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메이커 : 회귀 따윈 필요없이 다 때려부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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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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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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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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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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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을 잠시 떠나다

DUMMY

“헌데, 형님. 제가 사실은 집 밖으로 나가본 적이 별로 없어서 조금은 무섭습니다. 왜, 침대 밖은 위험하다고들 하지 않습니까.”


백서준의 말에 백우성이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위험하기는 개뿔. 각성 4성이라는 경지는 딱지치기로 딴 것인가? 오히려 이놈이 세상에 위험하다!


“하하, 그런가?”


하지만 지금은 웃어야 했다. 백우성이 깔깔유머집을 정독하기라도 한 것처럼 웃어댔다.


“그럼... 그래서?”

“그래서 부임 날짜를 조금 미루고 싶습니다. 적어도 자리에 걸맞은 실력은 갖춰야 사람들을 부리기도 편하고, 대외적으로 면이 서지 않겠습니까.”


백우성이 이번에는 깔깔유머집을 재독한 것처럼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억지로 짓는 웃음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뚜렷하게 보였다.


이성일은 동영상의 화질도 잘 구분하지 못하는 막눈이라 연기가 너무 어색하지만 않으면 그냥 넘어가는 사람인데, 그에게도 심각하게 어색했다.

아무튼, 그의 저 형님은 배우 적성은 꽝인 것 같았다. 저래서는 연기로 밥 벌어먹기 힘들다.


“실력이 부족하다고...?”


목소리가 다소 떨리고 있었다. 이것이 자신을 놀리는 건지 아닌지 도무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그 나이에 각성 4성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기가 막힐 노릇인데, 실력이 부족해?


무슨 어디 미래의 수왕이라도 꿈꾸고 있는 건가?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은 장난이 아니다! 각성 3성까지는 그나마 편하다. 어디까지나 그나마기는 해도, 3성까지는 안간힘을 다해 올라갈 수 있다.


그 다음, 각성 4성부터는 노력보다는 운이 중요하다는 자조 어린 농담이 돌아다닐 정도로 올라서기 어렵다. 물론 미궁이 넓고 각성자는 많으니, 각성 4성의 각성자는 세상에 많다. 4성급 괴수는 훨씬 더 많다.


하지만 그건 미궁의 크기가 워낙에 크고, 이 탐욕스러운 곳이 집어삼킨 지상이 숫자로는 세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21세기 초, 세계에는 대략 3,381명 정도의 억만장자가 있었다. 절대적인 숫자만 보면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주위에서 억만장자를 찾아보기가 그리 쉽던가?


각성 4성은 그런 존재다. 각성 3성과 각성 4성의 경계를 흔히들 병목이라고 부른다. 여기서부터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이 로켓을 날리는 것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실력이... 부족해?”


인류제국에서도 각성 4성이라면 어딜 가서도 대우를 받는 실력자다. 전 미궁에서 알아주는 정도는 아니어도, 지역구에서는 나름 알아준다. 당장 천검 백한성부터가 이 지방에서는 거의 황제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지 않은가.


흑철광산의 총관 자리는 각성 3성이 부임해도 충분한 자리다. 그런데 뭐, 설마 죄수들이 폭동을 일으켜 자기 목을 딸 거라고 걱정하고 있기라도 하는 건가?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이성일의 피는 단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피웅덩이가 크게 하나 생길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해서, 잠깐 실력을 쌓으러 나들이를 다녀올 생각입니다. 이 아우가 몸 성히 돌아올 테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런데 이성일은 진심이다. 그는 정말로 백서준의 몸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이성일이 아니라 ‘백서준’ 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전폭적인 성장이 필수불가결한 수준이었다. 하긴, 이 소년은 원래 각성자도 아니었다.


남들은 폐관수련이니 뭐니 귀찮은 방식으로 힘을 쌓을 때, 이성일은 실전과 살육을 통해 힘을 축적한다.

그의 흡수 형질은 이미 진화할 대로 진화했으며, 이제는 굳이 죽이지 않아도 힘을 갈취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죽이는 것이 가장 빠르고 편하며 무엇보다 갈취하는 힘의 크기도 크다.


“하하, 우리 아우님이 큰 결심을 하셨구먼.”


이성일이 가겠다는데 백우성이 어떻게 말릴 수 있겠는가. 아니 그 이전에, 대체 왜 이 악귀가 떠나는 걸 제 손으로 만류해야 하겠는가.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속으로 욕을 퍼부으며, 백우성이 미소를 지었다. 잇몸까지 훤히 드러내며 지은 미소에, 이성일도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럼 부디 몸 성히 돌아오기를 바라겠네.”

‘절대 돌아오지 말아라. 제발!’


화기애애한 형제처럼 서로를 한 번 포옹하고, 이성일이 속삭였다.


“형님.”

“응?”

“노잣돈을 조금 챙겨주셨으면 하는데요.”


요구까지 해대는 이 뻔뻔한 놈을 보니 주먹이 울었지만, 주먹다짐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 아무튼 외할아버지는 멀고 백서준은 가까웠다.


할아버지가 오시기 전까지 그는 감히 백서준의 앞에서 오만할 수 없었다. 뒷배가 아무리 대단해도, 근본적인 실력이 부족하면 이런 수모를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 물론이고. 내가 우리 아우님 떠나는 길에 빈손으로 보낼 순 없지. 음!”


쌈짓돈을 탈탈 털어서 챙겨준 토큰을 흡족한 표정으로 챙긴 이성일이, 한번 더 인사를 하고는 그제야 떠났다. 이것이 그가 눈을 다시 뜬 이래 처음으로 강탈이 아니라 협상을 통해서 얻어낸 재물이다.


이 돈을 가지고 무엇을 할 거냐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성일 식 수련이란 산속에 틀어박혀 검이나 창을 연습하는 것이 아니니까. 천검 백가의 천검백팔식?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각성자도 종류가 있다. 자신의 형질 말고 ‘인자’를 활용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 공법을 만들어내고 수련하는 수련자가 그 한 부류다.


이성일과 같은 사람은 그런 길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형질을 계속해서 진화시키는 데 진심인 남자다. 그의 여덟 가지 형질도 처음부터 만능은 아니었다.

한계도 많았고, 제약도 많았다. 이성일이 성장하며 형질도 같이 성장한 지금에야, 아무런 불편함 없이 형질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 궁극에 오른 그가 백한성 따위가 만들어낸 공법이 뭐에 필요하단 말인가. 조금도 의미가 없다. 예식용으로라도 배울 생각이 없었다.


슈왓.


그가 가문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도 없이 뛰쳐올랐다. 사실, 말은 안 했지만 그가 떠나는 데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더 숨어있었다.


‘한심한 것들.’


지금까지 며칠을 기다렸다. 이성일은 내심, 천검 백가의 사람들에게 실망했다. 어떻게 대국적으로 볼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다들 현재에 안주하는 병신들이었다.


누구라도 좋으니 그를 찾아와서 충성을 바치겠다 맹세만 하면, 그 사람은 바로 이성일에게 중용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이성일에게는 사람이 없으니까!


딱히 사람이 절박한 건 아니라서 이성일이 먼저 나서서 사람을 모집하지 않기는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보여준 게 사람 잘 죽이는 게 전부니까, 이해는 한다.


하지만 천검 백가를 돌아보면서 출세하고 싶다고 중얼거리는 사람들과 강해지는 것에 욕심을 가진 사람들을 적지 않게 보았다. 그들 중 누구도 백서준이 강해진 비결에 관심이 없단 말인가?


정말로 강해지고 싶다면 두려움을 밀어내고, 이성일을 찾아와 그의 아래로 들어와야겠다 말해야 하지 않겠는가? 거절당하면 거절당하는 것이다. 그걸 두려워해서 찾아오지 못할 정도면, 큰일을 대체 어떻게 하겠는가.


위험 없는 기회는 없다. 있어도 사기거나 함정이다.

누구나 처음부터 강하지는 않았다. 이성일도 갓 각성자가 되었을 때부터 강했던 건 아니다. 이성일도 그랬는데, 다른 사람들은 더더욱 그러고 있을 것이다.


미궁에서 죽는 것보다 두려운 것은 힘이 없는 것이다. 힘이 없다는 것은 곧 생사가 내 손이 아니라 남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그 어떠한 존엄도 없다는 것이다.


백서준을 보면서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괴롭히는 데 동참했던 머저리들밖에 없는 곳이 천검 백가라면 정말로 통탄스러울 뿐이었다.


‘어디보자. 그 뱀들이 아직 그쪽에 있을까 모르겠군. 아직도 갈 곳이 없다면 아마도, 계속 그 자리에 있겠지.’


그러니까 백가의 모두는 사실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친 셈이다. 그들이 이성일을 찾아와야지, 이성일이 왜 그들을 먼저 찾아가는가.

물론, 유비는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제갈량을 초빙했다. 하지만 그건 그 당시에는 유비가 가진 것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누가 가진 것이 없는가? 이성일은 실력도 있고, 비전도 있으며, 대안도 있다. 그리고 천검 백가의 사람들이 제갈량의 반이라도 따라가는 인재였던가?


이성일은 인재도 아닌 사람들을 일일이 붙잡고 보험 파는 것처럼 나랑 일 하나 같이 하자고 꼬셔야 할 입장이 아니다. 그리고 이제 더더욱 그렇게 될 것이다.


이성일이 돌아올 때, 그는 정말로 많은 것들을 두 손에 짊어지고 올 테니까.






*****






이성일의 방에서, 정확히는 예전 백서준이 쓰던 작은 방에서, 신수경의 시체가 드디어 발견되었다. 미궁 구더기가 들끓은 다음에야 사람들이 피로 흠뻑 젖은 그 외딴 방을 발견했다.


예전이었다면 가문이 발칵 뒤집힐 일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모두가 다른 의미도 놀랐다. 고작 시체 한 구? 시체 더미가 없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이 사람이 그 재수없는 살수로군.”


백우성이 조소했다. 어떻게 운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있을까. 나름 사람 죽이는 데 전문가라는 년이 진짜배기 살인마를 만나 역으로 살해당하다니 말이다.


지금은 그 누구도 이성일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가주 백한성조차 그런데 누가 이런 일을 파고들려고 하겠는가. 알 만한 사람들은 신수경이 살수라는 걸 알아도, 모를 만한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이들은 가문의 하녀 중 누군가가 죽었겠거니 했다.


이런 일은 감히 파헤쳐 진실을 찾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찾아서 무슨 광명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니 다들 쉬쉬하는 사이에 소문만 퍼졌다.


악명은 그렇게 계속해서 높아만 갔고, 백우성을 위시한 사람들이 뒤에서 소문을 부풀렸다. 지금까지 이성일이 죽인 이들을 다 합치면, 물론 그 소문은 터무니없이 축소된 가짜 뉴스다. 풍선을 아무리 크게 부풀려도 어떻게 태양만큼 커질 수 있을까.


하지만 백서준의 몸으로 죽인 사람은 많아봐야 열을 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조금 넘을지도 모르지만, 소문에 의하면 이미 이성일은 백 명 이상을 자기 손으로 죽인 연쇄살인마였다.


이성일이 자리를 비운 지금, 이들 무리는 온갖 소문을 날조해 떠들어대고 있었다. 대내적으로도, 대외적으로도, 백가에 미치광이 살인마가 한 명 있다는 사실이 널리 퍼졌다.

그것으로 이성일의 평판에 타격을 입힐 계획이었겠지만, 이성일이 알았다면 코웃음만 쳤을 것이다.


백 명이라고? 이왕 부풀리는 것, 좀 더 부풀려 만 명이라고 하지 그랬을까? 어차피 금방 채우고도 남을 텐데 말이다. 미궁은 피를 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정점에 선 이성일과 같은 존재가 얼마나 많은 피를 보며 살아왔을지, 그들 무리는 꿈에라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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