 이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대화가 길어지면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를 일이다.


“도서관 별실에 학생들도 있었다는데.”


“아 정말요? 저는 그 모임에 참석 못했어요. 좀 피곤해서.”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단 일은 반드시 숨겨야 한다. 별실에 있던 사람들은 현혹되어 나의 존재를 일부러 떠올리려 하지 않은 이상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오호 그래? 난 학생들이라고 했지 모임이 있었다는 얘기는 안 했는데.”


유진은 걸어가던 발을 멈추고 이안이 있는 책상으로 돌아봤다. 이안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적는 데에 열중했으며 말을 이었다.


“별실 근처에서 불이 났고, 불은 급격히 커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사라지더군. 그리고 어디 하나 불이 난 흔적이 없었지. 참 이상하지 않나?”


이안은 깃펜을 내려놓으며 유진과 눈을 마주쳤다.


“참 이상했어. 이런 일은 처음보는 광경이었지.”

“정말······이상하긴 하네요. 불이 났는데 탄 곳이 없다니.”

“응 정말 이상했어. 게다가 학생들은 누가 없어졌는지도 모르는 것 같더라고.”

“그게 무슨 소리인지.”


이안은 입꼬리를 말아 웃으며 나에게 몸을 돌려 앉았다.


“내가 봤거든 너를. 도서관 별실로 들어 가는 거.”


유진은 이 대화를 따라잡지 못한 채 멍하니 이안을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고대서적부가 오늘 도서관 별실에서 모임을 갖는 것을 난 알고 있었지. 그래서 우리와의 조건을 까먹지는 않았는지 네가 그곳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다.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 갔을 때에는 학생들과 매그너스가 나오려던 참이었지. 하지만 그 안에 너는 없었고 말야.”


유진은 너무 놀라 대답하는 것을 잊었다.


“학생들과 형님에게 확인했을 땐. 너의 존재에 대해 확답을 못하더군 이상하게 말이야.”


- ‘네? 누구요? 유진? 글쎄요······오늘 왔었나?’’


- ‘새로운 애가 들어온 것 같은데 금방 간 걸로 알아요.’


- ‘아니야 오늘 못 온다고 했어.’


- ‘잘 기억이······죄송합니다.’



“서로의 말이 다 다르고 너의 존재를 정확히 기억 못하는 것 같더군. 참 이상한 경험이었지.”


유진은 또 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그냥 발을 빼고 도망 갈 것이냐, 아니면 솔직하게 말할 것이냐.


솔직하게 말 한다고 해서 득 될 것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유진을 봤다는 그의 말에 유진이 앞서 말한 모든 거짓은 들통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유진은 아직 이안을 믿을 수 없었다. 마력을 운용 할 수 있는 것과, 카드의 존재를 밝히는 것은 비밀의 경중이 다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절반만 오픈하자.


“하, 좋아요. 저는 그 모임 오늘 참석은 했습니다. 하지만 금방 나왔습니다. 고대서적부, 금지서를 해석하는 모임이었습니다.”


“금지서라고?”


유진은 자신이 카드의 힘을 쓴 사실만을 빼고 그곳에서 벌어졌던 일을 모두 말했다. 금지서의 존재, 그것을 해석하려는 고대서적부, 그리고 학생들의 갖고 있는 매그너스를 향한 이상한 신뢰감.


고대서적부에 대한 모든 것을 말 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힘을 숨기기 위해서.


“좋아 고대서적부가 아니 형님이 불법적인 일은 감행하고 있다는 것. 확인 해볼 필요가 있군.”


“저는 더 이상 그 곳에 가기 싫습니다. 불법적인 일을 하기 싫어서 중간에 나온 거라구요. 불이 난 것도 몰랐습니다. 정말.”


이안은 정황상 유진의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학생들의 대답이 일관 되지 못하다는 점은 매우 의심스럽지만 유진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입증 하기에 부족한 점이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고대서적부에 대한 비밀은 유진의 말이니 믿어 보기로 했다.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일단 알았다. 오늘 고생했겠네. 그래도 그곳에서 탈퇴 하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지.”


뭐래 진짜? 자기 일 아니라고 아무 말이나 하네!


“예? 아니 왜요? 저 잡혀가기 싫습니다!”


“절대 그럴 일 없을 거다. 일단 그 자리를 지키도록 해. 조건은 잊지 않았겠지?”


“아니 아무리 그래도······”


“걱정마, 곧이야.”


뭐가 곧 이라는 걸까? 유진은 이안에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그래도 그와 대화를 하며 하나는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이안은 매그너스를 적대시한다는 것. 그것은 매우 이상한 일이었다.


***


오늘은 학교가 쉬는 주말이다. 유진은 학교 밖을 나가기 위해 길을 나서면서 학교가 평소보다 굉장히 어수선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제 도서관에서 벌어진 화재에 대해 여기저기서 말이 타고 흘렀다.


유진은 자신이 벌여 놓은 일에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며 마(魔)차에 올라 섰다. 학교 밖, 시내로 나갈 때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마력 마차다. 말 대신 마법구를 이용하여 마차가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진 비교적 신식 문물이었다.


그래서 아카데미 같은 돈이 많은 단체나 귀족들과 같은 부자들만 탈 수 있는 이용 수단이다.


아직 일반 적으로 마(馬)차가 기본 디폴트로 운영되는 아젠티 제국이다.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마차 좌석에 기대어 아젠티의 도시 벵모스에 다 달았다. 유진은 마차에서 내려 천천히 길을 걸었다.


벵모스는 수도에서 가장 큰 도시로서 백색의 돌바닥이 아주 깨끗하게 닦여 있고, 울긋 불긋한 지붕들과 흰색의 건물들이 예쁘게 자리잡고 있었다. 도시는 거대한 운하를 끼고 있어서 아침과 밤의 운하 물빛이 색다르고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젊은이들은 운하를 가로지르는 다리 밑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즐겁게 떠들고 있고, 아이들은 도시 중앙 광장에서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어린아이들의 높고 명랑한 웃음소리가 선선히 들려온다.


참 평화롭고 활발한 도시였다.


유진은 이전의 삶에서 느껴보지 못한 평화로움을 만끽 할 수 있었다. 마침내 찾아온 안식이었다.


유진은 이 평화로움을, 인생에서 처음으로 맞이한 내면의 고요함을 깨트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유진을 자신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이 평화로움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을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더더욱 우울한 기분과 미래에 대한 걱정을 떨칠 수 없었다.


유진은 한 오래된 서점에서 발을 멈췄다. 전에 있던 유진이 알고 있던 작은 서점이었다. 기억을 가지고 찾아오니 문제없이 도착했다.


-오래된 서점


서점 이름도 ‘오래된 서점’이다. 참 작명센스 하고는.


유진은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밝은 햇빛이 반대편의 거대한 창 너머로 서점 전체를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큰 서점이었다.


총 3층으로 이루어 졌고, 1층 가운데는 책을 읽도록 자리를 크게 만들어진 구조였다. 그리고 양쪽으로 계단이 놓여 있었고, 층 전체가 뚫려 있다 보니 층 고가 굉장히 높아 보였다.


유진은 자연스럽게 점원에게 가서 본인이 찾고자 하는 분야를 물어봤다.


“안녕하세요, 혹시 술사에 대한 책은 어디에 있나요?”


사서는 안경을 바로 고쳐 쓰며 나를 쓱 쳐다보며 말했다.


“아카데미 학생이시네요. 2층 오른쪽 맨 끝에서 두번째 책장에 술사에 대한 책들이 있습니다. 그쪽으로 가보세요. 그리고 아카데미 학생은 무료 열람 이에요. 하지만 훼손하면 안 돼요.”


유진은 점원 앞의 이용료를 보고 있었다. 점원는 유진이 가격을 보는 것을 알아챈 모양이었다.


“네 감사합니다.”


유진은 꾸벅 인사하고 2층으로 향했다.


“이쯤 어디 일 텐데······흠”


유진은 오른쪽 두번째 책장에서 이리저리 둘러보며 술사에 대한 책을 찾아 다녔다.


“아, 여기다.”


사실 오늘은 카드 술사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서점에 온 것이었다. 학교 도서관은 찝찝해서 한동안은 혼자서 못 갈 것 같아, 사설 서점으로 온 유진이었다.


“카드···술사······카드···. 카드······”


중얼거리며 유진을 카드 술사에 대한 책을 찾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연금술, 약초술, 독술, 소환술, 창술 등등 다양한 술법들에 관한 책들은 널렸지만 이상하게 카드술에 대한 책이 없었다.


“설마 한권도 없는 건 아니겠지?”


유진은 오른쪽 끝 책장으로 넘어서 다시 찾아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꼼꼼히 책을 훑어보던 유진은 거의 책장의 맨 끝 위쪽에 ‘카드술사’에 대한 책을 발견했다.


유진은 책을 집으려 까치발을 하며 책을 집으려 했다. 낑낑거리며 손끝에 책이 닿는 순간 누군가 그 책을 낚아 챘다.


'아 시X 어떤 새끼가······’


속으로 쌍욕을 날리며 옆을 보았을 때 유진은 깜짝 놀라 멍하니 바라봤다.


“유진유진 카드술에 관심있어?”

“카일······너 왜 여기 있냐?”


카일는 책을 쓱 보고 책을 어깨에 걸친 채 말했다.


“아니 멀리서 네가 보이길래 따라 들어왔지 뭐야. 히히”

“히히? 스토커야 너? 히히는 얼어 죽을, 책이나 내놔. 내가 먼저 찾은거야.”


카일는 장난스럽게 웃던 얼굴이 울상으로 변하며 불퉁하게 입을 삐죽였다.


“말투좀 제발. 친절하게 대해 줄 수 없어? 원래처럼 친절하게!”


“조용 안 해? 여기 서점이야. 그러게 왜 책을 가로채? 빨리 내놔.”


“너가 하도 낑낑거리길래 도와준 것 뿐이야. 자 여기.”


카일는 순순히 유진이게 책을 돌려주었다.


‘재수없는 놈 키 크다고 유세냐.’


“너 키 큰게 유세냐고 속으로 욕했지?”

“······독심술도 배우냐?”

“진짜냐······찍은건데.”


‘감 좋은 녀석. 속으로 욕도 못하겠네.’


유진은 카일가 없는 곳으로 몸을 돌렸다. 저 놈이 이 책을 본 이상 소용없는 짓이지만, 그냥 조용히 책을 읽는 곳을 찾을 뿐이었다. 하지만 카일는 강아지 마냥 유진을 쫄래쫄래 쫓아왔다.


“너 이제 가. 나 책 읽어야 돼.”

“나 진짜 얌전히 있을게. 나도 옆에서 책만 읽을 거야.”

“못 믿겠는데.”

“진짜야. 자, 여기 나 책도 가져왔어.”


카일는 소근거리며 어디서 났는 지 모를 책 한권을 흔들며 보여줬다. 유진은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카일를 바라봤지만 내쫓을 명분이 없다.


“진짜 조용히 있어. 방해 말고.”

“알았다니까.”


능청스럽게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는 카일를 뒤로 하고 2층 구석 바닥에 앉아 책을 펼쳤다. 카일도 옆에서 어떻게든 기다란 몸을 좁은 공간에 구겨 트려 끼어 앉았다.


‘카드 술 기본서’


사막위의 오아시스처럼, 정말 찾기 힘든 보물 같은 카드술에 대한 책이었다.


일단 이것부터 타파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카드술사는 평범하게 살고 싶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해니밍 입니다. +2 22.09.06 105 0 -
공지 일반연재로 승급되었습니다 22.08.25 92 0 -
29 27.5화 외전. 카르데의 목적 22.09.07 39 2 8쪽
28 역의 광대: 몽상 (1) 22.09.06 40 1 12쪽
27 정의 수레바퀴: 운명 (3) 22.09.05 37 1 12쪽
26 정의 수레바퀴: 운명 (2) 22.09.02 47 1 12쪽
25 정의 수레바퀴: 운명 (1) 22.09.01 47 1 12쪽
24 정의 더 데스: 끝 (5) +1 22.08.31 71 3 11쪽
23 정의 더 데스: 끝 (4) 22.08.30 54 5 15쪽
22 정의 더 데스: 끝 (3) 22.08.29 51 3 12쪽
21 정의 더 데스: 끝 (2) 22.08.26 64 3 12쪽
20 정의 더 데스: 끝 (1) 22.08.25 79 2 14쪽
19 정의 나이트: 새로운 기회 (4) +1 22.08.24 79 3 14쪽
18 정의 나이트: 새로운 기회 (3) 22.08.23 103 3 13쪽
17 정의 나이트: 새로운 기회 (2) 22.08.22 92 3 13쪽
16 정의 나이트: 새로운 기회 (1) +1 22.08.19 103 7 13쪽
15 역의 달: 해방 (3) 22.08.19 150 4 13쪽
14 역의 달: 해방 (2) +2 22.08.18 155 8 13쪽
13 역의 달: 해방 (1) +1 22.08.17 148 7 13쪽
12 정의 심판: 불사조, 불 (5) +2 22.08.16 218 8 12쪽
11 정의 심판: 불사조, 불 (4) +2 22.08.16 185 6 12쪽
» 정의 심판: 불사조, 불 (3) 22.08.15 206 7 12쪽
9 정의 심판: 불사조, 불 (2) +1 22.08.14 218 8 12쪽
8 정의 심판: 불사조, 불 (1) 22.08.13 237 8 12쪽
7 역의 심판: 재기 불능, 후회 (4) +2 22.08.13 278 13 13쪽
6 역의 심판: 재기 불능, 후회 (3) +1 22.08.12 256 10 11쪽
5 역의 심판: 재기불능, 후회 (2) +3 22.08.12 322 15 12쪽
4 역의 심판: 재기불능, 후회 (1) +2 22.08.12 381 12 13쪽
3 첫 번째 선택 (2) +1 22.08.11 432 20 9쪽
2 첫 번째 선택 (1) +3 22.08.11 587 2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