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도깨비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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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바닐라
작품등록일 :
2022.09.10 16:20
최근연재일 :
2023.01.26 16:39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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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5
추천수 :
48
글자수 :
125,500

작성
22.11.1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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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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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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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장 마지막화.

DUMMY

“이곳이니라.”


30분 정도를 걸었을까, 제자리에서 멈춘 단장의 손가락 끝에는 자그마한 마을 하나가 있었다. 마을은 대부분 초가집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가운데로 흐르는 강을 따라 넓게 퍼져있는 밭과 마을 외곽에 동, 서, 남, 북으로 세워져 있는 동그란 방어탑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우리의 일은 방어탑 외곽의 숲 쪽을 경계하는 일을 맡을 게다. 일단 주막에서 끼니부터 해결하자꾸나.”

“네!”


마침 배고팠던 우리는 단장의 말에 힘차게 답하곤 그의 뒤를 따라 주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단장이 추천한 주막은 다소 아담한 크기였는데, 상은 총 6개가 있었고 이미 3곳은 손님들로 채워져 있었다. 상 위에는 비가 올 때도 먹을 수 있게끔 천막으로 하늘을 가려주고 있었고, 주막 주위로는 경계를 나눠주는 담장이 쳐져 있었다.


우리는 얼른 상 하나를 잡아 5명이서 둘러앉았다. 그러자 주막 주인이 주문을 받기위해 슬그머니 우리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단장은 주인이 오자마자 품속에서 마패를 꺼내며,


“국밥 5개로 부탁합세.”


라고 말하자 주막 주인은 흔쾌히 우리에게 무료로 국밥을 제공해 줬다. 아무래도 영멸청 단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받는 혜택 중 하나인 모양이다.


그렇게 맛있게 국밥을 먹던 와중, 일에 대해 궁금증이 생긴 한량이 먼저 단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럼 저희는 하루에 경계 작전을 얼마나 하는 것입니까?”

“마을 내부는 상시 경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매일 정해진 지역만 두 바퀴씩 돌면 되느니라. 관례로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돌고 있지.”

“아하...”


단장은 주위를 한 번 흩어보고는,


“오(午)시는 넘은 것 같으니 오늘은 한 바퀴만 돌고 복귀 하는 것이 좋겠구나.”


라며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말해주었다.




***




그렇게 우리는, 단장의 주도 하에 일주일 동안의 시간동안 똑같은 경로를 따라 경계 작전을 계속했다. 마을 정문을 나와 숲 안으로 들어간 뒤, 능선을 따라 마을의 오른쪽 부분을 주기적으로 순찰하는 일을 맡았는데, 단장이 말하기로는 왼쪽에는 12영멸단 단원들이 경계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일이 끝나고 난 뒤 기숙사 방 안으로 들어가면 매일 같은 양의 엽전들이 놓아져 있었는데, 그 양은 10닢으로 많지는 않았지만 매일 점심은 국밥집에서 무료로 해결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 듣자하니 품계가 올라갈수록 급료의 양도 늘어난다고 하니, 우리는 별 불만 없이 매일같이 경계 작전을 해내고 있었다.


“오늘은 색주가나 한번 가 보자고. 다른 단원들이 추천해 준 곳이 있는데 그 곳에서 파는 청주가 그렇게 맛있더래!”


평소와 다름없이 마을 주위를 돌고 있는 우리들. 돌연 한량이 석오의 어깨에 팔을 올리며 말했다.


“하긴, 내일은 휴일이니까... 넌 어떡할래?”


한량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석오는 나를 보며 질문을 던졌다. 참고로 마을 외 경계작전을 맡고 있는 우리는 매주 일요일마다 휴일을 받았었는데, 오늘이 바로 그 전날인 토요일이었던 것이다.


“음, 색주가는 가본 적이 없어서... 너는?”


손님에게 술과 색을 겸하여 파는 곳인 색주가는 가본 적이 없던 나였기에, 다른 이의 의견을 구하고자 랑이에게 물어봤다.


“... 네가 간다면, 나도 못 갈건 없지.”

“그래?”


예상외로 담담하게 답하는 랑이. 나는 머리를 긁으며


“어떡하지...?”


어째야 할지 연신 고민하고 있었다. 색주가는 내 성격과 맞지 않는 곳으로 여겨 가고 싶지 않았던 나였지만, 단원들이 모두 간다고 하면 '한번쯤은 가볼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심 깊은 고민에 빠져있던 찰나,


“정지!”


오른쪽 팔을 휘두르며 우리의 거동을 멈추는 단장. 잡담을 나누던 우리는 서둘러 그의 지휘 하에 몸을 잔뜩 낮췄다.


“무슨 일인가요?”

“... 도깨비의 기척이 느껴지는구나.”


화들짝 놀란 랑이의 질문에, 단장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답했다. 아무래도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의 말에 잔뜩 동요된 우리는 휙휙 고개를 돌려가며 주위를 둘러봤지만, 우리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석오는 단장의 명령이 일종의 착오였다고 생각했는지 수그리고 있던 몸을 피곤 웃으며 말했다.


“도깨비요? 에이... 일주일 동안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있을리...”


그 때였다.


챙-


재빠르게 석오의 뒤편으로 검을 내지른 단장. 무엇인가에 부딪힌 듯 엄청난 파열음이 주위로 퍼져나갔고, 깜짝 놀란 석오는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어버렸다.


“호오... 빠르구나.”

“저, 저건...!”


단장이 내지른 검 끝은, 석오의 목덜미를 쥐려고 했던 도깨비의 손끝에 향해 있었다. 도깨비는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었는데, 길고 하얀 백발에 빨간 눈, 위 아래로 길게 돌출된 이빨들, 그리고 인간과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만약 머리를 올린 채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다면, 이 생명체가 도깨비인지는 전혀 몰랐을 정도로 도깨비의 언어 구사 능력 역시 뛰어났다. 도깨비는 단장이 자신의 공격에 반응한 단장이 흥미롭다는 듯 조소를 띠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들, 정신 차리거라! 적어도 중중등 이상의 도깨비로 보이니까!”

“중, 중중등?!”


촤아악-


날카로운 단장의 외침에 서둘러 검을 뽑고 도깨비를 향해 겨눈 우리. 단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만났던 그 어느 도깨비보다도 강한 녀석임에는 틀림없다.


“어, 어떡하지?”


예상치 못한 강한 적의 등장에, 벌벌 손을 떨기 시작한 우리. 다들 난생 처음으로 '죽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든 모양이었다. 항상 무표정을 유지하던 단장 역시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챙-


도깨비는 가소롭다는 듯 단장의 검을 휙 뿌리치곤 순식간에 나뭇가지 위로 올라가 우리를 내려다보더니,


“크, 크크크크크크크큭”


소름끼치는 웃음소리로 우리를 연신 비웃어댔다.


“다, 단장... 어떡하죠?”

“다들, 정신 똑바로 차리고 각자 몸을 지키는 것을 우선시 하거라. 처리하는 것은 내가 맡을 테니.”

“아, 알겠습니다!”


다시 한 번 우리에게 주의를 준 단장은 도깨비를 향해 검을 겨누고 있었고, 처음 조우한 강적에 잔뜩 긴장한 우리는 침을 꼴깍 삼키곤 단장과 같이 검을 치켜들고 있었다. 장난끼 가득했던 석오 역시 굳은 얼굴을 한 채 도깨비를 잔뜩 노려보고 있었다.


그렇게 영멸청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그것도 중중등 이상의 도깨비와, 첫 전투가 일어나게 된 것이다.


작가의말

갑작스럽게 일이 생겨 업로드가 늦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1장은 이번 화를 마지막으로 하고자 합니다. 2장 시작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꼭 이어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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