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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벼
작품등록일 :
2022.08.30 01:45
최근연재일 :
2022.10.0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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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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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9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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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6. 가족(1)

DUMMY

6. 가족(1)


뻐억!

쿠당탕!


뺨에 가해진 충격에 매그의 몸이 뒤로 넘어가며 쌓여있던 나무 상자를 무너뜨렸다.


“매그!”


레비는 쓰러진 매그에게 다가갔다.

매그는 터진 입술에서 새어 나온 피를 손등으로 훑었다.


“대체 왜! 리미트를 푼 거냐!”


제니토의 말에 매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깟 몇 푼 벌고 싶어서 내 경고를 무시한 거냐!”

“그런 거 아니에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오늘따라 말이 거친 제니토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하라는 대로 하지도 않을 거면 당장 팔다리 떼버려라. 너 같은 놈한테 아깝다.”


단호한 말을 하는 제니토에게 레비가 당장에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다가왔다.


“아빠, 매그 잘못이 아니...”

“레비.”


매그는 레비가 하려던 말을 끊었다. 아무리 그녀가 회유했어도 결국 행동한 건 매그 자신이었다. 그는 그만둘 수 있었다. 제니토의 말처럼 돈에 눈이 멀어 거절하지 못한 것이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끝낼 일이 아니야! 나 좋으라고 그런 말 한 줄 알아? 며칠을 고생해서 팔다리 새로 만들어 줬건만 내 말을 왜 듣지 않은 거야!”


매그는 지금껏 제니토가 화낸 모습을 봤지만, 이번만큼 분노한 적은 없었다. 그 모습에 매그는 혼란스러웠다.

심호흡을 하며 화를 누르려던 제니토는 뒤로 돌아 작업실로 들어갔다.


“한 번 더 힘쓰면 팔다리 죄다 분해해버릴 테니 그렇게 알고 있어라!”


쾅!


작업실 문이 거세게 닫혔다. 매그는 삐걱거리는 문을 향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제기랄...”

“매그... 미안해...”


레비는 눈물투성이로 매그의 뺨을 만지며 상처를 살폈다. 그녀의 손이 덜덜 떨렸다.


상처는 크지 않았다. 입술이 조금 찢어져 피가 나오고 뺨이 조금 부어오른 수준이었다.

매그는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는 레비의 손을 잡아 내렸다.


“레비, 난 괜찮으니 아저씨한테 가봐.”

“하지만...”

“걱정 마, 나 튼튼한 거 알잖아? 그러니까 가봐. 딸이 아빠 편들어야지, 나한테 오면 안 되지.”


그의 미소에 레비는 가슴이 옥죄어왔다. 자기의 쓸데없는 욕심 때문에 시킨 일이었다. 얼굴을 보면 볼수록 심장에 통증이 강해졌다.

그녀는 몸을 일으켰다.


“미안, 이따 치료해줄게.”

“괜찮아. 어서 가봐.”


레비가 작업실 안쪽으로 사라지자 매그는 그제야 볼을 손으로 감쌌다. 차가운 손바닥이 닿자 얼얼한 아픔이 몰려왔다.


“아야야...”


더럽게 아프네.

분노가 실린 제니토의 주먹은 매그의 가슴을 고통스럽게 했다.




“아빠.”


제니토는 구석에 있는 금속을 벅벅 닦고 있었다. 기분이 좋지 않으면 으레 하는 버릇이었다.


“아빠,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럴 이유가 있으니까 그런 거다. 그리고 그 녀석은 한 대 맞아도 싸.”

“아무리 그래도...”


탁.


제니토는 닦던 금속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풀리지 않은 분노가 그 소리에 담겨 있었다.


그녀는 이 정도로 화를 내는 제니토의 모습을 처음 보았다. 이전에도 매그가 말을 안 들었던 적은 종종 있었지만, 그때는 딱밤 한 대 정도로 끝나는 수준이었다. 이렇게까지 몰아치는 분노는 본 적 없었다.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뭔 일 있는 거죠?”

“......”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화를 낼 이유가 없잖아요.”


제니토는 그녀의 말에 몸을 일으켰다. 작업실을 나가려는 움직임에 레비는 그의 앞을 막아섰다.


“아빠.”

“아무것도 아니다.”


그녀의 눈이 날카롭게 제니토를 찔렀다. 그는 애써 그녀의 눈빛을 무시하며 지나치려 했다. 그녀는 그걸 용납하지 않았다.


“아빠, 전 아빠 딸이에요.”


레비는 눈치가 빨랐다. 매그가 약속을 깬 것에 대한 분노가 아니었다.

본질이 있다. 이 분노에는 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게 분명했다.


“왜 제게 말하지 않는 거에요? 이유가 뭐죠?”


계속된 추궁에도 제니토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네가 알 필요 없다.”

“우린 가족이에요!”


그 말에 제니토는 레비를 마주 보았다. 겨우 마주친 레비의 눈가는 발갛게 부어있었다.


“저도, 아빠도, 매그도 가족이라고요. 무슨 일이 있는 거죠, 가족에게도 말 못할 그런 비밀이 있나요? 매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냐고요!”

“그런 거 아니다.”

“그럼 말해줘요!”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레비에게 숨기기 어렵다. 그는 고민하다가 레비의 눈동자를 보곤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매그가 다칠까 봐 그랬다. 그래서 리미트 걸어놓은 거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라.”

“정말 그 이유가 맞아요?”

“그래, 저번에도 그렇고 최근 매그의 일이 험해지다 보니 걱정돼서 그런거다. 그러니까 괜찮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최근 들어 매그가 다치는 경우가 계속 생겨났다. 오직 일만 하는 녀석에게 조금 쉴 틈이 필요했다.


레비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무언가 더 있는 게 분명했지만, 더 추궁해봐도 소용없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제니토를 잘 알았다. 20년 넘게 함께 산 가족이니까.


“알겠어요, 아빠. 그렇지만 나중에라도 말해주세요.”

“알았다.”

“전 아빠 딸이잖아요.”


제니토는 작업실로 나가려는 걸 멈추고 구석에 있는 가방 하나를 집어들어 작업대에 올려놨다.


“아빠, 그리고 사실...”


레비는 제니토에게 이번 의뢰에 대해 말하려고 했다. 자신의 욕심으로 매그에게 강제로 의뢰하게 했다고. 그는 잘못이 없다고.


그러나 제니토는 그녀의 말을 끊었다.


“매그에게 가서 상처라도 치료해주거라.”

“아빠, 정말 그건 제가...”

“레비.”


제니토는 레비가 하려는 말을 이미 알고 있었다. 리미트를 풀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 있지만 매그가 아는 사람 중에는 레비 밖에 없었다.

그는 그걸 굳이 들춰내고 싶지 않았다.


“그만하거라. 결과적으로 매그가 내 약속을 어긴 건 맞다. 그 과정에서 누가 끼어들든 녀석이 책임져야 할 일이다.”


아무리 레비가 관여했어도 약속을 어긴 건 어긴 것이다.


“그러니 매그에게 가서 상처도 치료해주고 오렴.”

“네...”


레비가 작업실에서 나가자 제니토는 문을 잠갔다.


제니토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매그에게도, 레비에게도. 조만간 매그의 몸이 한계에 달할 것이라는 시한부를 말해 줄 용기가 없었다.


제니토도 레비가 리미트를 풀어준 걸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레비가 자신의 손으로 매그의 수명을 줄였다는 걸 알면 상처입을 것이다. 그건 싫다.


그러니 그 전에 해결하면 된다. 요 근래 제니토가 작업실에 없었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다. 제니토는 해결 방법을 알고 있었다.


가방의 버튼을 누르자 안이 드러났다. 수십 개의 유리병이 나란히 정렬되어 있었다. 유리병 안에는 은빛 액체가 담겨 있었다.


이건 임시방편이다. 현 상황을 유지하는 방법이었다. 이걸 계속 주입하면 리미트를 해제해도 잠식당하지 않는다. 다만 과하게 힘을 쓰면, 이를테면 최대 출력을 오래 유지하게 되면 매그의 몸은 확실히 망가진다.


지금 매그의 신체는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이번엔 선을 넘지 않아 다행이었다. 만약 넘겼다면 이 방법을 쓸 수 없었다.


눈이 시큰거린다. 제니토는 눈가를 지그시 눌렀다.


그는 젊은 날의 자신을 떠올렸다. 맹목적으로 지시만 받으며 살던 그가 갑자기 변한 계기는 한 여자 때문이었다.

강인한 여자였다. 붉은 머리칼처럼 불꽃 같은 삶을 살던 여자를 따라가기 위해 그는 안정적인 삶을 포기했다.


그녀와 같은 길을 가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던가. 갖고 있던 모든 걸 포기했다. 그리고 피를 토하는 노력을 거듭하여 간신히 그녀의 옆을 나란히 걸어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그는 결실을 맺었다.

얻은 건 한 명의 아들이었다. 누구보다 잘 키울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그 결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병이었다. 그것도 지독한 병이었다.

고칠 수 없는 병은 아들의 목숨을 좀먹어갔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아들을 견딜 수 없던 그녀는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그녀는 해결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노력을 했다. 아들을 고치기 위해 닥치는 대로 돈을 모으고 치료를 위한 정보를 찾아 헤맸다.


그녀가 실마리를 잡았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제니토는 그녀를 돕기위해 아들의 곁을 떠났다. 며칠만 기다리면 예전처럼 될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남긴 채 둘은 사지로 뛰어들었다.


그곳에서 상처 입은 한 소년을 구했다. 소년을 본 그들은 안심했다. 이제 치료할 수 있다. 놓았던 희망의 끈을 다시 잡을 수 있었다.


다시 돌아왔을 땐 아들은 없었다. 관 안에서 곤히 자고 있는 아들을 본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생기 없는 손을 잡아주는 것뿐이었다.


아들을 잃은 이후 모든 것이 변했다. 그녀는 아들이 없는 곳을 견딜 수 없어 집을 떠났다. 자신은 쇠를 두드리며 고통을 잊으려 애썼다.


얼마 뒤 연락을 받았다. 병원에 남겨진 소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왜 그랬는지는 모른다. 어느새 자신의 몸은 소년을 찾아 병원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발견하지 못한 채 초조하게 시간만 흘러갔다.

문득 아들이 좋아했던 장소가 떠올랐다. 그곳으로 이끌린 그는 발견했다.


옥상에서 홀로 밤하늘을 바라보는 소년을 보는 순간 그의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의 곁엔 아직 어린 레비가 있었다. 상처가 아물지 않은 소년도 있었다. 그는 미래를 위해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과거를 쫒아 헤매는 그녀를 멈출 수 없었다.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그녀는 사라졌고 매그는 과거의 자신처럼 그녀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결코 되풀이하지 않아.

다시는, 다시는 아들을 잃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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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6. 가족(3) 22.09.22 22 1 7쪽
49 6. 가족(2) 22.09.20 21 0 12쪽
» 6. 가족(1) 22.09.19 26 1 10쪽
47 5. 들개와 사냥개(16) 22.09.16 27 2 11쪽
46 5. 들개와 사냥개(15) 22.09.15 25 1 10쪽
45 5. 들개와 사냥개(14) 22.09.13 24 1 10쪽
44 5. 들개와 사냥개(13) 22.09.10 25 1 10쪽
43 5. 들개와 사냥개(12) 22.09.08 26 1 10쪽
42 5. 들개와 사냥개(11) 22.09.07 26 1 11쪽
41 5. 들개와 사냥개(10) 22.09.04 2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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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5. 들개와 사냥개(7) 22.09.02 3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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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5. 들개와 사냥개(4) 22.09.01 28 1 7쪽
34 5. 들개와 사냥개(3) +1 22.09.01 28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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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4. 라비라(LabiLa)(9) 22.09.01 2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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