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점술가는 잘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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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신니햄참
작품등록일 :
2022.09.29 14:25
최근연재일 :
2022.10.0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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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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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거짓과 허영

DUMMY

이번에 <거짓>을 선택하고 싶다면 : [링크클릭]

이번에 <순수>를 선택하고 싶다면 : [링크클릭]


음. 뭘 고르지? 고민이 된다. 좋은 방법이 있다. 바로 점괘를 따르는 거지.


그렇게 사기꾼은 자신에게 사기를 치기 시작한다.


좋아 일단 셔플. 카드를 열심히 섞었다. 이만하면 됐다. 이제 무작위로 카드를 세장 뽑아본다. 그럴싸한 비주얼을 위해 앞에 펼쳐두는 것은 사치다. 대충하자. 어차피 사기 아니야? 펼치는 것은 생략하고 대충 세장을 뽑아 본다. 음


카드를 뒤집었다. 나온놈들은-


51번 은둔자 역방향, 24번 컵을 든 기사 정방향, 67번 컵을 든 여왕 역방향.


끙 이제 해석을 해보자.


/발각, 멍청한, 실수, 산만함, 불신, 폭언/이성, 감성, 이상주의, 다정, 상상력, 전략/사치, 무자비, 예민한, 메마른, 실망/


이 단어의 조합으로 대략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멍청한 이상주의는 실망스럽다?"


쓰읍. 이거 이거, 점괘가 날 타락으로 이끄는구만.


뻔해 보이는 사기에 손길이 가는 것은 요즘 시대가 수상하기 때문이다.


각성자, 신물, 포탈, 몬스터, 이능, 마정석...


포탈을 넘어 갔더니 오크와 엘프를 보고 왔다는 사람이 있질 않나, 그런 사람이 뉴스에 나와서 손바닥 위에 불을 만들어 내질 않나. 사기적인 능력이 세상에 등장하고 있었다. 마침 오늘 나오기 전에 동영상 플랫폼에 추천 영상으로 떴던 놈도 '각성하는 법' 따위 였다. 물론 보고 왔다. 혹시 모르지 않나 혹시.


어차피 링크 눌려도 가서 내 계좌정보 같은걸 입력하지 않으면 되고, 또 뭐 설치하라고 하면 그거만 설치 안하면 된다. 요즘 휴대폰 보안이 좋아서 자기가 직접 해킹툴을 설치하지 않는 이상 링크를 클릭하는 정도로 해킹이 되는 경우는 적다.


이번에 <거짓>을 선택하고 싶다면 : [링크클릭]


눌렀다.


<거짓>이 반갑다며 유쾌하게 웃습니다! 이제 당신의 점술은 <거짓>의 가호를 일부 받습니다. 악마력이 소폭 증가합니다.


효과: 상대방이 당신의 점괘를 맹신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주의! : 다음 손님은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거짓을 간파할 경우 악마력이 추가로 오릅니다.



이따위 내용만 덩그러니 뜬다. 뭐야, 그냥 장난인가? 누가 이딴 장난을 나한테 치는거지.


쯧 부적이나 그려야지. 부적은 내게 꽤 좋은 부수입이다. 단순히 누런 종이에 뻘건 문양을 그려놓는 전통적인 부적과 달리, 내 부적은 요즘 관점에서도 적당히 봐줄만한 비주얼을 가지고 있다. 부적이 통하면 손님은 국밥처럼 든든한 단골이 되는거고, 안 통하면 몇달 전에 몇만원 주고 산 사이비 짜가놈이라 흘려 넘겨질 뿐이다. 그래도 부적 자체가 봐줄만 하기 때문에 장식용으로 놔둘만하다. 수천만원짜리 굿판 같은게 아니다 보니 부작용도 덜한 편이다. 이쪽이 내 마음이 편하다.


딸랑-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새로운 손님인가 보다.


중년인 남자가 들어와 맞은편에 앉는다. 나는 '어서 오세요'라며 반겼지만, 남자는 눈인사만 할 뿐이다.


"음, 처음 오신거죠?"


"네."


단답형이다. 어려운 손님이 되겠구만. 나는 가격표와 진행 방식을 간단하게 써둔 책자를 먼저 내민다. 점을 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일단의 설명과정은 필요하다.


책자를 살펴본 남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하겠다는 표시이다. 뭐, 그럼 먼저 뭐 때문에 왔는지 부터 물어볼까.


"어떤 부분에 대해 점을 보고 싶으신가요?"


"음...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업 자체는 매출도 계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들어 억울한 누명을 많이 쓰고 있어요. 불명예스러운 소문이랄까요, 안좋은 소문들이 계속적으로 쌓여가고 있습니다. 억울해요. 누명을 벗고 명예를 회복하고 싶은데 마땅한 방법을 잘 모르겠어서... 좋은 의견이 있나 싶어 들렀습니다."


"사업이라, 사업... 알겠습니다. 한번 점을 봐 보도록 하죠."


나는 카드를 섞은 뒤 정갈하게 펼쳤다.


"세장을 뽑아 보시죠."


남자는 천천히 카드를 세장 뽑았다. 혼자 뒤집으려길래 '아, 뒤집으시면 안됩니다.' 하고 말리고 고른 카드를 내쪽으로 가져 왔다.


근데 갑자기 아까 눌린 그 문자 메세지가 생각난다. <거짓>을 선택하려면을 터치 했더니


주의! : 다음 손님은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거짓을 간파할 경우 악마력이 추가로 오릅니다.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 모르겠다. 질러보자.


"흠... 죄송한 말인데요."


"아닙니다 말씀하세요."


"지금 뭔가 숨기시는게 있는거 같은데요."


"예?"


"뭔가 지금 거짓하고 있거나, 숨기시고 있는게 있어 점괘가 자세히 나오지 않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사업적인 부분이니 다른사람에게 쉽게 이야기하실 수 없는 뭔가가 있나 보네요. 지금 나온 점괘를 그대로 해석해 드려요? 아니면 좀 더 속사정을 털어 놓고 다시한번 점괘를 보시겠어요?"


으, 저질러 버렸다. 모르겠다. 미친 돌팔이라 생각하면 뭐라는거야 미친놈이 정도의 눈빛을 받고 그냥 나가 버리겠지. 뭐 손님 한명 날린 거겠지만 그 정도는 감수 가능하다. 오늘 십이만원짜리 부적 주문도 받지 않았던가. 아, 아까 다녀간 동진이 엄마가 봉투에 얼마 넣어 놨을지가 궁금해진다.


"...역시."


"예?"


"호들갑 떠는 추천 받아 왔는데 그 추천이 우스울 정도로 대단하시네요."


일단 닥치고 있어 보자. 뭐 걸렸나?


"... 사실 누명을 쓰고있다. 억울하다, 라고 말했지만. 제가 사업에서 불법적인 이득을 취하고 있는 것은 일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저지르고 있는 비리에 비해 저에 대한 소문이 너무할 정도로 나쁘게 퍼지고 있어요. 이건 단순히 제 비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마치 누군가가 모함을 하는 것 같은 기분도 많이 들어서요."


끙, 머리아픈 문제가 나왔다. 점을 볼때 내담자(고객)이 개인적인 비밀을 넘어 비리, 불법적인 내용을 밝히기 시작하면 머리가 아파진다. 더 말하기 전에 끊어야 한다.


"잠깐만요."


"예, 선생님."


어느새 선생님이냐.


"비리 내용에 대해선 제가 더 아는것이 서로 불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안다고 해서 점괘가 특별히 달라질 것도 아니구요. 다만 상담에 있어 구체적인 사정이 아니더라도, 질문하고 싶은 내용에 대해 방향성이 맞냐 아니냐는 영향이 있겠지요. 그럼 지금 사업을 하시는 것에 스스로 문제도 있고, 소문 때문에 힘들다는 정도로 다시 점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실까요? 그게 아니라 지금 상황에서 상담이 진행되는 것이 부담스러우시다면, 여기서 더 대화를 나누지 않고 돌아가셔도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남자는 침묵을 지킨다. 에이 시벌. 아까 손님에 이어 지금도 뭔가 잘못 걸렸다. 나는 다만 뽑힌 카드에서 추출된 키워드를 상황에 맞게, 상대방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주는 역할을 담당할 뿐이다. 문제는 받아들이는 내담자(고객)의 입장이다.


그냥 여자친구 따라왔다가 코웃음치며 '에이 사기꾼새끼'하고 한귀로 흘려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말 진지하게 이 점괘가 세상이 자기에게 내려주는 초월적인 운명의 조각이라 인식하는 사람도 있다. 상담 주제가 민감한 문제일수록, 상대방이 이 점괘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록 내 부담도 커진다. 내가 뽑고 해석한 글귀를 상대방은 인생의 전환점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아니 대체 삼십분에 이만원짜리 상담에 왜 인생을 거는거지 미친놈들아.


남자는 침묵을 지킨다. 이것 자체가 웃긴 상황이다. 그냥 비리의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지 않고 점괘를 봐달라고 하면 내가 그 비리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게 무엇인가? 그냥 일반론을 읊으며 적당히 상담을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렇게 점술가가 자신을 꿰뚫어 본다고 느끼는 경우, 점괘를 보는 것 자체가 자신의 비리를 세세하게 들키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전 내담자분들의 구체적인 비밀에 대해서는 오히려 피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적당히 둘러서 해주시는 것이 서로 상담하는 것에 편하지요.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스스로 그렇게 털어놓는 분도 계십니다만, 부담스럽긴 하지요. 구체적으로 말씀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좋아요. 하겠습니다."


"예, 그럼 다시 카드를 뽑아 보시죠."


난 카드를 다시 섞는다. 끙, 좋은 점괘가 나와야 할텐데 쯧, 괜히 내가 쫄린다. 내 카드는 절반은 부정적인 단어 절반은 긍정적인 단어들로 이루어 져있어서 점괘가 좋은 놈도 나쁜놈도 쉽게 나온다. 물론 나쁜 단어가 나오더라도 그걸 피하라거나, 그걸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는 화술로 점술을 이끌어 나가는 편이었다.


남자는 다시 카드를 세장 뽑았다. 자 다시 뽑은 카드를 내가 먼저 쥐고 해석을 시도한다.


45번 여왕 역방향, 28번 검 시종(시종-기사-여왕-왕) 정방향, 31번 검 왕 정방향.


/방치,불화,허영/민첩,긴장,성실/자신감,권력,냉철/


으음 지금 이 사람에게 필요한 점괘의 해석은 아무래도...


"허영...을 극복해내기 위해서는? 성실한 태도와... 자기자신에 대한 자신감?"


음 이런식으로 끼워맞추는 것이 그럴싸해진다.


"자기 자신에게 있는 허영이 근본적인 원인인듯 싶네요. 이 문제를 계속 이대로 두면, 염증은 더 곪아터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에 더 성실히 임하는 태도가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사치와 허영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자신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할 듯 싶습니다."


나는 일차적인 해석을 끝마친 뒤 세장의 카드를 남자 앞에 내보여 주었다. 그는 점괘를 읊자 마자 잔뜩 굳은 표정이다.


"허영.. 허영 말씀이십니까?"


남자는 키워드에 꽂힌듯 반복적으로 허영을 내뱉았다. 다행이다. 제대로 찍었나 보다.


남자는 45번카드, 여왕 역방향 카드를 매만지며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그래요, 허영.. 제 허영이 저를 잡아 먹고 있었어요."


남자는 이내 머리를 감싸 쥐며 괴롭다는 듯이 말을 내뱉는다.


"그놈의 차가 뭐라고, 명함이 뭐라고 역겨운 돈들 까지 쫓아 다녔는지. 모두 제 허영 때문에 생긴 미친 짓이었군요. 맞습니다. 선생님. 맞아요."


어어 이 인간 눈빛이 좀 이상한데? 맛이 가는거 같은데? 어 시발 왜이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타로 봐드립니다 혼자만 질문을 생각하시고 '저요'라고 쓰셔도 되고 연애/학업/커리어/직업/ 등등 카테고리를 알려주시거나, 질문을 구체적으로 하셔도 됩니다. 나쁜 점괘는 한귀로 흘리십쇼 재미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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