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자가 키우는 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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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동경아
작품등록일 :
2022.08.13 16:16
최근연재일 :
2022.10.3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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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4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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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복잡한 문제.

DUMMY

환골탈태의 전조가 남궁주혁의 몸에 나타나자, 대한이

대견스러운 눈빛을 보내곤 몸에 결계를 둘러주며 그가 본래

있던 장소로 돌려보냈다.


초월자가 되기 전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의 공간이동이었다.


경지가 올라 환골탈태할 때는 주위에 여러 기운이 골고루

존재하는 것이 좋은데 그것은 사람의 육체가 여러 기운의

집합이어서다.


육체를 벗는 생사경이면 몰라도 현경이라면 하늘보다는

지상이 더 낳기 때문에 배려한 것이다.


물론 대한이 주변 기운을 끌어와 도와준다면야 상관없기는

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도울 만큼 친분이 있지도 않았고

또 환골태하는 긴 시간을 마냥 기다리기도 아까웠다.


살짝 내려다보니 복면을 쓴 사내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남궁주혁이 나타나 경지가 오르는 모습을 보이자 주변을

살피며 보호하는 듯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니 특별히 위험한 것도 없었고 이 정도면

할 만큼 한 것 아니겠는가.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보세나!”


들리지도 않을 작별을 고하며 대한은 분지로 돌아갔다.


대한의 의지가 약간이나마 서린 음성은 주변의 기운을 타고

제자리를 맴돌다 작별의 대상인 남궁주혁에게 날아가 그대로

흡수되며 사라졌다.


며칠이 지난 후, 세상은 새로운 현경의 고수가 탄생했음을

알았다.

바로 남궁세가의 가주, 검왕 남궁주혁이 검존의 경지에 오른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그리고 검왕이 설영상단의 주인과 대화를 나누고 검존의

경지에 오른 것이 암암리에 퍼졌다.


설영상단도 상단주와의 첫 만남, 그 대상이 검왕이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내용은 비밀로 했다.


그 뒤로 무림의 세력들은 매년 추첨하는 만남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설영상단에서 사고를 치지 않도록 제자들과

수하들을 단속하는 모습을 보였다.


추첨 대상이 상단과의 문제가 없는 사람 중, 화경 이상의

고수이기 때문이다.


***


천태산 분지 밖.


대한이 설영을 타고 하늘을 달리며 눈에 잔뜩 힘을 주고

아래를 뚫어지라 관찰하고 있었다.


분지 내 영초를 재배하는 곳을 둘러보며 담당자와 대화를

나누다가 알게 된 새로운 사실 때문이었다.


담당자가 기운의 농도를 조금 낮춰달라고 하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약초마다 기운을 축적하는 방식이 다르고

또, 필요한 기운의 종류도 다르다고 한다.


대한이 읽어본 약초 도감에는 그저 자연의 기운이 풍부하고

외딴곳에 오래된 약초들이 많이 발견된다고만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그동안 돌아다니며 백 년 이상의 오래된 약초들도 많이

발견하여 캐온 사실이 있지만, 정작 진짜 오래된 영초들은

한 번도 못 봤다.


약초를 캐는 방법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감각에

잡히는 기운을 느끼고 찾는 것, 그렇기에 많은 기운이

집약된 영초라면, 한 번 정도는 발견할 만도 한데 그렇지

않았다.


그런데 약초를 재배하는 담당자가 말하기를 진정한 영초는

주위의 환경과 완벽히 동화되어 기운으로는 절대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첫째로는 운이 좋아야 하고, 둘째로는 코가 좋아야 하는데

그것은 태생부터 사람의 손길을 피할 만큼의 외진 곳이어야

영초가 될 확률이 올라가기 때문에 발견하려면 일단 운이

좋아야 한다. 그리고 영초가 비록 기운은 잘 숨길지 몰라도

특유의 향기만은 없애지 못하기에 코가 좋아야 한다고 했다.


이런 사실들은 기실 약초를 캐는 약초꾼들의 비전인지라

책에서는 찾기 힘들다고도 했다.


이후 마을에서 알아보니 직업마다 이런 경우가 많다고

하여, 우선 분지 내 사람들은 자신의 지식을 기록하여 서고에

남기는 것을 의무적으로 하게 했다.


보아하니 그동안 해온 직업과 전혀다른 일을 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이 무슨 낭비란 말인가?

어차피 서고에 보관된 지식은 누구나, 열람이 가능하기에

모두가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고 실행했다.


어쨌든 지금 이렇게 돌아다니는 이유는 대한이 외진 장소를

찾으면, 아래로 내려가 백호가 냄새로 영초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내, 영초를 찾기 전까지 절대 포기란 없다.’


그날, 잔뜩 눈에 힘을 준 대한과 주인을 태우고 달리는 게

마냥 즐겁기만 한 설영이 열심히 주변을 돌아다녔지만 영초는

발견하지 못했다.


***


제갈무후는 근래 들어서 계속해서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주군의 모습에 걱정이 들었다.


요 며칠 아침이면 백호를 타고 나가서 저녁 늦게 들어오는

것을, 반복하는데 가끔 볼, 때마다 이상하게 얼굴이 어두운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꼭! 무슨 일인지 이유를 물어서

근심을 덜어드리기로 마음먹었다.


저택 마당에서 기다리다 보니 역시나 오늘도 늦은 저녁이

돼서야 들어오는 대한을 볼 수 있었다.


“주군! 이제 들어오십니까?”


계속되는 허탕에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제갈무후의 부름에

애써 태연한 척 대답했다.


“응? 자네가 이 시간에 무슨 일인가?”

“주군을 기다렸습니다.”

“나를?”

“네 제가 주군의 고민을 덜어드리려 이렇게 기다렸습니다.”

“고민이라······.”

‘휴~ 영초가 뭐라고······. 내가 미쳤었구나.’


대한은 괜한 일로 사람들에게 걱정을 준 것은 아닌지 자책이

들었지만, 차마 영초를 찾지 못해 그랬다고 말하긴 꺼려졌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미력한 힘이나마 돕고 싶습니다.”


저런 말을 들으니 더욱 말하기가 껄끄러웠다.


‘끄응, 에라 모르겠다.’

“실은 작은 고민이 하나 있다네.”

“괜찮습니다. 제가 나누어지겠습니다.”


제갈무후의 표정이 무척 심각했다.


‘이봐! 진짜 작단 말이지, 그런 표정 짓지 말라고.’

“그게······.”


후~

대한이 말을 할 듯 말 듯 하다가 한숨만 내리 쉬었다.


“저한테도 말하기 힘든 고민입니까?”


제갈무후의 눈가에 촉촉한 습기가 맺혔다.


‘에고~ 영초 복은 없어도 사람 복은 있구나.’

“실은, 영초를 찾는데 영~ 소득이 없어 그러네.”

“서···설마? 흑······.”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그의 모습에 대한은 몹시 당황했다.


“자네 왜 그러나?”

“어디가 아프십니까?”

‘이게 뭔 소리지?’


뜬금없는 소리에 놀라 대답이 늦자, 제갈무후가 떨리는

두 손을 들어 대한의 손을 꽉~ 붙잡았다.


“많이 안 좋으시군요?”

‘너 나한테 왜 그래?’

-주인 저 인간은 왜 저러지?-


옆에서 쳐다보던 설영이 고개를 저으며 묻는다.


휴~

“이 사람아~ 내가 경지가 얼만데 그게 무슨 말인가?”

“네? 그럼 아니라는 말씀입니까?”


눈을 크게 뜨며 놀라 하는 모습에 대한이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자네 신선이 병에 걸린다는 얘기 들어봤나?”


제갈무후는 그제야 자신이 뭔가 단단히 착각했음을 얼굴로

표현했다.


“말 그대로 그냥 영초를 못 찾아서 그랬다니까!!!”


이젠 미안함도 사라져 짜증만 났다.


힐끔!

‘허허허, 주군 저 제갈무후입니다. 설마 제가 몰랐겠습니까?’


그렇다. 이것은 대한의 민망함을 없애주려 창피를 무릅쓴

제갈무후의 고육지책이었다.


상황이 정리되자 대한은 자신이 약초 관리원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해줬고, 모든 이야기를 들은 제갈무후가 물었다.


“주군 굳이 분지 밖에서 찾을 필요가 있습니까?”

“분지는 안 찾아봐도 괜찮네.”

“어찌 그럽니까?”

“이곳이 처음부터 분지가 아니었으니 그렇지.”

“네???”


처음 듣는 이야기에 놀란 제갈무후가 짙은 호기심을 보였다.


“여기는 오백 년 전에 폭발로 생겨난 곳이네.”

“허~ 얼마나 큰 폭발이었길래······.”


분지의 크기를 잘 아는 제갈무후이기에 폭발의 규모가

상상도 되지 않았다.


“어쨌든 분지 내에는 없을 거라네.”

“오백 년이라······.”


오백 년을 계속 되풀이하던 제갈무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정도면 영초가 자라기 충분하지 않습니까?”

“어허! 내가 찾는 것은 만년설삼, 만년열삼, 천년동자삼,

만년하수오 같은 진짜 영초라네 오백 년 가지고 무슨······.”

“그 만년, 천년이 진짜 시간을 뜻하는 게 맞습니까?”

“그럼 아닌가?”


가만히 듣고 보니 대한도 긴가민가 싶었다.


“주군 제가 영초는 잘 모르지만, 혹시! 만년화리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화기를 머금은 영물 아닌가?”

“네 그런데 만년화리가 진짜 만년이 된 잉어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초도 그런 것이 아닐는지요?”

‘아니 그럼 왜 이름이 만년이야?’

“일단 내일 그것부터 알아보고 이야기 합세.”


괜한 수고를 한 것은 아닌가 정신이 혼미해진 대한은 서둘러

자리를 파하고 저택으로 들어갔다.


“고미! 혹시 아는 게 있어?”

=제 데이터에는 없는 정보입니다.=

“그럼 일단 조사해봐! 정보부에도 알리고.”

=알겠습니다.=


지금 대한의 심정은 매우 복잡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니 도대체 왜 만년이지? 혹시 천년도?’


다음 날 아침.


밤새, 대한은 정말 자신이 멍청한 짓을 한 것은 아닌지

고민하느라 한숨도 자질 못했다.

원영신을 이루고 안 자도 되는 것을 일부러라도 자면서

조금이라도 인간적인 삶을 살고자 노력하던 그였기에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 알게 하였다.


“알아봤어?”

=마을 내에서는 알 수 없는 정보입니다.=

“밖에서는?”

=지금 조사 중입니다.=

“정보부는?”

=지금 알리고 있습니다.=


솔직히 별 기대도 안 했다. 정말 혹시나 하고 물은 것이다.


이대론 안 되겠다는 생각에 대한은 수련실로 들어갔다.


‘후~ 진짜 영초가 뭐라고 이렇지?’


물론 그만큼 황당한 일이기는 했지만, 그는 초월자가 아닌가?


정신이 이상함을 느낀 대한은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들었다.

생각해보니 원영신을 완성하고 처음인가?


점점 마음이 안정되면서 곧 내면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잠시 후, 대한은 짙은 어둠이 자신을 감싸고 있는 것을

자각하고 정신을 차렸다.


‘이곳은?’


의문도 잠시, 이것은 법칙에 새겨진 자신의 자아가 형상을

이룬 것임을 알게 됐다.


‘왜 이렇게 흐리지?’


본래 선명하게 나타나야 할 자아의 형상이 흐리게 보이니

이상하다.


정신을 집중하여 형상을 움직이니, 엄청난 저항감이 느껴지고

진득한 찰흙에 쌓인 것처럼 힘이 들었다.


‘으으윽!’

이상했다. 법칙에 각인된 자아를 자아의 주인이 움직이는데

이렇게 어려운 것이 말이 되는가?


원영신을 만들고 초월자가 되기까지의 과정보다 지금이 더

고통스럽고 힘들었다.


아니, 자신이 정말 고통스럽고 힘들게 경지에 올랐었나?


생각해보니 영혼은 선인의 도움으로 완성이 되었고, 자신이

한 일은 그냥 기운을 모으고 육체를 단련한 것뿐이다.


보통의 무인들이 겪는다는 심마 한번 겪어보지 못했다.


깨달음이라고는 초월자에 오를 때 한번, 그것이 다였다.

왜 당연하게 생각했을까?


생각해보면 황제를 만났을 때부터 정신이 이상했던 것 같다.


평소 자신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장난이나 하고······.

남궁주혁을 만났을 때도 그렇다.


그렇게 자신의 정신은 꾸준히 이상을 알렸고, 그게 이번에

영초를 찾으며 터졌다. 만약 제갈무후가 아니었다면, 후에

더욱 큰 문제가 생겼을지도 몰랐다.


원래 자신이었다면 더욱 철저하게 조사하고 알아낸 다음

움직였을 일을, 행동만 앞서서 괜한 고생을 자초했다.


남의 탓이나 하고······.


만년이라는 이름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문제다.


원영신을 완성한 뒤로 기고만장했다.

그러니 명상 한번 안 하고 그랬겠지······.


대한이 끝없이 스스로 반성하며 정신을 바로 세우자, 형상이

점점 선명함을 되찾고 암흑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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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글 수정 22.09.25 143 0 -
44 가상현실 개선. - 1부 완결. 22.10.31 102 3 9쪽
43 가상현실 개선. 22.10.29 92 2 12쪽
42 도적 토벌. 22.10.29 93 3 13쪽
41 도적 토벌. 22.10.27 97 3 12쪽
40 가상현실. +2 22.10.24 112 4 11쪽
39 가상현실. +2 22.10.17 123 4 11쪽
38 가상현실. 22.10.16 127 3 12쪽
37 진정한 위험. +2 22.10.14 131 3 11쪽
36 진정한 위험. +2 22.10.12 140 2 12쪽
35 우화등선. +2 22.10.09 153 2 12쪽
34 우화등선. +1 22.10.08 155 2 11쪽
33 역천의 음모. +2 22.10.08 157 3 11쪽
32 역천의 음모. +2 22.10.07 152 3 12쪽
31 역천의 음모. +2 22.10.04 167 3 12쪽
30 달마대사. +7 22.10.03 183 4 12쪽
29 달마대사. 22.09.30 183 3 11쪽
28 달마대사. 22.09.29 183 4 11쪽
27 정보상점. 22.09.28 199 4 12쪽
26 정보상점. 22.09.28 191 4 12쪽
25 정보상점. 22.09.27 197 4 12쪽
24 정보상점. 22.09.26 200 4 12쪽
23 정보상점. 22.09.26 212 4 13쪽
22 복잡한 문제. 22.09.25 211 4 11쪽
» 복잡한 문제. 22.09.24 212 4 12쪽
20 복잡한 문제. 22.09.23 215 4 12쪽
19 복잡한 문제. 22.09.23 215 4 11쪽
18 공룡이 멸종한 이유. 22.09.22 233 4 11쪽
17 공룡이 멸종한 이유. 22.09.21 24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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