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는 헌터는 죽음이 무섭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녹슨녹
작품등록일 :
2022.08.13 19:28
최근연재일 :
2023.01.20 19:10
연재수 :
124 회
조회수 :
58,727
추천수 :
1,086
글자수 :
695,443

작성
22.12.23 19:10
조회
243
추천
6
글자
12쪽

104. 입장

DUMMY

이 곳에 온지 몇 주가 지났을까. 편의를 봐주겠다는 야쿠자의 말 대로, 강이훈과 일행들은 이 건물 주변에서 자유롭게 나다닐 수 있었다.


‘···어차피 말도 제대로 안 통해서 도망칠수도 없으니까, 뭐.’


강이훈은 그렇게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래도 꽤 먼곳까지 나가면 검은 안개가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그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거겠지. 어차피 도망칠 생각도 없는 강이훈은 그걸 보고 그냥 돌아나왔다.


“벌써 몇 주 째냐···.”


이 근처를 돌아다니는 것도 지겨웠다. 잡혀온 다른 사람들··· 그들을 포함해 약 스무명 정도가 있었는데, 그 사람들과 대련을 하거나, 그러면서 지내고 있었다. 강이훈은 매일 아침 용검술을 수련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휘이이잉···!


뒤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강이훈은 빠르게 옆으로 피해 안전해졌다.


“이야, 잘 피하네!”


“놀랐잖아요, 사장님!”


화살을 쏜건··· 최동필이었다. 그는 활을 쓰는 헌터였다. 보이는 것보다 실력이 꽤 좋은 것인지 화살을 정말 자유자재로 다루었다. 방금 강이훈을 스쳐지나간 화살도 다시 돌아와 최동필의 손에 들려있다.


“언제까지 사장님이라고 부를 생각이냐? 너는 이제 아르바이트생도 아니고, 나도 이제 편의점이 없는데.”


“사장님은 계속 사장님이죠.”


강이훈은 그렇게 투덜거렸다. 사장님이 아닌 다른 호칭은 생각나지 않았다. 다른 무엇으로 부른다는 말인가?


“그래, 알겠다. 후우우···. 너희들이 오니까 그래도 희망이 보이는구나.”


“···원래는 희망이 안 보였나요?”


강이훈은 그렇게 물었다. ···물론 당연한 말이겠지. 100대 난제의 벽이란 아주 높았고, 넘을 엄두도 나지 않았다. 강이훈도 김청서가 단단히 준비를 해두었다고 장담하지 않았더라면 함께 가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하지. 저 야쿠자 놈들은 우리한테 제대로 먹을 것도 안 주고, 우리를 그냥 총알받이로 쓸게 뻔하니 그냥 다 죽을거라고 생각했다.”


“······.”


“게다가 야쿠자들에게 잡혀올 정도의 헌터라면··· 뭐 그렇게 강하겠냐?”


“그런 말씀 하지마세요. 사장님은 강하시던데요.”


활에 자신이 있으니 강이훈을 그렇게 뒤에서 쏜 거겠지. 어차피 맞추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 그렇게 쐈겠지.


“너네만 하겠냐? 나는 그냥 너희들 따라가는 것만해도 벅찬 사람이지.”


최동필은 강이훈의 옆에 서서 허리에 손을 짚으며 섰다. 그리고는 앞에 있는 검은 안개들을 보았다.


“···저게 참 문제지. 금방이라도 밖으로 나갈 수 있을거같은데 저것만 보면 포기하고 싶단 말이야.”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으시죠?”


“당연하지. 내가 일본말을 어느정도 할줄 알기는 안다만··· 그래도 계속 살던 곳만한게 어딨냐?”


“돌아가게 해드릴게요.”


강이훈은 강하게 말했다. 돌아가게 만들어주겠다. 다른 사람들도, 사장님도 전부 다.


“그래야지. 아, 담배 한 대 피고 싶은데 그게 없네.”


최동필은 아쉬운 듯이 이야기했다. 세상이 이렇게 되고 난 뒤로 담배는 정말로 희귀품목이 되었다. 포인트를 주고 사려고 해도 아주 비싼 값을 주고 사야만 했다.


“강이훈씨! 최동필씨!”


그때 뒤에서 나현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꽤나 급한 일인 듯, 잘 달리지 않는 그가 달려오고 있었다.


“야··· 야쿠자놈들이 왔습니다···! 출발하려나 봐요···!”


“···드디어.”


드디어, 출전의 시간이 왔다.






“흐아암···.”


다음날 아침, 그들은 100대 난제 던전의 입구에 섰다. 주변에는 야쿠자들이 대다수였지만, 개중에는 야쿠자가 아닌 일반 헌터들도 보였다.


‘···여기는 원정대를 짜는게 아니라 그냥 앞에서 모인건가?’


이 조합이 어떻게 된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는 일어를 할줄 모르고, 게다가 이 야쿠자들은 설명조차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


‘···몰라, 들어가면 다 죽여버려야지.’


강이훈은 홀로 그렇게 살벌한 생각을 하며 하품을 했다. 어차피 저 녀석들은 지킬 필요도 없는 녀석들일 뿐이다. 그냥 여기에 있는 한국에서 온 스무명 정도만 지키면 그만이다. 다른 녀석들 따위는 그가 알바가 아니다.


“···오이, 코라!”


“뭐 임마?!”


그러다 야쿠자놈 한 놈과 눈이 마주쳐 시비가 걸렸다. 강이훈도 그 녀석에게 지지않기 위해서 괜히 허세를 부였다.


“!#!%!!@#!$!···!”


“어쩌라고, 이 놈아! 뭐 어쩌라고!”


그 쪽에서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도 없으니 강이훈도 그냥 괜한 말만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시비를 위한 시비였다.


“이훈아, 진정하거라.”


“······!”


양쪽에서 말리는 사람이 나타나 그들의 실랑이가 멈췄다. 강이훈은 으르렁거렸지만 어쩔수 없다는 듯이 물러났다.


“···흠. 강이훈씨.”


“예?”


김청서가 갑자기 그를 불러 쳐다보았다. 그는 계속해서 청서에서 오는 연락들을 받느라 바빴다. 이제야 여유가 생긴 모양이었다. ···아마 100대 난제에 들어가면 더 이상 연락을 하지 못할 테니 먼저 연락을 하기 전까지 대기를 하라고 했겠지.


“지금은 그들을 자극하지 않는게 좋겠습니다.”


김청서가 그에게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저희는 지름길로 가야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게 좋겠죠.”


“···흐음.”


듣고보니 맞는 말이라 강이훈도 수긍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저 녀석들과 괜히 싸워봤자 좋은건 없겠지···. ···그런데 더 중요한게 있지않나?


“···그런데 저희는 어차피 100대 난제를 깬 사람들이라 어떻게든 저 녀석들 눈에 띄지 않을까요?”


“···그것도 그렇네요.”


“······.”


강이훈은 잠시 어이가 없어졌다.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것조차 생각해내지 못했단 말인가?


‘···아니다, 저 사람도 지금 정신이 없겠지.’


바다 건너까지 와서 회사 일에 시달리다보면 사람이 좀 정신이 없고, 생각도 제대로 못하게 될 수 있겠지. 강이훈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사람들 틈속에 잘 숨어있죠. 그러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습니까.”


강이훈이 그렇게 이야기했고, 김청서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작은 소리로 이야기했기에 주변에 있는 야쿠자들도 그들을 신경쓰지 않았다.


“이쿠조!”


“오오오···!”


갑자기 주변에서 웅성거리며 앞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강이훈과 일행들도 그들과 발맞춰 앞으로 걸어갔다.


‘이제 정말로 출발인 모양이네···.’


강이훈은 검이 들어있는 인벤토리를 매만지며 주변에 있는 한국인들을 보았다. 이들을 지켜내야한다.


‘···이 정도면 뭐, 쉽지. 그렇게 생각해야지.’


강이훈은 생각했다. 저번에는 백 여명의 동료들과 함께 갔지만, 이번에는 스무 명정도의 동료들과··· 나머지는 신경쓰지도 않아도 될 적들이다.


‘김청서씨도 부담이 훨씬 적을거고.’


그는 김청서를 슬쩍 보았다. 그는 입가에 미소가 걸려있었다. 모든걸 내려놓은 사람이 지을 수 있는 후련한 미소였다. 당분간 회사 일은 신경쓰지 않고 모험만을 즐기면 되니 마음이 가볍겠지.


‘가보자···!’


그리고 곧 그들은 또다른 100대 난제에 발을 내딛었다.





파바바바박···!


몬스터들의 등에 수없이 많은 화살들이 꽂힌다. 그리고 그 몬스터들은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화살들은 빠른 속도로 다른 몬스터들 향해 다시 날아갔다.


‘몬스터들이 제법 빨리 정리가 되네.’


강이훈은 그렇게 생각하며 검을 뽑았다. 최동필의 능력이 잡스러운 몬스터들을 처리하는데에 꽤 도움이 되었다. 게다가 지금은 함께 온 인원이 스무명쯤은 되었다. 그러다보니 몬스터를 처리하는 속도가 빨랐다.


‘나도 질 수 없지···!’


휘이이잉···!


“이훈아! 너 때문에 화살들이 다 날아가잖아!”


“···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강이훈이 검을 뽑아 바람을 일으켰지만 그건 도움이 아니라 오히려 방해만 되었다. 인원이 많으니 이런 문제점들이 생겨났다. 게다가 원래 나오는 몬스터보다 수가 훨씬 많았다.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네!”


몬스터들을 잡아 뜯어내고, 몬스터의 시체로 몬스터들을 공격하던 차여진이 그렇게 소리쳤다. 그녀는 그야말로 한 마리의 짐승이나 다름이 없었다.


“후우···.”


아직까지는 지름길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서 지름길이 나왔더라? 다음 보스에서였나?


‘어쨌든 지름길을 찾으려면 그 야쿠자놈들도 다시 봐야한다는거지···.’


야쿠자놈들을 피해서 그 지름길로 갈 수 있을까? 그게 가장 큰 고민이었다.


“캬아아악!”


푸슉···!


“끄으윽···!”


강이훈은 바닥에 흩뿌려진 피를 조종해 다가오는 몬스터의 몸에 빠르게 꽂아넣었다. 이제 이 정도의 조종은 아주 쉬웠다. 실력이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몸에 느껴지고 있었다.


‘···빨리 가야해.’


여기에 들어오니 더더욱 마음이 급해졌다. 빨리 스승에게 가고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


바닥에, 공중에, 벽에 흩뿌려져있던 핏방울들이 전부 그의 검 주변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바람의 흐름 또한 변했다.


“강이훈씨···?!”


공중에 떠있던 김청서가 바닥으로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어 빠르게 그를 불렀다. 하지만 강이훈은 그 부름에도 게의치 않았다. 그가 보고 있는 것은 단 하나였다.


‘이딴건 전부 죽여주겠어···!’


이 녀석들이 스승의 부하일지도 모르지만, 강이훈은 그런건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그래, 그게 무슨 소용인가? 그냥 스승을 보기만 하는걸로 족하다.


“으아아아아아아아!”


강이훈이 검을 내질렀다. 그의 검에서 뿜어져나온 피의 칼날들이 몬스터들을 관통하고, 관통하고, 베어냈다.


퉁.


묵직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문이 나타났다.


“헉, 헉, 허억···.”


강이훈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가 이 몬스터들을 전부 죽여버렸다.


“···강이훈씨. 너무 흥분하지 마십시오. 스승님을 만나기 전에 이렇게나 체력을 빼놓으면 안되지 않습니까.”


보다못한 김청서가 다가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맞는 말이기는 했다. 언제 지름길을 찾아 스승에게 갈 수 있을지 모르는데 이런 곳에서 체력을 쓰면 안됐다.


“···알겠습니다.”


강이훈은 천천히 검을 집어넣었다. 한번에 많은 힘을 써 피로가 몰려왔다.


‘···스승님을 만나기 전에 얼마나 더 죽으려나.’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주변을 살폈다. 주변에 죽은 사람도, 다친 사람도 없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인 점이다.


“일단 다음 방으로 갑시다! 다음 방에는 다른 사람들도 있을 테니 조심하시고요! 말도 조용하게, 다른 녀석들이 듣지 못하게 하는겁니다!”


“예!”


그렇게 그들은 다음 방으로 넘어갔다. ···다음 방에서 어떻게든 지름길을 찾아야만 했다.








“······큭.”


검성··· 또는 검룡이라 불리는 자가 자신에게 배정된 공간에서, 의자에 앉아 코웃음을 쳤다.


“이 녀석··· 생각보다 빨리 왔군. 그래···. 역시 내가 재밌게 본 녀석이라니까.”


그는 제자의 활약상을 계속해서 보고 있었다. 생각보다 여기까지 도달한 속도가 빠르고, 성장하는 속도도 빨랐다.


“꽤나 노력을 한 모양이군···. 저 녀석에게 준 비급도 너덜너덜하겠지. 후··· 큭···.”


제자의 성장이 뿌듯하지 않을 리가 없다. 더없이 뿌듯하다. 검룡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 그렇다면 이 내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그는 꽤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죽지 않는 헌터는 죽음이 무섭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주기 변경 안내 22.09.13 336 0 -
124 124. 죽지 않는 헌터는 죽음이 무섭지 않다(完) 23.01.20 293 5 13쪽
123 123. 최후의 싸움 23.01.19 229 5 13쪽
122 122. 동료를 믿으며 23.01.17 214 5 13쪽
121 121. 끔찍한 악몽 23.01.16 223 5 12쪽
120 120. 동료의 신뢰 23.01.14 222 5 12쪽
119 119. 아비규환의 전장 23.01.13 214 6 12쪽
118 118. 최종 난제, 입성 23.01.12 216 5 12쪽
117 117. 최종 난제 23.01.10 235 5 12쪽
116 116. 실전 훈련 23.01.09 222 5 12쪽
115 115. 항상 그래왔듯이 23.01.07 220 4 12쪽
114 114. 쌓아왔던 노력 23.01.06 225 6 12쪽
113 113. 바다의 지배자 23.01.05 238 5 12쪽
112 112. 바다 밑에서 23.01.03 232 4 12쪽
111 111. 헛된 바람 23.01.02 234 6 12쪽
110 110. 돌아가는 길 22.12.31 240 6 12쪽
109 109. 삶의 목표 22.12.30 233 6 12쪽
108 108. 두려움을 모르는 자 22.12.29 243 6 13쪽
107 107. 스승과 제자 22.12.27 243 6 13쪽
106 106. 제자와 제자 22.12.26 246 6 13쪽
105 105. 일이 꼬였을 때 길이 보인다 22.12.24 256 6 12쪽
» 104. 입장 22.12.23 244 6 12쪽
103 103. 정말로 고마운 사람 22.12.22 257 6 12쪽
102 102. 감옥 22.12.20 264 6 12쪽
101 101. 여행 한번 가자 22.12.19 261 6 12쪽
100 100. 달려나갈 뿐 22.12.17 266 6 12쪽
99 099. 성장 속도 22.12.16 274 6 12쪽
98 098. 배신의 뒷맛 22.12.15 276 6 12쪽
97 097. 지긋지긋한 숙취 22.12.13 272 6 12쪽
96 096. 안하던 짓 22.12.12 280 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