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세계 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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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킴
작품등록일 :
2022.09.16 23:53
최근연재일 :
2022.10.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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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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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늦으리(1)

DUMMY

한국대학교에서의 강연이 있던 날.

난 그날 그렇게 기다렸던 김윤환을 만났고, 그렇게 또 한 달이 지났다.


난 한 회사를 이끌면서 많은 아티스트들을 발굴했고, 또 데뷔를 시키는 족족 성공을 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성공을 한 덕에 대학교의 강연자로 나서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내 나이는 현재 17살.

회사의 운영도 중요했지만, 학생의 본분도 지켜야 하는 나이이기에 고등학교로 등교를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회귀를 하고 다시 겪는 학창시절. 회귀를 했다고 학창시절이 딱히 다를 건 없었다. 선생님이 숙제를 내면 해야 하고, 시험을 본다고 하면 빡세게 시험도 봐야 한다.


다만.


‘헉···오늘도···.’


등교를 하자마자 발견하는 건 내 책상위에 쌓여진 선물과 분홍색 편지들.


“참 나, 아주 연예인 납셨구만.”

“야! 부럽냐? 그럼 너도 저 녀석처럼 잘생기게 태어나거나, 그것도 아님 국민학생 때부터 회사 오너가 되거나 했어야지.”


그리고 복도를 지나가며 나를 흘끗 흘끗 보는 남자 선배들의 수근거림.

나의 유명세로 인해 맘 편히 학창시절을 보내는 건 이미 물 건너 갔지만, 회귀 전 내 인생까지를 통틀어 여학생들에게 각종 편지와 선물공세를 받아 보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물론 남학생들의 보이지 않은 질시와 따가운 눈총이 고역이라면 고역이지만 솔직히 나도 사람이기에 기분이 좋은 건 어쩔 수 없는 일.

그것은 내 유명세도 유명세지만 바로 안현의 모델 뺨치는 외모와 기럭지를 가진 덕택이기도 했다.

이는 회귀 전의 개망나니 안현에게 유일하게 고마운 점이었고 말이다.


이렇게 학교생활을 하고, 하교를 하면 나는 다시 회사로 출근해야 했다.


“캬~. 엔터테인먼트사라! 마치 타이지와 아이들 만큼이나 혁명적인 이름이라니까요!”


사무실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나와 마주하고 앉아 떠들어 대는 사내의 이름은 김윤환.


한 달 전, 한국대학교의 강연을 마치고, 내가 준 명함을 받아 든 그는 조금은 고민하는 척 하다가, 내게 악수를 청하였다. 내가 제의한 취업 제의에 응한다는 뜻으로.


“형님. 또 비뚤게 접혔잖아요. 정신없으니까 그만 좀 떠드시고 속지 접는데 집중 좀 하시죠.”

“비뚤게 접긴요. 혹시 대표님의 눈이 비뚤어지신 거 아닙니까?”


그렇게 현 엔터테인먼트의 일이라면 그 어떤 허드렛일이라도 발벗고 나서는 김윤환.

그는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만이 입학을 할 수가 있다는 한국대학교 철학과 1학년인 23세 청년이다.


“휴. 저번에 접으신 여성 듀오 ‘핑크 레이디’ 속지는 정말 로봇이 접은 것처럼 정밀하게 하시더니···.”

“아니, 대표님. 그걸 왜 그렇게 연결하십니까? 사람 참 이상하게 만드시네. 제 인생 좌우명이 뭔지 아십니까? 여자 알기를 돌같이 봐라란 말입니다.”

“그런 사람이 만날 핑크 레이디 멤버 연습실로 찾아 가서 퇴근하고 술이나 한잔하자고 찍접대십니까?”

“······.”


내가 10대란 이유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라 평가절하하는 뮤직 비즈니스 판. 그런 분위기에서 그래도 대표 대접을 해준답시고 꼬박꼬박 존댓말로 대해주는 참 고마운 23살 병장 만기 제대한 복학생 형이지만, 일할 때마다 사사건건 항상 내 머리 꼭대기를 올라오는 게 이 형의 함정이라면 함정이었다.


“참. 대표님. 그 친구 분 어머니한테 선물은 드렸나요?”

“아니, 아직이요. 한사코 안 받으시려 하네요.”

“아니, 왜요?”

“저 보고 천하에 똘아이라면서 등짝 스매싱을 날리셨거든요.”

“왜요? 무슨 잘못이라도?”

“5년 전, 타이지와 아이들로 거둔 수익으로 차 한 대 뽑아드렸더니···.”

“차요?”

“네, 친구 어머니가 트럭으로 청과물을 파시거든요. 그런데 트럭이 너무 낡았길래 신차로 뽑아드렸더니, 부담이 크셨나봐요.”

“오오···. 5년 전이면 대표님이 5학년 때? 12살 짜리가 해주는 자동차 선물이라. 부담스럽긴 하시겠네요. 그런데 다음에도 또 선물을 주실 거라면서요? 다음엔 뭘로 주실 건데요?”

“개포동 현진아파트요.”

“오오···. 아파트요? 역시 스케일이 남다르셔. 근데 아무리 절친한 친구라도 왜 유독 그 친구 어머니께 과한 선물을 하시려는 거예요?”

“뭐, 그건 사연이 좀 있어요.”


김윤환.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교에 입학한 재원임에도 어딘가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한 그에게 나의 회귀 전 엄마와의 일까지 속속들이 아는 이유는 사실 따로 있었다.


‘회귀 전 나와의 인연이 있었던 인물이었지.’


누구보다도 난 그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니, 그런데 형. 형은 아직 1학년이니까 수업은 충실히 받고, 저녁에만 나오라고 했는데 왜 학교는 안 나가고 만날 아침부터 출근이세요? 이러다 또 제적당하시겠어요.”

“한국대학교 철학과란 타이틀. 저에게는 그저 껍데기일 뿐입니다. 제적이 되든 말든 전 이곳 현 엔터테인먼트사에 뼈를 묻을 거라고요. 그런데 또 제적이라뇨? 전 아직 제적당한 적은 없는데요.”

“아···그건 그렇죠.”


회귀 전, 그는 별명은 ‘무대뽀 돈키호테’였다.

회귀 전에도 김윤환은 음악을 한답시고 잘 다니던 한국대학교를 제적당했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힘들게 들어간 학교를 포기하면서까지 하려던 것은.


“그러니 대표님. 저에게 기회를 주세요. 프로그레시브 락 앨범을 만드는 기회를요!”


예스(Yes), 킹 크림슨(king Crimson),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Emerson Lake & Palmer), 그리고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등이 6, 70년대부터 선보였던 락 밴드들처럼 대한민국에서 프로그레시브 앨범을 만들어 국내 음악계를 평정하는 것.


모차르트나 베토벤의 교향악을 방불케 할 정도로 정교한 구조를 가진 프로그레시브 락음악.


국내에서 음악 좀 듣는다는 리스너들에게 마니아층이 형성될 정도의 장르이긴 하나, 대한민국의 대중음악 판에서 이 음악으로 성공한다라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게 분명하다.


그러니 그가 아무리 자신이 만든 악보 꾸러미를 가지고 뻔질나게 기획사의 오디션을 본들, 아무도 그에게 관심도 없을 뿐더러, 끈질기게 달라붙는 그의 근성때문에 기획사 담당자들에게는 김윤환이라는 존재가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던 것이다.


“형. 그런 음악이요. 아직은 대중들에게 먹히지 않는다고요.”

“아니, 대표님. 혁신에 혁신을 일으켜서 유명해지신 분이 너무 꽉 막히신 거 아녜요?”

“형님이 기획사 하나 운영해 보세요. 그럼 왜 그런 음반 안 내는지 이해할 거예요.”

“에이, 그럴 거면 왜 저를 고용하신 거예요?”


그럼에도 내가 김윤환을 고용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형님은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쇼. 제가 조만간에 형님이 진짜 잘할 수 있는 일을 맡길 거니까요.”


***


오늘은 토요일.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좋은 출근 시간 되셨습니까!”


언제나 나와 일하면서 툴툴대는 김윤환. 하지만 웃긴 건 그러면서도 현 엔터테인먼트의 사무실을 제일 먼저 출근하는 것 또한 김윤환이다.


본인이 하고 싶다던 프로그레시브 락 앨범을 만드는 일이 일언지하에 거절되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오늘도 대표인 나보다도 더 일찍 출근을 한 김윤환. 심지어 오늘은 현 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의 휴무인 토요일인데도 말이다.


물론 회귀 후 손을 먼저 내민 건 나였다. 하지만 난 문득 김윤환에게 궁금한 것이 생겼다. 도대체 왜 이 곳에서 이렇게까지 충성을 다해 일하는지를.


“왜긴 왜겠어요. 무릇 사나이란 나를 알아봐 준 자에게 몸을 받쳐 충성을 다해야하는 법. 생판 모르는 나에게 먼저 찾아와 나를 알아봐 준 게 대표님이잖아요!”

“그렇긴 하죠. 하지만 전 형님 프로그레시브 락 앨범 제작도 반대하잖아요. 만날전 형님께 허드렛일만 시키는데 말이죠. 저 말고 다른 제작자 찾아가실 의향은 없으세요?”

“아, 대표님. 그게 무슨 소리세요? 섭섭하게스리!”

“아니, 사실이 그렇잖아요. 도대체 이유가 뭐예요? 저에게 충성하는 이유요.”

“···흠, 그러게요.”


나의 질문에 김윤환은 문득 먼 산 바라보듯 하는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대표님을 도우려는 이유라···. 뭐 이유랄 게 있겠습니까? 정이랄까요?”

“정이요?”

“네, 정이요. 대표님에겐 왠지 정이 가네요. 이유를 알 수 없는 정이요.”


‘이유를 알 수 없는 정?’

그의 말에 내 눈이 크게 떠졌다.


윤환 형님의 대답. 난 그의 대답으로 회귀 전 그와 있었던 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나와 김윤환의 인연. 보통 인연은 아니었지.’


먹고 사는 문제로 인해 나만의 음악을 하겠다는 고집을 꺾고, 회귀 전 내가 일했던 업소로 찾아왔던 김윤환.


얼마 안 있어 나와 둘도 없는 술친구가 되었다.

그동안 그 누구와도 통하지 않았던 자신의 음악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통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나와 말이다.

그리고.


퍽!

『악! 뭐야! 이 새끼가 미쳤나?』

『미친놈은 네가 미친놈이지! 10년을 넘게 몸바쳐 일한 사람을 이런 식을 자르는 놈이 미친놈이 아니고 뭐겠어!』


엄마의 치매가 심해지자, 나는 업소의 연주자를 관리하는 김 팀장에게 연주할 동안만 엄마를 대기실에 모시고 싶다는 요청을 했다. 나 말고는 아무도 엄마를 관리해줄 사람이 없었기에.


하지만 김 팀장은 허락대신 단칼에 내게 해고 통보를 날렸고, 그에 급발진하여 김 팀장을 때려 눕힌 건, 내가 아닌 김윤환이었다.


그날 나는 업소에 있었던 내 악기들을 모두 싸들고 나왔다. 그리고는 나의 뒤를따라 나온 김윤환과 단 둘이 부대찌개 집으로 가서 소주 한 잔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난 그때도 그의 행동이 궁금했다.

나랑 음악 얘기로 친해진 건 맞지만 도원결의 같은 거라도 한 사이도 아닌데, 왜 내 해고에 그렇게까지 급발진을 했는지를.


『아니, 형씨. 짤린 건 난데 왜 형씨가 흥분을 합니까?』

『모르겠네요. 명식 씨. 명식 씨에겐 왠지 정이 가네요. 이유를 알 수 없는 정이요 』


그때나 지금이나 항상 아무도 이해 못 할 말만 던지는 김윤환.

난 그런 김윤환에게 새로운 제안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어쨌든 형님. 오늘부터 새로운 일 좀 해주셔야겠어요.”

“새로운 일? 이번엔 뭔데요? 화장실 청손가요? 화장실 청소라면 제가 기깔나게···.”

“곧 KBC에서 방영될 이벤트가 있어요. ‘내일은 늦으리’라고요.”

“내일은 늦으리?”

“네. 일종의 기획 콘서트인데요. 그거 음악 감독 좀 맡아주세요.”

“네? KBC? 음악···감독?”


역시 그럴 줄 알았다. 나의 제안. 이 엄청난 제안에 김윤환으로선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겠지.


“네. 생각 있으시면 이 번호로 전화주세요.”


아직도 벌려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 김윤환에게 난 명함 하나를 건넸다.


“그쪽으로 전화하셔서 송주필 기자 찾아주세요. 문화부 부장기자님이세요.”


타이지와 아이들 데뷔일에 만난 대한일보 송주필 기자. 그가 기획하는 환경 보전 콘서트에 난 김윤환을 연결할 것이다.


“이게 형님 적성에 더 맞을 거예요.”


아직도 믿지 못하는 김윤환.

참 딱한 형이다.

공부나 잘할 줄 알지 정작 자기 자신을 제일 모르는 딱한 형님이다.

회귀 전이나, 후나 마찬가지로.


<22화 끝>


작가의말

제 작품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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