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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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란
작품등록일 :
2022.09.05 22:58
최근연재일 :
2023.05.01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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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1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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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6)

DUMMY

"고정아. 너를 홀로 구령산에 보내려니 마음이 편치 않구나."


"걱정 마세요, 신유님.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네 나이 사십에 3단계 경지의 끝을 달리고 있으니, 너를 못 믿는 건 아니다만.."


신유는 고개를 숙인 고정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신유의 걱정은 고정이 약하기 때문이 아니라, 신들이 강하기 때문이었다. 고정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신들의 영역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니까.


"고정아. 명심하거라. 신들을 만나면, 아니 신의 기운이 한 자락이라도 느껴진다면 당장 피하거라."


"예, 신유님."


고정의 대답에도 신유는 걱정을 놓지 못해 말을 이어갔다.


"신들은 기운의 '증폭'을 '초월'이라 부른단다. 왜 그리 칭하는지 아느냐?"


"모릅니다."


"너도 그랬듯이 사람이 기운을 각성하게 되면 그 기운을 더욱 증폭하기 위해 수련을 해야한다. 하지만 신들에게는 증폭의 경지가 숨쉬듯 자연스러운 것이란다. 그리하여 신들은 '증폭'이란 표현을 쓰지 않고 '초월'이라 칭한단다."


"우월 의식 같은 건가요?"


고정의 물음에 신유가 살풋 웃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고정아. 네가 신의 증폭을 보게 된다면 단순한 우월의식에 의한 명칭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네.."


"그러나 궁금하다 하여 신들과 대면하지 말고, 신들은 무조건 피하거라. 알겠느냐?"


"명심하겠습니다."


신유는 고정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 날이, 고정이 구령산 담당을 지명받은 날이었다.


해일처럼 거대하게 덮쳐오는 초련의 기운을 바라보며 고정은 그 날의 신유의 말이 떠올랐다.


'죄송합니다, 신유님..!'


고정은 화홍과 광율을 지키기 위해 전력으로 기운을 펼쳐 결계를 펼쳤다. 그러나, 자신의 힘으로는 몰려오는 기운을 막을 수 없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야!!! 이 미친 매생이년아!!!!!!! ------"


쩌렁쩌렁한 홍의 외침은 초련의 기운이 이들을 덮치자 뚝- 하고 끊겼다.




'음...?'


눈을 질끈 감았던 홍은 아무런 고통이 느껴지지 않자 살포시 눈을 떴다. 이리저리 둘러보니 고정과 광율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눈 앞에 초련은 방금전까지 흥분하던 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여유롭고 우아한 자태로 서 있었다.


찢어졌었던 초련의 옷은 어느새 말끔히 복원되어 있었고, 몸에 상처도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다 타버려 부서졌던 초련의 부채도 멀쩡한 모습으로 초련의 손에 들려 있었다. 초련은 접힌 부채의 끝으로 자신의 턱을 받친 채로 한 숨을 내쉬었다.


"다들 이제 알겠나요? 당신들과 나의 차이를?"


"....."


초련의 말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초련의 압도적인 기운을 목도했기에 다들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그만 깝치고 말 좀 쳐 들어요. 뒤지고 싶지 않으면."


초련은 짜증을 숨기지 않았다. 초련은 폭신한 의자에 우아하고 나른한 자태로 앉았다. 초련이 몸을 기댄 의자는 거대한 크기였는데, 초련이 앉기 전까지는 그 의자의 존재를 누구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물의 인지가.. 낯설군..'


귀에 물이 찬 듯 멍멍한 느낌이 들었다. 머릿 속에 안개가 낀 듯 생각이 희미한 빛을 띄는 것 같았다.


"다들 괜찮은가?"


몸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느끼며, 고정은 광율과 홍을 돌아보았다. 광율의 안색은 썩 좋아보이지 않았지만 광율은 괜찮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지? 진짜 뒤지는 줄 알았는데 멀쩡하잖아?"


홍은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뒤적였다. 홍은 자신의 상태가 괜찮은 것을 확인하자 초련을 노려보았다.


홍과 눈이 마주친 초련은 눈썹을 씰룩였다. 마치 '네 까짓게 뭐 어쩔건데?'라고 말하는 듯한 오만한 표정이었다. 초련의 도발적인 표정에 홍은 성질대로 버럭 지르지 못하고 화를 참았다. 자존심은 상하지만, 초련의 실력과 자신의 차이를 여실히 체감한 탓이었다.


"흥- 조용하니 딱 좋네요. 처음부터 이랬으면 좀 좋아요?"


초련은 투덜거리며 허공에 손짓을 했다. 곧 초련의 옆으로 무현이 갇혀있는 투명한 구가 나타났다.


"무현!!"


광율의 외침이 전혀 들리지 않는 듯이 무현은 깊은 잠을 자는 것처럼 보였다.


"어?!"


광율은 곧 무현의 변화를 눈치챘다. 피투성이에 만신창이였던 무현의 상태가 말끔히 회복되어 있었다. 찢겨진 옷을 제외하고는 전투의 흔적은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이제 알겠나요? 저는 처음부터 여러분과 싸울 생각이 없었어요."


"그럼, 무현이는.."


광율의 말에 초련의 입가가 짜증으로 씰룩거렸다.


"다짜고짜 끈질기게 덤비는 바람에 기절시키는 수 밖에 없었다구요! 보다시피 치료를 위해서 이렇게 넣어둔거구요! 이제 좀 이해가 가시나요?!"


초련은 무현과의 전투를 떠올리는 것 만으로 지긋지긋했다. 때려도, 때려도 계속해서 일어나 덤비는 무현때문에 초련은 이성을 잃고 말았었다. 결국 무현을 기절시키고서야 전투는 종료가 되었고, 무현의 상태는 초련이 봐도 죽기 직전이었다. 그대로 죽게 놔 둘수는 없었기 때문에, 자비를 베풀어 특별히 집중치료를 해주었건만 동료란 것들이 나타나서 다짜고짜 또 공격을 하지 않나.. 무현은 달콤한 환상을 보고서도 지랄, 무현의 동료들은 무현을 치료해 주는데도 지랄. 초련의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이었다.


"정말 하나같이..!! 약해 빠진 주제에 말 보다 주먹이 앞서는 건 누구한테 배운거에요?!"


초련의 미간이 짜증으로 잔뜩 구겨졌다. 초련은 가볍게 손짓하여 무현이 갇힌 구체를 고정의 앞으로 보냈다. 투명한 구체가 고정의 앞에 서자, 초련은 손가락을 튕겼다.

곧, 무현을 가두고 있던 구체가 사라졌고 의식이 없는 무현의 육체가 무너지듯 휘청였다.


"어..!"


광율이 반사적으로 쓰러지는 무현을 붙잡았다.


"크헉!!"


그러나 무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광율은 무현에게 깔려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야!! 이 근육 돼지가!!"


무현의 밑에 깔린 광율은 일어나기 위해 바둥거렸지만 무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퍽-!


"일어나!! 이 돼지야!!"


광율은 무현의 등을 주먹으로 때렸다. 그 때, 무현의 눈꺼풀이 흔들리며 의식이 돌아왔다.


".... 광율 선배?"


"윽.. 인사는 나중에 하고 일단 좀 나오지?"


무현은 자신이 광율이 깔고 바닥에 엎드러진 것을 알아채고 몸을 일으켰다.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무현은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 정신이 몽롱했다. 분명 초련과 전투를 하고 있었는데, 중간부터 기억이 나질 않았다.


혼란스러운 무현의 시야에 팔짱을 끼고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초련이 보였다.


무현은 빠른 속도로 검을 형상화하여 전투 자세를 취하였다.


"저거 저거.. 쯧쯧.. 아주 그냥 뒤지게 말을 안들어요"


공격자세를 취한 무현을 보고 초련은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만해라, 무현아."


고정의 말에 무현은 정신을 차렸다. 초련밖에 보이지 않던 무현의 시야에 고정과 광율, 화홍이 보였다.


"선배.. 여긴 어떻게.."


"고생했다 무현아. 내가 너를 초련에게 보내는 바람에.. 너를 잃을 뻔 했구나."


고정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침통한 고정의 표정을 보아 그가 얼마나 자책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 저 자가 초련입니까?"


고정이 말을 들은 무현이 초련을 노려 보며 물었다.


"그래. 내가 초련이다 이 시밤바야."


초련은 턱을 괴고 앉아 발 끝을 까닥거리며 불량스럽게 대답했다.

건방진 것들이 함부로 이름을 부르고 지랄이야. 이 놈이고 저 놈이고 아주 예의를 밥말아 쳐먹었나. 초련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무현과 일행들을 노려보며 궁시렁거렸다.


초련이 음침하게 노려보든 말든 고정은 무현에게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어쩌다 초련과 싸우게 된거냐? 초련은 너와 싸울 생각이 없었다고 하는데."


무현은 기억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미율과 방룡선배가 사라진 지점에서 결계를 발견습니다. 결계가 수상하여 부수려하니 어떤 남자가 나타나 막았습니다. 그와 싸우던 도중 저 자가 나타났고.. 저 자의 기운을 이기지 못해 정신을 잃었던 것 같습니다."


기운을 이기지 못해 정신을 잃었다는 말을 할 때 무현의 목소리는 한껏 낮아졌다. 자신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한 모양 이었다. 무현의 성정을 아는 고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히 무현의 설명을 기다렸다.


"... 정신을 차려보니, 과거의 기억 속이었습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서야 꿈인 것을 깨닫고 그 곳에서 나왔습니다. 꿈을 깨고 나와보니 이 곳이었고, 저 자와 다시 전투하는 중에... ....또 다시 기절을 한 것 같습니다.."


설명을 할수록 무현의 목소리는 더욱 낮아지고 작아졌다. 증폭된 초련의 기운을 정면에서 맞았던 고정은 무현의 패배가 납득이 되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노력하는 무현에게 그 패배가 얼마나 쓰라린지도 이해가 되었다.


고정은 아무말없이 한껏 고개를 숙이고 있는 무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고정은 무현의 어깨 너머로 뾰로퉁하게 앉아있는 초련을 쳐다보았다.


"당신 말처럼 무현이 다짜고짜 덤벼든 건 아닌 것 같은데?"


"먼저 결계를 공격한 건 그쪽이거든요?"


초련은 어이없다는 듯 콧웃음을 쳤다.


"그쪽이 먼저 우리 동료들을 데려간건 아니고?"


고정의 물음에 초련은 움찔했다. 초련은 자신도 모르게 고정의 눈을 피했다.


"그...건..."


"그 쪽 동료들이 먼저 초련님의 영역을 침범한 것입니다."


궁지에 몰린 초련을 대신해 강언이 대답하였다.


"그렇다는 것은 당신들이 우리 동료들을 데리고 있다는 거겠군"


"어.. 말이 그렇게 되나요?"


강언이 멍한 얼굴로 대답하자, 옆에 있던 초련이 강언을 노려보았다. 초련의 눈빛을 느낀 강언은 조용히 두 발자국 뒤로 빠졌다.


"어쨌든! 당신들이라도 진작 이렇게 대화를 했으면 그 개지랄을 하지 않았어도 됐잖아요! 도대체 신유에게 어떻게 지도를 받았길래 하나같이 달려들고 보는지!"


"당신이 무현이를 그토록 처참하게 공격하지 않았다면 없었을 오해였소."


"아니! 그건 쟤가 먼저 공격한거거든요?!"


초련은 억울한 표정으로 무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무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초련의 말에 반박했다.


"멋대로 제 기억을 읽고 이상한 환상속에 가두지 않았다면 덤비지도 않았을 겁니다."


"하?! 아니 그래서 피해본거 있어요?! 저는 가장 보고 싶은 것을 보여준 자비를 베푼라구요!"


"상대의 동의도 없이 납치해서 갑자기 환상속에 가두는 것을 당신은 자비라고 말합니까? 애초에 당신이 우리 동료들을 납치하지 않았다면 이런 개지랄도 없었겠죠."


무현은 초련의 말을 그대로 돌려주며 반박했다. 무현의 말에 바로 응수할 말이 떠오르지 않던 초련은 한참을 무현을 노려보다,


"...... 췌!!!"


단단히 삐져버렸다. 초련이 고개를 팽 돌려버리자, 두 발자국 뒤에 있던 강언이 초련의 앞으로 나와 멋쩍게 웃어보였다.


"본의 아니게 피해를 끼친 것에 대해서는 제가 대신 사과 드립니다."


강언의 재빠른 태세전환에 순간 아무도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자, 그럼 사과했고 받았으니 이제 차분히 대화를 나눠볼까요?"


강언은 노련한 집사처럼 허리를 숙이고 손을 뻗어 자리로 안내했다.

어느새 초련 앞에는 동그란 식탁이 있었고, 사람의 숫자만큼 의자와 찻 잔이 준비가 되어 있었다.


"뭐야.. 이게 다.."


홍은 빠르게 돌아가는 상황을 쫓아갈 수가 없었다. 뭐야, 다 언제부터 준비되어 있던 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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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출전 (3) 23.03.20 25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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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각성 (7) 23.01.12 4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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