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기사는 2회차에도 세계를 구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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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치킨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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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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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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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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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EPILOGUE. 당신이 모르는 공백 (3)

DUMMY

한껏 심통이 나서 복도를 걸었다.


“아니, 멀쩡하게 기억 돌아왔으면 생존 신고라도 해주지 그랬습니까?”


불평하자 사부들에게서 온갖 잔소리가 날아든다.


“네가 지상에 있는데 어떻게 연락을 하느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여긴 통신석도 안 터지잖아. 그러니 억지 쓰지 마.”

“우리로서는 수호신의 중계로 자네의 활약을 엿보는 게 고작이었네.”


좌우로 나를 둘러싼 백발 불사자들. 태연하기 짝이 없는 이치들이 정녕 스승이란 말인가. 참된 사부라면 모름지기 감동의 눈물이라도 흘려야 하는 법인데.


내심 원성이 가득하던 그때였다.


“고생했더군. 살신성인하는 그 의지로.”


옆에서 걷는 류성철이 드물게 미소 지었다. 그 모습에 일순 멍해졌다가 입을 비죽였다.


“저 고생 안 했는데요.”

“이놈은 대체 뭐라는 거냐?”

“그러게. 요즘 애들 하는 말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

“끄응······.”


연장자들 등쌀에 눌려 앓는 소리를 냈다. 쟁쟁한 어깨가 양옆에서 밀어대니 콩나물시루처럼 부대낀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 움츠러들고 짜증이 솟구친다.


머리 위로 류성철이 낮게 목을 울린다.


“솔직하지 못한 버릇만은 여전하군. 그러니 지금까지 여자친구가 생기지 않는 걸세.”

“아 좀, 하지 말라는 표정 안 보입니까? 다들 노안 왔어요?!”


못 참고 빽 소리를 질렀다. 사부들이 왜 저러나 싶어 눈을 끔뻑인다. 화내도 소용이 없지. 한숨을 쉬며 마침내 당도한 문을 가리켰다.


“여기에 최호준도 있다지 않습니까. 지금 무지하게 심란하다고요.”


나락에선 자안도 무용지물이었다. 주파수가 안 맞는다고 해야 할까. 이러한 현상을 인도자는 간단히 설명했다.


「처음 나락에 떨어지면 무자각으로 악몽을 반복하지. 소멸체로 전락해도 비상 위험 수준을 유지하도록 설정되어 있으니까.」


요컨대 시스템 제한이 원인이라는 소리다. 덕분에 이곳을 돌아다니는 내내 불안에 시달렸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상자라도 앞둔 사람처럼.


“뭐, 괜찮을 게다. 그놈 기억 되찾자마자 우리가 호되게 꾸짖어서 기를 죽여놨으니.”

“하아······.”


고개를 내저으며 문을 열었다.


그곳은 주방이었다. 조리 기구가 걸린 조리대와 싱크대, 업소용 마력 냉동고까지. 부연 수증기 사이로 분주히 오가던 일꾼이 우리를 돌아본다.


그 정체는 최호준이 아니었다.


“어? 어어···?”


휘청이던 조성식이 가까스로 중심을 잡는다. 고꾸라진 요리사 모자를 바로 세우고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삿대질한다.


“내가 귀신을 보나? 신유헌··· 이지, 이거?”


나는 불현듯 심술이 나서 목검에 손을 올렸다.


“그래. 신유헌이지. 지옥까지 잡으러 왔다, 이 임포스터 새끼야.”

“으, 으아아아악······!”


놈이 기겁해서 뒤로 넘어졌다. 쿠당탕, 채소 바구니가 쏟아지고 난장판이 따로 없다. 그 꼴에 만족해서 뽑으려던 검을 도로 집어넣었다.


“야, 성식아. 어르신 공경하면서 잘 지냈냐? 최호준 그 새끼는 어디 갔어. 어? 빨리 불어.”


바닥에 쭈그리고 조성식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녀석은 허옇게 질려서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내 뒤를 가리켰다.


“최··· 최호준 저기.”


돌아보니 주방장이 칼을 든 자세로 정지해 있다. 놈은 최호준이 맞기는 했다. 그런데 도마 위에는 생선이 놓였고, 접시에는 회가 담겼다.


“······뭐냐 저거?”


나도 모르게 손을 스르르 놓았다. 그 틈을 타서 조성식이 부랴부랴 채소를 담는다. 뒷문이 쾅 닫히고 나면 주방이 온통 적막에 휩싸였다.


길태후와 남도연이 다가와 내 어깨에 손을 걸친다.


“몰랐느냐? 저놈 칼 솜씨가 특출나니 재주 살려서 요리 배우며 지내고 있다.”

“덕분에 영웅들 원성은 좀 덜었다고 봐야겠지. 드디어 천직을 찾았으니까.”


그들이 자부심 어린 투로 고개를 주억거린다. 최호준은 눈으로만 우리를 훑다가 작업을 재개했다. 섬세한 손놀림으로 회를 한 점씩 얇게 떠낸다.


“근데 왜······.”


나는 위화감이 들어 눈살을 찌푸렸다.


“뻔히 봐놓고도 저희를 무시하는 겁니까?”

“괜한 말썽으로 물 흐리지 않도록 수호신이 묵언 수행을 명했다더군.”


이번에는 문간에서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벽에 기댄 류성철은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곳에서 팔짱을 끼고 복도만 하염없이 내다본다.


“······신력으로 한 거겠죠. 강제 언어 구속이네.”


죄인이니 입을 꿰매버렸다는 소리다.


쌤통이구만.


속으로 빈정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찝찝함이 가시질 않았다. 축 늘어져서 벽에 정수리를 박았다.


“하··· 이런 꼴 보러 내려온 건 아닌데요. 기분 엄청나게 이상하거든요. 혼자 있고 싶으니까 다 나가주시죠.”


기분이 더할 나위 없이 저조했다. 나는 설득 특화형 플레이어니까. 회유에 실패해서 그 결과를 마주하니 마냥 시원스럽지는 않았다.


“왜 그러냐? 잘살고 있는 놈을. 애먼 죄책감 느낄 것 없다. 뿌린 대로 거둘 뿐이니.”

“예, 뭐··· 저 녀석 죽음의 신 편드는 거 보니 재앙의 주둥아리긴 하던데요. 평소에 말수 적었던 게 다행일 정도로.”


불사자들이 등을 다독여준다. 가까스로 평정을 되찾고 몸을 일으켰다. 만찬 때는 생선 요리만 골라서 거덜 내주겠다고 결심하며.


“사람 엿 먹인 만큼 무한 리필로 먹어줘야지. 고생 좀 해봐라, 개자식아.”


닫힌 문을 쏘아보다가 휙 돌아섰다.



***



사막은 어느덧 초저녁에 접어들었다.


열기를 머금은 모래가 차츰 식어가는 시간이다. 타오르는 황혼이 노년에 접어든 영혼처럼 잔잔한 파도 색으로 물들어간다.


그즈음엔 초청받은 식객도 하나둘 도착했다.


“우리 왔어, 신유헌···!”

“아, 부르지 말지. 그 멍청 탱커.”


홍시현이 붉은 소매 사이로 손을 흔들며 들어온다. 뒤따르는 남설이는 선글라스를 목에 걸고 연신 투덜댄다. 그녀를 달래는 일은 언제나 김재우 몫이다.


“어차피 기념품도 돌려야 하잖아.”

“쟤 줄 건 없는데?”


로비에 들어선 남설이가 선물 상자를 착착 내려놓는다. 포장지에 ‘루나리움 특산품’이나 ‘한정’ 따위의 문구가 적혔다.


“남설이는 안 와도 되는데 용케 찾아왔네.”

“아 씨, 저 새끼 선물 안 줄 거라고오······!”


남설이는 오자마자 팔을 휘저으며 행패다.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한 김재우가 목이 꺾인 채로 쓴웃음을 짓는다. 그 모습에 절로 장난기가 든다.


“어땠어, 형? 오래간만에 평화로운 효도 관광을 즐긴 기분이.”

“어··· 괜찮았지. 너 없으니까 시현이가 허전해하더라.”

“나도 따라가고 싶었는데 말이지. 역시 그놈들이 걱정이라서.”


재수 없는 두 놈을 떠올리며 자조적으로 푸념했다. 나머지 불사대가 휴가를 떠난 사이, 나는 문제아들을 감시하느라 밤을 설쳤다.


특히나 인도자 그놈, 주사로 발광해서 자기 머리라도 쏠까 봐.


“그놈들?”

“있어. 여러 일이 있었지. 데이터 검열 삭제될 만한 여러 담론과··· 정의의 이름으로 와인 저장고 털기, 술병 쟁탈전··· 뭐 그런 게.”


그러자 홍시현을 비롯한 불사대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무슨 소리야, 그게?”

“뭔 소린지 잘 안 들렸는데.”


남설이가 귀를 파서 후 불어낸다. 왜 그러는지 대충 예상이 갔다. 그들에게는 ‘데이터 검열 삭제’라는 문구가 들리지 않았겠지.


“됐어. 들어가서 자리나 잡아라.”

“웨이터 수고.”

“아니, 저게···.”


남설이가 찬 바람 날리며 쌩 지나간다. 발끈했던 나는 더워져서 목깃만 조금 풀어냈다. 만찬이라고 쫙 빼입은 정복 차림으로 나타난 게 실수였다.


“손님 맞는다고 계속 여기 서 있는 거야?”

“몰라. 교대하고 싶은데 공성현 자식이 안 와.”


홍시현과 하이파이브 하고 그녀를 보내주었다. 그다음으로는 일행들이 속속들이 도착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진 않았어요.”

“그렇습니까? 영혼 세계 간다기에 걱정했는데.”

“헤헤··· 제가 가운데서 잘 조정했거든요.”


임수아와 문예린은 여느 때처럼 함께 입성했다. 듣기로는 생명의 신전을 방문하고 오는 길이라 했던가.


“사필귀정이란 말이 있잖아요. 잘못된 일을 바로잡고 왔죠.”


그 말만 남기고 임수아는 안으로 들어갔다. 손을 맞잡은 그들의 뒷모습이 오늘따라 후련해 보였다.


“흐음··· 아, 오셨군요. 마법부 여러분.”


잠시 의아해하던 나는 식객을 맞느라 궁금증도 곧 잊어버렸다. 명단이 체크 표시로 가득할 즈음에야 공성현은 돌아왔다.


“뭐 하다 이제 오냐?”


의자 등받이에 팔을 걸치고 비스듬히 앉아 캐물었다. 녀석은 적당히 의자를 빼서 옆자리에 착석한다. 주변은 일찍이 샴페인을 터뜨리느라 난리다.


“······정좌하고 정신 수련 당했어. 나보고 내면에 마귀가 끼어서 그렇다더군.”

“뭔 마귀?”

“개인적인 질문을··· 아니, 아무것도 아냐.”


천도주를 내려놓는 녀석의 안색은 지칠 대로 지친 듯했다. 마개를 뜯지도 않았으니 맨정신일 텐데, 도무지 무슨 일인지 영문을 알 수 없다.


이내 쩌렁쩌렁한 목청이 의문을 지워버렸다.


“자, 초대 국왕 폐하까지 전원 참석했겠다! 다들 건배하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하여!”


짠.


다 같이 일어나서 잔을 부딪치고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런 뒤에는 포도주를 까고, 천도주도 줄줄 흘리고, 테이블보가 흥건히 젖고······.


누가 죽어도 모르게 흥청망청 마셔댔다.


“······.”

“저쪽은 진짜 죽은 것 같은데. 그쪽이 좀 깨워봐요.”

“놔두죠. 공성현 씨는··· 여기만 오면 아픈 과거를 떠올리고 고주망태 되는 녀석이거든요.”


포크를 흔들며 짐짓 엄중하게 공성현을 변호했다. 녀석은 기어코 식탁에다 묵례하고 말았다. 저러면 나중에 일어날 때 이마에 자국이 남을 텐데.


골려줄 생각에 벌써 흥이 난다.


“야, 야. 일어나. 이마에 과일 좀 그리자.”

“······.”


발로 툭툭 차도 이놈은 일어날 기미가 없다. 명복을 빌어주며 나는 후드만 고이 덮어주었다.


“수아 씨, 예린 씨. 구급차 부르죠.”

“구급차가 뭔데요···?”

“아, 구급차가 뭐냐고, 그래서······!”


최요환도 인사불성으로 취했다. 녀석은 영웅들과 어깨를 나누고 연거푸 술을 퍼마시는 중이다.


“아, 생선 치우라고! 안 먹는다고!”

“대체 누가 말해줬어? 주방에서 나오지도 않는 쉐프 정체를!”


성난 영웅들이 호통을 치다 곧이어 국가를 부른다. 단체로 몸을 흔들며 가무를 즐기는 인파를 조용히 빠져나왔다.


“응? 어디 가, 신유헌?”


피아노에 앉은 홍시현이 옷깃을 붙잡는다. 나는 말없이 웃어주고 그녀를 지나쳐 외부로 나왔다. 그 길로 계단을 올라가 넓적 바위에서 사막을 굽어보았다.


바람을 타고 희미하게 연주 소리가 들려온다.


“흐흠······.”


멜로디를 따라 나도 노래를 흥얼거린다. 건반이 물결치며 이루어낸 선율이 한여름 밤의 꿈처럼 아름답다.


낙원은 늘 그런 분위기를 풍겼다. 더운 공기도, 은하수 아래서 반짝이는 모래알도.


사막의 오아시스는 해변을 닮았으니까.


“아··· 이제야 좀 술이 깨네.”


바위에 앉아 기지개를 켰다. 바닥을 짚고 목을 젖힌 채로 기분 좋게 웃었다. 가끔은 홀로 풍류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뻔했는데 또 무슨 속셈일까.


“좀 가지? 달밤에 체조하는 사람 방해하지 말고.”

“여긴 내가 개척한 사유지다. 그러니 나갈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희겠지.”


포탈을 타고 온 인도자가 느릿하게 걸어온다. 절벽에 서서 휑한 지붕을 내다본다. 자유를 방해받은 나는 무릎에 턱을 괴고 툴툴거렸다.


“수호신이 들으면 참 좋아라 하겠다.”

“낙원을 이룩한 건 휴식의 신이지. 하지만 나락은 본래 시스템 관리자의 영역이다.”

“아, 그러셔.”


금세 할 말이 떨어졌다. 별을 헤아리며 침묵을 지키던 그때였다.


“여기까지 왔는데 너는 변한 게 거의 없군. 다른 이들과 다르게.”

“······뭐?”


뜬금없는 소리에 반문하며 놈을 올려다보았다. 놈이 담뱃갑에서 돗대를 꺼내어 입에 문다.


“너와 내 공통점이지. ‘유일한 생존자의 고통’은 그런 의미에서 실패작이다. 주인공은 결국 비극을 극복하지 못하고······.”


라이터 없이도 필터가 저절로 타오른다. 연기를 들이마신 놈의 입매가 말려 올라간다.


“자신이 바꾸지 못한 결말에 승복하니까.”

“······.”


말문이 막혀왔다. 섣불리 대답하는 대신 소설의 결말을 떠올렸다.


실상을 거론하자면 주인공은 유일하지 않았다. 최후까지 살아남은 자가 한 명 더 있었다. 그의 하나뿐인 어린 동료다.


“딱히. 나는 그런 결말도 나름 괜찮았어. 늙어 죽은 주인공 대신 그놈이 끝까지 살잖아. 그놈··· 그 빌어먹을 동료 자식.”


허구한 날 양심 없이 억지나 쓰고, 매사에 무모하게 돌진하는 애송이였다. 초장부터 사람을 고생시키는데 어째선지 두고 볼 수 없었다.


“주인공은 불변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동료가 그 의지를 이어받았지. 세상에는 누군가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주인공도 있어.”


열다섯 무렵에는 그런 내용을 꽤 좋아했다. 최강자로 시작해서 동료를 키워주는 소설. 주인공은 자신이 모험에 뛰어드는 게 아니라, 다가오는 위협으로부터 누군가를 지켜준다.


“제자를 이끌어주는 역할이라니 꽤 멋있잖아. 나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었거든. 최근에 비슷한 경험을 하기도 했고.”


내게도 스승이 있다. 긴 여정의 종착점에서 나를 맞아주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나를 완성해주었기에, 나도 누군가를 구원하고자 하는 어른으로 컸다.


마찬가지로 지나온 길을 어떤 녀석에게 전수해주고 싶었다.


선악의 갈림길에서 마주하는 갈등이라든가, 어려움을 견뎌내면 반드시 기다리는 보답. 힘든 삶이라고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교훈을.


내일을 믿는 방법을.


“······왜냐면 나는 이미 거기에 서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아마도, 난 주인공의 스승쯤이려나.”


차분해진 심장으로 작게 중얼거렸다. 소설 이야기일 뿐인데 어째서일까. 어느 순간부터 오롯이 내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나의 이야기나 다름없었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해. 자신이 엄청나게 위대한 영웅의 스승이었다고.”


자리에서 일어나 인도자를 돌아보았다. 놈은 웃지 않았다. 나는 시원섭섭하게 웃었다.


“그거면 됐잖아.”


어깨를 툭 치고 먼저 내려왔다. 돌아보면 계단은 텅 비어 있었다. 놈은 따라오지 않았다. 정상에 남아 굳건한 유령처럼 서 있다.


하여간 이놈이고 저놈이고 걱정만 끼친다니까.


사막을 디디며 고개를 들었다. 부르지도 않은 일행들이 마중을 나왔다. 부축을 받으리라 예상했던 공성현은 뜻밖에 두 발로 서 있었다.


“······.”


손에 든 것은 숙취 해소용 자몽이었다. 과일을 한 입 베어 문 녀석이 묵묵히 과육을 씹는다. 그 꼴이 못내 우스워 피식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나라면 몰라도 저놈은 많이 변했지.


“아주 2차까지 달리려고 작정했냐?”

“뭐래요, 밤새도록 쭉 가야지! 먹고 죽자고!”


사내자식들을 양쪽에 끼고 왁자지껄하게 걸었다. 임수아와 문예린이 못 말린다는 얼굴로 따라왔다.


우리가 가고 나면 사막은 적막했다.


멀리서 울려 퍼지는 피아노 소리만이 밤의 세계를 위로했다. 삭막한 돌풍이 언덕을 휩쓸어 내린다. 유령들이 곡성을 자아내도 오늘만큼은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


내가 모르는 누군가의 공백을 그렇게 채웠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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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 외전2 - 32화의 두근두근 유이세 비하인드! 24.06.23 32 1 5쪽
268 외전 1 – 자나 깨나 감기 조심 23.10.07 47 0 19쪽
» 264. EPILOGUE. 당신이 모르는 공백 (3) 23.09.22 49 0 16쪽
266 263. EPILOGUE: 당신이 모르는 공백 (2) 23.09.22 32 0 11쪽
265 262. EPILOGUE: 당신이 모르는 공백 (1) 23.09.20 50 0 17쪽
264 261. TRUE END: 신을 구원한 영웅 (3) 23.09.12 56 1 12쪽
263 260. TRUE END: 신을 구원한 영웅 (2) 23.09.12 44 0 12쪽
262 259. TRUE END: 신을 구원한 영웅 (1) 23.09.10 37 0 16쪽
261 258. NORMAL END: 영원의 계승자 23.09.08 36 0 13쪽
260 257. BAD END: 신에게 바치는 레퀴엠 23.09.07 44 1 11쪽
259 256. Chapter 61. 데이터 검열 삭제 (2) 23.09.06 51 1 13쪽
258 255. Chapter 61. 데이터 검열 삭제 (1) 23.09.05 40 0 14쪽
257 254. Chapter 60. 따스한 홍염의 기록 23.09.04 35 0 13쪽
256 253. Chapter 59. 결전의 고성 (13) 23.09.04 34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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