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비의 운이 터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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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모
작품등록일 :
2022.10.06 01:17
최근연재일 :
2023.05.17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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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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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그다지 반갑진 않은

DUMMY

“뭐 이리 늦게 와.”


달칵, 현관 안으로 들어서던 이단은 중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날아와 꽂히는 목소리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는 다운 넌 뭐 이리 빨리 들어왔어?”


분명 우리보다 늦게 나가지 않았어? 그런 이단을 대신해 그의 어깨 너머로 불쑥 고개를 내민 테오도르가 대신 받아쳤다.


“남 이사.”

“그래, 남 이사.”

“따라 하지 마라.”

“똬롸 하쥐 뫄롸~”


서른 훌쩍 넘은 인간들이 하는 꼴 좀 보라지. 타고난 성정 자체가 사포처럼 꺼칠한 권다운에게 깐족대길 좋아하는 테오도르는 천적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이단이 알 바 아니었다. 절대 저 사이에 끼고 싶지 않았다. 제발 내 집에서 꺼져줬으면. 그리고 평생 남으로 지냈으면.


물론 든든하고 친절한 루이스 던과 온화하고 지적인 아가사 던 사이에서 어떻게 저런 인간이 튀어나왔는지 회한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어 이단은 고개를 작게 내저으며 귀신같이 제 방으로 들어갔다.


철천지원수 보듯 테오도르를 노려보던 권다운이 이단의 까만 뒤통수가 사라지는 것을 흘끗 보곤 산발적으로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됐고. 어땠어.”

“뭐가?”


털썩, 김 팍 샌 얼굴로 소파에 몸을 파묻은 테오도르가 입을 삐죽이며 되물었다.


“뭐긴. 보고 왔을 거 아냐.”

“허어? 내가? 뭐얼?”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죽죽 말을 늘여 빼는 테오도르에 권다운의 얼굴이 심상치 않게 구겨졌다.


“왜, 나 때릴 거야?”

“하······.”


포로리는 귀엽다 못해 안쓰럽기라도 하지. 이건 뭐 최소 너부리, 아니 야옹이형이 저 짓거릴 해도 저것보단 보기 좋을 것 같았다. 꼴같잖은 광경을 마주한 권다운의 턱밑에 짜증이 들끓었다.


“너 하는 짓거리 그대로 루이스한테 전달해줘?”


애지중지하던 도련님을 아들이랍시고 믿고 맡겼더니 정작 아들이라는 놈은 근무 태만하기만 하다는 걸 알면 목 짚고 뒤로 넘어가겠네.


“아, 말해. 말한다고.”


이 나이에 아버지에게 먼지 나게 얻어맞고─저번에 당했던 엎어치기가 생각나 절로 등짝이 욱신거리는 듯했다.─ 싶진 않았기에 테오도르는 금방 백기를 들었다.


“흠. 본 그대로 말해?”

“그럼 지어 말하냐?”


역시 루이스를 불러야 했었나, 권다운의 머리가 후회로 그득 찼다.


“좀, 제정신이 아니던데.”

“···뭐?”

“아니, 좀 많이. 그 사람들, 일단 정상은 아닌 것 같다고.”


···일단 존재 자체가 비정상이 네가 할 말은 아닌 듯.


권다운은 목구멍까지 절로 차오른 말을 굳이 참지 않았다.





* * * *





“······.”


이단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테오도르를 흘겨봤다.


“뭐야, 그 표정은.”

“······.”

“아, 진짜 안 이른다니까.”


왜 이래. 나 못 믿어?


─이단의 시야 상─쓸데없이 공간만 차지하는 어깨를 죽 펴며 가슴팍을 두드리는 테오도르에 도리어 이단의 콧잔등에 주름이 졌다.


“······.”


너 같으면 믿겠냐. 이 간신배 같은 인간아.


구구절절 제 일과를 읊는 게 일인 인간의 대체 어떠한 부분을 신뢰하라는 건지 알 수 없어 이단의 심기는 불편해져만 갔다.


“무슨 꿍꿍이야?”


그렇게 철통방어를 해댈 땐 언제고. 오랜만에 개방된 작업실을 떨떠름하게 마주한 이단이 목소리에 불신이 넘쳤다.


“꿍꿍이는 무슨. 건실하다 못해 반질반질한 내 얼굴 안 보여?”

“기름기겠지. 가서 세수나 해.”


애초에 네 얼굴이 반질대는 거랑 꿍꿍이가 있는 거랑 대체 무슨 상관인데. 지저분한 인간아. 이해할 수 없는 헛소리를 더는 듣고 싶지 않아진 이단이 테오도르의 얼굴을 손으로 쳐내며 작업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건 광이지 기름이 아니거든?”


그게 광이든 기름이든 근처에 가고 싶지 않게 하는 것은 똑같았다.


눈에 낀 눈곱이나 떼고 말하든가.


테오도르의 지저분한 얼굴을 더 이상 상종하고 싶지 않아 홱 몸을 틀어 ─하마터면 꼼짝없이 중고로 팔려나갈 뻔했던─VD를 다시 마주한 이단이 기다란 캡슐 형태인 VD를 달칵 열었다.


VD의 내부는 언제나 그랬든 푹신하니 퍽 잠들기 좋아 보였다.


“오, 딱 잠자기 좋게 생겼네.”

“기름 묻으니까 근처로 오지 마.”

“기름칠하고 좋네, 뭐~”

“······.”


저 더러운 꼴의 감시 카메라를 당장이라도 집에서 내쫓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현실에 환멸이 난 이단의 낯이 핼쑥해졌다.


“허튼짓하지 마.”

“안 해. 안 한 대도 그러네.”

“······.”

“잘 보고 있을 테니까. 들어가기나 해.”


찡긋, 되지도 않는 윙크를 하는 테오도르에 헛구역질하는 시늉을 한 이단은 VD가 완전히 닫히는 순간까지도 테오도르를 향해 의심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그 사람들한테 안부도 좀 전해주고.”


둥, 둔탁한 소리를 내며 닫힌 VD를 내려다보며 손 인사를 한 테오도르가 피식 웃으며 여전히 들고 있던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세수나 할까.”


쭈욱, 기지개를 켜며 작업실을 나서는 큰 발이 그의 성격만큼 경쾌하게 움직였다.





* * * *





깜박, 깜박, 눈을 뜬 이단의 얼굴이 찝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 인간이 이렇게 쉽게 보내 줄 인간은 아닌데. 몇 년을 시달렸던 기억이 이단에게 끊임없이 의심을 심어주었다.


“아, ···윽!”


무심코 입을 벌리던 이단이 흠칫 턱을 떨며 고개를 푹 숙였다.


제 입안 사정을 까맣게 잊고 있던 이단의 시야가 노래졌다.


욱신대다 못해 찌르르한 감각이 오랜만이지만 전혀 반갑지 않았다.


“···뭐하냐?”


제 머리 위에서 얄미운 목소리도 오랜만이었지만 역시나 전혀 반갑지 않았다.


더듬더듬 머리를 들지 못한 채 손만 겨우 움직여 인벤토리에서 화이트보드와 보드마카를 꺼낸 이단이 왼손으로 끄적끄적 날리듯 글을 적었다.


(신경 꺼.)


“여기 먹을 거 다 떨어졌더라.”


제 말에 주제를 바꾸는 것까진 좋았지만, 다음 주제 선정도 이단의 속을 긁어놓긴 마찬가지였다. 아니, 사실은 제 말을 무시한 것이겠지.


남의 집에 멋대로 쳐들어온 주제에 야금야금 집을 뒤지며 간식까지 죄다 꺼내먹었을 식충의 행각을 상상하니 절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상종을 말아야지.


욱신대는 입천장에 혓바닥도 빳빳하게 바닥에 납작 달라붙도록 굳힌 채 한참을 꼼짝 못 하던 이단이 겨우 고개를 들어 한숨을 쉬는 대신 앞머릴 쓸어 넘겼다.


아, 그러고 보니.


이단은 제가 로그아웃하며 자연스레 인벤토리로 돌아갔던 만복아를 기억해냈다.


까딱, 이단의 손짓에 허공에서 톡 튀어나온 만복아가 기다렸단 듯 그의 손을 타고 목까지 감겨 올랐다.


안녕, 오랜만이야. 악튜러스에 접속하기 무섭게 안 좋은 것들만 마주했던 차에 드디어 마음 놓고 반가워할 수 있는 존재를 만난 것이 기뻤는지 차마 말로는 표현할 수 없던 이단이 손가락으로 만복아의 알껍데기를 슬슬 매만졌다.


그런 그가 반갑긴 마찬가지이나 너무나 늦게 돌아온 것이 얄미웠는지 이단은 괜스레 알껍데기를 세우며 이단의 뺨을 깨무는 시늉을 했다.


아, 그건 좀 참아주라.


끼익─


차마 크게 고개를 비틀지 못하고 찔끔찔끔 턱만 틀던 이단의 귓가에 어디선가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의 시야 끝에 희멀건한 것이 걸렸다.


“안녕. 고객님, 왜 이렇게 늦게 왔어? 기다리다가 팔 빠지는 줄 알았잖아.”

“······?”


까딱까딱,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예를 들며 방문을 닫고 나오는 트릭스터에 힘겹게 만복아를 피해 움직이던 이단의 눈이 당황스레 깜박거렸다.


···아니 왜 거기서 나오세요?


마침 제집 안방이라도 되는 양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유레카가 얼을 타고 있는 이단을 향해 넉살스레 손을 흔들었다.


“오랜만에 보니 반갑지?”

“······.”


인사를 해야 할지 아니면 왜 거기서 나오는지 물어야 할지 보드마카를 쥔 이단의 왼손이 꿈틀댔다.


(안녕하세요. 근데 왜 거기서 나오시나요?)


거긴 분명 빈방일 텐데. 결국 두 가지를 다 하는 것을 선택한 이단이 화이트보드를 들으며 얼굴 가득 의문을 표했다.


“아~ 몰랐어? 내가 고객님 집이랑 우리 집을 연결해 놨는데?”


정확히는 내 아공간이랑 말이지.


뒷말을 묵음 처리한 유레카가 얄궂게 눈을 휘며 웃었다.


“······.”


대체 언제?


이쯤 되면 세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닐까. 무어라 반응해야 할지 몰라 눈만 끔벅이는 이단에 유레카는 다 이해한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원래 오른손이 하는 일은 왼손이 모르게 하는 법이잖아?”


···그렇다고 제가 그쪽 왼손은 아닌데 말이죠. 왼손이 더 익숙한 양손잡이인 이단으로선 그다지 감흥 없는 말이었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더 와닿지 않았다.


“네가 자선을 베풀 때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마태복음 6장 3절 구절이로군요.”


흠칫, 불시에 제 뒤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단의 등골에 기시감이 스쳤다.


슬쩍 고개를 돌려 얼굴을 마주한 이단에게 여상히 목인사를 한 성요한이 여느 때처럼 웃으며 유레카를 내려보았다.


“물론 이런 때에 쓰는 말씀은 결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이래서 예수쟁이들은.”


대충 의미만 통하면 되는 것을. 꼭 이렇게 말꼬리를 붙잡고 늘어진다며 유레카의 밉살맞은 얼굴에 인상이 졌다.


매번, 성요한을 볼 때면 유레카의 낯에 미미한 가시가 섰다.


마리오가 유레카의 신체적 천적이라면 성요한은 그녀의 정신적 천적이라 할 수 있었다. 적어도 그녀가 느끼기엔.


두 사람 다 요주의 인물이라 할 수 있었지만, 그 우위를 따지자면 성요한의 쪽이 더 우세했다.


그런 두 사람의 조용한 기 싸움 가운데 자연히 자리하게 된 이단이 애매한 표정으로 입을 말았다.


이제 저 방은 아무래도 좋으니까 제발 저 빼고 둘이 얘기해주시면 안 될까요.


이미 유레카가 사용한 방이니, 어차피 빈방이었기도 하고 뭐 별일 있겠나 싶어 어영부영 넘기고 싶어진 이단은 어느새 제 목을 감고 올라와 제 머리에 몸을 부빗대는 만복아를 감싸 안으며 눈을 굴렸다.


(그래서 무슨 일로 오셨는지 물어도 될까요.)


왜 이 두 사람의 눈싸움에 가만히 있는 내가 더 지져질 것 같지. 슬금 몸을 움직여 상체를 뺀 이단이 조심스레 화이트보드를 들어 올렸다.


연신 못마땅한 눈빛으로 성요한을 쳐다보던 유레카가 그런 성요한의 얼굴을 가리며 살그머니 올라오는 화이트보드에 푸스스, 김이 빠져 헛웃음을 흘렸다.


“···이단님?”


갑자기 시야가 가려지긴 피차일반이던 성요한이 당혹감을 표했다. 저절로 유레카의 얼굴이 유쾌해졌다.


“안 어울리게 앙큼한 짓을 하네. 고객님.”

“?!”


···아, 앙, 앙큼? 제 나름대로 중재해보려 나섰을 뿐인데 제 인생에 들어볼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던 표현을 얻어맞게 된 이단의 손에 들렸던 화이트보드가 삐끗 사선으로 기울어졌다.


“웩.”


그와 동시에 언제 따 왔는지 모를 사과를 와그작 씹어먹던 ACT가 그대로 입 안의 사과를 게워내듯 뱉어냈다.


“······.”


투둑, 떨떠름한 얼굴이던 이단의 시선이 유레카를 외면하며 자연히 바닥을 향했다.


기분 더러운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남의 집 바닥을 더럽히면 안 되지. 유레카의 반응에 당황했던 것도 잊은 이단이 곰이 씹다 만 사과 과육에 썩은 얼굴로 ACT를 노려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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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처음 뵙겠습니다 (2) 23.05.09 25 0 13쪽
69 처음 뵙겠습니다 (1) 23.05.07 23 0 13쪽
68 답은 답인데 23.05.04 26 0 12쪽
67 실시간 감시중 23.05.02 23 0 13쪽
66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다. 23.04.30 28 0 14쪽
65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23.04.27 28 0 12쪽
64 운수 없는 날 (6) 23.04.25 25 0 13쪽
63 운수 없는 날 (5) 23.04.23 24 0 15쪽
62 운수 없는 날 (4) 23.04.20 21 0 13쪽
61 운수 없는 날 (3) 23.04.18 25 0 13쪽
60 운수 없는 날 (2) 23.04.16 26 0 14쪽
59 운수 없는 날 (1) 23.04.13 34 1 12쪽
58 진실은 언제나 하나 23.04.11 25 1 14쪽
57 체험! 날조의 현장 (2) 23.04.09 25 1 16쪽
56 체험! 날조의 현장 (1) 23.04.06 26 1 14쪽
55 산 너머 산 23.04.04 28 1 14쪽
54 아마도라고 했으면서 23.04.02 28 1 16쪽
53 안 괜찮을 것 같은데요. 23.03.30 25 1 18쪽
52 아아, 그건 제 잔상입니다만? (4) 23.03.28 31 1 16쪽
51 아아, 그건 제 잔상입니다만? (3) 23.03.26 27 1 12쪽
50 아아, 그건 제 잔상입니다만? (2) 23.03.23 26 0 16쪽
49 아아, 그건 제 잔상입니다만? (1) 23.03.21 33 1 15쪽
48 한낮의 손님 (5) 23.03.19 36 1 14쪽
47 한낮의 손님 (4) 23.03.16 29 1 16쪽
46 한낮의 손님 (3) 23.03.14 35 1 15쪽
45 한낮의 손님 (2) 23.03.12 37 1 15쪽
44 한낮의 손님 (1) 23.03.09 40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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