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관리위원회: Da ca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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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WGC
작품등록일 :
2022.08.16 17:47
최근연재일 :
2022.11.08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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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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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관리위원회 (3)

DUMMY

"하낫! 둘! 셋! 모두 힘내세요오오옷!! 고비가 얼마 남지 않았답니다아아아앗!!"


트레이너를 중심으로 모두가 일제히 같은 포즈를 취하며 운동을 하고 있었다. 땀을 저렇게 뻘뻘 흘리는데도, 단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완벽하게 일치할 정도였다.


저렇게 하려면 운동을 얼마나 열심히 해야 하는 걸까? 도적들한테 붙잡혔을 때 내가 센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저런 운동으로 몸을 키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왼발! 왼발! 왼발! 거기 허리 쭉 펴시고오오!! 모두 그마아아아아안!!"


트레이너가 미소를 지으며 동작을 멈추자, 함께 운동하던 사람들은 곧바로 지쳤다는 듯 쓰러졌다. 숨을 헐떡이는 동안 트레이너는 물을 나눠주고, 잠시 휴식시간을 갖게 했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내게 다가와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옆에 앉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와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다.


"고고학자 맥과이어라고 해요."


"반가워요! 저는 트레이너 마르제라고 합니다! 후우!! 보기 좀 흉할 수 있는데 이야기를 나눠도 괜찮은지 모르겠군요오!"


마르제는 운동을 안 하고 있음에도 말끝의 음정을 높이 올리면서 말했다. 아마 운동하면서 말하다 보니, 버릇이 된 게 아닌가 싶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그의 모습을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푸른 쫄쫄이 옷을 입고 남근이 살짝 튀어나올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멋있지 않나 싶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몸매도 좋으시고 운동하는 모습도 보기 좋던걸요."


"와우! 제 모습을 보고 그렇게 진심으로 말하는 사람은 처음 봐요오! 고맙습니다! 어쨌든 무슨 일로 오셨다고 했죠?"


"혹시 듀크 백작님에 대해 잘 아시나요?"


"알다마다요! 한때 백작님 전용 트레이너로 고용되었으니까요! 물론 지금은 돈을 충분히 벌었으니 이렇게 개인 체조실을 만들어서 운동하는 거지만요!"


백작이라는 사람이 마르제와 함께 춤을 추며 운동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도무지 상상되질 않는다. 더군다나 백작이면 나름 높으신 분이 아닌가.


어쨌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체조가 아니라, 이 사람이 이전에 루이카 성에서 일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었다.


"루이카 성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뭐, 이젠 다 지난 이야기니까 상관없겠죠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때의 기억이 많지는 않아요!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괜찮으신가요오우?"


"괜찮아요,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는 다 좋으니까요."


그리고 나는 그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들으며 수첩에 써 내려갔다. 반 이상은 허무맹랑한 소리 같기도 했고, 반 이상은 농담이 아닌 진담 같은 이야기도 섞여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루이카 성에서 일하던 도중에 몰락하게 되는 일이 발생해버렸죠오! 타지인들이 연회장을 습격한 거예요!

저는 그들을 막으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어요오... 물론 전 그저 시간벌기용이었을 뿐이니까 딱히 상관없었으니 괜찮아요!"


"그 습격자들이 누군지 알아요?"


"저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마 베인 가문 쪽 사람들이 있었던 거 같아요!

물론 제가 당한 사람은 도끼를 든 우락부락한 사람이었지만요! 그 사람 참 마음에 들었는데에..."


마르제는 혀를 살짝 내밀며 입맛을 다시는 듯했고,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왠지 모르게 소름이 끼쳤다. 마르제는 이윽고 시계를 보더니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이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돼버렸군요! 그럼 전 이만 일 하러 가볼게요!"


나와 이야기하는 사이에 마음 놓고 쉬고 있던 사람들은 달려오는 마르제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러분, 모두 다 쉬었습니까아아? 그럼 다시 한번 일어나서 한 번 더 운동하도록 해봐요오오오오옷!!"


그리고 마르제가 다시 움직이자, 사람들도 갑자기 벌떡 일어나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운동을 열심히 하는 그를 뒤로 한 채 문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수첩을 꺼내 들어 트레이너 항목을 일자로 그어 지웠다.


늘 이런 패턴이었다. 위원회나 차원대전 이전의 일과 관련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기억이 없다거나 아예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만한 것은 마르제 덕분에 새로운 사람을 찾게 되었다. 베인 가문도 이쪽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도저히 못 했는데.


베인 가문은 전 차원적으로 상당히 유명한 가문이었다. 막대한 권력과 부는 물론이요, 소문에 의하면 뒷세계 쪽에서도 상당한 거물이라는 것 같았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걸 수도 있었다. 다만 문제라면 내가 과연 그들과 아무런 접점이 없는데, 과연 그들과 접촉할 수 있냐는 것이다.


일단 돈이라면 다 털어도 좋으니, 한 번 만나 이야기를 나눠야만 할 것 같았다. 이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데, 여기서 그만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나는 막무가내로 베인 가문이 있는 차원으로 출발했다. 어차피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부터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 * *



막상 도착하고 나니 거대한 저택에 눈이 사로잡혀 한동안 움직이질 못했다. 저택 쪽 정문은 열려있었고, 경비병들이 그 앞을 지키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마차에서 내려 급하게 베인 저택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보고는 나도 용기를 내어 걸어 들어갔다. 문제가 발생한다면 경비병들이 날 막으려 들겠지.


그런데 생각보다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타지인이라고 해서 막무가내로 막을 것도 아녔고, 베인 가와 거래하려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문제는 들어가기는 쉬우나, 베인 가와 만나는 것은 상당히 힘들었다.


그들을 만나려는 줄이 어찌나 긴지, 어떤 사람들은 아예 살림을 차리고 온 사람들도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먹을거리를 많이 챙겨올걸 하고, 나중에 다시 올 생각으로 떠나려고 했다. 그러나 뒤에는 이미 줄이 하나씩 늘어나고 있었다.


소문으로만 들었기 때문에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것과 다르게, 베인 가는 생각보다 개방적인 곳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정말 루이카 성을 습격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결국 줄에서 나가지 않고, 가만히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줄을 선지 사흘은 넘긴 것 같았다. 줄은 분명 줄어들고 있었는데, 내 차례가 되려면 한참은 먼 것만 같다.


심지어 알현이 정해진 시간도 있어서인지, 저녁이 되면 줄이 아예 움직이질 않았다.


줄을 서고 있던 사람들은 이러한 모습이 익숙했는지, 저녁 때가 되면 침낭을 하나씩 꺼내 들어 휴식을 취했다.


물론 도중에 못 참고 뛰쳐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남은 식량을 아껴가면서 내 자리를 끝까지 지켰고, 결국 알현실 앞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고고학자 맥과이어, 들어가시지요."


문이 열리자 로프트 차원의 궁전보다는 좁았지만, 휘황찬란할 정도로 꾸며진 알현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처음 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너와 같은 표정을 짓곤 하지."


두 왕좌가 나란히 있었고, 내가 보는 오른쪽에 있던 여성이 나를 보며 말했다. 나는 그들을 향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최대한 예를 갖추었다.


"어머, 그래도 꽤 예의 바른 청년이네. 그래서 고고학자께서는 어쩐 일로 우릴 찾아온 거지?"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아까 보지 못한 그들의 얼굴을 제대로 살펴보았다. 솔직히 옆에 앉아있는 남편이 부러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어... 그게... 로프트 차원에 대해 질문이 있어 찾아온 겁니다. 저는 고고학자 맥과이어라고 합니다."


"그래, 우리에 대해 말 안 해도 알고는 있겠지."


당연히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왼쪽은 크리스 베인일 테고, 오른쪽은 엘리자베스 베인일 것이다.


"로프트 차원이라... 그래, 한때 나도 그 차원에 간 적 있었지. 썩 좋은 기억은 아녔지만 말이야."


"듀크 백작의 비밀연회가 있다는 곳이었나?"


"그래, 맞아. 듀크 백작의 경매장은 근래 몇 번은 가봤지만, 비밀연회는 이제 더이상 안 하는 것 같더라. 그건 참으로 다행이야. 솔직히 다시 생각해도 역겨웠거든."


설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의 심기를 건드린 게 아닌가 싶어 조마조마했다. 엘리자베스는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다시 내게 물었다.


"우리끼리 이야기해서 미안해, 그런데 그곳에 대해 뭘 알고 싶어서 그런 거지?"


"그게 루이카 성을 습격했을 때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서 왔습니다. 제가 고고학자인데 차원대전과 관련된 역사를 모으고 있거든요."


그러자 내 말을 들은 엘리자베스는 눈살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습격? 우리가? 대체 어떤 놈이 그런 헛소문을 퍼뜨린 거야?"


뭔가 이상했다. 마르제는 분명 이들이 루이카 성을 습격했다고 했고, 그건 거짓 같아 보이진 않았다. 아니면 나를 엿 먹이기 위해서 그런 거짓말을 했다는 건가?


두 사람이 날 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러다가 내가 죽임을 당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두려움이 마음속에서 우러나오기 시작했다.


"베스, 진정해. 잘못 알아봤을 수도 있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잘못된 정보를 우리에게 넘겨줬다는 사실은 용납 못 하긴 하지."


크리스는 일단 엘리자베스를 진정시키고 있었지만, 마지막 발언을 들었을 때 그냥 넘어갈 순 없다는 의미기도 했다.


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에 다시 한번 내 이야기를 꺼냈다.


"많은 사람들이 2차 차원대전의 전후를 기점으로 수많은 사람이 기억을 잃거나, 제각각 다른 경위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졌거든요.

이게 바로 제가 고고학자가 된 이유예요. 저는 그저 그런 이야기를 듣고 찾아온 거예요."


내가 왜 찾아왔는지에 대해 조금 더 보충설명을 해줬지만, 과연 이걸로 먹힐까 의문이 들었다.


내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엘리자베스는 작은 목소리로 크리스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흠... 루이카 성 일이 언제 일어난 거였지? 2차 차원대전 전이었나?"


"그럴 거야, 아마."


"재밌네. 확실히 저 녀석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차원대전에 대해 어렴풋이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흥미롭긴 하네...

좋아, 네 말이 맞는다고 치자. 하지만 확실한 건 적어도 우리에겐 루이카 성을 습격했다는 기억이 전혀 없다는 거야."


결국 원점으로 돌아간 것인가. 이들에게조차 원하는 정보는커녕 얻어낸 것조차 없으니, 다시 막다른 길로 들어선 것만 같았다.


"미치광이 오빠라면 그 일에 대해 좀 알고 있지 않을까?"


"그럴 가능성도 있겠지. 어쩌면 저 녀석이 그 실마리를 알고 있을 수도."


원래는 베인 가는 아놀드 베인이 가주였다. 그러나 아놀드는 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물려주었고, 다른 아들들도 이에 대해 큰 불만은 없었다고 한다.


베인 가의 아들은 셋인 걸로 알고 있다. 근데 그들 중 미치광이라고 불리는 거라면 당연히 셋째겠지. 오죽하면 아놀드가 따로 별채에 보냈다고 했으니.


말이 별채지 실제로는 감옥이리라. 이런저런 소문 이후로 그를 봤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할 정도니까.


"그 전에 우리의 정보를 그냥 줄 순 없잖아? 우리도 뭔가 받아야 하는 게 있어야 하지 않겠어?"


"어음... 돈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돈은 이미 넘쳐흐르는걸. 사실 나도 네 이야기에 대해 꽤나 흥미가 생겼거든. 나중에 내 자식들에게도 해줄 재밌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고."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처음에는 미모에 홀려 배가 부풀어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아, 임신 중이셨나 보네요."


"그래. 아들은 이미 놀이방에서 내 하인들이 봐주고 있겠지. 일하는데 데리고 다닐 순 없으니까.

어쨌든 만약 네가 다시 돌아올 땐, 차원대전과 관련된 이야기에 대해 낱낱이 파헤쳐서 돌아와야 할 거야."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요...?"


"네가 어딜 도망치던지 사람을 풀어 반드시 널 찾아내고, 이후에 사지를 찢어 앞마당의 개한테 던져줄 거야."


그 말을 듣자마자 소름이 끼쳤다. 엘리자베스는 이내 미소를 다시 지어 보며 말했다.


"후훗, 농담이야."


전혀 농담 같지 않았다! 그 살벌한 분위기를 뽐내며 내게 말했는데, 어찌 저 말을 안 들을 수 있겠는가.


어쨌든 이로써 새로운 사실을 알아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미치광이 오빠라고 불리는 자에게서 새로운 정보를 얻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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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차원관리위원회 (4) 22.11.07 25 1 14쪽
» 차원관리위원회 (3) 22.11.07 26 0 13쪽
165 차원관리위원회 (2) 22.11.06 27 0 11쪽
164 차원관리위원회 (1) 22.11.06 29 0 10쪽
163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10) 22.11.05 25 0 10쪽
162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9) 22.11.05 27 0 12쪽
161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8) 22.11.04 23 0 12쪽
160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7) 22.11.04 25 0 12쪽
159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6) 22.11.03 25 0 11쪽
158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5) 22.11.03 24 0 12쪽
157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4) 22.11.02 23 0 12쪽
156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3) 22.11.02 24 0 12쪽
155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2) 22.11.01 22 0 12쪽
154 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01) 22.11.01 24 0 12쪽
153 그날, 인어가 죽었다 (4) 22.10.31 26 0 12쪽
152 그날, 인어가 죽었다 (3) 22.10.31 27 0 11쪽
151 그날, 인어가 죽었다 (2) 22.10.30 25 0 12쪽
150 그날, 인어가 죽었다 (1) 22.10.30 30 0 12쪽
149 죽음과 여명 사이 (15) 22.10.29 29 0 12쪽
148 죽음과 여명 사이 (14) 22.10.29 29 0 13쪽
147 죽음과 여명 사이 (13) 22.10.28 30 0 12쪽
146 죽음과 여명 사이 (12) 22.10.28 28 0 12쪽
145 죽음과 여명 사이 (11) 22.10.27 27 0 12쪽
144 죽음과 여명 사이 (10) 22.10.27 35 0 12쪽
143 죽음과 여명 사이 (09) 22.10.26 3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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