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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벼
작품등록일 :
2022.08.30 01:45
최근연재일 :
2022.10.0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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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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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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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 라비라(LabiLa)(10)

DUMMY

4. 라비라(LabiLa)(10)


매그는 홀 중앙에 섰다. 주변의 야유 섞인 외침만 가득했다.


“루퍼스.”


바짐의 말에 아까 매그에게 맞고 날아간 놈이 후다닥 바짐 앞으로 뛰어갔다.

앞니가 몽땅 빠지고 얼굴 반이 거의 배는 부어오른 루퍼스는 바짐 앞에서 볼썽사나울 정도로 벌벌 떨었다.


“내가 왜 부른 줄 알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는 그의 몸은 가눌 수 없을 정도로 공포로 가득했다. 앞으로 있을 일을 예상하고 있는 듯 체념하며 눈을 감았다.


퍼억!

바짐의 발이 루퍼스의 턱에 꽂히자 몸이 앞으로 쓰러졌다.


“내가.”


루퍼스의 신음 소리는 곧 바짐의 폭행으로 묻혔다.


“준, 검을.”


퍽 퍽 퍽 퍽.


“버려?”


온 몸을 짓밟고 걷어차는 무자비한 발길질에 루퍼스는 팔을 들어 머리를 감쌌다.


“사...살려 주...”


그 순간 바짐은 칼을 고쳐잡고 루퍼스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

칼날은 뼈에 막히는 것도 없이 루퍼스의 손목이 깔끔하게 잘라버렸다.


“어?”


루퍼스는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손목을 바라보았다. 핏줄기가 루퍼스의 얼굴에 튀며 붉은 점과 선을 그어냈다.


“으아아아악!”


루퍼스는 잘린 손목을 부여잡고 비명과 피를 쏟아냈다. 곧 혼절한 그를 뒤에 서 있던 부하 둘이 질질 끌고 나갔다.


“제이디!”


바짐의 외침에 아까 매그의 앞을 가로막았던 소년이 천천히 걸어나왔다.

검을 한 손으로 쥔 채로 소매가 없는 후드를 입고 있었다. 양팔이 기계로 되어 있는 것이 제대로 보였다. 어깨 뒤에는 조그마한 분사구가 각각 달려있었고 그곳에서 하얀 증기가 조금씩 새어나왔다. 인공근육이 짧은 소매 아래로 드러나 있었다. 반짝이는 근육에는 수많은 잔 상처가 가득했다.


그저 어린애가 아니었다.

바짐이 소년의 손에 검을 하나 쥐어 주었다. 두 검을 나란히 쥔 그는 바닥에 닿을 듯 칼끝을 내렸다.


매그와 제이디의 준비가 끝나자 둘 사이로 날아 들어간 피뉴의 설명이 이어졌다.


“지금 현재 위치는 앙넬라 4번 지구(地區) 31번지 지하 2층입니다.

이 게임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고에 대해 치킨 베팅은 아무런 연관이 없음을 미리 말하겠습니다.

이 게임의 승리 조건은 상대방을 전투 불능으로 만드는 것으로 기절, 무력화, 항복 등의 조건이 충족하면 완전한 승리입니다.

단, 게임 이외의 인물이 간섭하는 행위는 일절 용납하지 않습니다.

확인되는 순간 게임은 종료되고 간섭한 진영의 패배로 끝나게 됩니다. 이 점 숙지하시기 바랍니다.”


“어디 한번 실력을 볼까?”


부하가 가져온 푹신한 의자에 앉은 바짐은 흥미로운 눈으로 둘을 쳐다보았다. 누가 피를 흩뿌릴지 그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였다.


제이디라 불린 소년은 매그의 앞으로 걸어가 우뚝 섰다.

매그는 소년을 보고는 흠칫했다. 후드 사이로 조금 보이는 그의 얼굴에는 어린애라고 보기 어려운 차가운 표정이 드러났다.

분노한 얼굴이 아니었다. 그저 차가운 표정으로 앞에 서 있는 자를 죽인다는, 명백한 살의만 드러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매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살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적은 어린 몸으로 살의 가득한 눈으로 매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매끄럽게 빛나는 검은 총을 오른손에 움켜쥐었다. 위력은 약하지만, 인간 상대로는 넘치도록 충분한 우수용 탄이 7발 들어있었다.


“또한 게임 참가자의 총기는 허용하지만, 게임 외적으로 영향이 가는 즉시 패배로 처리하겠습니다.”


매그의 총을 보고는 피뉴가 매그에게 외쳤다.


철두철미한 녀석.

잘못되면 바짐을 인질 삼아 나갈까 했는데 그것도 막혔다. 나가기 위해선 이기는 방법 말고는 없었다.


땀이 뺨을 지나 턱을 타고 한 방울 뚝 떨어졌다. 초여름의 밤이었지만 결투장의 열기는 한여름 무더위 못지않았다. 둘이 뿜어내는 긴장감에 지켜보는 이들의 손바닥에 땀이 새어나왔다.


대치상태를 깬 건 제이디였다. 제이디는 천천히 한발 내디뎠다. 매그의 검지가 방아쇠에 닿았다.


거리는 10걸음 정도.

가깝다.

집중이 흐트러지면, 죽는다.


소년의 발이 땅에 닿는 순간 매그의 오른손이 눈높이까지 올라갔다.

그순간 소년이 사라졌다. 매그는 반사적으로 왼손을 턱 아래로 움직였다.


까강!


“윽!”


굉장한 힘이었다. 아무리 리미트가 걸린 의수라도 성인 남자 정도는 가볍게 들 정도의 힘은 기본적으로 들어있었다. 그걸 간단히 쳐올렸다.


제이디는 한쪽 검으로 그의 왼손을 쳐올리고 오른쪽 검으로 가슴을 찔러 들어갔다.

매그는 몸을 급격히 틀며 총으로 소년의 머리를 조준했다. 쏠 기회였지만 그는 방아쇠를 바로 당기지 못했다.


아무리 자신을 죽이려 하는 자라도 어린 소년이었다. 열살 남짓의 아이가 머리를 터트리며 죽는 걸 볼 자신이 없었다. 대신 그는 어깨를 향해 총을 쐈다.

그러나 매그가 주춤한 사이 소년은 훌쩍 뛰어올라 매그의 머리를 넘어갔다. 총알은 목표를 잃고 바닥에 박혔다. 그는 매그의 뒤에 있는 기둥을 밟고 강하게 차며 몸을 밀어냈다.


매그의 왼팔이 검의 궤적을 후려쳤다. 검의 방향이 약간 틀어져 땅에 박혔다. 소년은 검을 들어 몸을 낮췄다. 두 검을 모두 왼쪽 옆구리 쪽으로 당겨 잡았다. 그리고 땅을 박차며 매그를 향해 돌진했다.


폭발적으로 튀어나온 소년의 검이 비스듬하게 휘둘러졌다. 두 검의 궤적이 반원을 그리며 매그를 몸을 노렸다. 매그는 눕다시피 몸을 꺾었다. 검이 지나가자마자 왼손을 바닥에 짚고 강하게 밀어냈다. 그의 몸이 다시 튕겨 올라가며 중심을 잡았다.


다시 조준했지만, 소년은 지독하게 빨랐다. 하얀 연기와 칼날의 빛이 어지러이 뛰어다니는 모습은 마치 돌풍 같았다.


다시 뛰어드는 제이디는 팽이처럼 몸을 돌며 베어 들어왔다. 매그는 몸을 굽히고 왼발에 힘을 주었다. 왼발 뒤꿈치에 달린 분사구에서 강한 압력으로 밀어냈다. 리미트가 걸린 지금, 강한 힘을 낼 수는 없었지만, 방향전환과 가속은 가능했다.


거의 바닥을 쓸듯 칼날 아래로 몸을 날려 소년의 몸을 잡아 밀어 넘어뜨렸다. 칼이 머리를 조금 스쳐 머리카락이 조금 잘려나갔다.


매그는 두 무릎을 소년의 팔을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오른팔을 높게 들어 소년의 명치를 내려쳤다.


“악!”


처음으로 소년의 입에서 소리가 나왔다.


한방 더!


순간 소년의 양어깨에서 증기가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 눈앞이 새하얗게 변해 시야가 가려졌다. 소년은 자신을 깔고 있는 무릎을 강하게 밀어내자 매그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떴다.


소년은 자세를 바로잡고 왼쪽 발을 앞으로 강하게 내딛으며 두 검을 곧게 올려 떨어지는 매그를 내려쳤다. 어깨에 스팀이 한순간 분출되며 그의 팔을 가속했다.


쾅!

매그는 팔을 들어 검을 막았지만, 힘은 막을 수 없었다. 그의 등이 땅바닥에 강하게 내려쳐 졌다.


“커억!”


폐부 깊은 곳에서 비명이 나왔다. 다시 소년의 팔이 올라갔다. 눈부신 속도로 내려치는 검을 다시 왼팔로 막았다.


쿠웅!


바닥이 움푹 파일 정도의 압력이었다. 비명이 나올 것 같았다. 소년이 다시 팔을 들어 올리는 걸 보고는 오른손의 총을 버리고 바닥의 돌조각을 한 움큼 잡았다. 내려치기 직전 조각난 돌을 던졌다. 소년은 양팔로 얼굴을 가렸다.


매그는 그 틈에 총을 집고 그와 거리를 벌렸다. 소년을 향해 총을 겨눴다.

소년은 자신에게 겨눠진 총을 보고 어깨에 힘을 줬다. 가속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증기가 나오는 분사구의 입이 크게 벌어지며 주변으로 하얀 연기를 뱉어냈다. 연막용으로 뿌려진 증기는 그의 몸을 가렸다.


매그의 눈이 증기가 소년을 완전히 덮기 직전 이상한 것을 포착했다.

그의 손목에서 무언가 촉수처럼 튀어나와 검 손잡이에 꽂힌 것을.


자욱한 연무 속에서 하얗게 발광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매그의 감이 위험을 알렸다. 빛은 강해지더니 연막을 뚫고 매그를 향해 날아왔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오는 걸 허리에 무리가 갈 정도로 크게 꺾어 피했다. 하얀색으로 빛나는 그것은 매그를 지나쳐 벽에 박혔다. 마치 커다란 발톱으로 할퀸 자국처럼 거대한 두 줄의 상흔이 벽에 그어졌다.


연기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빛나는 두 검을 잡은 소년이 나왔다. 두 검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무섭도록 하얗게 작열하고 있었다. 손목에서 나온 케이블이 손잡이 끝과 연결되어 있었다.


공포가 등골을 타고 전신으로 퍼졌다. 저걸 맞았다가는 몸이 두 조각으로 나뉠 것이다. 절대로 맞으면 안 된다.


“검에 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소년은 휘몰아치는 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증기가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뿜어져 나왔다. 그에 맞춰 팔목에서 파지직 스파크가 튀었다.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다.

감이 날카롭게 위험을 감지했다. 매그는 빠르게 탄창을 꺼내 교체했다. 왼손으로 총을 바로잡고 소년을 향해 조준했다.


바짐은 그 모습을 보고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피해!”


바짐 패밀리들이 기둥 뒤나 벽 너머로 황급히 피했다.


아지랑이가 검날 위로 피어올랐다. 에너지가 압축되어 주변의 공기가 진동했다.

소년은 쌍검을 내려그었다.

거대한 빛줄기가 매그가 있는 곳을 향해 내려쳤다. 매그는 피하지 않았다. 그저 왼손을 들어 날아오는 초승달 모양의 빛 무리를 조준할 뿐이었다.


그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


거대한 탄이 두개의 초승달과 교차했다.

굉음, 그리고 압력이 터져 나왔다.


콰아앙!


빛이 매그와 소년을 집어삼켰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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