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 펑크의 마나 먹는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가입일짜
작품등록일 :
2022.10.26 10:03
최근연재일 :
2022.11.30 20:16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488
추천수 :
238
글자수 :
156,232

작성
22.11.04 07:34
조회
95
추천
4
글자
12쪽

6화. 서클

DUMMY

‘이쯤이었던가?’


수정된 이정표를 따라 걸으니 어제 봤던 폐옥으로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마족이 했던 방식대로 단칸방으로 넘어가 벽면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미약한 마나의 실을 반대쪽으로 흘려보냈다.


포탈의 술식 너머로 흘러가는 마나들을 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배어 나왔다.


‘이놈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군.’


공간술의 상위 개념인 포탈은 이 정도 수준까지 발전시키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필요로 하는 재능의 허들이 높은데다 공간마다 산적해 있는 좌표를 하나씩 따야만 하기 때문이다.

웬만한 마법사들도 이 정도로 정교한 좌표를 찾아내긴 힘들 것인데.

마족의 진료소를 숨기기 위해 그간 고생을 많이 했었나 보다.


‘마나가 늘어난다면 조금 더 써먹을 만하겠지.’


그리고 그가 열심히 만들어낸 포탈은 이든에게 공간 마법이라는 혜택을 건네주었다.

수술을 위해 지속적으로 건네준 마나가 마법 조각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데일처럼 직접 좌표를 따 포탈을 만들어내긴 힘들겠지만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여지는 충분했다.

예를 들어 짧은 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할 수도 있을 것이고, 차후에 마나량이 많아지면 도시간 의 이동도 가능할 것이다.


‘빚을 많이 졌군.’


잠시 상념에 잠긴 동안 눈앞으로 커다란 균열이 일며 진료소의 모습이 흐릿하게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건너편에 있던 데일이 손을 내뻗었다.


“생각보다 일찍 왔군. 적어도 하루는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전에 쫓아왔던 녀석들이 미련을 못 버렸던 모양이더군요.”

“아, 그놈들 말인가. 매일 결계 주위를 뱅뱅 돌아 대더니만, 덕분에 귀찮은 것들이 좀 줄었군.”

“그리고 놈들이 좋은 것들도 건네줬습니다.”


주머니에서 단말기를 꺼내 보이자 데일이 턱을 어루만지며 안에 든 금액을 확인했다.

그는 만족한 듯 입꼬리를 올리고서 말했다.


“좋아. 이 정도면 충분하겠어. 당분간은 여기서 머물러도 상관없다. 약값은 받지 않도록 할 테니 그건 신경 쓰지 말고 네 일에 집중하도록 해라.”

“예.”


데일은 미리 준비해 둔 것인지 또 다른 약 봉투를 내밀며 작은 방 하나를 가리켰다.


“앞으론 저기서 지내면 된다. 마나는 충분해 보이니 더 넣어줄 필요는 없어 보이는군.”

“네, 필요하다면 요청하도록 하죠.”

“그럼, 전해줄 건 다 전해줬으니 당분간은 방해하지 말도록.”


용건을 모두 마친 것인지 데일은 몸을 돌려 작업실이라 적힌 방 쪽으로 향했다.

멀어져 가는 그를 두로하고서 적당히 정돈된 내실에 들어섰다.


이든은 눈앞에 보이는 간이침대에 앉고서 가장 먼저 가슴팍에 달린 카운터를 확인했다.

평소와 같이 10을 가리키는 붉은 빛이 연신 점멸하고 있었는데 이번엔 무언가 느낌이 달랐다.


‘뭔가 좀 가득 찬 것 같은데.’


비록 정순한 마나는 아닐지라도 무려 네 명의 것을 뽑아냈다.

수용량에 비해 과도하게 담아낸 탓인지 가슴 언저리가 꽉 메인 느낌이었다.


‘나쁘지 않은 느낌인데. 이 정도라면 적절하게 소화시킬 수 있겠어.’


각박했던 몸뚱아리에 어느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

이렇게나 많은 양이라면 마나의 성질을 몸에 적응시키는 과정. 즉, 마나 개안을 해봄 직했다.

이든은 마나가 더 새어나가기 전에 행동에 돌입했다.


가장 먼저 호흡을 가다듬었다.

귀에서 짧은 노이즈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완전한 침묵이 찾아왔다.

정신 사나운 카운트 소리가 잦아들자 마음이 점차 안정되기 시작했다.


평온을 찾은 후엔 손을 쭉 펴고서 혈도의 흐름을 잡아냈다.

느슨하게 뻗어졌던 혈류가 그의 의지에 따라 조금씩 가속하고, 더불어 그 흐름에 올라탄 마나 또한 함께 전신을 순환했다.

거기서 집중력을 조금 더 끌어올리자 마나 입자의 형태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마나는 제 주인의 성정을 닮아 제각기 다른 모습을 지니기 마련인데.

대게는 간단한 개념을 수반한 점에서부터 출발하며 마나에 익숙한 자의 것일수록 더 복잡한 형태를 띠게 된다.


지금 이든의 눈에 보이는 것은 아주 단순한 형태의 점과 선들뿐.

먹은 것이라고 해봐야 부랑자 혹은 약탈꾼들의 찌꺼기 정도였으니 당연할 수밖에.


그러니 지금부터 이 다양한 성질들을 변형시킬 틀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었다. 이 육체와 심장엔 아직 그런 것들이 개화되지 않았으니까.

이 과정 속에서 새로운 마나들의 성질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전보다 더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되겠지.


“휴..”


혈류로부터 마나를 분리하고 난잡한 마나의 길을 정돈했다. 그리고 꺼내든 입자들에 걸맞는 틀을 조형했다.

점과 선을 비롯해 기하학적인 도형과 모형들이 그의 심상에 떠올랐고 점차 완벽한 모양새를 갖추어져 갔다.

그것들이 완성되자 이든은 보유했던 것들을 틀에 맞춰 변형시켰다.


그러자 금빛 결을 따라 직선이 안쪽으로 굽기 시작하더니 서로의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수십, 수백 개의 곡선들이 하나의 길을 따라 완만한 형태를 갖추고.

파여진 선을 따라 푸른 마나가 합쳐지며 금푸른 휘광의 고리를 형성한다.


이 몸이 최초로 품게 된 하나의 서클이었다.


‘아직은 원 하나밖에 안 되는구나.’


아직은 어줍잖은 마법사이기에 서클에 구애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실망하지는 않았다. 이 정도로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내고야 말았으니까.




마나 정제가 끝나자 10에 머물러 있어야 할 최대치가 갑작스레 30으로 뛰어올랐다.

이든은 환한 표정으로 자신의 가슴팍을 바라보았다.


‘역시, 한계가 늘어나는 것이 가능하다.’


이건 명백한 청신호였다. 심장이 점차 마나에 적응하고 있다는 의미였으니.

거기다 이런 식으로 마나를 정제해 낸다면 앞으로도 계속 상한치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모른다.


‘여유가 있을 때 조금 더 활용해볼까.’


이든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곧바로 발현마법을 사용할 준비를 했다.

앉은 자리에서 집중력을 끌어올린 그는 곧바로 내적 영창을 외쳤다.


[벤투스]


허공에서 발현한 바람은 방안을 휘감으며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

이든은 곧장 심상을 그려 그 회오리를 잘게 쪼개기 시작했다.

그러자 깔끔하게 잘린 단면들이 사방을 휘저으며 쓸모없어 보이는 물건을 한곳으로 쓸어내려 버렸다.


“...”


그 상태로 마력을 조절하자 갈래처럼 번져 나가던 바람이 한데 모여 작은 원을 그렸다.

이든은 그 상태로 불어넣던 마나를 단숨에 거두었다.


휘이잉


짧은 단말마와 함께 기류가 사라졌다.


“이 정도인가?”


마나에 빠르게 적응한 탓인지 그려낸 심상은 그럴듯한 형태를 유지했다.

마나를 크게 소모하는 발현마법이 이 정도라면 기초적인 개념 마법들은 쉽게 적응이 가능할 터.


확인을 위해 의식 공간을 비운 채 또 다른 심상을 그려냈다.

마법 조각을 기용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마나가 그려낸 심상을 따라 자그마한 철제 조각에 휘감겼다.

순간 가벼운 조각이 그의 생각과 손짓에 따라 이곳저곳을 떠다녔다.


“나쁘지 않네.”


응용이 자유롭다는 것은 언제나 유익한 것이다.

발현 마법에만 의존해서는 언젠가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때 얕은 가슴 통증과 함께 카운터의 숫자가 내려갔다.


“일단 여기까지 할까.”


아무래도 완전히 낫지 않은 탓인지 심장에 살짝 무리가 왔던 모양이다.

그와 동시에 미열이 몸을 달궈댔기에 걸터앉은 자리에서 대충 몸을 뉘였다.

그리고 9까지 떨어진 카운트를 바라보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일전에 데일이 말했던 대로 몸의 생리 현상을 제 맘대로 고치는 것은 불가능했다.

선천적인 저주를 극복한 경험이 있긴 하나, 같은 기적이 또 일어날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렇다고 평생 마나를 흘려댈 수는 없는 노릇이지.’


마나와 마법 조각을 모으려면 상상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다.

거기에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강대한 적과 대립해야 될 순간도 오고 말겠지.

지금처럼 빌빌거려서야 분명 강한 저항에 부딪혀 쓰러지고 말 것이었다.

그러니 적어도 남들보다 앞서나가려면 당장의 유지력부터 늘릴 필요가 있었다.


‘방법은 하나뿐이야.’


새어나가는 걸 막을 수 없다면 통 자체를 키우는 수밖엔 없었다.

마나 개안을 통해 계속해서 비축분을 늘린다면 새어나가는 것을 어느 정도는 감내할만할 터. 비록 매번 그 양을 늘릴 수는 없을지라도 여지는 둘만 했다.


‘우선 거기까지만 생각해 둬야 하나.’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서 몸에 녹은 피로를 떨치기 위해 잠을 청하려 했다.

그러다 문득 어떤 생각이 그의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갔다.


이 세상의 사람들은 죄다 눈이나 팔에 임플란트를 박아 넣거나 여러 특수 소재들을 끼워 넣곤 하는데. 그렇다면 심장에도 같은 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인공 심장을 취급할 정도의 기술이라면 그런 일들도 왠지 가능할 것만 같았다.


‘데일이라면 이쪽 방면으로 뭔가 아는 게 있을 것 같은데.’


이든은 곧장 뉘인 몸을 다시 일으켰다. 그리고 방에서 나와 작업실이라 적힌 곳으로 향했다.


끼리릭


안쪽엔 짙은 기름 냄새가 깔려 있었고 볼트 너트가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중이었다.


“잠시 실례좀 해도 되겠습니까.”


그가 들을 수 있게 큰 목소리로 외치자 안쪽에서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소리가 시끄럽다고 민원 넣으려는 건 아니겠지?”

“그런 거 아닙니다. 제 심장에 관해 할 얘기가 있습니다.”


심장이란 말을 듣자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데일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는 기름 범벅인 손을 옷에 닦아내고서 말했다.


“무슨 말이냐.”

“혹시 제 인공 심장을 개선할 방법이 없습니까? 임플란트 같은 걸 한다든가요.”

“갑자기 달려와선 무슨 소리를 하는가 했더니..”


데일은 일없다는 듯이 손을 휘휘 저어대고선 혀를 찼다.


“쓸데없는 욕심이다. 애초에 심장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그냥 살아있는 걸 감사하게 여기고 가서 잠이나 자라.”


좋다 말았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인 데일은 등을 돌리려 했으나, 뒤따라 흘러온 이든의 대답에 가던 걸음을 멈췄다.


“마나 수용량도 늘렸는데 다른 것들은 못 한다는 말입니까?”

“... 방금 뭐라고 했지?”


데일은 눈썹을 씰룩대면서 이든의 가슴팍에 시선을 집중했다.

명백히 10을 초과한 30이라는 최대치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이게 대체..”


데일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삶을 통틀어 인공 심장이 허용치를 넘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기에.

평범한 마법사 중에서도 인공 심장을 단 놈들이 있긴 했으나, 그들도 보유한 마나가 떨어지면 속절없이 죽어야만 했다. 그런데 이든의 수치는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장을 했다.


“나 없는 사이에 무슨 짓을 했나?”

“별 건 없었습니다. 잠깐 마나를 좀 정제했을 뿐입니다.”


이든이 어깨를 으쓱하고 있자니 데일은 적외선 고글의 빛을 올리며 가슴팍을 살폈다.

그리고 손가락을 심장 앞쪽에 가져다 대고서 허공에 혈도를 그려내는 듯하더니 갑작스레 웃어대기 시작했다.


“크크크.. 이건 정말 획기적이군. 내가 투자를 제대로 한 모양이야.”


그는 갑자기 어딘가로 뛰쳐나가더니 곧 작은 도면 하나를 들고 돌아왔다.


“아직 계약에 관해 충분히 얘기하지 않았었지?”

“그렇긴 하죠.”


이든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자 데일이 입꼬리를 호선으로 그려댔다.


“그 고철 심장은 내가 개선해 주도록 하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케인 펑크의 마나 먹는 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30화. 결전 22.11.30 48 0 9쪽
29 29화. T 22.11.29 37 1 9쪽
28 28화. 이변 22.11.28 46 1 9쪽
27 27화. 진입 22.11.26 47 1 11쪽
26 26화. 계약 22.11.25 49 1 11쪽
25 25화. 테스트 22.11.24 60 2 11쪽
24 24화. 제안 +1 22.11.23 63 3 12쪽
23 23화. 탐독 22.11.22 57 4 11쪽
22 22화. 약진 22.11.21 51 2 11쪽
21 21화. 전진 22.11.19 51 3 12쪽
20 20화. 진화 22.11.18 57 3 11쪽
19 19화. 결전 22.11.17 54 3 12쪽
18 18화. 전초전 22.11.16 58 4 11쪽
17 17화. 심부 +1 22.11.15 59 2 11쪽
16 16화. 소탕 22.11.14 53 4 12쪽
15 15화. 진입 22.11.13 58 5 12쪽
14 14화. 보급 +1 22.11.12 59 5 13쪽
13 13화. 새 의뢰 22.11.11 58 4 13쪽
12 12화. 정돈 22.11.10 65 6 12쪽
11 11화. 수령 22.11.09 74 5 13쪽
10 10화. 완료 22.11.08 74 4 11쪽
9 9화. 수행 22.11.07 79 4 13쪽
8 8화. 의뢰 22.11.06 78 4 11쪽
7 7화. 개선 22.11.05 82 5 13쪽
» 6화. 서클 22.11.04 96 4 12쪽
5 5화. 조각 22.11.03 115 4 12쪽
4 4화. 상처 치료 22.11.02 117 6 13쪽
3 3화.마족 +2 22.11.01 184 42 11쪽
2 2화. 마나 +2 22.11.01 204 45 12쪽
1 1회. 환생 +12 22.11.01 356 6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