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마지막 생존지: 실린더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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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하루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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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31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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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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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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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현재 - 42회

DUMMY

148.


“최상희 박사가 무슨 말 안 해?”

김익현이 침대에 누워 책을 읽고 있는 윤지영에게 물었다.


윤지영이 책을 덮었다.

안 그래도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김용남이 탈취해온 화인이 계속 머릿속에 아른거렸고, 혜리의 얼굴도 떠올랐다.


다시 한 혜리의 혈액검사 결과는 첫 검사와 다를 바 없었고, 이제 김승아의 신박한 제안대로 혜리의 혈액과 화인의 혈액을 합치는 방법으로 실험을 진행하면 될 것이다.

빨리 결과를 보고 싶은 마음에 안절부절못했다.


“무슨 말?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윤지영이 되물었다.


“4과 말이야, 폐쇄될 거라는 얘기 안 해?”


“4과가 폐쇄되다니 무슨 말이야?”

금시초문이었다.

최상희로부터 연락받은 적도 없었다.

설마, 그것 때문인가?


“4과가 습격당했어.”


“습격이라니? 누가?”

윤지영이 놀라는 척을 하려고 일부러 눈을 크게 떠 보였다.

역시 그것 때문이구나.


반드시 그 화인을(장민국을 콕 찍어서) 데려다 달라고 한 윤지영이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출입금지구역 습격을 지시한 것은 윤지영 자신이었다.


“누군지는 모르고, 화인 연구시설을 싹 다 부숴버렸어. 화인들도 전부 데려가고.”

김익현이 윤지영 옆에 누우며 말했다.


“그래? 뉴스에서는 아무 말도 없던데.”

윤지영은 의아했다.

그냥 화인 한 마리만 데려오라고 했는데, 연구시설을 전부 부숴버렸다고?

김용남이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습격 사실은 일부만 알고 있어. 시장이 외부로 밝히지 않겠다고 결정했어. 습격 사건이 알려지면 내가 가장 먼저 조사를 받겠지.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시장은 물론이고, 여러 명이 수사를 받게 될 수도 있고.”

김익현이 윤지영 쪽으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당신도 내가 한 말 다른 사람한테 절대 말하면 안 돼.”


김익현이 윤지영에게 말하지 않는 비밀은 결코 없었다.

그런 김익현을 바라보던 윤지영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동시에 남편을 속이고 있다는 죄책감도 들었다.


윤지영이 아무 말 없이 김익현을 껴안았고, 평소와는 다른 그녀의 행동에 김익현이 어리둥절했다.


“왜 그래? 당신,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갑자기 안아보고 싶어서.”


김익현도 미소를 지으며 윤지영을 힘껏 껴안았다.

그렇게 둘은 아무런 말도 없이 한참 동안을 껴안은 채로 있었다.


“그럼, 최 박사도 바이오 영으로 다시 복귀해야겠네.”

윤지영이 팔을 풀며 말했다.


“그쪽으로 출근 안 했어? 보건국이 습격당한 날부터 최 박사가 안 보이길래, 난 당연히 바이오 영으로 돌아갔겠거니 했는데.”


“무슨 소리야? 바이오 영으로 출근 안 했는데?”


최상희가 사라졌다.

순간, 윤지영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김용남이었다.


최상희가 제보자란 걸 알아챈 게 분명했다.

윤지영이 시계를 봤다.

시간이 많이 늦기는 했지만, 최상희의 안전을 확인해 봐야 했다.





149.


윤지영은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옆에서 코를 골며 자는 김익현 때문이 아니었다.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빠져나와 주방으로 간 윤지영은 컵에 얼음을 가득 채운 후 위스키를 따랐다.

목구멍에서 전해지는 뜨거운 느낌에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다시 한 모금을 더한 뒤 컵을 탁자 위에 내려놨다.


보건국에서 사라진 최상희가 바이오 영에도 나타나지 않았고, 연락도 안 되고 있다.

당장 최상희의 집으로 달려가 생사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을 바꾸었다.


분명 최상희는 죽었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해맑게 웃고 있는 최상희의 얼굴이 떠올랐다.


최상희가 죽었다.

윤지영이 받은 충격은 임상 시험자였던 김자영이 죽었을 때와는 질적으로 달랐다.


최상희를 보건국으로 보내는 게 아니었다.

그랬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옆에 두고 지켜 줬어야 했다.

윤지영이 자책했다.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

자신의 딸 한 명을 살리자고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

또다시 실험에 대한 회의감이 엄습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건가......

매일같이 양심과 싸워야 하는 이런 생활에 이제는 정말이지 지긋지긋했다.


그래, 여기서 끝내자.

더는 안 된다.

아영이에게는 정말 미안한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윤지영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최상희의 죽음을 슬퍼하는 눈물인지, 아영이에게 미안해서 흘리는 눈물인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지칠 대로 지쳐버린 자기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흘리는 눈물인지도 몰랐다.





150.


숙취로 인한 두통 때문에 윤지영은 몸이 무거웠다.

한 잔만 마시려던 술은 거의 한 병을 모두 비워버렸다.


잠도 한숨도 자지 못했다.

두통에도 불구하고 정신은 또렷했다.

너무 또렷해서 두통이 더 심해지는 것만 같았다.


윤지영이 두통으로 괴로워하고 있던 그때, 김승아가 들어왔다.


“좋은 아침이에요, 소장님.”

김승아가 웃으며 말했다.

실험 성공이 목전에 왔다고 생각하는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김승아를 보며 윤지영이 심호흡을 길게 한 후 말했다.

“김 박사, 혜리는 돌려보내는 게 어때요?”


“뭐라고요?”

김승아가 소리쳤다.

조금 전 기분 좋게 인사했던 목소리와는 180도 달라진 목소리였다.

“소장님, 지금 제정신이세요? 돌려보낸다니요? 이게 어떻게 온 기회인데, 실험을 그만두시겠다는 거예요?”


김승아의 목소리가 귀에 거슬린 윤지영이 아무런 대답 없이 얼굴을 찌푸렸다.


“소장님!”

김승아가 다시 소리쳤다.


“김 박사, 최 박사가......”

윤지영이 김승아의 얼굴을 보고 말을 멈추었다.

얘한테 최상희가 죽었다고 말한들 신경이나 쓰겠는가.


“갑자기 왜 그러시는 거예요?”


“모르겠어요.”

윤지영이 고개를 흔들었다.

“더는 못하겠어요.”


또, 또, 저놈의 병이 도졌네.

윤지영을 보며 김승아가 한숨을 쉬었다.

저런 약해 빠진 년, 아주 잊을 만하면 지랄이네.


“소장님, 왜 또 그러세요.”

김승아가 생각과는 정반대의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혜리가 우리한테 온 건 하늘이 준 기회예요. 반드시 실험에 성공하라는...... 그러니까 뭐랄까, 신의 계시 같은 거라고 해야 하나?”

원래 남을 설득하는 데 소질이 없었던 김승아가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했다.

“지금까지 한 게 아깝지도 않으세요. 시간이며, 돈이며, 그리고 또...... 아무튼, 여기서 그만둘 순 없다고요.”


“미안해요, 김 박사. 난 이제 안 되겠어.”


“신세중 회장 쪽에는 뭐라고 하실 거예요? 양심에 찔려서 더는 실험을 못 하겠다. 미안하다, 그냥 다 없던 일로 하자, 이러실 거예요?”

실력 없는 설득에 윤지영이 넘어가지 않자 김승아의 목소리에서 나긋함이 사라졌다.


윤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아영이한테는 뭐라고 하실 거예요?”

나긋함이 사라진 김승아의 목소리는 점점 협박의 목소리로 변하고 있었다.

“이제는 널 치료하지 못하겠다. 미안하다. 엄마가 양심에 찔려서 말이야. 그렇게 말할 거예요? 정말로 아영이가 그냥 죽게 내버려 두실 거냐고요?”


“그만해!”

윤지영이 소리쳤다.

“그만하라고...... 제발, 그만해.”


김승아가 흐느끼는 윤지영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괜찮아요, 소장님. 마음껏 울어요.”


윤지영의 어깨를 다독이던 김승아가 아랫입술을 깨물며 인상을 썼다.

이런 낯간지러운 말이나 행동은 자신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정말 짜증 나서 못 해 먹겠네.

마음 같아서는 윤지영의 뺨을 한 대 후려치고 싶었지만, 그런 마음은 가슴 깊숙한 곳에 묻어두고 지금은 어깨를 다독이는 것에 집중했다.


“아영이를 생각해서라도 힘을 내셔야죠.”

김승아가 나긋한 목소리로(여전히 인상을 쓰며) 말했다.





151.


윤지영과 한바탕한 김승아는 곧장 가드 서비스로 향했다.

급한 대로 윤지영을 설득하기는 했지만, 불안했다.


시도 때도 없이 실험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윤지영이였지만, 이번에는 뭔가 조금 달랐다.

진짜로 실험을 그만두려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앉으세요. 김 박사님이 어쩐 일로 저를 다 찾아오시고.”

김용남이 김승아를 반갑게 맞이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아주 중요한 일이에요.”


“저번에 말씀해 주신 것만큼 중요한 건가요?”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거예요.”

김승아가 새침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한 번 쓰다듬어 달라며 주인 발에 몸을 비벼대는 고양이 같았다.


김용남이 김승아의 표정과 행동을 보며 마음속으로 웃었다.

최상희를 제거하는데 김승아의 적절한 도움이 있었다.

그런데 이젠 스스로 첩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런 부류의 여자인 줄 알았으면 진작부터 이용할 걸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훨씬 더 중요한 거요?”


“그럼요. 훨씬 더 중요한 거예요.”

김승아가 콧소리를 내며 말했다.

“저번에 데려온 혜리라는 아이, 기억나세요?”


“네, 물론 기억하죠.”


“그 아이가 특별해요, 아주 엄청나게.”


“특별하다면, 어떤......”


“혜리의 피는 보통 사람들과는 달라요.”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고요?”


“음...... 어떤 거냐면요. 잘 들어봐요. 사람이 외상을 입거나 세포가 손상되면 이를 치유하는 물질인......”

전문용어를 곁들여 설명하려던 김승아는 김용남의 표정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쉽게 말해서, 우리는 상처가 나면 회복할 때까지 수일에서 수개월이 걸리는데, 혜리는 어떤 상처든 바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보통 사람과는 다른 세포 재생능력이 있어요.”


“어떤 상처든지요?”

김용남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네, 어떤 상처든지요. 최소한 혜리는 웬만한 상처로는 죽지 않아요. 더 쉽게 얘기하면, 부러진 뼈도 바로 붙어버릴 수 있을 정도라면 이해가 가시죠?”


김용남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잠시 김승아를 바라봤고, 김승아는 자신의 말을 믿으라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 혜리라는 아이의 피로 젊어지는 약을 만들 수 있다, 이 말인가요?”


“네, 백 퍼센트.”

김승아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살짝 웃어 보이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그럼, 드디어 실험이 성공하는 겁니까?”

김용남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네, 성공이 바로 코앞이에요.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문제요?”


“윤지영 소장이 혜리를 돌려보내려고 해요.”


“돌려보낸다고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갑자기 왜?”


“양심에 찔리는 거죠.”

김승아가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시도 때도 없이 징징대는 거 보면 아주 짜증 나 죽겠어요.”


“양심에 찔려서 실험을 접겠다는 건가요? 그동안 그 개고생을 했는데? 그것도 성공을 바로 앞에 두고?”

김용남도 화가 났다.

그동안 뒤치다꺼리한 걸 생각하니 순간적으로 열이 올랐다.


“아마도요. 이번에는 좀 세게 온 것 같아요. 많이 심각해요.”

김승아는 선생님에게 같은 반 친구의 잘못을 일러바치는 초등학생처럼 말했다.

“어떻게 하죠? 혜리가 없으면 실험도 끝이에요. 절대 돌려보내면 안 된다고요.”


“김 박사님이 정말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네요.”


“그러니까, 어떻게 하실 거냐고요?”


“돌려보낼 곳이 없어지면 어쩔 수 없이 계속 데리고 있지 않겠어요?”


혜리 문제는 자신이 잘 알아서 해결할 테니, 실험에만 전념하라고 김승아를 안심시키고 돌려보낸 뒤 김용남은 생각했다.


윤지영이 실험에 대해 양심에 가책을 느낀다는 것은 예전부터 얼핏 들어 알고 있었다.

김용남이 보기에도 윤지영은 천성적으로 마음이 약한 여자인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마지노선이라는 게 있는 법이다.

실험에 필요하다는 건 뭐가 됐든 다 가져다줬다.

어린애들 납치부터 살아있는 화인을 데려다준 것까지 해달라는 건 다 해줬다.


성공이 코앞인데, 이제 와서 그깟 양심의 가책 때문에 실험을 그만둔다고?

이게 지금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실험만 아니면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야. 언제든지 죽여버릴 수 있다고. 당신이 살아있는 이유는 단 하나야.”

김용남이 중얼거렸다.


그동안 고생한 걸 생각하면, 양심 따위를 들먹이는 윤지영을 그냥 확 죽여버리고 싶었다.

양심 같은 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지 않았던 그에게 윤지영의 마음을 이해하라고 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요구였다.


돌려보낸다고?

그럼, 돌려보낼 곳이 없으면 어쩔 건데?

김승아에게 말했던 것처럼, 돌아갈 곳이 없으면 된다.

김용남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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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제3부. 미래 - 11회 23.05.08 33 1 12쪽
84 제3부. 미래 - 10회 23.05.03 30 0 13쪽
83 제3부. 미래 - 9회 23.04.30 29 0 14쪽
82 제3부. 미래 - 8회 23.04.23 29 0 12쪽
81 제3부. 미래 - 7회 23.04.18 31 0 14쪽
80 제3부. 미래 - 6회 23.04.10 32 0 14쪽
79 제3부. 미래 - 5회 23.04.02 37 0 13쪽
78 제3부. 미래 - 4회 23.03.29 30 0 13쪽
77 제3부. 미래 - 3회 23.03.21 32 0 14쪽
76 제3부. 미래 - 2회 23.03.13 34 0 14쪽
75 제3부. 미래 - 1회 23.03.05 41 0 14쪽
74 제2부. 과거 - 11회 23.03.04 41 0 14쪽
73 제2부. 과거 - 10회 23.02.25 44 0 14쪽
72 제2부. 과거 - 9회 23.02.17 37 0 13쪽
71 제2부. 과거 - 8회 23.02.12 36 0 14쪽
70 제2부. 과거 - 7회 23.02.09 37 0 12쪽
69 제2부. 과거 - 6회 23.02.01 44 0 15쪽
68 제2부. 과거 - 5회 23.01.25 51 0 13쪽
67 제2부. 과거 - 4회 23.01.19 52 0 12쪽
66 제2부. 과거 - 3회 23.01.14 54 0 12쪽
65 제2부. 과거 - 2회 23.01.09 6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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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제1부. 현재 - 63회 23.01.03 6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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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제1부. 현재 - 60회 22.12.22 63 0 13쪽
59 제1부. 현재 - 59회 22.12.16 69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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