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순이 조선 공주, 핵인싸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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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우조아
작품등록일 :
2022.08.26 04:00
최근연재일 :
2022.09.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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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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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본편 26. 한 곡만 더 부른다고 해.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제품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노래에 집중한 앤과 그런 앤을 쳐다보느라 정신이 팔렸던 한별은 공연장으로 모여든 수백여 명의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자기들을 찍고 있는 것을 전혀 몰랐다.


하지만 노래가 끝나자마자 터져 나온 뜨거운 박수와 환호성에 놀라서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언제 이렇게 사람들이 모였지?”


“야- 어떡해?”


앤과 한별은 당황해서 허둥지둥 댔고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앵콜-’, ‘앵콜-’, ‘한곡 더-’, ‘한곡 더-’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느닷없이 보라돌이가 다시 무대 위에 뛰어 올라왔다.


“하아-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방송이 끝나서 옷까지 다 갈아입고 짬뽕에 탕수육을 곁들여 맛있게 먹고 있었는데 ··· 갑작스런 이 상황 때문에, 또 다시 옷 갈아입고 진행을 하게 된 보라돌입니다.”


이미 2절 때부터 라이브 방송이 재개되었고 어디서 소문을 듣고 찾아왔는지 오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방송을 시청 중이었다.


“실례하지만, 자기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갑작스런 보라돌이의 질문에 당황한 한별은 어쩔 줄 몰라 쩔쩔매다가 ‘가명을 대’라는 앤의 귓속말을 듣고는 정신을 차리고 답을 했다.


“저는 서울에 사는 열여섯 살 김 ··· 별이고요, 이 아이는 한국에 놀러온 제 영국 친구 ··· 예요.”


“김별 학생이군요. 그런데, 노래를 부른 영국 친구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에 ··· 블린 킴벌이고 나이는 저와 동갑이에요.”


한별은 급히 앤의 가명을 생각했고, 가장 먼저 떠오른 에블린은 앤이 목베개 소녀라는 사실을 학교에 퍼뜨린 같은 반 친구 이름이었다.



“에블린 ··· 참 좋은 이름입니다. 아- 이름도 좋지만 노래도 저엉말- 더 좋았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 함께하신 관객 분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과 앵콜 요청도 있으니 한곡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한별은 앤에게 귓속말로 의견을 물었다.


[What are you going to do? (어떡할 거야?)]


앤은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주변 상황을 보니 최소한 한곡은 불러야만 보낼줄것 같아서 생각을 달리했다.


[Just one more song and I'm done. (딱 한곡만 더 부르고 끝낸다고 해.)]



“흐흠- 에블린이 딱 한곡만 더 부르고 끝내고 싶답니다.”


“오케이. 에블린, 땡큐 소 머치! 갓 블레스 유. 자- 아쉽지만 에블린 양의 마지막 노래를 끝으로 ‘보라돌이의 찾아가는 노래방’은 다음 시간에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어린 시절 선머슴 같이 자랐던 앤에게 교양을 심어주기 위해서 엘리스 여왕은 영국 왕립음악대학 기악 학과장에게 앤의 음악 교육을 부탁했었다.


그런데 여왕의 요청으로 공주를 가르친다는 명예로운 일을 맡게 된 학과장은 의욕이 넘쳐 앤을 위해 피아노를 비롯하여 바이올린과 성악까지 배우는 커리큘럼을 만들어서 최고의 교수들을 붙여줬다.


이런 5년간의 교육이 결실을 맺어 피아노와 바이올린은 앤 나이 또래 아이들보다는 뛰어난 실력을 갖게 되었지만 성악의 경우는 아직 변성기를 거치지 않은 어린 나이라서 발성과 기본기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탓에 처음에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변성기가 끝나고 앤의 타고난 음색과 어린 나이에 맞는 수브레트(soubrette) 소프라노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교육과 연습을 하게 되면서 제법 그럴듯한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그러나 재능이 꽃피는 것을 경계한 여왕이 모든 음악 교육을 중지시킴으로 앤의 성악 실력은 완전히 개화하지 못한 미성숙한 상태로 머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성악의 기본기와 발성만큼은 제대로 배웠기 때문에 오페라 곡이 아닌 간단한 노래 정도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



이번에 무슨 곡을 부를까 잠시 고민했던 앤은 처음 성악 교수를 만났을 때 성악을 배우면 이런 노래 정도는 쉽게 부를 수 있을 거라며 들려주었던 ‘La Califfa’가 떠올랐다.


‘La califfa’는 이탈리아 출신 세계적인 영화음악 작곡가인 ‘엔니오 모리꼬네’가 1971년에 영화 주제곡으로 작곡한 연주곡에 영국 출신 세계적인 소프라노 겸 팝페라 가수인 ‘세라 브라이트먼’이 가사를 붙여 노래해서 유명해진 곡이다.


짧은 노래였기에 머릿속으로 빠르게 곡 전체를 리뷰한 후, 앤은 마스크를 벗어 한별에게 맡기고는 자세를 바로하고 키보드로 전주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쓰고는 숨이 차서 부를 수 없는 곡이라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벗은 앤의 옆모습이 카메라에 잡히자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까지 난리가 났다.


【허걱- 못생겨서 마스크를 쓴 줄 알았는데 ··· 여신이었네!】


【뭐야? 얼굴도 예쁘고 노래까지 잘하면 우리 오징어들은 어쩌라고!!】


【방송진행 이따위로 할 거야? 얼굴 전체를 잡아줘야지 ··· 옆모습만 보여주면 어떡해?】


【어서 정면 얼굴 잡아주세요. 보고 싶어서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계속해서 정면 얼굴을 잡아달라는 댓글이 빗발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오디오가 영상보다 더 중요한 노래방 방송이다 보니 카메라는 무대 정면, 좌측, 우측에 고정 설치된 고프로 액션캠이 전부였기 때문에 그나마 오른쪽에 설치된 카메라 바로 옆에 키보드가 자리하고 있어서 옆얼굴이라도 내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가격대비 좋은 화질과 이동, 설치, 보관이 용이하다보니 인터넷 방송에서는 고가의 캠코더나 DSLR보다는 이런 액션캠을 선호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였으니 해결책이 있을 리가 없었다.



짧은 전주가 끝이 나고 드디어 앤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Tu non crede perche

(당신은 왜 믿지 않나요?)


Questa crudelta di padroni

(고용주가 잔인하다는 사실을)



“······.”


【······.】


생각지도 못한 앤의 환상적인 성악 발성에 온라인은 물론 공연장 관객들의 생각과 행동이 일시 정지되고 말았다.


‘세라 브라이트먼’의 노래가 탁월한 기교가 가미된 우아하고 원숙함이 돋보이는 노래라면, 앤의 노래는 티 없이 맑은 어린 소녀의 청아한 순백의 목소리에 바이브레이션을 살짝 얹어 혼탁한 정신을 맑게 일깨웠기에 단 네 마디만 들었을 뿐인데도 사람들은 마음을 뺏긴 채 오직 앤의 노래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오페라를 비롯하여 클래식에서 사용되는 성악적인 기교를 배우지 못한 것이 오히려 정제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맑고 깨끗한 노래 소리가 사람들의 마음속을 깊숙이 파고 들어서 생긴 현상이었다.


한별 또한 생각 이상으로 뛰어난 앤의 노래 실력에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감탄만 하고 있었다.



Ha visto in me Solo uno schiavo che

(하나의 노예에 지나지 않는 나를)


Mi mett' anch’ Lo alla tua catena

(당신의 사슬에 묶어 주세요.)



이 노래의 킬링 파트인 이 부분에서 ‘세라 브라이트먼’은 3옥타브 D에서 G로 4음을 올릴 때 고음을 공명과 바이브레이션으로 완전히 덮어 아름답고 우아하게 올려서 처리했다.


반면에 젊고 힘이 넘치는 앤은 절제하고 꾸미기보다는 가냘픈 체구임에도 오랫동안 배웠던 성악 발성으로 폭발적인 성량을 터트려 강하면서도 선명하게 노래 가사를 전달하는데 주력했다.


40대 중반의 원숙한 ‘세라 브라이트먼’과 15살의 패기 넘치는 앤의 노래는 전문가들의 평가에서는 당연히 앤이 열세이겠지만 이런 대중적인 라이브에서 만큼은 동글동글하고 밋밋한 것 보다는 짜릿하게 마음속까지 파고들어 전율을 느끼게 만드는 앤의 절제되지 않은 노래가 더 큰 호응을 얻는 것이 당연했다.


그래서인지 앤의 맑으면서 다듬어지지 않은 날카로운 목소리에 사람들은 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는 전율을 느낌과 동시에 온몸의 솜털들이 바짝 일어서는 경험하게 됐다.



1절이 끝나고 앤은 잔잔한 간주를 연주하며 열심히 휴대폰으로 자기의 모습을 찍고 있는 한별을 모습에 앤은 슬며시 미소를 짓고는 2절을 부르기 시작했다.



Il corpo mio Che passa tra di voi

(나는 당신들을 스쳐 지나가며)


È' un invettiva contro la vittà

(비겁자들에 대한 분노를 느껴요.)


Tu ritroverai con me

(당신은 나와 함께 했던)


La più splendida proprietà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찾을 거예요.)


Un attimo di sole sopra noi Alla ricerca di te

(태양이 우리를 비췄던 순간을)



앤이 마지막 소절을 한 옥타브 올려 깔끔하게 마무리를 하자 어느덧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엄청난 박수소리와 함성이 한 동안 울려 퍼졌다.


누가 붙잡을까봐 서둘러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공연장을 벗어난 앤과 한별은 몇몇 기자들과 관객들의 질문에 시달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큰 문제없이 홍대를 벗어날 수 있었다.



*****


“오빠가 웬일로 천덕꾸러기 동생한테 전화를 했어?”


오랜만에 오빠인 김용재의 전화를 받은 김소현은 앞뒤 다 자르고 대뜸 용건을 물었다.


“야! 김소현. 아무리 비즈니스가 중요하다고 해도 조카까지 이용해서 돈을 벌고 싶냐?”


김용재의 버럭- 소리에 깜짝 놀라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했던 김소현도 큰소리로 대응하였다.


“왜 갑자기 버럭- 소리는 지르고 난리야? 아버지가 예전에 그랬잖아. 마누라, 자식 빼고는 다 바꿔야 성공한다고. 그래서 조카는 자식이 아니니까 ··· 이용해서 돈 버는 것이 당연하잖아.”


쩌렁 쩌렁하고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김소현의 대꾸에 김용재는 헛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뭐? 조카는 자식이 아니니까 이용해도 된다고? 이게 무슨, 말이야 방구야? 그리고 감히 이 오빠에게 대들고 ··· 김소현, 너 많이 컸다.”


“흥. 나도 이제 4명의 자식을 둔 엄마니까 다 컸지, 안 그래?”


“허어- 이제는 따박따박 말대꾸까지 하네? 네가 한별이와 그 친구한테 붙인 사람들이 벌인 일 때문에 네 조카가 얼마나 위험했는지 알기나 하고 그런 농담이나 지껄이는 거냐?”


“크흠- 내가 사람 붙인 걸 어떻게 알았어?”


딸 바보인 김용재는 한별이 귀국하자마자 성진그룹 보안팀 소속 4명의 경호원들에게 원거리 경호를 맡겼다.


그런데 한별과 친구를 몰래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어대는 수상한 무리를 발견하고는 그들을 붙잡아서 신분을 확인한 결과 성진물산 홍보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들로 인해서 딸인 한별과 친구가 김밥집에서 곤란을 겪게 된 사실도 밝혀지는 바람에 노발대발한 김용재가 김소현에게 전화를 걸게 된 것이다.


[어쩐지 ··· 앤 공주님과 한별이 호텔에서 다시 나갔다는 보고를 한 뒤로 지금까지 연락이 없다고 했더니 ···.]


결국 김소현은 앤과 소혜에 대한 내용을 제외하고 언니인 김소진과 벌인 에잇퍼스트 구출 작전(?)의 대략적인 내용을 오빠에게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부족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드리며, 오타와 설정 오류 지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내용 중에 등장하는 노래는 엔리오 모리꼬네의 La Califfa를 사라 브라이트만이 부르는 버전을 참조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lal0136x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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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본편 24. 육덕이 나르샤 22.09.14 14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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