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영주아들은 실망한 중대장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한줌미소
작품등록일 :
2022.09.22 03:12
최근연재일 :
2022.09.30 22:57
연재수 :
9 회
조회수 :
480
추천수 :
15
글자수 :
46,007

작성
22.09.24 07:09
조회
55
추천
1
글자
17쪽

병신과 머저리 (4)

DUMMY

미끼 역할을 맡아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진은 앞서가는 병사들의 뒷모습을 보며 묵묵히 걸었다.

낮아진 기온과 차가운 빗방울에도 진의 속은 꼬인 듯 답답했다.

부글대는 속을 식힐 수 있을까 고개를 들었지만 목을 타고 흐르는 차가움에 짜증만 생겨났다.

빌어먹을 날씨, 빌어처먹을 중세 원시인 놈들...


진이 낯선 이곳에서 눈을 뜬 지 3년 정도 되어갔다.

창칼을 휘둘러대는 세상에서 몽롱하게 깨어난 진은 삶에 미련이 별로 없었다.

깨어나면 허무해질 꿈처럼 침대에서 시간만 죽이고 있을 때, 버릇이 영혼에라도 박힌 건지 진에게 향하는 울분이 담긴 자비 없는 주먹질로 군인들의 훈련된 버릇처럼 적에 공격에 반격하듯 깨어났다.

일어난 게 싫었다. 생각하는 게 싫었다. 하지만 꿈에서 깼으니 별수 있나? 살아야지.


”아이 씨앙.“


앞서 걷던 사냥꾼 집안의 루크가 더 많은 발자국을 만들려고 폴짝거리다 빗길에 미끄러졌다.

그는 짜증 내며 일어나 뒤돌아서서 진의 너머를 응시했다.


”닭장 만들다 왔는데.... 젠장 내 닭들..“


토채 타운은 공동재산, 공동소유다. 엄밀히 말하면 모두 영주의 소유지만 웬만하면 영주는 소유권을 영지민들에 상기시키지 않았다.

뭔가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라도 줘야 일할 맛이 날테니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놔두었다. 그래서 내 손에, 주머니에 뭐가 있냐가 중요한 영지민들에게 닭들은 충분히 손에 쥘 수 있을 만한 가축이었고 로크는 그 점을 걱정했다.


”닭 같은 소리하네. 쉬지 말고 열심히 발 놀려라. 많을수록 좋으니까.“


기사 제임스의 말에 처연하게 떠나온 영지 쪽을 바라보던 루크의 눈에 불이 켜졌다.


”어이쿠 제임스 경. 기사 소리 들으시더만 귀족 다 되셨네. 하나뿐인 친구에게 명령질도 자연스럽게 하시고.“

”좀 닥쳐라. 뭐만 하면 기사 기사. 그 기사 소리 좀 그만하면 안 되냐? 니가 체력 테스트에 떨어진 걸 왜 나한테 화풀이야.“

”산타기 전날 누가 제게 술을 먹였습죠. 귀한 거 구해왔다고 얼마나 자랑질을 해대던지. 그거 얻어 처먹고 산 타다가 뒤질 뻔했다 아닙니까? 어떤 새낀지 개새끼가 따로 없지 않습니까?“

”....그걸 다 먹을 줄은 몰랐지.“


티격태격하는 둘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진은 둘이 남은 한 사람의 눈치를 보며 다투고 있다는 걸 알았다.

기사 칭호를 받은 제임스와 사냥꾼 루크보다는 나이가 많아 보이는 마당발 한스.


아무리 기사란 게 힘 좀 쓰고 칼질 좀 잘한다고 아무나 지원할 수 있다지만 제일 중요한 영주의 인정이 필요했다. 공식적으로 영주가 어깨를 칼로 두들기며 기사 칭호를 내리는 의식을 해야 기사로서 인정이 되는 자리다. 인정만 받는다면 일반 영지민보다는 비교가 안 되게 대우가 달라진다.


계급이 올라가는 건 아니지만 공식적으로 사유재산을 쌓을 수 있다. 눈에 확연히 보이는 이 차이는 무지렁이 영지민들에겐 급이 바뀌는 차이로 보였다.

그런 기사 제임스가 마을에 정착한 지 2년도 안 된 한스의 눈치를 본다.

본인은 의식하는지 모르겠지만 진의 눈에는 그게 보였다.


”그런데 한스. 뭐 들은 거 없습니까?“

”무엇을 말입니까? 제임스 경?“

”우리가 급하게 이렇게 나온 이유 말입니다. 마룬과의 거래 날짜는 아직이고 정기 교역도 아닌데... 궁금합니다.“

”허... 영주 님의 함구령을 못 들으셨습니까?“


시치미 떼는 한스의 옆으로 루크가 다가왔다.


”에이 한스 형님. 우리끼리 섭섭하게.“


머리 빼고는 온몸에 털이 수북한 루크가 친근하게 붙어오자 한스는 질색하며 한 발 떨어져 걸었다. 계속 붙어오는 루크에게 질린 건지 아니면 복귀하면 닭이 낳은 알이나 같이 세어보자는 제안에 솔깃한 건지 한스는 슬며시 웃으며 소곤거렸다.


”수전에게 들었는데 저 꼬마 악마가 뺀질이 대가리를 잔으로 깼답니다.“

”수전? 영주님 댁에서 일하는 애? 어 가만. 뺀질이라면 넷째?“

”그래. 가족끼리 식사 자리에서 먹던 물 잔으로 머리를 내려쳤다는군.“


루크와 제임스는 놀란 눈으로 뒤돌아봤다.


”와. 저놈 미친 건 알았지만 영주님 앞에서 그 짓을 했대요?“

”그러니 저놈이 노동형을 받지. 듣기로는 마샤 경이 영주님 바지를 붙잡고 말렸다는군. 저 꼬마 악마 그때 맞아 죽을 뻔했데.“


말하면서 점점 얄미워지는 한스의 입꼬리를 보며 진은 서서히 끓어올랐다.


‘저 새끼 일부러 들으라고.’


저놈의 대가리도 깰까 말까 고민하는 진의 옆에서 바흠이 투덜거렸다.


”대장 욕 하나 보네. 나도 좀 껴 주지.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데.“

”또 지랄이네. 또 안 어울리게 뾰로통한 아가리 만드네. 입술도 두꺼운 게 대빨 튀어나와서.“

”원래 계획은 다음 봄쯤에 가기로 한 거 아니었소? 이게 뭐요? 애들 훈련 계획이랑 준비 다 하고 있었는데.“

”아 미안하다고. 앞에서 그 지랄을 하는데 어떡하냐. 그냥 대가리 깨버리고 안 보고 말지.“

”쳇... 그걸 못 참아서 이렇게 비 오는 날 개처럼 쫓겨나나?“


툴툴대는 바흠의 말이 진심이 아님을 진은 알았다.

레이가 영지 식당에서 일하는 소녀들 중 하나를 건들다가 과도한 폭행으로 소녀가 치료소에 실려갔다는 보고를 식사 자리에서 들을 때도 진은 화나지 않았다.


도덕과 윤리를 가장 먼저 잡아먹은 원시인 새끼들 삶에 적응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바흠과 함께 세워둔 계획을 위해 어련히 영주가 알아서 판결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앉아 있었다.


하지만 영주의 입에서 근신이란 말이 나오고 진은 바흠의 표정을 봤다. 바흠의 유년기를 들어 알고 있던 진은 덩치 큰 놈이 사고 치기 전에 가장 단단해 보이는 잔을 망설임 없이 집어 들었다.


‘새끼들 먹이고 재우고 입히며 전쟁터에서 10년을 굴렀는데 왜 여기서도 같은 지랄을 하는 거 같지?’


진은 이유 모를 데자뷰를 느끼며 고개를 저었다.

잡담하며 걸어가던 5명의 남자들이 걸음을 멈췄다.

생각보다 대화에 심취해서였을까 뒤에서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제임스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외쳤다.


”빌어먹을! 벌써 붙었나 봅니다. 돌아가자!“


얼빵한 새끼. 양동 작전엔 시간이 생명인데 초짜 아니랄까 봐.

진은 툴툴거리며 다급하게 뛰어가는 병사들을 따라 짧은 다리로 열심히 쫓아 달렸다.


제임스는 롱소드를 뽑아 들며 달려가다 앞에서 달려오는 덩치와 눈이 마주쳤다.


”이탈자인가? 운이 나쁜 놈이군! 나 제임스의 칼을 받아라!“


제임스는 호기롭게 달려가며 칼을 휘둘렀고 뒤따르던 루크는 창피함을 모르는 친구의 패기에 대신 쪽팔려 하며 가세했다.


”상황이 어떠냐?“


멀찍이 멈춰서서 수풀에 주저앉은 진이 바흠에게 물었다.


”뭐 저쪽은 정리되는 분위기인데? 근데 저놈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야. 근육의 아름다움에 난도질을 해놨네. 윽.. 너무 잘 보여서 징그럽네.“

”지랄 말고 전체적으로 봐봐. 이쪽으로 오는 놈 있나. 정찰은 전술의 핵심이다. 넌 그러고 보면 축복받은 거야.“

”없수. 저놈 하나요. 근데 숫자에 비해서 너무 싱겁게 끝난 거 같지 않소?“


물어오는 물음에도 진은 대답하지 않고 일어났다.


”저놈? 목에 화살 박힌 거 아냐? 몸 여기저기에도 박혀있네? 어떻게 움직이냐?“

”어? 하도 몸에 뭘 박아놔서 몰랐네. 이제 보니 그렇네? 저거... 혹시 약쟁이가 말한 그건가?“


저 모습은 보통 사람 수준의 회복력과 부상 입은 사람의 모습이 아니다.


마석. 신의 피, 악마의 눈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는 신비의 돌.

정도 이상의 강함을 보여주는 괴수는 마수라 불리고 그 마수를 운이 좋아 사냥하고 배를 가르면 돌 비슷한 게 튀어나온다 들었다. 얻을 수 있다면 큰 힘을 준다는 물건.


그런데 놈이 세 명의 합공에도 피를 흩뿌리며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순식간에 3명을 때려눕힌 덩치가 향하는 방향이었다.


”어 어? 시발 왜 이쪽이야? 저 새끼? 왜 이쪽으로 오는데?“


마차가 내놓은 길에서 벗어나 숨어있던 진과 바흠은 당황했다. 놈의 도주 방향이 정확하게 자신들과 직선거리였다.

전신에 피칠갑을 하고 꽃꽂이처럼 화살을 달고 달려오는 분노에 진과 바흠은 식겁하며 서로 눈이 마주쳤고 진과 바흠은 양쪽으로 찢어지며 뛰쳐나갔다.

놈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방향을 틀어 진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왜 씨발! 왜! 이쪽인데!“


진은 망토까지 벗어 던지면서 죽기 살기로 뛰었다. 경사를 오르다 가도 방향을 틀어 내리막길로 미끄러져 내려가며 뒤를 확인하고는 확신했다.


‘저 새끼 나 쫓아 온다!’


이상하다. 가장 전력이 약한 놈을 고르는 건 당연하고 그 약한 놈이 진 자신인 건 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말이 안 된다. 기껏 돌파했는데 인질 끼고 튈 이유가 있을까?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은 손발을 놀려대며 진은 고민했지만 곧 차오르는 숨에 머리가 멍해지고 아무 생각 없이 뛰기만 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평소에 개처럼 구르며 체력을 기른 빛을 오늘 봤다. 신장의 차이에도 산을 뛰어다니며 진과 놈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지만 체력은 그렇지 않았다.

진은 급격하게 지쳐갔고 입에 침까지 흘려대며 도망쳤지만 한계를 느끼고 멈춰 섰다.

체력도 지쳤고 앞은 낭떠러지였다.


”헉...헉... 시발.... 좆같은 세상.“


간단하게 방아쇠 당기며 싸운 자신이 근접전투를 얼마나 해봤겠는가. 그렇다고 목 내밀고 죽을 순 없었다. 빚처럼 붙어있는 목숨이 몇 갠데...

죽더라도 전사(戰死)로 죽어야 한다.

쪽팔리게 객사할 순 없는 목숨이다.


진은 침착하게 호흡을 고르며 메고 있던 가방에서 만들어둔 칼날들을 꺼내 소매 안쪽에 철컥하는 기계음이 들릴 때까지 집어넣었다. 철컥 소리와 함께 수풀 사이에서 놈이 튀어나왔다.


”그르륵...내놔라.“


피 끓는 소리며 놈이 말했다. 억양이 달라서인지 아니면 화살이 목에 박혀서인지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진은 대강 뭘 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뭘 달라는 거냐?“

”니가 가지고 있는 것. 신이 주신 기적. 내놔.“

”기적? 뭔 기적?“

”자바툼의 눈물 말이다!“

”자바툼? 눈물? ....마석?“


진은 기적, 눈물 등의 단어를 듣고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는 마석을 떠올렸다.

핏발선 눈에 여기저기 난 상처에선 벌써 피가 멎고 피딱지가 져 있었다. 평범한 회복력이 아님을 진은 직감했고 진의 예상이 맞았는지 놈은 말이 없었다.

근데 그걸 왜 자신에게 찾는단 말인가?


”그걸 왜 나한테 찾아 나도 존나 갖고 싶은 사람인데.“


놈은 더 이상 말은 필요 없다는 듯 달려왔다.

전면전은 불가능하다. 말 안 듣는 이 몸뚱어리론 피하는 것도 벅차단 생각에 진은 자세를 낮춰 놈의 손, 발을 주시했다.

다행히 놈은 맨손을 선호하는지 아니면 싸우다 흘렸는지 무기는 들고 있지 않았다.


놈이 다가온다. 왼발로 제동을 건다. 오른손이다. 주먹이 날아 온다.

진은 자세를 숙이며 앞으로 한 발 뻗었다. 그리곤 놈의 무방비로 열린 오른쪽 옆구리를 들고 있던 검을 들이밀며 그었다.

피부가 나무를 벤 것 같이 질겼다.

흩날리는 핏방울을 보며 얕았다란 생각을 하며 스치듯 지나가려 했다,


턱.


뒷덜미가 잡혀 끌려 올려진다.

젠장 시간조차 못 벌다니. 빌어먹을 몸뚱이.

한 손으로 진을 끌어올린 놈은 진과 눈을 마주쳤다.


”내놔라. 아니면 목을 꺾어버리겠다.“

”뭘 달라는 거야 없다니까. 커헉!“


진의 대답과 함께 옆구리에 화살이 박혔다. 놈은 자기 몸에 다리에 꽂혀있던 화살을 뽑아 그대로 진의 옆구리에 쑤셔 넣었다.

매달린 진은 자신이 팔 길이와 놈의 목과의 사이를 재다가 격통을 느끼며 부들거렸다.

다리에 화살이 뽑혀 나온 자리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다가 멈춘다. 찢어진 바지 사이로 보이는 구멍이 조금씩 메워지는 게 보였다.


놈의 남은 손이 다가온다. 진은 다가오는 손을 노려보며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멈칫하던 손이 진을 거쳐 뒤에 있는 가방을 향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진은 의아해했다.


‘가방?’


탁.탁.탁 후웅~


달려오는 소리와 함께 등 뒤에서 파공성이 들리자 놈은 진을 놓으며 뒤돌아 손으로 상체를 가드했다.

퍽!

바흠의 도끼가 놈의 교차된 양손 사이에 박혀 들어갔다.


”대장!“


바흠은 도끼가 근육에 빠지질 않자 미련 없이 놔버리고는 허리춤에서 다른 도끼를 꺼내 들며 물러섰다.

놈은 박혀있는 도끼를 뽑아 던지고 바흠에게 달려들었다.

둘의 치고받는 모습을 보며 땅에 떨어진 진은 부들거렸다.

저놈은 오래 못 버틴다. 시선을 끌어줘야 한다. 이 야생에서 살아본 적 없고 경험도 없는 바흠은 1대1로는 위험하다.


진은 땅바닥에 얼굴을 갈며 분노했다.


‘좆 같은 세상, 좆 같은 몸뚱아리, 난 왜 여기서 바닥을 기는데! 누구냐! 누가 있긴 한 거냐! 있다면 찾아내 주마. 반드시 찾아내서 갈아버리겠어.’


진은 전쟁을 겪은 군인이다. 전쟁. 이 원시인들 칼질해대는 전쟁놀이와는 다르게 이유 없이 개처럼 죽어 나가는 전장을 굴렀었다. 이놈들은 비장하게 칼을 갈며 소리치고 용맹을 뽐내며 도끼질을 해댈 때 진은 단말마도 외치지 못하고 이유도 모른 채 터져나가는 전우들의 피를 묻히며 전장을 떠돌았다.


‘저 개새끼 반드시 몸뚱아리에 한 칼 쑤셔 박는다.’


그때 진의 눈동자가 변했다. 푸른 눈동자가 서서히 진해지더니 검은 눈동자에 핏발이 서면서 진은 일어났다.


”씨발. 빡 돌아야. 세지는 케릭이냐. 전쟁터에서 뒤지기 딱 좋은 체질이네. 시발 거.“


고통이 줄어든다. 분노에 머리가 돌아버릴 거 같다.

진은 기꺼운 마음으로 허리에 매달아 놨던 원통 두 개를 양손에 쥐었다.

이 정도는 화가 나야 약한 몸뚱이 그나마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단 사실에 진은 다시 한번 돌아버릴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바흠을 몰아치는 놈의 등 뒤로 달려갔다.


”크헉!“


놈의 주먹이 바흠의 몸 여기저기에 박힌다. 맞는 부위가 터질 듯이 뜨겁게 느껴졌다.

진이 시키는 훈련으로 단련된 바흠이었지만 무슨 쇠망치에 얻어맞는 기분이다. 놈은 온몸에 수증기까지 피워대며 움직이는데 바흠은 엿 같음을 느꼈다.


‘젠장 저놈은 도끼질을 당해도 멀쩡한데 지치지도 않네. 나 맞아 죽는 건가?’


그때 놈이 전방으로 세워 가드하는 도낏자루를 향해 발을 찼고 바흠은 뒤로 밀리며 날아갔다. 바흠을 찬 반동 그대로 뒤돌며 발차기를 날렸다. 진은 예상한 듯 허리를 뒤로 젖히며 머리 위로 날아가는 발을 확인하고는 놈의 축이 되는 허벅지에 특별히 만든 쇠 말뚝을 쑤셔 박았다.


푹!

원통형의 악의가 가득 담긴 쇠 말뚝 안쪽에 뚫린 홈을 따라 증기를 뿜어내며 피가 쏟아져 내렸다.

회복을 하든 살을 메우든 상관없었다. 애초부터 만든 목적은 과다출혈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무기였으니까. 박히면 가장 아프게 가장 치명적 피해를 바라고 만들었으니 빼는 것도 힘들게 역 날을 박아넣어서 살점을 통째로 뜯어내야 했다.


콸콸콸!


급격히 쏟아진 피에 놈은 휘청이며 쓰러졌고 쓰러진 놈의 옆구리에 하나 더 박아줬다.


날아오는 놈의 왼손을 향에 쇼트 소드를 세웠고 손바닥을 관통하며 손과 손이 마주쳤다. 놈은 그대로 손을 쥐며 진의 주먹째로 으스러뜨리려 힘을 주었다.


”개새끼야. 문명의 맛이 어때? 매콤하지?“


양쪽에서 쏟아지는 피 때문인지 놈의 손아귀의 힘이 생각보다 약하다. 그래도 자신 가는 목 하나 꺾을 정도의 충분함을 느낀 진은 다른 손으로 목을 조르는 놈의 눈을 보며 웃었다. 그리곤 자신의 가방을 벗어 맞닿은 주먹을 지나 놈의 팔에 걸쳤다. 놈의 시선이 가방으로 향한다.


피를 많이 흘려 제정신이 아닐 거다.

진은 머릿속에만 있는 저 말뚝을 구현한다고 몇 달을 고생했었다.

하지만 자신도 피를 많이 쏟았다. 옆구리에 화살 박히고 뛰어다녔으니 어지러울만했다. 가방으로 인해 분산된 시선을 느끼며 놈의 목을 쥐고 장치를 조작했다.




목에 칼날이 박히는 고통에 놀랐는지 놈이 입을 벌렸다.


후욱...


놈이 벌린 입에서 불꽃이 나오자 진의 눈이 커졌다.

얼굴에서 느껴지는 화끈함에 어이가 없었다.

이 새끼 지금 입에서 불을 뿜은 건가?


이 빌어 처먹을 세상은 진에게 신기한 것도 많았고 어처구니없는 것도 많았다. 그중에서 가장 진을 배 아프고 억울하게 만들었던 광경이 불꽃 너머로 보였다.

도대체 저 깜둥이 놈이 전생에 무슨 나라를 구했는지 매 수준의 시력도, 몸 쓰는 재능도 부러웠지만 진이 가장 부러워하는 건 저 거구가 난다는 것이다.


신장이 2m에 가까운 바흠이 거의 15m 되는 거리를 한 번의 도약으로 날아왔다.

소리 없이 공중을 날아오는 바흠의 도끼가 전력으로 놈의 뒤통수에 박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주아들은 실망한 중대장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 꼬마 악마와 광산 귀신 (3) 22.09.30 25 1 14쪽
8 꼬마 악마와 광산 귀신 (2) 22.09.29 28 1 11쪽
7 꼬마 악마와 광산 귀신 (1) 22.09.28 31 1 13쪽
6 병신과 머저리 (5) 22.09.27 35 1 12쪽
» 병신과 머저리 (4) 22.09.24 56 1 17쪽
4 병신과 머저리 (3) 22.09.23 61 3 13쪽
3 병신과 머저리 (2) 22.09.22 65 2 10쪽
2 병신과 머저리 (1) 22.09.22 87 3 9쪽
1 프롤로그 22.09.22 93 2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