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천마, 동반 회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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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만두
작품등록일 :
2022.10.10 03:18
최근연재일 :
2022.10.2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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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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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회. 북풍한설 (1)

DUMMY

빙정 광산은 북해빙궁의 영토 중에서도 북쪽에 자리잡고 있다. 새하얗게 눈 덮인 황무지는 무지막지하게 드넓은데, 이정표가 될 만한 것도 없어 길 잃어 헤매는 사람이 종종 나올 정도다. 그곳에 빙정 광산이 있다.


광산이라 생각하면 떠올리는 협소한 통로도 있지만, 광장처럼 넓은 장소도 있다. 이런 장소가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단순히 삽과 곡괭이만으로는 설명 불가능했다.


“작업자 주변 인원 확인.”


삽과 곡괭이를 든 작업자들은 말을 내뱉은 사내로부터 20보 반경 바깥으로 멀어져 있었는데, 그 선을 넘어간 사람은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며 복창했다.


“확인.”


무뚝뚝하고 차가운 인상의 사내는 건조한 어조로 말했다.


“폭파한다. 삼, 둘, 하나.”


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손을 바닥에 대고 있었는데, 팔꿈치부터 손바닥까지 새하얀 기류가 휘감더니 손바닥을 향해 회오리처럼 뿜어져나갔다.


투둑. 투둑··· 투두두두둑··· 쩌저저저적! 쿠콰콰콰쾅!!


동심원 모양으로 얼음이 갈라지더니 반경 내의 얼음이 박살났다.


원의 정중앙에 있던 남자는 일어나서 말했다.


“폭파완료. 이상 무. 폭파완료. 이상 무.”


그 말을 끝으로 작업자들은 괭이질과 삽질을 하며 얼음을 포대기에 담아 나르기 시작했다.


차가워 보이는 사내에게 한 여자가 싱글벙글 웃으며 다가왔다.


“선배, 정말 여기 있을까요? 다른 곳에는 있었다 하던데.”


“모르지.”


이 둘은 넝마주이를 걸친 주변 작업자와 다르게 깔끔한 청색 무복 차림이었다. 팔뚝과 가슴팍에는 중원의 글자로 백표(白豹)라고 적혀 있었는데 이는 빙궁 무력대 백표대 소속이란 뜻이었다.


빙궁은 말과 글자가 중원과 달랐지만, 중원에서 많은 사치품이 건너오고, 상류층의 주류 문화로 자리잡으면서 많은 것들이 중원식을 따랐다.


단답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발랄하게 또 물었다.


“정말 이공녀께서 신기가 생긴 걸까요? 예지력이요. 소문이 무성하던데.”


“관심 없다. 군인이 시키는 일만 하면 되지.”


“덕분에 궁주님께서도 때마침 치료에 필요한 빙정을 얻으셨으니, 다행이죠 정말. 저는 이공녀께서 정말 신기가 생긴 거라면 좋겠어요. 그럼 우리도 이젠 더 이상 헛짓거리 하면서 빈 얼음 부수지 않아도 되잖아요.”


“헛짓거리라니. 이것도 엄연히 수련의 일부다. 이만큼 내가중수권을 연마하기 좋은 대상이 어디 있다고.”


두 사람은 간이 막사로 향했다.


“그건 선배 같은 이상한 사람들이나 그렇게 생각하죠. 저는 심한 경우는 하루에 50번도 넘게 했는데, 진짜 그날은 완전히 탈진해서 본대 복귀 한 다음에도 며칠간 앓아 누웠다니까요? 이건 혹사에요. 혹사! 노동력 착취! 에효. 이 추운 곳에서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또 시작이군.”


“아니, 따뜻한 남쪽에 파견 간 애들 얘기 들어보면 아주 천국이에요. 한 달짜리 표국 일을 하는데, 마차 몇 대를 얼리는 업무가 전부래요. 생선이 많아 비린내가 난다고는 하지만. 킥킥. 어쨌든 따뜻해. 돈 벌기 쉬워. 대접도 좋아. 선배는 왜 그런 데 안 가요?”


“그럼 너는 거기 가라. 추천서 써줄 테니.”


“에잇!! 진짜.”


“중원은 빙궁에 대한 혐오가 깊어서 어딜 가나 조심해야 한다. 애들이 나쁜 소식은 걱정할까 뺐겠지. 위험한 일도 많았을 거야.”


“휴··· 됐어요. 그래요. 내가 모자란 년이지.”


막사 앞에서 휙 돌아 가는 여자를 보며 남자는 빤히 쳐다봤다.


“차 한잔 하고 가지?”


“됐어요!”


이틀 뒤, 이곳에서도 빙정이 대량으로 발견된다.


***


비루하게 맨손으로 동굴 흙바닥에 처박힌 천마 화령과 달리, 빙백신녀 은채린은 빙궁주의 차녀, 그러니까 후계 2순위의 귀한 몸으로 돌아왔다.


동원 가능한 힘과 권력의 크기와 규모가 수준이 다르다는 이야기였다.


화령이 율석재에서 자금을 모으고 일행을 꾸린 뒤 폭염사열문을 향해 출발할 무렵.


은채린은 빙정이 대량으로 매설된 지역을 예언했고, 그것이 실제임이 드러났다.


빙궁주인 아버지는 큰 병으로 인해 7년간 요양중이었는데, 치료를 위해 빙정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를 위해 온 빙궁 사람들이 노력하던 와중, 어느날 갑자기 은채린이 빙정이 묻힌 지역을 예언해 채굴에 성공하니 온 이목이 집중되었다.


이로 인해 대중적인 영향력도 순식간에 불어났다.


이는 빙정 채취에 관계된 구성원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애당초 인구가 적어 사람이 귀한 빙궁의 특성상, 빙정을 채취하는 광산에 드는 노동력은 엄청난 부담이다. 전쟁 노예로 데려온 초원의 유목민이 잡부 역할을 맡기는 했지만, 꽤 많은 수의 민간인도 임금을 받고 일했다.


게다가 단단한 얼음을 깨부수는 과정에서는 내가중수권을 익힌 빙공의 고수가 필수적이었다. 괭이질과 삽질만으로는 깊은 곳에 매장된 빙정을 캐낼 수 없었다. 그래서 전투를 담당하는 무력대에서는 반드시 근무지로 정해 순환차출하곤 했다. 중원의 시각에선 이상할지 몰라도, 이는 부가적인 임무가 아니라 주요 임무 중 하나였다.


그러니 빙정 매설 지역을 정확하게 예측한 은채린은 실제 노동을 해야 하는 민간인과 군인 모두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아주 근본적으로 가면 문화적인 이유도 있었다.


빙궁 사람들은 빙정을 성스럽게 여기며,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보물로 생각한다. 중원 사람들은 아주 가끔 빙정을 노리고 빙궁까지 오지만, 대개 아무리 비싼 값을 불러도 거래 품목에 올릴 수조차 없다.


심지어 빙궁주가 거래 여부를 독단으로 결정할 수 없으며, 자금이나 식량 사정이 여의치 않아 반드시 팔아야 한다면 빙궁 7대가문의 모든 최고지도자가 모이는 7인 최고지도회의를 열어 만장일치가 나와야만 진행할 수 있었다.


빙정은 그 정도로 귀하고 희소했다. 이게 채산성이 말도 안 되게 나빠서, 운이 나쁜 시기에는 20년 사이에 한 개도 나오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오죽하면 빙정 하나가 발견되기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그 해는 운이 좋은 해라고 소원을 빌거나 잔치를 벌였다.


그러니, 빙정 매설 위치 수십 곳을 예측해서 빙정을 무더기로 쓸어 담은 신녀는 정말 신처럼 추앙받았다.


엄연히 아직 후계 2순위임에도 불구하고 ‘후계 구도는 끝났다.’ ‘소궁주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 없다.’는 이야기도 종종 돌았다.


그러나 정작 은채린은 빙궁주가 되는 일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빙궁주가 되면 쉽게 빙궁을 떠날 수 없거니와 빙궁 남자와 혼인해야 한다. 특히 후자는 그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다.


그녀는 오로지 천마를 다시 자기 남자로 삼을 생각뿐이었다. 빙정 예측 사건도 사실 온전한 효심의 발로라기 보다는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하고 구상한 원대한 계획의 일부였다.


다음 단계를 실행할 준비가 무르익었다고 생각한 그녀는 즉시 움직였다.


***


며칠 뒤, 어느 새벽.


빙궁 최고의 무력대 중 하나인 한령대(寒靈隊) 대주가 빙궁 지하뇌옥에 끌려왔다.


한령대 대주 강막산은 외척이자 오래된 정적으로, 빙궁주조차도 건드리기 껄끄러워하는 존재였다.


그는 수갑으로 손이 묶인 채로 천장에 달린 고리에 쇠사슬로 메여 있었다.


이 수갑은 사용을 내력 사용을 방해하는 백연철로 만들어진 수갑이다. 백연철은 기를 일정량 저장하며 불규칙적으로 증폭해서 흡수, 방출하는 성질이 있다. 이를 무력화하기는 상당히 까다로웠는데, 파동이 불규칙적이기도 하거니와, 보통 착용자의 내력에 잘 상응하지 않는 성질의 기운을 주입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기공법이 제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백연철로 만든 제압 도구는 무림인에게 치명적이었다.


강막산은 벌거벗은 몸으로 복면 하나만 쓰고 있었는데, 딱히 눈을 가리지 않아도 여기가 어딘지는 뻔히 알았다. 고문하는 입장에서 자주 와본 곳이었다. 당할 날이 올 줄은 몰랐지만.


은채린이 그 앞에 서서 수하에게 손짓 한 번을 하자, 복면을 벗겼다.


“이게 무슨 짓이냐? 신통력이 어쩌고 하는 말도 순 헛소문이군. 당장 풀지 못해!”


은채린에게 강막산이 먼 삼촌 뻘이기는 했다.


“뭐긴, 반란분자 숙청이지.”


강막산은 차가운 말투에서 이질감을 느꼈다. 원래 이공녀는 약간 소심하다고 할만한 성격이었다. 절대 저런 말을 할 만한 애가 아니었다.


“후우······ 아무리 후계자가 탐나고, 내가 일공녀를 지지한다 해도 그렇지. 없는 반역을 만들어 제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 무리수를 던지지 말고 그만 해라. 이쯤 하면 나도 죄를 묻지는 않으마.”


“연기가 좋아. 반역자 주제에.”


“네 희망사항이겠지. 날 속이려 들지 마라. 너보다 이곳에 수백 번은 더 와봤으니까. 황당하군. 증거도 없이 이런 짓을 저지르다니.”


“증거? 왜 없다고 생각하지?”


“반란 따위는 없으니까. 무엇보다, 조작한 증거라도 있다면 곧장 죽였겠지. 굳이 귀찮게 입 열러 지하 뇌옥에 데려오지 않고. 애초에 고문실은 입 열려고 데려오는 곳이다. 애송아.”


“뭘 모르네. 고문실은 고문하려고 있는 곳이야.”


“···?”


“심해수 가져와.”


은채린은 사내의 골반 앞쪽과 뒤쪽을 단도로 째고 얼음으로 깔대기를 만들었다.


“부어라.”


“네!”


검파란 색의 짙은 심해수를 가져온 수하들은 깔대기에 부어넣었다. 핏물을 흡수하며 타고 들어가듯 안쪽으로 쏙쏙 침투했다. 골반 앞쪽에 뚫린 구멍은 양물을 채우고 하체로 내려갔고, 꼬리뼈에 뚫린 하나는 척추를 타고 올라가 손과 머리까지 뻗쳤다.


“잠깐! 빙극형(氷棘荊)은 네가 감당할 수 있는 수법이 아니다!”


"닥쳐. 그냥 너는··· 아무 말도 하지 마."


틀린 말은 아니었다. 7인 최고지도회의 과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만 하는 고문이었으니. 강막산의 친형과 형수가 이 중 1인이었고, 나머지도 얽히고 설킨 친인척이었다. 애당초 이공녀라는 권세로도 함부로 다룰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빙극형은 온 몸의 기맥에 가시가 돋아 찢어지는 고통을 받는 고문으로, 혈도를 따라 세맥으로 침투하는 성질이 있는 심해수의 영기를 이용해 자극에 예민하게 만들고, 고통을 증폭시켰다.


심해수를 적게 들이면 간혹 단전이 보존되어 신체를 회복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럼에도 평생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살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래서 빙극형은 사형이나 마찬가지라고 해서 잘 하지 않는 것이었다.


지금 붓는 심해수 정도면 대충 해도 단전이 박살나는 것은 확정이었다.


은채린도 이걸 잘 알았다.


은채린이 이걸 어떻게 아느냐 하면, 전생에 이놈이 얼마 뒤에 친언니인 일공녀를 이렇게 죽였기 때문이었다. 은채린과 삼공녀는 당시 우연히 바깥에 있었기에 목숨을 부지했지만, 은채린은 이 충격으로 인해 강호를 주유하기 시작했다.


어렵사리 반란을 진압하고, 빙궁주는 죽을 때까지 평생 그 짐을 안고 살았다.


기본적으로는 빙궁주가 병들어 나약해졌기 때문이었지만, 빙궁주의 잘못된 판단이 컸다. 그는 반란의 씨앗을 어느 정도 눈치챘는데, 사람이 귀한 빙궁 특성상 모질게 굴지 못해 사태를 키웠다. 결국 그 우유부단함은 책임질 수 없는 결과로 돌아왔다.


그래서 훗날 후대 빙궁주가 된 삼공녀는 철권통치를 하며 아버지를 많이 탓했었다.


“사실 나는 네가 이렇게까지 당당한 이유도 알아. 의혹이 있어도 증거를 못 찾을 거라 생각하겠지.”


“······”


은채린의 손바닥 위에 투명한 얼음 결정이 조그맣게 떠오르더니, 곧장 그것을 중심으로 쩌저적 얼면서 새하얀 구체가 생성됐다.


“강인환, 모용벽, 한철희, 제갈염, 더 말해?”


강막산의 눈썹이 미세하게 파르르 떨렸다.


“웃기지 마라, 그냥 다 나와 친분이 있는 자들 아니냐? 게다가 네겐 편리하게도 공교롭게 일공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네? 너무 티나지 않나?”


곧 왼쪽 손에도 똑 같은 모양의 구체를 만들어냈다.


“초원에서 온 하르차악(харцага; 매) 부족 사신의 숙소, 대들보 위에 피로 쓴 연판장이 있다. 단순한 내부 반역이 아니라 하르차악 부족을 끌어들일 셈이잖아.”


“!!!”


그녀는 손등으로 얼음조각을 깨트리며 치워냈다.


“자···잠깐!”


“사신이니 떠올리지 쉽지 않고, 외교적 분쟁을 고려하면 숙소를 뒤지기도 어렵겠다. 그렇게 생각했겠지. 넌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라니까. 넌 그냥 오늘 죽으면 돼.”


강막산의 눈에 공포가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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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회. 야만의 시대 (2) 22.10.14 48 1 14쪽
4 4회. 야만의 시대 (1) 22.10.13 55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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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회. 모르면 맞아야지 22.10.11 90 3 14쪽
1 1회. 수컷 22.10.10 149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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