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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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juan0720
작품등록일 :
2022.08.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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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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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

DUMMY

두억시니의 감염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더 나쁜 상황으로 치닫는 걸 막기 위해서 행한 최두희의 행동을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소년 자신의 고통을 비명으로 표출하면서도 어디선가 듣고 있을 동생을 위해 최대한 소리를 억누르려고 노력했다. 최두희는 수술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수술을 시작하면서 그의 입에 돌돌 말은 수건을 물려주 었다.




"도움이 될거다. 어른의 경험이야."




소녀과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는 여진우의 마음은 여간 무겁지 않을 수 없었다. 소녀의 오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소녀 역시 모르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리고 기어코 소년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말았을 때 소녀는 여진우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 그는 이 작고 여린 소녀의 손아귀 힘이 이토록 강할 수 있다는게 세삼 놀라웠다. 여진우는 그녀가 'O'와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어 멀리 떨어진다는건 사실 큰 의미가 없다 것쯤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대신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소년의 비명소리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소녀에게 말을 걸어주는 것이었다. 그게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 였지만, 안하는것 보다는 나을 것이라 믿었다.




"이름이 예랑이라고 했나?"




소녀는 여진우의 손을 잡고 땅으로 시선을 떨군채 대답했다. 소녀도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네..."




여진우는 딱히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워낙에 말수가 적은 타입이었고, 누군가와 살갑게 대화를 잘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상대방이 말을 걸어주고 정해진 답이 있는 질문을 해주어야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런 말이라도 해야한다는 중압감을 받고 있었다.




"부모님은? 백화점 올 때 같이 안오셨어?"




그는 자신이 잘못된 질문을 했다는 것을 내뱉는 순간 알았고 이미 돌이킬수 없다는 것 또한 알았다.




"네..."




"그럼 백화점에는 둘이서만 온거야?"




소녀는 살짝 고개를 들어 여진우를 올려다 보고 이내 고개를 떨구었다.




"아니요... ."




"그럼?"




"엄마는 우리보고 버스 아래에 들어가라고 했어요... 그리고... 엄마가 갑자기 사라지고 나서 저희를 할아아버지 할머니가 데리고 오셨어요."




여진우는 뒤에 앉아 있던 노부부를 떠올렸다. 처음 그들을 봤을 때 노부부와 남매는 가족으로 보이지 않았다. 같이 있던 무리들의 구성원을 봤을 때도 가족으로 보일리 만무했다. 당연하게도 그들은 생존을 위해 함께 동행하는 것 정도로 보였고, 실제로도 그랬다. 여진우는 자신이 여전히 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할뿐만 아니라 말 주변이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하지만 다행이도 소녀는 여진우의 질문에 말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짧게나마 대답을 해 주었고, 덕분에 여진우는 남매의 상황에 대해 여러가지를 알게되었다.




아이들은 어머니와 함께 동생의 생일을 맞아 백화점 앞에서 아버지를 만나기로 했다. 잔득 기대감에 부푼 소녀가 어머니의 손을 잡고 백화점 앞에 도착했을 때 그들이 마주친 건 두억시니와 싸우는 경찰들의 모습이 었다. 처음에는 영화 촬영 중인 줄 알고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하지만 이내 경찰이 도망치라는 소리와 총소리에 주변일때는 아귀비환이 되었다. 남매의 어머니는 그들을 손을 잡고 최대한 멀리 달아나기 위해 달리고 달렸다. 하지만 두억시니는 사방에서 튀어나왔다.




어머니는 남매를 버스 밑으로 숨어들게 했고 그러 던중 두억시니의 손에 이끌려 공중으로 몸이 날아올랐다 떨어졌다. 멀지 않은 곳에서 그 장면을 보게 되었던 노부부는 주변이 잠잠해 질때쯤 남매에게 다가가 그들을 데리고 도망쳤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군인과 두명의 남녀가 트럭을 몰고와 백화점의 후문을 막았다. 노부부는 그들을 따라가는 것이 살아 남을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하여 그들 앞으로 뛰쳐나가 함께 할 수 있었다. 이야기를 듣던 여진우는 소녀의 마지막 말에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너희들 말고도 두 사람이 더 있어?"




"네."




여진우는 지하에서 5층까지 이르는 동안 다른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그 둘은 어디로 갔어?"




"아줌마와 아저씨는 위층으로 올라갔어요. 혹시 백화점 안에 다른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안전한지 확인하러 간다고 했어요."




"혹시 그 두명도 너 처럼 특별한 능력이 있어?"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위로 올라간지는 오래 됐니?"




"네 하루정도 지난거 같아요."




여진우는 아무리 천천히 살펴보아도 하루정도면 백화점을 둘러보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그들이 내려오지 않았다는 것은 그들이 다른 누군가와 대치중이거나 최악의 경우 이미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 여진우는 윗층의 안전이 걱정되기 시작해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소녀가 그의 손을 잡아 당겼다.




"아직... 오빠 갖다줄 초콜릿 못 찾았어요."




"그렇네. 어서 찾아서 갖다주자."




여진우는 윗층의 상황이 걱정되기는 했지만, 선우정이 있기에 좀더 시간을 보내도 괜찮을거라 생각했다. 여진우는 식품매장에 내려온 김에 당장에 필요한 음식들도 충분히 챙겼다. 백화점 입구를 막은 덕분에 많은 양의 식료품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위층으로 올라간 사람들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었어?"




여진우는 최대한 그들의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




"음... 군인아저씨가 들고 있던 총을 만들어 주었어요."




"누가?"




"아저씨가요."




"그럼 아줌마는?"




"아줌마는 힘이 엄청 셌어요. 처음에 우리를 데리고 들어 왔을 때도 차들을 막 들고 치워줬어요."




"그럼, 처음 백화점에 들어 왔을 때부터 주차장이 차들로 엉망이었던 거야?"




"네."




여진우의 머릿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갔다. 소녀의 말을 생각해 보면 일부러 주차장을 엉망으로 만든 사람 혹은 사람들도 자동차를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신체능력이 발달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아마도 소녀가 말한 아저씨와 아줌마는 이미 백화점에 진입했을 때 부터 건물 안에 누군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하루가 지난 시점에 아직까지 그들이 내려오지 않았고, 또 다른 사람들이 소녀의 일행을 찾으러 내려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대치중일 확률이 컸다. 다행이도 그가 생각했던 최악의 경우는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혼자서 가설을 세우는 것 보다는 백화점 안을 둘러보는 것이 시급해 여진우는 소녀가 오빠를 위한 초콜릿을 챙기자 마자 5층으로 올라갔다. 그러던 중 문득 여진우는 소년의 비명이 들리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소녀도 그것을 인지 했는지 소녀의 손에 다시 힘이 들었갔다.




5층에 도착했을 때 소녀의 오빠는 노부부 곁에서 잠들어 있었다. 여진우는 잘려나간 소년의 팔을 보자 마음이 무거워 졌다.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괜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소녀는 여진우의 손을 놓고 오빠의 곁으로 달려가 손을 잡았다.




"저렇게 있어도 괜찮아요?"




"나 꽤나 유명한 외과의였어."




최두희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그런 뜻이 아니에요. 더 이상 변이가 진행되지 않을까요?"




"글쎄... 그건 두고 볼 일이지. 아직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야. 아무튼 우리가 모두를 데리고 연구실로 돌아간다면 소년에 대한 이야기는 연구실 직원들한테는 하지 말자고. 너도 봐서 알겠지만, 부소장이 알면 어떻게든 실험 재료로 쓰려고 할 거야. 아직 어린아이야."




여진우는 고개를 끄덕였고, 선우정도 동의를 표했다. 그리고 여진우는 소녀와 했던 이야기를 전했다. 그들과 함께 있던 남자와 여자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에 대해서 언급했다.




"어쩌면 우리에게 큰 전력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이죠."




"동감이야.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만 봐도 그 두사람이 적이아니라는 것엔 확신이 들지."




최두희 이마의 땀은 어느새 없어졌다.




"그 두사람이 아직까지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는 건 아마도 정문을 막은 사람들과 대치 중일 확률이 크겠어."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지금 외부의 침임을 막을 수만 있다면 여기는 꽤 안전하다고 봐도 무방하죠. 식품관에 가보니 아직 먹을 수 있는 음식들도 많이 있고, 무엇보다 식수가 어느 정도 확보 되어 있어요."




"그렇다면, 우리가 그 아저씨와 아줌마 2인조를 찾아 나서야 한다는 건데,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이 몇명인지가 중요하겠어. 2인조가 오랜 시간 내려오지 못하는 것을 보면 최소 2명 이상일거라 생각이 드는군. 만약 우리가 그들과 대치하게 된다면, 잘못하면 3파전이 될 수도 있겠어."




"그렇죠. 2인조가 우리를 쉽사리 믿어 줄지도 의문이고, 오히려 우리의 등장이 지금 5층에 있는 사람들의 안전과 연결되다 보니 흥분할 가능성도 염두해 두어야 할것 같아요."




여진우와 최두희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선우정이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동시에 두사람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선우정에게 향했다. 이제는 더 이상 그녀의 발언이 전혀 이상하지 않게 되었다.




"버스를 타고온 적이 몇명인지, 2인조가 우리에게 호의적이든 아니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텐데. 우리에겐 죽지 않는 놀라운 회복력을 가진 사람이 있잖아. 아마 네 능력을 보는 것 만으로도 그들의 전의가 상실될지도 모르지."




"나도 선우정의 말에 동감이야. 이미 두 집단은 서로를 견제하느라 극심한 피로감이 쌓여 있을거야. 거기다 듣도 보지 못한 능력을 가진 사람과 강한 전투력을 가진 사람이 나타나면 오히려 포기하고 싶은 기분이 들지도 모르지. 어쩌면 우리를 포섭하려고 할지도 모르고."




여진우는 최두희의 말 처럼 모두 포기하고 쉽게 끝나기를 바랬다.




"하지만, 꼭 그 두 팀만이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해. 아직까지 이 건물안에 어떤사람들이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니깐."




여진우는 괜히 내가 전력의 중심에 되어가는 것 같아 조심스러워졌다.




선우정의 말은 여진우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말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반가운 말은 아니었다. 그들은 2인조를 찾아 건물을 올라가기로 했다. 여진우에게는 적들을 만나서 싸우는 것 보다 다 2인조를 만나 싸우지 않고 설득시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아마도 어떤 이야기를 한들 쉽게 믿기는 어려울 것은 뻔한 일이었다. 여진우는 출발전 소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우리가 올라가서 아저씨와 아줌마를 찾아올게. 그럼 다 같이 여기를 빠져 나가서 안전한 곳으로 가자."




소녀는 여진우의 손을 꼭 잡았다. 윗층으로 올라가려는 찰나 젊은 군인이 다가왔다.




"저희도 함께 이동하면 안될까요?"




젊은 군인은 혼자서 남은 이들을 지키는 것이 버거운 듯 함께 동행하기를 원했다.




"미안하지만 그건 안돼. 너희를 모두 데리고 이동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 할 수도 있어. 그리고 지하에서부터 올라오면서 적은 없었어. 그러니 아래에서 올라오는 적은 아마도 없을거야. 물론 위에서 내려오는 적은 우리가 처리할테니 네가 걱정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아. 혹시나 적이 온다고 해도 예랑이가 미리 알려줄 거야. 그럼 너희는 적당히 숨어 있으면 돼."




"하지만..."




"걱정하지 마. 우리한테 했던 것 처럼만 하면 돼. 그리고 혹시나 총소리가 들린다면 우리가 바로 내려올 거야. 올라가는 건 시간이 걸리지만 내려오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아."




젊은 군인은 하는수 없다는 듯이 체념했다. 노부부는 여진우에게 말을 걸고 싶은듯 손을 공중에 휘저었다. 여진우가 다가가 말을 걸었지만, 노부부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들이 왜 처음 만났을 때 부터 아무런 말도 없이 있었는지, 처음 그들과 대치했을 때 뒤에서 들리던 펜의 소리를 그제야 이해 할 수 있었다. 여진우는 근처에서 펜과 종이를 구해와 노부부에게 전해주었다.




-영훈이는 이대로 괜찮을까요?-




몇번이고 최두희에게 물어보고 싶었을 질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화가 되지 않는 다는 것은 곧 짐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노부부는 최대한 숨기려고 했던 것 같다. 자신들 처럼 나이가 많고 대화도 할 수 없다면 분명 짐이라고 여기고 버려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진우가 자신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들이 약점을 보여주어도 괜찮겠다 여긴 것 같다. 여진우는 의학적 지식이 없기 때문에 대답을 최두희에게 넘겼다.




"음... 일단은 괜찮을 겁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죠. 정확한 진단이나 원인에 대해서 알고 치료한 것이 아니라 장담 할 수는 없습니다. 혹시나 붕대위로 이전과 같은 증세가 보인다면, 꼭 일정 거리를 유지하세요. 전 처럼 보고만 계시지 마시고요. 당신들도 걱정이지만 무엇보다 동생이 떨어지려 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겁니다. 제 말 이해하시죠?"




노부부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한 세월이 긴 만큼 노부부의 행동은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심지어 그들의 얼굴, 표정까지 신기할 정도로 꼭 닮았다. 여진우와 최두희, 선우정은 비상계단을 이용하는 대신 중앙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상층부로 올라가기로 했다. 이미 2인조가 지나갔기 때문에 안전상 크게 문제는 없을 거라 판단했다. 다만 2인조를 언제 만날지 몰랐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올라가는 동안 예상치 못한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여진우가 선두에 섰고, 그 뒤로 선우정과 최두희가 따라왔다. 최대한 소리에 집중하면서 걷는 것은 신경을 예민하게 만들었다. 거센 비가 창을 두드리는 소리까지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 같다 보니 머리가 울리는 듯했다.




새로운 층에 도착할 때마다 2인조가 지나간 층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인기척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는지 닥치는 대로 물건을 헤집어놓았기 때문에 그들의 흔적을 쫓는 건 어렵지 않아, 흔적이 있는 곳은 빠르게 지나쳤다. 이 곳에서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보냈기에 돌아가는 길이 밤이 되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했다. 11층을 지났을 때쯤 위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멀지 않았어요."




"소리가 들려?"




"네. 대화소리가 뜨믄 뜨믄 들려요. 어느 정도 준비는 해야겠네요."




최두희와 선우정은 무기를 꺼내 들었다. 그들은 이전과는 다르게 천천히 에스컬레이터를 올랐다. 그리고 13층에 도달했을 때 여러사람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이 바로 위층에서 여러 명의 숨소리가 들려요. 아마도 2인조와 버스의 주인들이 함께 있는 듯해요. 별다른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걸 보니 대치 중인 것 같네요."




"그럼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는 건 양쪽 진영 중앙에 도착할 확률이 크겠네?"




"네. 비상계단으로 이동하죠. 하지만, 비상계단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 앞에있는게 적일지 아니면 2인조가 될지는 알 수 없겠어요. 우리는 그들의 얼굴도 모르니 확인도 불가능 하고요."




"들어갔을 때 2명이상이라면 버스의 주인들이겠지. 우리에겐 오히려 좋은 경우의 수이고."




그들은 비상계단으로 이동 한 후 문 앞에서 잠시 대기했다. 여진우는 문에 귀를 대고 문넘머의 소리에 집중했다. 그러자 남자와 여자 두 명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고, 여진우는 그 소리를 더 자세히 듣기 위해 눈을 감았다.




"....가면 우리... 할 지도 몰라."




"그래도 어쩔... 어. ....가면 그게 끝이 아니야."




둘이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그들이 들릴 듯 말듯한 작은 소리로 속삭이고 있어 정확하게 듣기는 어려웠다.




"무슨 소리가 들려?"




"남자와 여자가 이야기 하는 게 들려요. 하지만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2인조 일확률이 높아졌네요."




"문 바로 앞에 있어?"




"아니요. 문과는 좀 떨어져 있어요. 바로 들어 갈까요?"




"어떻게 하는 게 좋겠어?"




최두희는 선우정을 향해 물었다. 우리 셋중 전투에 가장 뛰어난 사람은 그녀였기에 전투에 있어서는 그녀의 판단이 우선시 되었다.




"들어가요. 그리고 누가 되었든 바로 제압하죠. 사람들이 말한 2인조면 제압 후 설득하면 되고, 아니라면 상황을 봐서 2인조를 설득할 미끼로 쓰면 되죠."




선우정은 덤덤한 말투로 이야기 했다.




"어떨 때는 무섭다고 생각이 드는데, 또 어떨 때는 적이 아니라 다행이란 생각이 드네요."




선우정은 대답대신 언제든 준비되었다는 듯이 칼을 보였다. 그들은 당장이라도 싸울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치고 비상구 문을 열었다. 다행히도 문 근처에 있던 남자와 여자는 아직 그들의 정체를 모르는 듯했다. 선우정은 천천히 소리 없이 그들의 근처까지 다가간 후 빠르게 여자를 덮쳤고 여진우는 남자를 제압했다. 2인조가 그들의 정체를 확인 했을 때에는 이미 둘의 얼굴이 바닥에 닿은 후였다.




"너희... 누구야..."




"그건 우리가 질문해야 할 거예요. 당신들은 누구죠?"




남자와 여자는 각자의 왼쪽과 오른쪽 볼을 바닥에 닿은 채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러자 선우정이 그들 가운데 칼을 꽂았다. 시멘트로 된 바닥에 칼이 꽂히고 그들은 서로의 눈빛이 아닌 칼에 비친 자신의 눈빛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들은 현 상황을 타게 할 방법을 생각하는 듯 대답을 머뭇거렸다.




"묻는 말에 대답이 먼저야. 생각은 그 이후에 하라고."




칼날에 비친 여자의 눈동자에는 분노가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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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서막 23.02.16 24 0 18쪽
49 삼자회담 23.02.12 23 0 18쪽
48 결정 23.02.09 29 0 18쪽
47 모래위의 성 23.02.05 26 0 19쪽
46 인간이 아닌자. 23.02.02 31 0 19쪽
45 광기 23.01.29 34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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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강은혜 (3) 23.01.22 38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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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낯선 이 23.01.08 45 0 18쪽
38 준비 23.01.05 47 0 18쪽
37 원인과 결과 23.01.01 50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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