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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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wn7pm
그림/삽화
김설
작품등록일 :
2022.10.12 13:57
최근연재일 :
2023.01.29 00:12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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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49,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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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0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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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81. 세 신의 도시(34)

DUMMY

로크가 다시 손목을 살짝 움직이자 이번에는 조금은 약해진 소리가 공간에 울려퍼졌다.


“이런 도구도 이런 상황도.”


로크가 손목을 흩뿌리듯이 그녀를 향해 휘두르자 채찍이 그녀를 향해 달려간다.


아이라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할 때 채찍은 아이라의 옆을 강타했다.


“아아아악···아아.”


고통이 없고 채찍이 비켜갔다는 안도감에 비명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못다루는건 또 아니란 말이지.”


로크가 채찍을 휘둘러 그녀의 다리를 후렸다.


채찍의 끝이 정확하게 그녀의 다리를 휘감았고 끝이 닿은 부분의 옷감 아래에서 피가 스며나왔다.


“으아아아아악!”


그녀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옛날에 왕이 있었지. 폭군이었고 욕망에 물든 아니 찌든 이였기에 시민들은 그를 끌어내렸다.”


로크가 지금 상황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살이 터져나가는 고통에 다리를 부여잡고 있는 그녀에게 그의 이야기가 들릴리가 없었지만 그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공화정을 세우고 시민들과 귀족들이 대표가 되어서 국가를 운영하기로 했고 첫 국정의 운영은 왕의 처벌이었다.”


로크가 아이라를 내려다보았다.


“그들은 태형을 선고했고 도구는 아홉 꼬리였었지.”


로크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를 떠올렸다.


“아홉 개의 꼬리가 시민 모두의 손에 쥐어질 운명이었어.”


로크가 다시 채찍을 내리쳐 이번에는 아이라의 팔을 후렸다.


훤히 들어난 살갗이 베이듯 터져나가고 그녀는 다시 비명을 질렀다.


“보기 좋은 꼴은 아니었겠지만 그게 처벌이었지. 수가 정해지지 않은 채찍질에 결국은 고통으로 삶은 끝날 것이 분명했다.”


가볍게 손목을 뒤틀었지만 채찍의 끝은 비수처럼 그녀의 뺨에 닿았다.


피가 그녀의 얼굴에 흘렀다.


비명이 가득찼지만 그는 그녀에게 들릴만한 크기의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미숙한 자들의 태형은 사형의 내리지 않고 사형을 시키는 방법이지. 그들은 사형이라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고 왕을 죽이려했지.”


로크가 그녀의 몰골을 봤다.


몇 번을 더 내리친 채찍질에 그녀는 고통에 찬 눈물을 피와 함께 흘리고 있었다.


“폭군은 자살했고 뭐 결과적으로는 공화정의 의도대로 되었지.”


로크는 그녀의 몰골에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말만을 계속했다.


“채찍이 뭐 그런 과거가 있고 그런 이야기가 있다 정도로 넘어가지.”


로크가 채찍을 손에 말아쥐고 아이라에게 다가갔다.


“내 검은 어디있지?”


로크의 무심한 눈빛에 아이라는 채찍과 그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로크의 손끝에 아까 몇 번이고 느꼈던 고통이 더 가해질 수 있는 것만 같았고 그의 손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


“몇 번이고 몇 시간이고 더 할 수 있다. 나는 하나를 원하고 그것만 있으면 모든 게 끝난다. 살려주겠다.”


아이라는 질끈 물은 입술 아래에서 로크가 원하는 답을 이야기할 수 밖에 없었다.


로크의 말이 고통에 비해서 너무도 달콤했기 때문이었다.


“신전에 간 물건들은···”


고통에 쉬어버린 목소리로 아이라가 말을 시작했다.


“경매장으로 간다. 네 놈의 검도 경매장으로 옮겨졌다.”


”다행이군.”


로크가 채찍을 저 멀리로 던지고 가지를 주워들고 말했다.


“뭐가 다행이지? 경매장은 여기보다 삼엄하다.”


돈이 오가는 곳이었고 이 도시의 가장 경계가 삼엄한 곳이었기에 아이라는 로크의 말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발리아, 하르사. 당신들과 더 척을 지고 싶지는 않았으니 참 다행이지 않소?”


로크가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살려주겠다. 더 이상 나를 방해하지 마라.”


로크의 말에 아이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심판관으로 존재하는 한 그녀는 도시의 명령을 따라야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다시 보는 날이 우리가 마지막으로 보는 날이다.”


로크가 그 말만을 남기고 수용소에서 나갔다.


그녀는 홀로 살아남은 상황에 고성을 질렀다.


로크의 뒤에 그 소리가 들렸지만 그가 상관할 일은 아니었다.

다음 목적지가 정해졌기 때문이었다.


허나 세상은 모두에게 불공평하며 동시 공평하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도시를 둘러싼 모든 것이 불길하고도 기이하게 뒤틀린다.


그는 경매장으로 향하고 도시를 향한 음모는 서서히 다가온다.


남루한 차림의 로크는 경매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거부당했다.


허나 그를 보증해준 이가 있었으니 그의 생존을 확인하고 그를 바라보던 이.


헬렌 덕분에 경매장에 피바람이 부는 일은 사라진 듯 했다.


“정말 살아있었군.”


그녀가 로크의 가슴을 바라보며 말했다.


분명 그곳에는 검이 박힌 흔적이 남아있었어야 했지만 지금 그곳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럼 죽었다고 생각했습니까?”


로크가 헬렌의 곁에 서서 경매장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마지막 발악정도로 생각했지.”


헬렌이 투기장에서 그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며 말했다.


“보고계셨군요.”


“레아가 와서 내게 부탁하더군.”


”레아가 고생했군요.”


그는 레아가 자신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어렴풋이 고생을 했다는 것만 알고 있을뿐 그 이상은 몰랐다.


“검을 찾는다고?”


헬렌이 본론으로 넘어갔다.


“예. 제 검을 잃어버렸습니다.”


”이곳에 와서 찾을 정도면 확실히 훌륭한 물건이겠어.”


헬렌이 그제 지레짐작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녀조차도 그 검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었다.


그녀의 말보다도 훨씬 중요한 것이 그가 잃어버린 검이라는 것을 몇이나 알 수 있을까?


“그 날의 일은 검 덕분인가 아니면 자네가 사람을 뛰어넘었기 때문인가?”


헬렌이 그를 바라보지 않고 물었다.


답을 원하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로크는 그것에 답하지 않았다.


“그래. 각자의 사정이 있는 법이고 나는 은혜를 갚는 이지.”


헬렌은 자신이 투기장에서 그를 돕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검의 이름이 무엇인가?”


“이름 같은 것은 없습니다.”


로크는 헬렌의 물음에 즉답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몸에서 떼어낸 적이 없었던 물건인만큼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이름이 없는 물건이 어디있나?”


헬렌이 그의 장난이 이번에는 웃기지 않았다는 듯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웃고 있지 않았다.


“이름없는 물건을 찾는 것만큼 힘든 일이 없다네.”


”누군가는 최초의 검이라 불렀고 누군가는 순리라고 불렀죠.” 그가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들은 이름이 아닙니다.” 로크가 담배를 입에 물었다.


“흑색 나무로 단 한 명의 손에 맞춰지게 짜여진 손잡이와 살아숨쉬는 듯 날이 선 검날, 중심부로는 잊혀진 문자가 새겨져있습니다.”


로크는 이름 대신에 검의 외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새겨진 문자가 이름 아니겠나?”


“잊혀진 문자를 읽을 수 있는 이가 있겠습니까?”


“그렇지··· 그렇군.”


로크가 담배연기를 흘리며 경매장의 좌석으로 헬렌을 따라갔다.


“세상에서 잊혀졌기에 잊혀진 문자겠죠.”


“잊혀졌다는 것을 자네가 어떻게 아나?”


헬렌은 잊혀졌다는 것을 강조하는 로크에게 물었다.


“지상의 문자가 아니니까요.”


헬렌은 로크에게 그 말이 무슨 의미냐 묻고 싶었지만 경매장의 소란에 그녀의 물음은 묻혀버렸다.


“되찾아달라는게 아닙니다. 어디있는지 그것을 알고싶습니다.”


헬렌의 목소리가 묻힌 반면에 로크의 목소리는 너무도 뚜렷하게 그녀의 귀에 들어왔다.


“내 최대한 힘을 써보지.” 경매장에서는 온갖 종류의 상품들이 팔려지고 있었다.


보기에도 비범해보이는 무구들과 질좋고 구하기 어려운 소재들, 심지어는 생물들과 지성체들까지 모든 것이 거래되고 있었다.


“그나저나 지도부가 당신에 대한 수배를 철회한다더군.”


”투기장의 규칙대로군요.”


”나는 그 규칙이 이행되었다는 것을 역사에서도 읽은 적이 없었는데 실제로 보게되었군.”


헬렌이 흥미롭다는 듯 웃으며 로크를 보고 있었다.


역사를 새로 쓴 이가 자신의 곁에 있었으니 이 어찌도 흥미롭단 말인가?


“규칙은 규칙이니.”


헬렌이 중얼거리자 곧 로크가 이어붙였다.


“규칙 위에 세워졌으니 당연한 일이겠죠.”


헬렌이 손짓을 하자 그녀의 수행원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사람을 데리고 왔다.


“부르셨습니까?”


그는 정중하게 그녀를 보고 인사했다.


“이곳의 관리자 중 하나인 이고르라 합니다. 다나이의 새 주인을 만나뵙게되어 영광입니디.”


이고르는 그녀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경매에 참여하는 것도 즐거우시겠지만 진짜 상품을 구하신다면 관리자를 부르시는게 옳으신 방법입니다.”


이고르는 헬렌과 로크를 깍듯하게 대하며 한 방으로 안내했다.


“찾으시는게 있으십니까?”


핼랜이 로크를 바라보았다.


“나는 검을 찾는다.”


”검이라면 넘치고 넘칩니다.”


이고르가 벽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용을 죽인 검을 찾으십니까? 저기 있군요.”


이고르가 한 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정복자의 검은 또 어떠십니까? 수천을 학살한 이의 검도 있습니다.”


이고르가 말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뭐든 말을 해주십시오.”


”검은나무 손잡이에 은빛의 평범한 칼날, 중심부에 문자가 새겨진 검을 찾는다.”


”그런 검은 너무 많습니다.”


이고르가 곤란하다는 듯이 대답하자 로크는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들겼다.


“수용소, 투기장에서 빼돌려진 검이지. 주인은 너희들이 학살자라 부르던 이였고.”


이고르가 말 속에 담긴 뼈를 알아채고 그의 얼굴을 알아본 듯 했지만 티를 내지는 않았다.


“거짓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것이 있었지요.”


이고르가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허나 지금은 없습니다.”


이고르가 로크를 바라보았다.


“확실한 일등품이었습니다. 그러니 그것을 탐하는 자가 꽤나 있었지요. 높은 가격에 팔려갔습니다.”


”누구에게 팔렸지?”


“경매장의 규칙을 모르시나보군요?”


이고르가 로크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것을 찾는데 사사로운 것 따위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거든.”


로크가 이고르를 노려보며 말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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