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만 대면 인생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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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9.0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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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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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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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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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손만 대면 인생 대박 12화

DUMMY

'예상대로 성공운이 흐릿하네.'


혜라가 의자에 앉자, 머리 위로 떠오른 초록색 성공운.

그게 마치 꺼져가는 불씨처럼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인생은 운칠기삼이라 했던가?

역시, 이렇게 연기를 잘 해도 운이 없으면 힘들구나.

훈혁은 가볍게 혀를 차며, 일단 머리부터 만지기 시작했다.


'일단 행운은 배제. 머리만 생각하자.'


사각─


어깻죽지까지 내려오는 혜라의 머리.

그 긴 머리칼을, 훈혁이 과감하게 잘라냈다.

바닥에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혜라의 눈이 크게 뜨였다.


"지, 진짜 자르는 거야?"

"그럼 가짜로 자르냐?"


숏컷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헤어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만큼 디테일이 중요하다. 한끗 차이로 분위기가 갈리니까.


사각─ 사각─


뒤통수 밑단을 짧게 치고, 그 위로 서서히 볼륨을 채워준다.

봉긋한 형태를 만들기 위해.

훈혁의 커트에, 어느새 목 선이 훤히 드러날 정도로 짧아진 머리.


"괜찮은 거 맞지···?"


혜라는 자신의 앞에 있는 전신 거울을 연신 쳐다보며 말했다.

아주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훈혁은 걱정하지 말라며, 묵묵히 커트에 집중했다.

그러면서 입 끝이 서서히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의심이, 곧 확신으로 바뀔 테니까.


슥.


뒷머리를 끝내고, 이제는 옆머리.

구레나룻을 짧게 치되, 귀 뒤로 넘길 수 있는 기장으로 자른다.


'귀 라인을 파면 중고등학교 남학생처럼 보이니까.'


또한, 옆머리를 조금 남겨두면 얼굴 선이 짧아 보인다.

파마나 특수한 시술을 하는 게 아닌 만큼, 이런 작은 차이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앞머리.'


지금 혜라는 앞머리를 길러서 옆으로 넘기고 다닌다. 이마가 훤히 드러나도록.


쓰악─


과감하게 잘라준다.

기장은, 내리면 눈에 닿을 정도.

하지만, 어차피 볼륨을 넣으면 머리가 말려 올라가기 때문에 지금이 딱 적당하다.


'이제 칭얼대는 것도 멈췄군.'


훈혁은 거울에 비친 혜라의 표정을 봤다.

처음의 불안하던 낯빛은 온데간데 없다.

오히려 어떤 기대감까지 비쳤다.

완성되진 않았지만, 딱 봐도 자신의 인생 머리인 걸 아는 거겠지.


"머리 감고 다시 와."

"넵! 디자이너 님!"


어느새 호칭이 '야' 혹은 '너'에서 디자이너로 바뀌었다.

훈혁은 피식 코웃음을 쳤다.


*


혜라는 화장실에 들어왔다.

머리를 감기 전,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뜯어보듯 쳐다봤다.

다소 센 인상인 그녀의 얼굴.

거기에 숏컷까지 하니, 마치 패션 업계에 종사하는 깐깐한 언니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머리 좀 했다고 이렇게 바뀌나?'


훈혁의 말대로, 숏컷은 자신의 인생 머리가 될 것만 같았다.

물론, 머리를 감고 마무리 커트까지 받아봐야 아는 거지만.


'걔는 디자이너 단 지 얼마나 됐다고···.'


어느새 자신보다 훌쩍 앞서가, 어엿한 사회인이 된 거 같은 훈혁의 모습.

혜라는 왠지 모를 존경심과 열등감을 동시에 느꼈다.


'나도··· 꼭.'


이번 오디션이 마지막이다.

훈혁이가 이렇게까지 해줬는데, 반드시 붙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머리를 감고 다시 방으로 향했다.


*


"어때, 머리 괜찮은 거 같아?"


훈혁이 배실배실 웃으며 물었다.

하긴, 답은 이미 정해져 있지. 눈이 달렸다면 나쁘다고 할 수 없는 머리다.

그만큼 잘 어울린다.


혜라는 민망한 듯 헛기침을 큼, 하더니 대답했다.


"뭐, 나쁘지는 않네."


하여튼. 솔직하지 못하다.

훈혁은 그런 혜라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저 정도면 거의 극찬인데?'


그렇게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스타일링을 하기 시작했다.


위이잉─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려준다.

혜라의 모질은 생머리. 하지만, 맡은 배역은 터프한 스파이.

훈혁은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며, 일부러 머리를 움켜쥐었다.


"음? 머리를 왜 헝크러뜨리는 거야?"


혜라가 궁금한 듯 묻자.


"이래야 거친 느낌이 살아나니까. 네 배역에도 잘 맞고. 너도 내가 하는 거 보고 나중에 따라해."


훈혁은 상식을 말하듯 간단히 대답했다.


머리를 다 말린 후, 에센스를 콩알만큼 짜낸다.

뒷머리부터 털어주듯 발라준다.


그 후, 앞머리에 그루프를 말아서 따뜻한 바람을 조금 쐬어준 후 풀어줬다.

가르마 방향대로 자연스럽게 옆으로 넘겨주면·····


'완성.'


혜라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가볍게 휜 눈꼬리는 만족을 나타냈다.

하지만, 훈혁은 가장 큰 고민이 남아있었다.


[퀘스트 완료!]


-보상 1: 행운을 디자인 할 수 있습니다.

-보상 2: 이혜라의 매력 수치가 10 상승합니다.


'일단 퀘스트는 완료했다.'


딱 맞는 머리라는 뜻이겠지.

그런데 행운을 디자인 할 수 있다는 건 대체·····.

훈혁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건드려보기라도 할까?'


훈혁이 가위로 혜라의 성공운을 톡 건드린 순간.


사아악─


초록색 성공운이, 혜라의 옆에 있는 두상 홀로그램에 옮겨붙었다.

그러더니, 이내 머리카락처럼 변한다.


적막이 내려앉았다.

아까부터 째깍거리던 시곗바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훈혁의 시야가 좁아지며, 이 공간에 훈혁과 두상 홀로그램만 남은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시간이 무한히 팽창한 것처럼.


'뭐, 뭐야 이건.'


훈혁은 당황했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게 새로 얻은 능력인, '행운 스타일링'이라는걸.

그게 아니라면 설명이 안 되는 상황이니까.


'그렇다면···.'


지금 나보고 이걸 자르라는 건가?

훈혁의 눈앞에 있는 두상 홀로그램.

그건 어느새, 혜라의 성공운이 완전히 전이돼 사람의 머리카락 같은 형태를 띠고 있었다.

다만, 신경 쓰이는 게 있다면.


'이거 머리가 왜 이렇게 지저분해.'


행운으로 이루어진 머리카락이 굉장히 지저분했다.

흡사 관리를 받지 않은 삽살개처럼.

아마 이걸 예쁘게 자르라는 거겠지.

생각을 끝마치기도 전에, 훈혁의 손이 자연스레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욱─


훈혁의 가위질에, 연기가 잘려나가듯 떨어져 나가는 행운.

별다른 요령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인류를 통틀어 행운을 스타일링 하는 건 훈혁이 최초일 테니까.

교본 또한 없다.

하지만, 익숙하게 손이 움직인다.

훈혁은 그 흐름에 몸을 맡기고 커트를 계속 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점점 형태를 갖춰가는 성공운. 마치, 훈혁이 방금 시술한 숏컷처럼 변해갔다.

그리고.


"혁····· 야, 채·····."


음? 뭔 소리야. 야채?


"야! 채훈혁! 왜 멍 때리냐고!"


어?

다시 초침이 째깍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시야가 넓어진다.

다시금, 혜라의 모습과 방의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잠시 정신을 잃었던 건가?'


그렇게 여기며, 혜라의 머리 위를 살폈는데.


'행운이 커졌어?'


분명 미약했다.

언제 흐트러져 사라질지 모를 만큼.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한여름 같은 짙은 녹색이 머리 위에 자리하고 있다.


'설마 아까 그거 때문에?'


새로운 능력의 영향임이 분명했다.

혜라는, 어안이 벙벙한 채 있는 훈혁을 올려다봤다.


"만약 이번 오디션 잘 되면··· 밥이나 한 번 사줄게."

"····· 그래?"


훈혁은 잠시 상념에 잠기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 밥 살 준비 해라."


혜라의 성공운이 찬란히 빛나고 있었으니까.

여태 억눌렸던 설움을 폭발시키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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