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가 골맛을알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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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9.3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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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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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14장. 나의 거인

DUMMY

제14장. 나의 거인


화창한 봄날, 나른한 오후의 햇살이 DDMC 빌딩 유리창에 반사되어 부셔진다.

3남1녀가 빌딩 정문 앞 계단 위에서 시계를 바라보며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었다.

강민우를 기다리는 수지 일행이었다.

유독 오민호만 이리 저리 전화를 하느라 바쁘다.


“'의리의 사나이 강민우, 박수지 기자와 못 다한 인터뷰를 마저 하기 위해 돌아오다.' 어때? 응?! 응, 음................ 그래. 내가 생각해도 너무 초딩적이군.

좋아, 일단 '의리의 사나이', 요 말은 빼고 속보로 예고기사 올려!


.................. 아, 아니야, 잠깐! 아직 올리지 말고 스탠바이 해!

아직 확실히 강민우 본인이란 게 확인이 안 됐으니 말야.

있다 내가 전화 주면 즉시 올릴 수 있도록 준비한 상태로.................

그래, 그래........ 오케이~.”


뚝.


전화를 끝 낸 오민호가 노타임으로 또 어딘 가에 전화를 한다.


“오! 최국장, 오랜만이야. 지금 시간이 없으니깐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께.

있다 6시에 D채널에 걸릴 프로그램이 뭐야?

응?!............ 아, 지금 강민우가 단독 인터뷰를 위해서 우리 미디어시티 빌딩으로 온다고 해서 말야.

..................응, 맞어! 그 잠적했던 축구선수 강민우!

.............아, 당연하지! 어차피 취재원이 독점으로 확보된 상태니깐, 굳이 속보경쟁에 나설 필요가 없지!

............ 아, 그렇다니까~. 그러니까 아예 동양 미디어 그룹 전체를 풀가동 해야지!


........ 응응, 그래서 최대한 노출이 많은 있다 6시, 직장인들 퇴근시간에 맞춰서 터뜨리려고.....응, 응, 암튼, 지금 시간이 없으니깐 긴 얘기 하지 말자구.


..........응? '유인석의 6시 퇴근길?!‘ 어! 그거 완전 딱인데!?

좋아, 근데 아직 강민우 본인이 확실한 지 확인이 안 된 상태니깐,

일단 모든 준비를 한 상태로 스탠바이만 하고.

......오케이, 바쁘니깐 끊을 께.“


뚝.


다시 노타임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오민호.


"어, 김부장!? 응, 강민우 오기로 했단 거 들었지?

응, 그러니깐 일단 예고방송 내보낼 준비를 해 두라고.

거.... 동양 뉴스스테이션에서 동영상 확보해서, 인트로로 강민우 선방하는 장면, 빠르게 몇 개 넣고.


..................아니야! 아니야! 그 다음부턴 그냥 정지화면으로 임팩트 있게 꽝꽝 때려!

...... 그렇지! 심각한 분위기를 주기 위해 아예 흑백컷으로 연속 가는 거야! 착칵! 찰칵! 찰칵!... 이런 식으로.


.......... 그렇지! 일본감독 내한하는 컷에서 특히 임팩트 잇빠이 넣고! 급박한 배경음악 깔면서!...........

응? 영화 '파이널 카운트다운'(The Final Countdown) 테마음악?! 그거 좋지!...............응, 그럼 있다 다시 전화할 께~.“


뚝.


'후우~~ 바로 이 기분이야!'


오민호는 지금 온 몸의 세포가 하나하나 일어서는 느낌에 몸을 떨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엔 이미 월드컵 기간 동안 박수지를 강민우 전담기자로 붙일 구상까지 끝낸 상태였다.

귓가에선 판매부수 올라가는 소리가 부륵부륵 들리고 있었다.


옆에서 가만히 오민호의 통화내용을 듣고 있던 박수지가 걱정스런 얼굴로 말을 뺀다.


“국장님...그런데요....”


오민호는 수지가 이뻐 죽겠다는 듯이,


“오, 우리의 호프, 박수지 기자! 뭐? 말만 해! 내, 뭐든지...”


하루도 안 되어 호프가 박문철에서 박수지로 바뀌었다.


“저기....제가 저번에 만나 본 느낌으론....강민우 선수가 생방송 같은 데 쉽사리 응하지 않을 것 같은...”


“그게 바로 박수지 기자의 역할이지!

안 되면 되게 하라! 우리 기자정신, 있잖아~!

아예 이참에 우리 제대로 함 엮어보자구!


돌바위 강민우와 미모의 여기자 박수지의 운명적인 만남!

못 다한 인터뷰에 얽힌 애타는 뒷이야기.... 어때? 그림이 확 나오지 않아?

이건 그야말로 앞으로도 주~~욱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거라구!“


당황한 수지는 말을 못하고 허둥거린다.

오민호는 계속 격려를 이어간다.


“잘해 보라구! 아, 어떤 남자가 박기자 같은 여자를 싫어하겠어?!

이제까지 인생 살면서 겪어 봐서 잘 알 거 아냐!

아, 생각해 봐! 이 친구가 하고 많은 방송사 다 놔두고, 왜 굳이 우리 박기자 같은 신참 기자를 선택했겠어?....“


수지는 자꾸 뭐라고 하려 하지만 틈을 안 준다.


“... 아, 그리고 특히 축구선수들은 연상의 여자를 좋아하잖아~!

어찌 보면 이미 다 된 밥이라고! 자, 우리 미녀 기자, 박수지, 파이팅!!”


말하면서 음흉스런 눈빛으로 수지의 볼륨있는 몸매를 아래 위를 훑어본다.

차마 만지진 못하고 자신의 통통한 고사리 손을 아쉬운 듯 쥐었다 폈다하며 손목에 찬 롤렉스 시계를 본다.


“이거, 너무 늦는 거 아냐? 차로 5분 거리라더니, 이거 벌써 30분이 다 돼 가잖아!”


모두의 얼굴에 다시금 불안한 기색이 흘렀다.


“박기자, 그러지 말고 아까 번호로 재발신 함 해 봐.

받으면, 그냥, 조금 늦어지는 것 같아서, 어디쯤인지 궁금해서 전화 했다 하고 말야.”


오민호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자 수지는 내키지 않지만 쮸뼛쮸뼛 폰을 들어 올린다.

이때,


털털털털...


동양 미디어시티 빌딩 앞 프라자에 차종이 모호한 폐차 직전의 차 한대가 털털 거리며 들어서고 있었다.


끼~~익.


계단 밑에 와 서더니,


덜컥.

탁.


앞좌석의 문이 열리고 몸매가 유난히 우람한 사내 한 명이 내렸다.

본의 아니게 쫄티로 전락한 검정 티에, 허벅지가 터져 나갈 것 같은 청바지를 입은 그 남자는........


.........돌바위 얼굴을 한 강민우였다.


“강민우닷!”

“지, 진짜로 왔어!”

“강민우 선수!”


탁탁탁탁....

탁탁탁탁....


저마다 한 마디씩 외치며, 박수지를 제외한 세 남자가 우당탕! 정문 앞 계단을 급히 뛰어 내려갔다.


박수지는 석상이라도 된 듯 꼼짝도 하지 않고 앞만 바라본다.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저기... 나의 거인이 오고 있다.....‘


주위의 어수선함이 도무지 현실감이 없다.

눈에 뵈는 모든 물체가 침묵의 안개 속으로 침몰하고 있었다.

세상에 오직 그와 자신만이 존재하는 느낌이다.

그의 주위로 달라붙는 사람들이 마치 오려 붙인 종이인형들처럼.... 덕지덕지 하다.


**********


동양일보 제2 TF(태스크포스, Task Force)룸 내(內).


큼지막한 탁자를 사이에 두고 5남1녀가 마주 앉아 있었다.

탁자 왼쪽 편엔 강민우와 차태민.

오른쪽 편엔 박수지, 오민호, 박문철, 박준성 순이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오민호만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난 테레비 같은 덴 안 나가요!"


오민호의 밀명(?)을 받은 박수지의 마지못한 간청을 조금 전 강민우가 단칼에 거절했기 때문이었다.

산산이 부셔진 오민호의 꿈....


그건 마치 절벽을 맞이한 기분이었다.

아무도 더 이상 말을 붙이지 못했다.

오민호 본인조차도.

30년 동안 벼려진 그의 프로로서의 촉이 말해 주고 있었기에.

더 이상 엉기면 본전도 못 뽑는다고.


“내가 말을 별로 잘 못 해서 내 입장을 미리 써 왔어요.”


무표정한 얼굴로 또박또박 말을 마친 강민우가 자신의 청바지 뒷주머니에서 접혀진 종이 한 장을 꺼낸다.

마주 앉은 박수지에게 조심스럽게 건넨다.

마치 생일선물이라도 주듯...


수지도 이에 질세라 이를 손 안에서 아주 정성스럽게 편다.

다 펴진 종이를 마치 포카 패 까 보듯 아무도 못 보게 자신의 눈앞에 바싹 댄다.

기대, 불안, 흥분이 뒤섞인 4쌍의 시선이 수지의 얼굴로 쏠렸다.


‘.......!’


꾸깃꾸깃해진 종이에 유치원생이 쓴 듯한, 아니 그린 듯한 글씨.

맞춤법도 엉망이고 띄어쓰기도 엉망이다.

수지는 순간 눈언저리가 불에 덴 듯 뜨겁다.

그의 지난 10년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수지가 눈앞에 종이를 펴 든 채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표정을 짓자,

바라보던 네 남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꿀꺽.


‘.....서, 설마, 진짜 일본국대로 간다는 건가?!’


탁.


감정을 추스른 수지가 종이를 탁자 위에 놓았다.

네 남자의 시선이 종이 위에 모인다.


쩍.


네 남자가 입을 쩍 벌렸다.

그 입이 다물어질 줄을 모른다.

왜냐하면 큼지막한 글씨로 한 자 한 자 그려나간 이 종이 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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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제35장. 높이 대결 +2 22.11.05 409 6 12쪽
34 제34장. 고깔모자 +2 22.11.02 470 8 7쪽
33 제33장.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2 22.11.02 464 6 11쪽
32 제32장. 텐허구장에 휘몰아 치는 광풍 +2 22.11.01 509 8 8쪽
31 제31장. 질주본능 +2 22.10.31 591 10 11쪽
30 제30장. 게리의 악몽 +2 22.10.30 604 10 13쪽
29 제29장. 비상하는 새 +2 22.10.27 681 11 9쪽
28 제28장. 다혈질 감독 드래이크 +2 22.10.26 650 11 13쪽
27 제27장. BBC 중계석의 혼란 +2 22.10.25 708 11 16쪽
26 제26장. 돌직구 +2 22.10.24 716 12 13쪽
25 제25장. 눈먼 돈 +2 22.10.23 752 13 10쪽
24 제24장. 유럽! 유럽! +4 22.10.22 796 14 12쪽
23 제23장. 10년간 준비된 치밀하고도 잔인한 복수극의 서막 22.10.21 823 12 13쪽
22 제22장. 강민우의 태극기 모독 사건 +4 22.10.20 862 15 13쪽
21 제21장. 박스프리(box-free) 골키퍼 +3 22.10.19 794 11 8쪽
20 제20장. 반역의 피 +2 22.10.18 804 13 13쪽
19 제19장. 아름다운 비행 2 22.10.17 791 12 14쪽
18 제18장. 아름다운 비행 1 +1 22.10.16 811 13 15쪽
17 제17장. 라리가의 명장 파이뇨 감독이 내한한 진짜 이유는... 22.10.15 839 13 16쪽
16 제16장. 안 서면 지는 거다. +1 22.10.14 841 12 14쪽
15 제15장. 동키호테 +2 22.10.13 873 13 12쪽
» 제14장. 나의 거인 +1 22.10.12 884 14 9쪽
13 제13장. 민우의 선택 +1 22.10.11 909 12 11쪽
12 제12장. 백지수표 22.10.10 940 15 14쪽
11 제11장. 급물살 +2 22.10.09 952 12 14쪽
10 제10장. 봄비 +2 22.10.08 946 13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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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제8장. 불쌍한 놈 +1 22.10.06 1,044 12 11쪽
7 제7장. 유럽으로 직행? +1 22.10.05 1,084 13 15쪽
6 제6장. 취재 경쟁 22.10.04 1,094 12 14쪽
5 제5장. 그러나 공은 둥글었다. (신이 차려준 밥상) 22.10.03 1,134 13 15쪽
4 제4장. 숨겨둔 비수를 꺼내다. 22.10.02 1,165 14 10쪽
3 제3장. 축구바보 박수지 기자 22.10.01 1,236 13 13쪽
2 제2장. 골 넣는 골키퍼 +2 22.09.30 1,443 16 12쪽
1 제1장. 무실점 행진 +2 22.09.30 1,854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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