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 둘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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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본
작품등록일 :
2022.08.27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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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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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7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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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마음은 풍선이라고요.

DUMMY

반소정만 사랑의 감정이 있는 게 아니라 나에게도 부회장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고?


사랑? 어머, 한번도 사랑이라는 단어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


송반지는 사랑이란 단어를 부정하려 했지만 스님의 말이 너무 마음에 와닿는 바람에 말을 꺼내지 못했다. 내가 부회장님을 사랑하고 있는 걸까?


한정아도 흥미로운 눈으로 두 사람을 번가라 쳐다봤다.


“그러니까 스님은 박혁주 부회장님을 일깨울 수 있는 사람은 송반지 씨란 말씀이지요?”


한정아가 묻자, 스님은 한정아에게 시선을 돌린 뒤 고개를 끄덕였다.


“김효빈 반소정은 어처면 제3자에요. 직접 비행기를 운전했던 부회장보다는 당시 비행기 상황을 모를 수도 있어요. 그러나 부회장은 아마 잘 알고 있을 거예요. 비행기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한정아는 스님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밝아진 얼굴로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여태까지 어쩌면 너무도 분명한 일을 간과하고 있었다. 부회장 박혁주가 사건의 실체를 알고 있다는 것을.


“송반지 씨가 부회장님을 잘 다독여보세요.”


송반지는 그래야겠다고 말을 하지 못했다. 사직하려고 하지 않았던가? 박혁주 박동주로부터 떠나고 싶지 않았던가?


자신은 허수아비에 불과했기 때문에. 그런데 다시 돌아가란 말인가? 박혁주 박동주에게?


“아까 반소정 씨가 말했잖아요.”


머뭇거리는 송반지를 한정아는 더 푸시하고 싶은 모양이다.


“무슨 말을······?”


“마음은 풍선이라고요.”


“······.”


“송반지 씨가 마음의 방 크기만 넓히면 된다고요. 마음의 방을 조금만 넓혀서 반소정 씨에게 내주면 된다고요. 단지 그것뿐이라고 했잖아요. 모든 게 송반지 씨 것이고 단지 마음의 방만 조금 넓혀주는 것뿐인데······.”


송반지는 한정아에게 고정했던 시선을 천천히 돌렸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는 뜻일 게다.


그러나 알아듣는 것과 이해하고 받아드리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



월요일 아침, 송반지는 총무팀장이 출근하자마자 팀장에게 갔다.


“팀장님, 안녕하세요. 잠시 부회장실로 다녀오겠습니다.”


“아, 그래요? 아침부터 부회장님이 바쁘게 찾으시는 모양이지요? 허허허.”


팀장은 사람 좋게 말하며 웃었다. 팀장은 송반지가 기획실장과 부회장의 총애를 받는 직원이라는 정보를 갖고 있는 터라 별 다른 태클을 걸지 않는 것이다.


송반지는 부회장실로 올라갔다. 새로 온 비서는 정말 하기 싫다는 표정으로 아침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른 수건 잡은 손에 힘도 주지 않고 걸레질을 슬렁슬렁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송반지는 새 비서에게 밝은 표정으로 인사했다. 시선을 피하거나 하지도 않았고 웃는 얼굴을 유지했다.


새 비서는 말도 없이 고개를 꾸벅하면서 별 일다 싶은 표정으로 송반지를 바라봤다.


사무실에 올 때마다 행여 눈이 마주 칠까 조마조마 하며 거리를 두었던 사람이 아침부터 찾아와 화사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니 말이다.


지난 번 저녁에 회식을 하면서 술주정 비슷하게 불만을 토로했던 게 효과가 있나 싶은가?


“부회장님, 아직 출근 안하셨지요?”


역시 송반지는 웃는 얼굴로 새 비서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네······.”


여전히 뚱한 표정으로 새 비서는 대답했다. 아침부터 이 불여우는 왜 왔데 하는 표정으로.


“아침에 부회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흐흐흐흠.”


“네에······.”


그러든지 말든지 하는 표정으로 송반지를 바라본 뒤, 새 비서는 마른 수건을 들고 집기 여기저기를 닦았다.


송반지의 출현을 몰랐을 때보다는 수건에 조금 힘을 더 줬다. 송반지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새 비서를 바라봤다.


“저······.”


송반지는 새 비서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열었다. 새 비서가 동작을 멈추고 송반지에게 시선을 보냈다.


도대체 저 불여우가 아침부터 왜 저런데, 하는 표정으로.


“아, 아니에요. 헤헤헤.”


새 비서는 왜 저러지 하는 표정으로 힐끔 쳐다보고는 집무실을 나갔다. 잠시 후, 부회장이 출근했다.


구둣발 소리가 들려 송반지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집무실 문이 열리고 박혁주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부회장님.”


“어······, 허허허. 아침부터 송 실장이 웬일이야? 허허허.”


박혁주는 소년처럼 맑은 표정으로 웃었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찾아와주니

반갑지 않겠는가.


“부회장님께 말씀 드릴 게 있어서요.”


“그래? 무슨 말을? 아참, 커피라도 한잔씩 하면서 할까?”


“그럴까요? 제가 나가서 가져올 게요.”


송반지는 얼른 일어나 사무실로 나갔다.


“비서님, 부회장님 커피는 제가 준비할게요.”


새 비서가 멍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송반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 것이다.


송반지는 탕비실로 들어가 원래 했던 대로 양촌리 커피와 물을 쟁반에 담았다. 물론 송반지 커피도 함께.


“역시 송 실장이 탄 커피가 최고야. 헤헤헤.”


박혁주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과장된 팔동작을 해가며 칭찬했다. 송반지도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뭐 다시 복귀한다는 그런 말은 하러 온 것은 아니겠지? 헤헤헤.”


박혁주는 농담 투로 능글맞게 넌지시 말을 했다.


“아니요.”


송반지는 고개를 뻣뻣이 들고 박혁주를 바라봤다. 박혁주는 대체 뭐냐는 눈으로 송반지를 응시했다.


“부회장님, 다시 복귀하고 싶어요.”


“복귀? 다시 온다고?”


박혁주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거 정말이야?”


“부회장님이 받아주신다면요.”


“다, 당연하지. 하하하.”


박혁주는 상체를 앞으로 기우리더니 컵을 들고 있는 송반지의 두 손을 잡으려 했다. 송반지는 얼른 컵을 내려놓고 박혁주의 두 손을 맞잡았다.


“잘 생각했어. 잘 생각했다고. 하하하.”


박혁주는 정말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아이처럼 좋아하는 박혁주를 보자 송반지는 괜히 눈물이 나려 했다.


이렇게 나를 아껴주는 사람인데······. 내 옆에 반소정이 좀 있으면 어떠랴. 저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나는 얼마나 지금 행복한가.


저 기뻐하는 눈은 반소정에게 보내는 기쁨의 눈이 아닌, 나 송반지를 향한 기쁨의 눈 아닌가.


고맙고 또 고마웠다. 생각 같아서는 일어나서 박혁주의 품에 안겨 볼에 뽀뽀라도 해주고 싶었다.


“기획실장님께 보고를 드리고 허락을 받을 게요.”


“내가 직접 동주한테 이야기를 하지 뭐.”


박혁주는 얼른 전화기를 들었다. 송반지가 안 오겠다고 말을 바꿀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해지는 모양이다.


“아, 아니에요. 제가 말을 해서 총무국으로 내려갔으니까, 제가 가서 말을 하는 게 사리에 맞아요. 다른 문제가 생기면 부회장님께 말씀 드릴게요.”


“그, 그럴까.”


박혁주는 슬며시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송반지는 다녀오겠다는 말을 하고 집무실을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새 비서가 놀란 눈으로 송반지를 응시했다. 밖에서 집무실 안의 동정을 살핀 모양이다.


박혁주가 워낙 커다란 목소리로 열렬히 환영했기에 새 비서는 집무실에서 어떤 대화가 오고갔는지 눈치 챘을 것이다.


“저, 저기······.”


새 직원은 말을 잇지 못하고 불만과 놀람으로 가득 찬 눈으로 송반지를 째려보듯 바라봤다. 직원이 뭐를 걱정하는지 송반지는 알고 있다.


“기획실장님께 다녀올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괜찮을 거예요.”


“······.”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새 직원을 뒤로 하고 송반지는 부회장실을 나왔다. 곧바로 기획실장실로 내려갔다.


“어, 반지 씨. 실장님이 아침부터 불렀어?”


최현정이 의자에서 일어나며 놀란 표정으로 아침부터 찾아온 송반지를 아는 체를 했다.


“아니요. 잠깐 뵙고 말씀 드릴 게 있어서요.”


송반지는 얼른 집무실 문을 노크하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다시 복귀하겠다고요?”


송반지가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하자, 박동주는 일상 업무를 보고 받는 평범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 아무래도 새로 온 직원 분을 너무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요.”


“생각할 시간을 좀 달라고 했는데. 어때요? 생각 좀 해봤어요? 흐흐흠.”


“아직······ 생각을 다 정리한 것은 아니에요. 그냥 저 때문에 힘들어하는 분들이 생겨서요.”


“으음······. 뭐 잘 결정했어요. 송반지 씨가 다시 복귀하리라 믿고 있었어요. 예상보다 빨라서 더 좋아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송반지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 뭐요?”


“부회장실에 있는 직원을 지금 제가 있는 관리부로 옮겨주시면······.”


송반지는 말끝을 맺지 못하고 박동주를 바라봤다.


“아, 그거요. 그렇지 않아도 그렇게 하려고 해요. 새로 들어온 직원을 그렇다고 내보낼 수도 없잖아요. 허허허.”


“감사합니다.”


“어쨌든 다시 복귀한다고 하니 환영합니다. 덕분에 나도 송반지 씨를 자유롭게 볼 수 있어 좋고요. 허허허.”


“정말 감사합니다.”


송반지는 어쨌든 허물을 탓하지 않고 받아주는 박동주가 고마웠다.


“언제부터?”


“오늘부터 바로 올라갔으면 좋겠어요.”


“좋아요. 그렇게 하세요. 부회장실에 새로 온 직원는 내가 총무국에 송반지 씨 자리로 이동시키라고 말을 할게요.”


“저······. 새로 온 직원에게는 제가 먼저 양해를 구하고······.”


“아······. 그렇게 하세요. 허허허.”


박동주는 송반지의 입장을 배려했다. 신규직원에게 몹시 실례되는 일이다.


비서로 들어왔는데 난데없이 총무국에 가서 사무 일을 하라고 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마음이 더 상할 수도 있는 일이다.


송반지는 부회장실로 올라가 노크 없이 조용히 사무실 문을 열었다. 신규직원이 뭐야 하는 눈으로 들어오는 송반지를 바라봤다.


“잠깐 이야기좀 할까요?”


송반지는 미안한 표정으로 신규직원에게 말문을 열었다. 새 직원이 마음 상하지 않도록 정중하게 의견을 전달했다.


새 직원은 투명인간 취급하는 박혁주 때문에 몹시 힘들어 하고 있었다. 송반지도 그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송반지는 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송반지의 잘못된 판단으로 신규직원을 힘들게 했다는 취지로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지금 송반지가 맡고 있는 업무와 신규직원의 이 비서자리를 바꾸자고 부탁했다.


송반지의 제안을 듣는 내내 신규직원은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러 가지로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것이다.


신규직원은 송반지의 말을 듣고 나서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송반지의 제안을 따르겠다는 취지 일 것이다.


어차피 이 자리에 있다가는 미치던지 미치기 전에 회사를 때려치울 수 있을 상황이었으니까.


그럴 바엔 송반지가 내려주는 동아줄을 잡는 게 그럭저럭 나은 선택이라 판단이 선 것이다.


“그러면 제가 기획실장님께 보고를 드릴게요.”


송반지는 기획실장실로 내려가 박동주에게, 신규직원이 송반지의 뜻을 따르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다고 보고 했다.


박동주는 그 자리에서 바로 총무국 인사팀장에게 전화를 넣었다. 송반지는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총무국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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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3> 가만히 있어! 22.12.17 25 0 11쪽
112 <112> 위험해요. 22.12.16 24 0 11쪽
111 <111> 고기가 낚였어요. 22.12.15 31 0 11쪽
110 <110> 원하는 게 뭔데? 22.12.14 33 1 11쪽
109 <109> 그냥 빛이 아니었다. 22.12.13 30 0 11쪽
108 <108> 자꾸 이러지 마세요. 22.12.12 29 0 11쪽
107 <107> 당신을 사랑합니다. 22.12.11 27 0 11쪽
106 <106> 붉은 피가 솟아났다. 22.12.10 26 0 11쪽
105 <105> 백화점 같아요. 22.12.09 26 0 11쪽
104 <104> 찻찻 차! 22.12.08 29 0 11쪽
103 <103> 흠뻑 젖어 있었다. 22.12.07 44 0 11쪽
102 <102> 부회장님, 미안해요. 22.12.06 29 0 11쪽
101 <101> 다리가 올라와 있었다. 22.12.05 30 0 11쪽
100 <100> 정신이 들어? 22.12.04 29 0 11쪽
99 <99> 사람 아니에요? 22.12.03 29 0 11쪽
98 <98> 품에 안겨 있었다. 22.12.02 33 0 11쪽
97 <97> 알퐁수 도데의 별. 22.12.01 29 0 11쪽
96 <96> 조금만 더. 22.11.30 33 0 11쪽
95 <95> 야자수 과즙. 22.11.29 27 0 11쪽
94 <94> 여기가 어디지? 22.11.28 28 0 11쪽
93 <93> 갑자기 왜 이러지? 22.11.27 30 0 11쪽
92 <92> 식사나 합시다. 22.11.26 29 0 11쪽
91 <91> 없어졌다고요? 22.11.25 3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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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8> 야, 맛있겠다. 22.11.22 2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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