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신입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일반소설

Dawn7pm
그림/삽화
김설
작품등록일 :
2022.10.12 13:57
최근연재일 :
2023.01.29 00:12
연재수 :
103 회
조회수 :
2,183
추천수 :
4
글자수 :
349,598

작성
23.01.13 18:00
조회
21
추천
0
글자
6쪽

93. 선택의 들판(3)

DUMMY

”제가 간청했습니다.”


“네가?”


그가 카레나를 꿰뚫듯이 바라본다.


카레나는 그의 눈길과 분위기에 굳어간다.


압도적이다.


그 한 마디로 표현할 수 밖에 없다.


자신이 제대로 마주보았던 유일한 신.


자신의 주인이던 토러스. 그 용서하는 자보다도 위대하고 무거우며 복잡하다.


본능적으로 소녀는 그렇게 느꼈다.


‘이게 뭐지?’


신은 신이나 격이 다름.


그것 앞에서 소녀는 자신의 주인과 그의 차이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신을 접하고 있던 자이기에 더욱 잘 알 수 있었다.


“너무 어려워하지 말거라.”


로크의 말에 소녀는 생각의 수렁 속에서 벗어나 그를 바라본다.


“그 아이의 아이나 마찬가지니 네 선택을 존중한다.”


로크가 폐허에 걸터 앉았다.


“이것이 제 선택입니다.”


카레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자신을 돌봐주던 토러스에게 종이 되기를 자청하며 은혜를 갚으려 했다.


토러스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고 그저 선택을 존중했다.


그와 비슷하게 어쩌면 토러스가 그를 닮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카레나에게 들었다.

그는 침묵한다.


로크의 눈이 소녀를 바라본다.


“너는 내게 청하는 듯하면서 요구하는구나.”


로크의 입이 드디어 열렸다.


“오묘하다. 인간들이란 어렵다. 참으로 어렵다.”


로크의 말이 카레나를 파고든다.


“모든 이들이 자신을 낮추고 바치려고만 하니. 내가 너희를 어떻게 해야만 할까?”


로크는 이곳으로 걸어오면서 자신을 숭배하던 이들을 마주했었다.


새로운 신.


구원자.


신을 잃은 자들과 신을 찾던 자들이 그를 자신들의 생각대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허나 용서하는 자의 아이가 자신에게 그것을 요구하고 있었으니 그는 이것을 어찌 해야할까 고민이 되었다.


그의 말들이 물음인 듯하면서도 추궁같았다.


로크가 소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카레나는 생각을 엿보여지는 것만 같았고 표정이 읽혀지는 것만 같았다.


“요구가 아닙니다···”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로 카레나는 말했다.


변명이자 변명이 아니다.


진실되게 소녀는 이 말 밖에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자신의 유일한 선택이라 믿었기에 그에게 찾아왔다.


“원치 않는 권함은 요구란다.”


소녀는 부끄러워졌다.


자신이 이것 밖에 할 수 없음이 부끄러웠다.


카레나는 다른 이야기로 부끄러움을 숨기고자 했다.


“그 분께서 세상을 둘러보라고 충고해주셨습니다.”


”그렇다면 그건 네 선택이 아니라 그 아이의 선택이구나.”


정곡을 찔린 듯 하다.


오로지 자신만의 선택이 아닌 토러스의 충고를 따른 선택이었으니 그의 말이 어느 정도는 맞았다.


“나는 타인의 선택을 가지고 온 자를 존중하지 않는단다. 아이야. 네 선택을 말해보거라.”


그는 가만히 소녀의 답을 기다렸다.


카레나는 말을 정리하고서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분의 마지막 말씀이면서 제가 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검은 머리칼의 소녀는 딱딱하게 굳어서 대답했다.


말들이 날카로운 것과 자신이 모시던 자와 다른 격이라는 것.


그 두 가지가 그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듯 했다.


“저는 그 분이 제게 알려주셨던 세상을 직접 보고 싶습니다.”


로크는 대답하지 않고 소녀의 말을 듣는다.


“당신이 그 분께 가르쳐주셨던 지식을 따라가며 배워보고 싶습니다.”


한 마디 한 마디를 할 때마다 그의 표정이 점점 부드러워지는 것만 같았다.


“제가 직접 익힌 지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로크가 그제서야 환히 웃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제서야 네 선택이 되었구나.”


카레나는 깨달았다.


토러스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위해서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했음을.


그가 기다렸던 선택이 그런 것이었음을 깨우쳤다.


허나 카레나의 기대는 그의 다음 말로 뭉개져버렸다.


“허나 나는 종을 거느리지 않는단다.”


카레나는 레아를 바라보았다.


저 아이가 종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그래. 호칭부터가 종이 아니기는 했었다.


신에게 아저씨라니 카레나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그 말씀은···”


카레나의 표정에 로크가 말을 이어간다.


“거절이 아니다.”


“예?” “나는 네가 종이 아닌 친구로서 동행자로서 함께 하기를 바란단다.”


로크의 말에 그제서야 소녀는 마음이 놓였다.


“그렇지만 저 같은게 친구라니요···”


”나는 더 이상 신이 아니지. 나는 몰락자다.”


그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가 저 바닥을 가리켰다.


“나는 추락자고 모든 것을 잃고 버려진 자다. 어쩌면 인간에도 미치지 못하는 존재일지 모르지.”


그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니 나를 그렇게 어려워할 필요가 없다. 나는 몰락자이기에 이 곳에 있고 추락자이기에 너희와 만났다.”


로크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만남이라! 이보다 좋은 것이 있을까? 그러니 너는 우리의 친구로서 함께하거라.”


로크가 카레나를 바라본다.


카레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감사합니다.”


”감사할 것이 있나?”


로크가 폐허가 아닌 곳을 바라보며 그곳을 향할 준비를 한다.


“레아야. 우리의 동행자가 늘었구나. 준비할 것이 늘었다.”


”네, 아저씨.”


레아가 로크의 말에 대답한다.


카레나는 불경하다 다시 느꼈지만 지적하지는 않았다.


불경하고 불손한 것을 떠나 둘의 관계가 묘하게 편안했기 때문이었다.


“아!” 로크가 뒤돌아보며 말한다.


“너도 나를 어떻게 부를지 정해야겠구나.”


로크가 레아를 바라보고 다시 카레나를 보았다.


“아저씨는 하나면 족하니 다른 것으로 불러줬으면 한단다.”


”아저씨가 싫어요?”


로크는 레아의 말에 대답하지 않는다.


카레나의 대답을 기다린다.


“네. 로크님.”


로크가 잠시 뜸을 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딱딱하지만 지금으로썬 좋다.”


로크가 다시 저 먼 곳을 바라본다.


“갈 길이 멀다. 아이들아.”


카레나가 둘의 뒤를 따른다.


“살 것도 많다. 담배와 술.”


”또요?”


레아가 질렸다는 듯이 말한다.


“여행을 위한 여흥이지. 당연한 것을 부정하지 말거라.”


작가의말

어제 갑작스런 일이 생겨 업로드를 못했네요.

오늘부터 다시 정상 업로드 진행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 신입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설날 연휴 행복하게 보내세요 23.01.21 16 0 -
공지 다시 한 번 반갑습니다. 22.10.12 95 0 -
103 103. 선택의 들판(13) 23.01.29 16 0 10쪽
102 102. 선택의 들판(12) 23.01.27 12 0 6쪽
101 101. 선택의 들판(11) 23.01.27 23 0 4쪽
100 100. 선택의 들판(10) 23.01.25 17 0 7쪽
99 99. 선택의 들판(9) +1 23.01.19 26 0 9쪽
98 98. 선택의 들판(8) 23.01.18 21 0 13쪽
97 97. 선택의 들판(7) 23.01.17 20 0 6쪽
96 96. 선택의 들판6) 23.01.16 20 0 8쪽
95 95. 선택의 들판(5) 23.01.15 19 0 6쪽
94 94. 선택의 들판(4) 23.01.14 20 0 7쪽
» 93. 선택의 들판(3) 23.01.13 22 0 6쪽
92 92. 선택의 들판(2) 23.01.11 20 0 6쪽
91 91. 선택의 들판(1) 23.01.10 21 0 6쪽
90 90. 세 신의 도시(43) 23.01.09 18 0 9쪽
89 89. 세 신의 도시(42) 23.01.08 20 0 8쪽
88 88. 세 신의 도시(41) 23.01.07 27 0 9쪽
87 87. 세 신의 도시(40) 23.01.06 23 0 11쪽
86 86. 세 신의 도시(39) 23.01.05 26 0 11쪽
85 85. 세 신의 도시(38) 23.01.04 28 0 8쪽
84 84. 세 신의 도시(37) 23.01.03 28 0 8쪽
83 83. 세 신의 도시(36) 23.01.02 23 0 8쪽
82 82. 세 신의 도시(35) 23.01.01 32 0 9쪽
81 81. 세 신의 도시(34) 23.01.01 32 0 10쪽
80 80. 세 신의 도시(33) 22.12.30 31 0 9쪽
79 79. 세 신의 도시(32) 22.12.29 31 0 7쪽
78 78. 세 신의 도시(31) 22.12.29 34 0 9쪽
77 77. 세 신의 도시(30) 22.12.27 31 0 8쪽
76 76. 세 신의 도시(29) 22.12.26 32 0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