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골방에 가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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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2.10.12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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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3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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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여, 여기가 도대체 어디야."


공동에 들어선 아이빅이 주위를 둘러보고 감탄했다. 난생처음 접하는 광경에 라온과 진도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넋을 놓고 주위를 둘러보는데 익숙한 음성이 들렸다.


"이쪽이야. 잘 찾아왔구나."


에딘이 공동 안쪽에서 서 있었다. 에딘을 발견한 삼총사가 다가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웬 부엉이가 마법사님이 찾는다고 해서 늦었지만 따라왔습니다."


라온이 칭찬받고 싶은지 공치사를 했다.


"그래, 잘했다."


아이빅은 불안한 듯 물었다.


"그런데 또 무슨 일로 저희를......."


삼총사는 전에 받았던 일당이 떠올라 내심 기대도 되고 한편으로는 겁이 났다.


"이리로 와."


에딘을 따라가는 삼총사는 공동 가운데 거대한 구덩이를 보며 침을 삼켰다.


진이 스산한 몬스터의 울음소리를 듣고 말을 더듬었다.


"마, 마법사님 이게 무슨 소린가요."


"아래는 안 보는 게 좋을 거야."


에딘의 말을 미처 듣지 못한 아이빅이 구덩이 아래로 시선을 옮겼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이고! 이게 무슨!"


에딘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게. 보지 말라니까."


그 말이 오히려 궁금증을 자극했든지 라온과 아이빅이 곁눈질로 아래를 살피고 파랗게 질렸다.


"맙소사!"


아이빅이 울 것 같은 얼굴로 에딘의 다리에 매달렸다.


"마법사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얘가 왜 이래. 누가 죽인다고 했나?


"걱정하지 마. 너희는 저것들하고 마주칠 일 없으니까."


그런데도 삼총사는 다리에 힘이 풀려 제대로 서 있질 못했다.


'뭐,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이럴수록 다른 것에 집중해야 한다. 가방을 열어 준비한 재료들을 꺼냈다.


독이 든 양동이와 길쭉한 통발 모양 식물, 흔하게 보이는 덩굴까지.


"지금부터 내가 하는 걸 잘 봐."


수북하게 쌓인 통발 모양 식물을 하나 들었다. 팔뚝만 한 사이즈에 이 식물은 현실에서 통안으로 곤충을 유인해 잡아먹는 식충 식물과 흡사하다.


양동이의 독을 펴서 통에 넣었다. 절반 이상을 독을 채우고 준비한 덩굴을 이용해 입구를 조여 단단히 묶었다.


그렇다. 이것은 '독탄'이었다.


"잘 봤지?"


에딘이 완성된 독탄을 가볍게 던졌다가 받아보고 바닥에 내려놨다.


"이렇게 만들어서 여기다 쌓아 놓으면 돼."


유심히 지켜보던 라온이 먼저 식물을 들고 어색하게 따라 했다. 그러자 멀뚱하게 지켜보던 아이빅과 진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어려운 것이 아니라 녀석들이 금세 독탄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하면 됩니까?"


"그래, 잘하네."


칭찬이 힘이 됐을까? 녀석들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분업하며 금방금방 독탄을 만들어 냈다. 차츰 독탄이 쌓이기 시작했다.


독탄을 만드는 것을 독을 아끼는 목적도 있고, 명중률을 높이기 위한 것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목적은 가장자리에 있는 몬스터뿐 아니라 안쪽에 있는 몬스터도 노리기 위해서였다.


"엘리엘, 출동!"


허공에 나타난 엘리엘이 독탄 하나를 집어 구덩이 아래로 내려갔다.


던전에서 정령을 소환하는 것은 적잖은 마나가 소모되지만, 레벨이 오르면서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쌓이는 돈으로 마나를 빠르게 회복시켜주는 최상급 마나포션까지 사두었다. 여차하면 마나포션을 먹으면 된다.


엘리엘이 몬스터 위를 날아가며 마치 포탄을 투하하듯 독탄을 떨어뜨렸다.


쫘아아아악-


독탄이 물풍선처럼 터지며 거미의 몸통을 적셨다.


엘리엘은 곧바로 선회해서 다시 독탄을 챙겨 구덩이로 내려갔다. 다음 공격이 이어지기까지 불과 몇 초 걸리지 않았다.


쫘아아아악-


엘리엘은 정해준 대로, 위험이 될만한 몬스터는 피해서 독탄을 떨어트렸다.


삼총사가 독탄을 만들고 엘리엘이 독탄을 떨어트리니 딱히 손을 쓸 것이 없었다. 그저 공장의 자동화 시스템처럼 일이 잘 처리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전부. 잠깐 사이에 머릿속에 기분 좋은 종소리가 울렸다.


빠르다. 국자로 독을 뿌리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빠르다.


에딘은 가까운 지면에 손을 뻗어 벽 만들기를 시전 했다.


드드드드득-


돌로 만들어진 의자가 뚝딱 만들어졌다. 큼직한 의자는 어느 왕의 왕좌처럼 보였다. 폴짝 의자 위로 뛰어오른 에딘이 흐뭇하게 사냥을 지켜봤다.


"좋아. 잘 돌아가는군."


잠시 지켜보다가 가방을 열어 챙겨 왔던 제영사를 꺼냈다. 만족스러운 사냥이었다.


***


흔들흔들.


어깨를 흔드는 손길에 에딘이 눈살을 찌푸렸다.


"프리아, 아니야 안 놀아. 나 좀 더 자게 놔둬."


"대, 대장. 그게 아니라......."


대장이라는 소리에 에딘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고개를 들고 언제부터 흘렸는지 모를 침을 닦았다.


여유로운 모습으로 눈앞에 서있는 삼총사. 녀석들은 언제부터인가 에딘을 마법사라 부르지 않고 대장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응, 깜박 잠들었나 보네. 무슨 일이야."


라온이 보고했다.


"대장, 독이 다 떨어졌어요."


"벌써?"


며칠 하다 보니 녀석들은 부쩍 손이 빨라졌다. 이제는 독을 만들어 주는 것도 일이었다.


"그래, 그럼 잠깐 쉬고 있어."


"예!"


삼총사가 한목소리를 내며 공동 한쪽에 마련된 소파로 가서 늘어졌다. 소파 옆으로는 침대도 있었다. 녀석들은 여기가 집이라도 되는지 이곳에 살림을 차렸다. 몬스터 울음소리에 벌벌 떨 때는 언제고 이제는 태연한 모습이다.


"근데, 너희들은 집에 안 가?"


아이빅이 천진하게 말했다.


"우리 집 없어요. 대장."


"없긴 거기 평원에... 아니다."


평원 가운데 창고를 말하려다 입을 닫았다. 떠올려보니 제대로 비바람도 못 박아주는 곳이라 집이라고 할 만할 곳이 아니었다. 그곳에 비하면 여기는 비바람도 없고 따뜻하기까지 하니 안 돌아갈만했다.


'뭐, 밤낮없이 몬스터들이 울긴 하지만.'


적응이 됐는지 삼총사는 공동에 들어온 뒤로 날이 갈수록 생기가 돌았다. 일당도 넉넉히 챙겨주니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오늘은 그만 끝내자."


일당이 들어있는 주머니를 삼총사에게 던져줬다. 어차피 곧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 독은 저녁에 만들기로 했다.


***


던전에서 틈틈이 잠을 청한 탓에 오두막에 돌아와도 그다지 피곤하지 않았다.


일찍이 눈을 뜨고 방을 나가 보니 제레이드가 이미 아침을 차려놓고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빠, 어디 가요?"


제레이드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응, 마을에 다녀오려고. 책을 사 가는 떠돌이 상인이 마을에 왔다는구나."


본래 온다는 시기보다 떠돌이 상인이 일찍 도착했다.


"에딘, 생일날 받고 싶은 선물이 있니?"


당연히 제영사 24권을 받고 싶다. 그렇게 말할 수 없으니 떠돌이 상인과 거래하는 모습이나 참관하기로 했다.


"마을에 저도 같이 갈래요. 구경하고 싶어요."


"그래? 그럼 프리아도 같이 갔다 오자."


프리아만 두고 갈 수는 없으니 가족이 다 같이 마을로 내려갔다.


"아빠, 저기 과자 사줘!"


프리아가 마을 초입부터 눈이 휘둥그레져 이것저것 사달라고 졸랐다.


"있다가. 돌아갈 때 사줄게."


에딘 역시 공식적으로는 오랜만이기 때문에 신기하게 주위를 둘러보는 척했다.


"아빠한테서 떨어지지 말고 잘 따라와야 해."


제레이드는 마을 번화가를 가로질러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쯤 가자 마을 중심부 광장이 나왔다. 광장에 들어선 상가와 건물들은 이전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크고 고급스러웠다.


에딘도 이곳까지는 들어와 본 적이 없어서 주위를 둘러보게 됐다. 그중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책이 그려진 간판의 상점이 이었다.


'서점?'


서점 앞에는 마차들이 여럿 정차해 있고 귀족으로 보이는 자들이 입구를 들락거렸다. 자신만큼이나 제레이드 역시 서점을 바라보며 지나갔다.


어딘지 모르게 아쉬워 보이는 눈빛.


'부러운 건가?'


화려한 장소에 깔끔하게 전시된 책들. 작가로서 자기 작품을 저런 곳에서 팔고 싶은 것은 당연한 마음이었다.


제영사는 서점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래도 책을 집필하는 작가들이 대부분 귀족이라 평민인 제레이드에게 서점은 진입장벽이 높은 것이다.


'서점에서 팔았다면 떠돌이 상인들을 찾아다니며 제영사를 구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과거 일이 떠오른 에딘 역시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그러는 사이 광장을 지나 좌판들이 즐비한 시장통으로 들어섰다. 이곳에는 딱 봐도 타지역에서 온 듯한 상인들이 이색적인 물건을 팔고 있었다.


제레이드가 한 상인을 아는 체하며 반가운 기색으로 다가갔다.


"반갑습니다. 정말 오셨군요."


능글맞게 생긴 상인이 웃는 얼굴로 화답했다.


"오, 평소보다 빨리 왔는데 잘 알고 찾아왔군요."


둘은 간단히 안부 인사를 나누고 책 이야기를 꺼냈다.


"한데, 벌써 책이 완성된 겁니까?"


"예, 마침 이번에 책이 빨리 나왔습니다."


제레이드가 챙겨 온 제영사 3권을 내밀자 상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일찍 와서 기대를 안 하고 있었는데 정말 다행이네요. 하하하."


책을 한번 훑어본 상인이 말을 이었다.


"그럼, 잠깐만 기다리세요."


상인이 네모난 유리 상자를 하나 꺼내더니 그 안에 아무런 글이 없는 공책 넣었다. 그리고 제영사를 유리 상자 위에 올리자 상자 안에 있는 공책이 휘리릭 넘어가며 글씨가 새겨졌다.


금세 제영사 3권의 초판이 만들어졌다.


프리아가 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자, 상인이 공책 한 권을 더 넣고 같은 모습을 다시 선보였다.


"신기하지, 마법 인쇄기란다."


상인이 이내 제레이드에게 제영사 원본 넘겨주고 돈주머니를 꺼냈다.


"같은 금액으로 주면 되겠지요?"


제레이드가 어정쩡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예."


에딘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가벼워 보이는 주머니에 얼굴이 우중충해졌다.


'뭐야? 얼마를 주는 거야?'


"얼만데요?!"


결국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입 밖에 내버렸다.


"응?"


상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제레이드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전과 같이 500골드 넣었소."


순간, 에딘의 표정이 난데없이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이 변했다. 그가 떠돌이 상인에게 구입했던 제영사 한 권의 가격이 200 골드였다.


'그런데 상인에게 받는 돈이 고작 500 골드라니.'


더구나 거래하는 꼴을 보니 팔리는 권수만큼 수익을 나누는 것도 아니고 한 번에 책값을 지급받고 끝나는 상황. 말도 안 되는 금액과 거래에 절로 혈압이 상승했다.


에딘이 화를 참지 못하고 따졌다.


"책을 얼마에 파는데 그것밖에 안 줘요? 100 골드에 팔아도 다섯 권만 팔리면 500 골드인데."


에딘의 말에 상인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제레이드가 황당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에딘......."


상인이 난색을 하고 말했다.


"흡흡, 네가 어려서 잘 모르나 본데, 재료비라는 것도 있단다. 마법 인쇄기도 사용해야 하고 종이도 돈이 들어가는 법이야."


그래도 제영사가 고작 500골드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건 제영사에 대한 모욕이야!'


여태껏 해왔던 덕질이 부정당하는 기분이다.


"그래서 그게 얼만데요. 재료비가 절반이라고 쳐도 열 권 이상만 팔면 남는 장사인데, 너무 거저먹으려는 거 아닙니까?"


제레이드가 당황하며 사이에 끼어들었다.


"에딘,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상인이 언성을 높아졌다.


"으흠. 이 책은 비주류야. 그렇게 많이 팔리지 않는단 말이다!"


아무리 안 팔려도 열 권이 안 팔릴까. 그럼 녀석은 열 권도 팔리지 않는 책을 팔겠다고 사 간다는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절로 뚜껑이 열렸다.


"서점에도 안 받아주는 책을 팔아주는데, 이런 식으로 내게 따지는 거요?"


상인은 제레이드가 시켰다고 생각해 화살을 제레이드에게 돌렸다.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데... 어쨌든 죄송합니다."


제레이드가 고개까지 푹 숙이자 에딘은 이성이 마비돼버렸다. 좌판 아래서 가방을 열고 국자를 집었다.


'책을 안 파는 한이 있더라도 뒤통수 한 대만 맞자.'


그때, 낯선 음성이 사이에 끼어들었다.


"이보게, 여기 제국영웅사가라는 책을 파는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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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빚. (1) 22.10.16 42 1 13쪽
4 프리아. (2) 22.10.15 46 2 12쪽
3 프리아. (1) 22.10.14 4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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