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 둘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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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본
작품등록일 :
2022.08.27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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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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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3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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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찾으셨어요?

DUMMY

이제 겨우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부르시다니, 정말 왜 이러실까······.


부회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신입직원이 한 시간 전에 봤던 것보다 엄청 시무룩해진 얼굴로 송반지를 맞았다.


송반지는 왜라는 표정으로 집무실과 신입직원을 번가라 봤다. 아침에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신입직원은 입을 다문 채 곧 울 것 같은 표정만 짓고는 집무실을 쳐다보고는 송반지를 힐끔 쳐다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부회장님이 신입직원에게 컵이나 쟁반이라도 던지셨나? 주변을 둘러보니 깨끗했다.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부회장님, 찾으셨어요?”


송반지는 얼른 집무실로 들어가 박혁주에게 인사하고 말했다. 자신도 모르게 박혁주의 얼굴을 보자 반가웠다.


“어, 송 실장. 커피 좀 타가지고 와.”


박혁주는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송반지가 밖에 비서 의자에 앉아 있다가 박혁주의 호출을 받고 들어온 사람처럼.


“커피······ 요?”


황당한 표정으로 송반지는 응접용 테이블로 눈을 가져갔다. 테이블에는 이미 커피가 놓여 있었다. 그러나 양촌리 스타일은 아니었다. 저건 아니지.


송반지는 곧바로 테이블에 놓인 커피를 탓했다.


“네.”


송반지는 밖으로 나와 탕비실로 들어갔다. 새 비서가 쪼르르 송반지를 따라왔다.


“부회장님이 힘들게 하죠?”


송반지는 양촌리 커피를 만들면서 새 비서에게 위로 섞인 말투로 물었다. 부회장님은 분명히 또 새 비서에게 포악을 떨었을 것이다.


새 비서는 집무실 쪽을 한번 쳐다본 뒤 송반지 귀 가까이 얼굴을 가져왔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나를 부르더니 글쎄 그러는 거예요. 아무 것도 하지 마라. 그냥 자리에 앉아만 있어라. 아무 것도 손대지 말고 아무 일도 하지 마라고요.”


새 비서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눈을 희번덕거리며 집무실 쪽을 힐끔거렸다.


“그래도 아침이라서 커피를 타가지고 들어갔지요. 그런데 엄청 무서운 눈으로 나를 째려보면서, 내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하고 소리를 치는 거예요. 참나······.”


“······.”


위로의 말이라도 해줘야 했지만, 송반지는 괜히 죄책감이 들어 더 이상의 말은 하지 못했다.


송반지 때문에 이 새로 온 직원이 수모를 겪고 있지 않나 싶어서다. 송반지는 양촌리 커피를 타서 집무실로 들어갔다.


“송 실장 것도 같이 타가지고 오지 그래.”


밖으로 나가서 또 제 커피까지 타가지고 오라고요? 부회장님은 왜 이렇게 눈치도 없으실까. 새로 온 비서가 얼마나 난처하겠어요.


“저는 마셨어요. 그럼······.”


송반지는 얼른 고개를 숙이고 나오려 했다.


“잠깐만. 그냥 가면 어떻게 해?”


“네?”


“잠깐, 앉았다 가.”


박혁주는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송반지에게 다가와 어깨를 잡고 소파에 억지로 앉혔다. 송반지는 마지못한 표정을 지으며 소파에 앉았다.


송반지는 아직 반소정과 자신 송반지 사이에서 갈등하는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어쨌든 박혁주가 싫지는 않다. 좋은 게 사실이다.


“마실 거야?”


박혁주는 송반지가 타온 양촌리 커피를 들고 물었다. 나눠 마시겠느냐는 질문이다.


“괜찮아요.”


송반지는 고개를 저었다. 박혁주는 송반지가 고개를 젓는데도 다른 컵에 자신 몫의 커피를 반이라 따랐다.


박혁주는 커피가 담긴 다른 컵을 송반지에게 내밀었다. 콩 한쪽이라도 나눠먹자는 것인가? 마음에서 찌릿 가벼운 파동이 이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장난스런 아주 소소한 배려지만 박혁주의 마음이 송반지에게로 건너오고 있었다. 그래서 송반지는 커피 잔을 받으며 저도 모르게 피식 미소를 짓고 말았다.


그 미소를 박혁주는 놓치지 않고 봤고 박혁주도 말 없이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입술로 가져갔다. 둘은 잠시 커피를 마셨다.


“가보겠습니다.”


송반지는 두 사람이 마신 컵을 쟁반에 담아 일어섰다.


“점심이나 같이 하면 어떨까?”


며칠만 저를 그냥 이대로 놓아주면 안 될까요? 송반지는 마음으로 말했다. 송반지의 표정이 굳어지자 박혁주가 급히 손을 내저었다.


“알았어, 알았어. 내가 좀 참을 게.”


송반지는 박혁주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집무실 밖으로 나왔다. 새 비서가 겸연쩍은 표정으로 송반지를 바라봤고, 송반지도 새 비서를 같은 눈으로 바라봤다.


미안한 마음 때문에 새 비서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송반지는 탕비실로 마신 컵을 가져가 씻어서 선반에 올린 뒤 나왔다.


앉아 있는 저 직원에게 어떤 조언을 해줘야 할까? 송반지 이전 비서들은 부회장님이 너무 포악해서 견디기 힘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송반지 이후인 이 직원에게는 아예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한단다. 그렇다면,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사무실에서 놀다가 퇴근하라고 조언을 해야 할까?


그래도 이런 큰 회사의 비서로서, 저 직원도 뭐라도 하고 싶을 텐데.


마땅한 조언이 생각나지 않은 송반지는 새 비서에게 그냥 미소만을 남겨주고 사무실을 나왔다. 저 직원이 오래 버텨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점심 무렵이 다 되었다. 박혁주가 전화를 해서 점심을 같이하자고 할까봐 괜히 조마조마했는데, 다행이 박혁주는 아침에 참겠다는 말을 실천하는 건지 점심 같이 하자는 전화는 없었다.


점심때가 되자 총무국의 송반지 사수 직원이 식당에 같이 가자고 한다. 사수 직원은 총무국의 돌아가는 형편을 간간히 말하면서 송반지를 식당으로 데리고 갔다.


“어머, 반지 씨. 여기서 보니까 반갑네.”


먹을 메뉴를 식판에 담고 있는데, 최현정이 어깨를 툭치며 아는 체 했다. 송반지도 반갑게 웃으며 인사했다.


최현정 옆에 부회장실에 새로온 비서가 서 있었다. 새 비서는 어색한 표정으로 눈인사를 했다.


점심 메뉴를 식판에 담아 총무국 사수 선배와 자리에 앉았다. 막 수저를 들고 국을 뜨려는데, 누군가 옆에 와 서 있는 게 느껴졌다. 느낌이 이상했다. 고개를 들고 쳐다봤다.


“어머, 부회장님.”


송반지는 저도 모르게 박혁주를 불렀다. 절대 반가워서 부른 건 아닌데. 마음은 왜 또 좋아서 기우뚱하지?


“같이 좀 앉아서 먹어도 될까요?”


박혁주는 송반지 앞에 앉아 있는 총무국 직원에게 말했다. 총무국 직원은 박혁주를 보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찮아요. 앉으세요.”


박혁주는 손짓으로 앉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표정이 딱딱해진 총무국 직원은 똥 밟은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총무국 직원도 박혁주의 악행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송반지는 죽을 맛이었다. 부회장님 눈치를 보랴, 앞에 앉은 사수 선배의 눈치를 보랴.


“오늘은 많이 안 먹네.”


그냥 좀 조용히 밥이나 먹으면 좋으련만 부회장님은 기어이 한 마디를 뱉었다. 송반지는 귓불이 붉어졌지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조용히 먹고 가시지요. 무언의 말을 부회장님에게 보냈다.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박혁주는 이후 말없이 밥을 먹었다.


밥을 씹는 건지 모래알을 씹는 건지 모를 정도로 자리가 껄끄러웠다. 이럴 줄 알았다면 차라리 그냥 부회장님이 둘이서 같이 점심을 하자고 할 때 그러자고 할 것을.


그나마 좀 얼른 먹고 일어나서 떠나면 나으련만 부회장님은 송반지와 속도를 맞추려는지 밥을 깨작거리고 있었다.


송반지야 그렇다 치더라도 앞에 앉은 사수 선배 직원은 거의 얼굴이 샛노랗게 변한 체 꾸역꾸역 억지로 밥을 입에 넣고 있는 표정이다. 아무래도 안 될 것 같다.


“부회장님. 오늘 밥이 그렇네요. 얼른 올라가서 제가 커피 타드릴 게요.”


송반지는 먹던 수저를 내려놓고 박혁주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사수 직원이 힐끔 송반지와 박혁주의 눈치를 봤다.


“그, 그럴까? 나도 밥맛이 좀 그렇네······.”


“선배님, 저 먼저 일어날게요.”


송반지는 얼른 식판을 들고 일어나면서 사수 직원에게 눈인사를 했다. 박혁주도 어정쩡하게 일어났다.


식판을 반납한 뒤 송반지는 박혁주에게 시선을 옮겼다.


“부회장님, 먼저 올라가세요. 바로 갈게요.”


박혁주는 고개를 끄덕인 뒤 식당 입구로 걸어갔다. 송반지는 사수 선배 직원에게 가서 괜히 저 때문에 미안해요. 부회장님 커피 타드리고 갈게요, 라고 말했다. 사수 직원이 안 되었다는 표정으로 송반지를 바라봤다.


다시 송반지는 최현정과 새 비서가 밥을 먹고 있는 식탁으로 얼른 다가가 새 비서에게 최현정과 커피 한 잔 마시고 늦게 들어오라고 말했다. 새 비서가 왜 그러느냐고 눈으로 물었다.


“아무래도 제가 부회장님 커피를 타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새 비서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고 최현정도 새 비서의 얼굴과 송반지의 얼굴을 번가라 보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새 비서가 자존심이 많이 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부회장님은 정말 틈을 안 주시네. 좀 생각하고 정리할 시간을 주면 좋으련만 왜 이렇게 나를 꼭 붙잡고 있으려고 하시는 걸까?


괜히 부회장실에서 나온다고 했다. 다른 직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지 않는가. 송반지는 부회장실로 올라가면서 마음이 복잡했다.


양촌리 커피 2잔을 타서 부회장집무실로 들어갔다.


“괜히 나 때문에 밥을 못 먹은 거 아니야?”


박혁주는 응접용 소파에 와서 앉아 커피 잔을 들면서 말했다. 박혁주와 마주하고 앉아 가벼운 말이라도 사실 섞고 싶지 않았다.


자꾸 마음에서 벽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혁주는 송반지에게 마음 정리할 틈을 주지 않는다.


“맞아요. 부회장님 때문에 밥을 못 먹었잖아요. 부회장님하고 저 때문에 같이 식당에 갔던 직원이 얼마나 힘들어 했겠어요? 아마 먹은 밥이 체했을 지도 몰라요.”


송반지는 시원스럽게 속에 있는 말을 해버렸다. 밝았던 예전처럼 생각나는 대로 여과 없이 말했다.


지금 송반지의 답답한 상태로써는 그냥 고개를 숙이고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게 맞는데, 박혁주가 만들어 내는 상황이 송반지를 심각 상태에 머물게 하지 않는다.


“그래? 그러면 배고프겠는데? 그럼, 우리 조금 있다가 족발이라도 한 접시 때릴까?”


뭐예요? 아 정말, 부회장님! 미치겠네. 제발 생각할 시간을 좀 주세요! 제발 저를 그냥 며칠만이라도 가만 놓아두시라고요!


그런데······ 부회장님이 말한 대로 정말 배가 고프네. 그, 그럴까요? 흐흐흐흠. 송반지는 저도 모르게 얼굴에 웃음을 올리고 있었다.


“야······, 송 실장. 웃었네?”


어머, 지금 내가 웃을 상황이 아닌데. 송반지, 너는 자존심도 없냐? 지금 부회장님은 너 송반지와 함께 있는 게 아니라 반소정하고 있는 거라고!


송반지는 풀어진 긴장을 얼른 다시 굳은 얼굴로 수습하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억지로 딱딱한 얼굴로 만들려다가 부작용 때문인지 얼굴만 붉은 장미가 되고 말았다. 송반지는 커피가 뜨거운데도 참으면서 훌쩍훌쩍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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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111> 고기가 낚였어요. 22.12.15 31 0 11쪽
110 <110> 원하는 게 뭔데? 22.12.14 33 1 11쪽
109 <109> 그냥 빛이 아니었다. 22.12.13 30 0 11쪽
108 <108> 자꾸 이러지 마세요. 22.12.12 29 0 11쪽
107 <107> 당신을 사랑합니다. 22.12.11 27 0 11쪽
106 <106> 붉은 피가 솟아났다. 22.12.10 26 0 11쪽
105 <105> 백화점 같아요. 22.12.09 26 0 11쪽
104 <104> 찻찻 차! 22.12.08 2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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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02> 부회장님, 미안해요. 22.12.06 2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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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99> 사람 아니에요? 22.12.03 29 0 11쪽
98 <98> 품에 안겨 있었다. 22.12.02 33 0 11쪽
97 <97> 알퐁수 도데의 별. 22.12.01 29 0 11쪽
96 <96> 조금만 더. 22.11.30 3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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